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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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미 재무장관이 금리를 낮춰야 물가를 잡는다는 주장을 펴는데, 이는 튀르키예 에르도안이 먼저 한 주장과 같다고 비판. 에르도안은 저금리로 주가는 6.5배 올랐지만 물가 80%대, 리라화 5분의 1 폭락, 금리 47%로 인상 후 경제 타격. 옐런은 주택가격 문제를 금리 인하로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발언자는 금리 인하 시 주택 수요 증가로 오히려 집값 상승 우려. 4월 고용지표는 정부 부문 감소로 조작됐다고 주장. 미 국채 바이백 및 일본 엔화 개입 관련 국채 매각 우려도 언급. 강력한 달러 패권을 이용해 인플레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지만 패권 약점도 있다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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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나요, 낮춰야 하나요. 아마 100명 중 100명이 금리를 올려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엉뚱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금리를 낮춰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기적의 논리가 세계 최강의 금융 강국인 미국의 재무장관 옐런의 입에서 나온 겁니다. 사실 이 주장은 미국이 원조가 아닙니다. 튀르키예가 원조입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주장을 했을 때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죠. 에르도안이 먼저 주장했으니 결국 미국이 튀르키예를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어서 걱정이 됩니다.
저는 예전에는 옐런을 괜찮게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옐런의 행동과 발언은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 제가 옐런을 잘 몰랐던 건지, 옐런이 변한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게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옐런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 주장의 원조인 튀르키예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금리를 올려야 물가를 잡는 것이 상식인데, 금리를 내려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의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에르도안입니다. 에르도안은 2022년, 2023년에 이 주장을 해서 전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미국의 인터넷 언론도 에르도안이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잘못된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비판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튀르키예 경제는 이제 와서 정책 실패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에르도안의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정작 옐런이 에르도안을 따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에르도안은 경제를 몰라서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한 걸까요?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른다는 걸 정말 몰랐던 걸까요? 제가 보기에는 아닙니다. 에르도안은 사실 경제학과 출신입니다. 이스탄불 경제무역대학을 나왔고, 2003년부터 10년 동안 튀르키예 경제를 62% 성장시켜서 지금까지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제 대통령'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엉뚱한 주장을 하게 된 이유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재선될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20년 장기 집권을 하며 잘나가던 에르도안에게 타격을 준 것이 바로 코로나였습니다. 인기가 떨어지자 2023년 대선을 앞두고 느슨한 통화정책을 쓰기 위해 이런 주장을 펼친 겁니다. 헛소리가 아니라, 사실은 알면서 엉뚱한 소리를 한 것입니다.
이 주장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아는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들은 정말 소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들보다 훨씬 강단이 있었고, 양심 있는 중앙은행 총재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들은 절대 권력자인 에르도안 앞에서 저항했습니다. 그러자 에르도안은 그 중앙은행 총재를 세 번이나 갈아치웠습니다. 이렇게 멋진 중앙은행 총재가 세 명이나 있었다는 게 오히려 부럽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합니다.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에르도안이 이런 주장을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입니다. 그러면서 금리를 낮게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에르도안은 2023년 5월 재선에 성공하자 갑자기 기준금리를 어마어마하게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47%까지 올렸습니다. 폭풍 상승이었죠. 그 결과 튀르키예 경제는 지금 후폭풍으로 엄청난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저금리를 유지한 동안의 호황은 가짜였고, 일종의 사기극에 불과했습니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자 어쩔 수 없이 금리를 한꺼번에 올렸고, 에르도안은 지금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금리를 낮췄을 때 튀르키예 주가는 2년 동안 무려 6.5배 올랐습니다. 제가 강연에서 "최근 세계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어디일까요?"라고 퀴즈를 내면 대부분 미국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정답은 튀르키예입니다. 금리를 무리하게 끌어내리자, 사람들은 돈을 어디에도 쓸 데가 없었습니다. 튀르키예에서는 달러를 사는 것도 제한되어 있어서 살 수 있는 게 주식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식에 돈이 몰려 주가만 폭등했습니다. 2022년 1월에 1,600선이었던 주가지수가 크게 넘어서는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렇다고 튀르키예 경제가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국민들은 이 기간 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이유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책금리를 낮춰 놓으니 물가가 폭등했습니다. 80%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기록했고, 최근에 기준금리를 47%까지 올리고 나서야 물가상승률이 64%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64%도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지금 튀르키예 사람들은 기준금리 40~47%라는 엄청난 금리에, 물가는 64% 오르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뭐 합니까. 삶은 완전히 피폐해졌습니다. 이런 엉터리 주장으로 에르도안 자신만 재선에 성공했을 뿐, 결국 튀르키예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기간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5년 동안 5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주가보다 통화가치가 더 떨어졌는데, 정부가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달러를 엄청나게 날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날아간 달러 때문에 억지로 환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합니다. 지금 튀르키예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 직전 7%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1년 만에 47%까지 올린 이유는 명확합니다. 억지로 금리를 낮췄다가 결국 경제가 역풍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4월 1일자 기사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야당이 대승을 거뒀고, 20년 장기 집권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은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가짜로 만든 저금리 호황이 역풍이 되어 경제를 타격했고, 결국 정치적 참패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런 일은 튀르키예 같은 개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저는 굳게 믿어 왔습니다. 초강대국이자 선진국이고,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생각했던 미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엉뚱한 주장이 이제는 미국 재무장관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KBS에서 9년 동안 '세계는 지금' 특파원 보고에 출연하던 시절, 에르도안의 엉뚱한 주장이 나왔을 때 저는 계속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비판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에서 막강한 권위를 가진 옐런 장관이 에르도안과 똑같은 주장을 하니까, 제가 비판했던 게 부끄러워집니다. 금리를 낮춰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옐런이 무슨 주장을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포춘지 기사 제목은 이랬습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 다른 것은 다 잡았는데 집값만 못 잡고 있다. 이것만 잡으면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집값이 비싼 이유를 높은 이자율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금리가 너무 높아서 주택 공급이 부족해졌고, 그래서 주택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겁니다. 금리를 낮추면 건설업자들이 돈을 빌려 집을 지으니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물가도 낮아진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금리만 파월 연준 의장이 빨리 낮추면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나온 주장이라는 게 황당할 따름입니다.
