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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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편중 투자에 대한 대안으로 '부의 갈림길' 개념을 제시. 2010~11년 미국 양적완화(장기금리 억압)와 유럽 금리인상의 분기를 예로 들고, K자 양극화·환율·지정학(중동전쟁)·에너지(엑손모빌 vs 나스닥 성과 비교)가 향후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 설명. 특정 종목·지수의 단기 가격 예측은 명시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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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는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테크가 좋은가 나쁜가로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축이 하나 더 생깁니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도 이 흐름이 계속될 거라고 보고 이것만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까요? 이번에는 그 질문을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 책 제목이 '부의 갈림길'이기도 하니, 대표적인 사례부터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경기가 나쁘면 금리를 낮춰 경기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08년에 금융위기가 왔고, 이후 회복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여기서 미국은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양적 완화를 택했습니다. 장기 국채를 사들이며 돈을 풀어 준 것입니다. 돈의 공급이 늘어나면 금리, 즉 돈의 값은 떨어지게 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정해지니까요. 그래서 양적 완화로 장기 금리를 바닥에 붙여 버렸습니다. 이것이 미국이 쓴 전략입니다.
유럽은 다른 방법을 씁니다. 장기 금리를 낮추려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자체를 꺾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단기적으로 금리를 세게 올려 물가 기대를 소멸시키고, 물가가 안정되면 장기 금리도 다시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게 만든다는 해법입니다. 두 나라의 해법이 서로 다른 셈입니다. 미국은 직접 돈을 풀어 장기 금리를 누른 반면, 유럽은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기대를 없애고 금리가 자연스럽게 내려오도록 유도했습니다.
2010년과 2011년에 미국은 2차 양적 완화를 하며 돈을 대규모로 풀었고, 유럽은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한쪽은 돈을 풀고 한쪽은 긴축을 한 것이니, 그때가 하나의 갈림길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수로 보겠습니다. 2000년 1월 1일을 100으로 놓았습니다. 빨간색은 S&P 500 지수이고 파란색은 유로스톡스 50 지수입니다. 2010년 이전에는 두 지수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2010년 무렵 정책이 갈리면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긴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선택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쉽게 긴축을 택하지 못하고, 결국 계속 돈을 푸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사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때 우리는 어디에 베팅했어야 했을까요? 미국입니다.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과거에 이것이 대박이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10년 후인 2036년에 지금의 2026년을 돌아봤을 때, 그때도 지금의 아베노믹스 같은 큰 갈림길이 될 이벤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2012년에 살고 있다면 아베노믹스 같은 사건을 찾아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그런 후보가 될 만한 것이 있을까요? 트럼프 행정부가 만들어 내는 격렬한 변동성은 과거에 우리가 봤던 것과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요소들을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첫 번째는 K자 경제입니다. K자 경제는 양극화를 뜻합니다. 앞으로 양극화는 줄어들 것 같습니까, 심화될 것 같습니까? 심화되겠죠. K자 경제에서 상단에는 잘 나가는 산업과 부자 계층, 자산가들이 있고, 하단에는 서민과 일반 구경제 산업이 있습니다. 이 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환율이 오른다고 해 봅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뜁니다. 물가가 오르면 모두가 고통스럽습니다. 그런데 상단에 있는 사람들은 달러 자산이 있으니 환율이 오르면 자산이 함께 올라 웃을 수 있습니다. 하단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자산이 없습니다. 그러니 물가 상승을 그대로 맞게 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큰데, 금리가 오르면 둘 다 힘들겠지만 상단에는 예금도 있을 것이고 하단에는 적을 것입니다.
교과서에서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유리해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제품 가격이 싸져서 수출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출은 누가 할까요? 주로 대기업이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수출을 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내수 서민이십니까? 주가도 많이 오릅니다. 주가가 오르면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해집니다. 그런데 주가 상승으로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면 물가가 또 오릅니다. 물가 상승은 모두에게 힘든 일이지만, 자산 가격이 오른 사람에게는 그래도 괜찮을 것입니다. 결국 양극화를 확대시킵니다.