옐런의 주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옐런은 미국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도 이를 기사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옐런이 말한 펀더멘털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일 발표된 4월 고용보고서, 즉 비농업 일자리 수치를 보고 주식시장은 크게 환호했습니다. 나스닥을 중심으로 주가가 2%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 고용지표를 잘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원래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24만 명 증가였습니다. 그런데 미 노동부가 실제 발표한 수치는 17.5만 명이었습니다. 6.5만 명이 적었던 것입니다. 이를 본 시장은 "드디어 과열이 끝났구나,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줄겠네, 그러니 금리가 낮아지겠다"고 판단하며 환호했습니다. 그런데 이 6.5만 명의 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가 중요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이 쪽집게처럼 정확히 맞춘 예상치는 24만 명이었습니다. 6.5만 명이 줄어든 것은 오직 옐런 때문입니다.
3월 고용 수치를 보겠습니다. 민간 부문에서 24.3만 명, 정부 부문에서 7.2만 명이 늘었습니다. 4월에는 민간 부문도 조금 줄었지만,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범위였습니다. 전문가 예상과 어긋난 것은 정부 고용이 0.8만 명, 즉 8,000명으로 줄어든 부분입니다. 옐런이 작정하고 4월에 정부 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고용을 줄인 것입니다. 정부 부문에서만 6.4만 명이 줄었으니,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린 것은 당연합니다. 이 수치 때문에 주가가 오르자 "이거 마사지했네"라는 말이 나옵니다. 옐런이 왜 작정하고 고용지표를 조정했을까요? 금리를 낮추도록 파월을 압박할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옐런은 두 가지 명분을 준 셈입니다. 첫째, 미국 물가가 높은 이유는 임금이 올라서입니다. 임금이 오르고 서비스 가격이 오르고 다시 임금이 오르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니, 고용지표를 스스로 악화시켜 6.4만 명을 줄인 겁니다. 둘째, 집값이 떨어지지 않아 물가를 못 잡으니, 금리만 낮추면 주택 공급이 늘어 집값이 떨어지고 물가도 떨어진다는 기적의 논리를 편 것입니다. 그런데 금리를 낮추면 주택 공급도 늘겠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돈을 빌려 집을 살 여건이 되니 더 많은 집을 사게 됩니다.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인보다 끌어올리는 요인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가 저금리를 유지했을 때 집값이 폭등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금리를 낮추면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옐런의 주장은 사실상 에르도안의 논리와 똑같은 말도 안 되는 논리입니다.
후진국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조롱해 줬을 텐데, 미국 재무장관이라 차마 조롱까지는 못 하겠습니다. 제가 알던 옐런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기적의 논리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도록 바이든을 당선시키기 위해 이제는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5일 일본이 드디어 외환시장에 개입했습니다. 그러면 돈을 어디서 꺼내야 할까요? 지식한방 25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이 엔화 시장에 개입하려면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합니다. 그러면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게 됩니다. 옐런 입장에서는 큰일입니다. 바이든을 당선시키기 위해 앞으로 천문학적인 국채를 7, 8월에 발행해야 하는데, 금리가 올라가 있으면 옐런의 바이든 당선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겁니다. 일본이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를 선택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본은 엔화 시장 개입에 아주 적극적입니다. 그래서 엔화 가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국채를 팔아버리면 큰일이니 옐런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꼼수를 내놨습니다.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인데, 어렵게 말하면 미국 국채 바이백입니다. 과거에는 양적완화를 통해 연준이 미국 국채를 사줬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돈을 찍어 국채를 사주면 물가가 치솟기 때문에 연준은 국채를 사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미국 재무부는 4월 3일 이후 미국 국채를 상환할 때 쓸 돈을 미리 당겨서,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자기가 다시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런 황당한 짓까지 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를 억지로 4.7%에서 4.5%까지 끌어내렸습니다. 그러자 주식시장은 "국채 금리도 내려가고, 고용시장도 악화됐으니 좋다"며 환호했습니다. 모두 옐런이 만들어낸 꼼수입니다. 옐런이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튀르키예는 그렇다 쳐도 미국이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튀르키예를 흉내 내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강력한 달러 패권국 미국이 튀르키예를 흉내 내면, 첫째, 미국 인플레이션을 다른 나라로 떠넘길 수 있습니다. 흔히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고 표현하는데, 달러 가치를 높여서 다른 나라에 인플레를 떠넘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튀르키예와 달리 미국은 이런 황당한 짓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패권국이라고 무조건 최강은 아닙니다. 슈퍼맨에게 크립토나이트라는 약점이 있듯이, 강력한 달러 패권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이 기간 동안 리라화 가치를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얼마든지 저금리 정책을 쓰면서 물가 상승을 용인하고 주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 패권을 지켜야 한다는 엄청난 약점이 있습니다. 만약 튀르키예 리라화처럼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달러 패권은 무너집니다.
미국에게는 강점과 약점이 모두 있습니다. 옐런의 작전이 앞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식한방에서 계속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시간이 다 됐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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