그러니 환율이 계속 오르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여러 이유로 쉽지 않습니다. 억제를 해야 하는데, 과연 억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K자의 하단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투자의 관점에서만 보면 질문이 이렇게 됩니다. 양극화가 더 확대될 것 같으니 여기에 투자해야 할까요, 저기에 투자해야 할까요?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면 신경제에 투자해야 할까요, 구경제에 투자해야 할까요? 신경제가 좋아질 것 같으니 지금 사야 할까요, 나중에 사야 할까요? 그런데 모두가 이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양극화 확대 속도가 조절되는 국면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K자의 상단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K자의 어느 쪽에 있느냐보다, 상단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역사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 같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상단에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미국 달러 투자에 대한 갈림길도 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미국의 부채 위기로 망한다는 괴담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미국 투자는 큰일 나는 것일까요? 그런데 미국에 투자하는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지금 미국만 예외적으로 강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계속 미국만 투자해야 할까요, 아니면 미국의 리스크를 보면서 다른 곳도 봐야 할까요? 미국 이외의 곳에서도 기회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은 다릅니다. 과거에 미국은 전 세계의 큰 형님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린란드를 내놓으라고 하고, 방위비를 나누자고 합니다. 시장을 분석하다 보면 이런 모습에 많이 놀랍니다. 그렇다면 미국이라는 국가를 바라보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평판과 리스크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도 갈림길입니다.
지정학적 분쟁도 하나의 갈림길입니다. 전쟁이 터지자 며칠 만에 코스피가 20%씩 빠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도 "지금 조정이 왔는데 저러다 또 폭락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하면 안 되는 걸까요?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면 주가는 올라갈 것입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주가는 폭락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2022년에 나스닥 100 지수가 16,500에서 10개월 동안 약 35% 빠졌습니다. 일찍 끝나면 대박이고, 오래가면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섭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투자자분들이 "전쟁이 언제 끝나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여러분이 웃으시는 이유는 제가 그걸 모른다는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언젠가는 전쟁의 영향이 희석되는 시기가 오고, 그때는 반등할 것입니다. 1년 단위로 보면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5년 단위로 보면,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이 끝났을 때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그것을 알려면 전쟁 이후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답해야 합니다. 코스피에서 반도체만 오른 것이 아니라 건설주도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재건 수요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재건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저는 에너지와 물가 쪽에서 변화가 클 것 같습니다. 전쟁이 끝나서 유가가 조금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첫째, 중동 지역의 가스 시설이 많이 파괴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다고 예전만큼 원활하게 공급이 바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둘째, 통행료가 나올 것 같습니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통행료를 60일간 면제한다고 하는데, 61일째에는 어떻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상 통행료를 받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에너지를 가진 국가들의 힘이 세질 것입니다.
여러분이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면 엔비디아가 떠오르십니까, 엑슨모빌이 떠오르십니까? 대부분 엔비디아일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테크주의 대표이고, 엑슨모빌은 에너지주의 대표입니다. 2020년 1월 1일을 100으로 놓고 테크주와 에너지주 중 누가 더 많이 올랐는지 비교해 보겠습니다. 2020년 이후에는 에너지주가 많이 따라왔습니다. 그래도 테크가 더 올랐습니다. 우측 그래프는 2010년 1월 1일부터 비교한 것입니다. 15년간 차이가 아주 큽니다. 미국의 셰일 혁명은 하나의 갈림길이었고, 중국의 수요 증가도 갈림길이었습니다. 중동 전쟁 이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까요, 아니면 변화가 나타날까요?
2000년부터 보면 어떨까요? 이 시점에서 어디에 들어가는 것이 좋았을까요? 엑슨모빌이었습니다. 20년을 돌아보니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당장은 그 갈림길이 눈앞에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중국의 성장이 너무 강해서 전 세계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고, 셰일 혁명은 아직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에너지는 그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이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것만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까요? 아니면 중동 전쟁이 하나의 갈림길이라면, 포트폴리오에 다른 자산도 담아 봐야 할까요? 이런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테크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도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테크가 좋은지 나쁜지로 비교했습니다. 이제는 에너지라는 축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테크 축과 에너지 축을 함께 보면 2×2 행렬로 네 가지 그룹이 나옵니다. A 그룹은 테크도 되고 에너지도 되는 경우이고, B 그룹은 테크는 되는데 에너지는 안 되는 경우, C 그룹은 테크는 안 되는데 에너지는 되는 경우, D 그룹은 둘 다 안 되는 경우입니다. 한국은 B에 해당합니다. A에 해당하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테크도 되고 에너지도 됩니다. 테크 투자는 나스닥이고, 둘을 포괄하는 것은 S&P 500입니다. 퇴직연금에서는 나스닥에 투자하시겠습니까, S&P 500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상 일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중동 전쟁이 하나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책에는 A, B, C, D를 1그룹, 2그룹, 3그룹, 4그룹으로 나눠 정리해 두었습니다. 에너지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 강조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에 지금의 이 사태를 돌아봤을 때, 공급망을 크게 흔든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을지도 모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부의 갈림길로 제가 다섯 가지 정도를 제시했습니다. 오늘은 그중 첫 번째와 네 번째를 간단히 짚어 드렸습니다. 10년, 20년 후에 지금을 돌아봤을 때 "그럴 줄 알았다"라고 생각할 만한 포인트들이 이 다섯 가지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읽어 보시면서 투자나 경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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