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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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층 건물 경쟁과 반도체 낸드플래시의 적층(단) 경쟁을 비유로 설명. SK하이닉스가 321단 낸드를 공개해 기술 경쟁에서 앞서 있고, 적층은 웨이퍼 면적 대비 성능·경제성을 높인다고 주장. 다만 2023년 시장 상황은 악화(삼성 매출 감소, 하이닉스 대규모 적자·생산 10% 축소)이며, 인공지능 수요 확대로 고성능 반도체의 중장기 수요는 유망하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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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는 경쟁은 정말 치열했습니다. 1931년에 지어진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그때는 세계 1위 높이를 자랑했지만, 2023년 이후 아시아와 중동을 필두로 높은 건물들이 계속 지어지면서 지금은 48위로 밀려났어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이고, 한국의 롯데월드타워가 5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들도 뛰어들었습니다. 가장 높은 건물이 아니라, 역사상 가장 어려운 건축물을 짓는 경쟁에 약 10년 전부터 참여해서 지금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반도체는 어떤 건축물보다도 복잡하고, 어떤 건축물보다도 높습니다. 롯데월드타워가 총 123층이라면, 2023년 8월 9일 SK하이닉스는 역사상 가장 높은 321단 낸드 샘플을 전 세계에 공개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238단이었다는 거예요. 1년 만에 80단 이상 높아진 엄청난 쾌거를 달성한 거죠. 건축물 높이 세계 1위는 아랍에미리트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가장 높이 쌓고 있고, 한국 기업들이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반도체를 높게 쌓을까요? 첫 번째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예요.
반도체는 동그란 피자 판 같은 웨이퍼에서 만들어집니다. 웨이퍼의 면적은 정해져 있어요. 정해진 면적에서 최대한 높은 성능을 내고 돈도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 강남은 땅덩어리가 한정되어 있지만, 강남이 강한 이유는 우수한 인재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남의 파워를 늘리려면 한정된 땅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일하게 만들어야 하겠죠. 그 답은 오피스 빌딩을 엄청나게 높게 짓는 거예요. 땅은 제한되어 있어도 빌딩이 높아지면 더 많은 인재가 강남에서 일할 수 있으니까요.
반도체를 위로 쌓는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여러분이 강남에 100평짜리 땅을 가지고 있고,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봅시다. 최대한 높게 지어서 최대한 많은 세입자를 받는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죠.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웨이퍼의 크기는 정해져 있으니,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지면 웨이퍼 안에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고, 만들어진 반도체를 위로 하나하나 쌓으면 좁은 면적에서도 높은 층수를 쌓을 수 있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USB를 분해해 보면 이런 모습인데, 여기 이것이 바로 낸드입니다. SSD도 분해해 보면 이런 모습이고, 낸드가 이렇게 들어가 있습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아 있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제가 지금 외장 SSD에 전원을 넣어 두지 않았지만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듯이 말이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옥사이드 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압을 적절히 걸어주면 밑에 있던 전자들이 옥사이드 벽을 뚫고 플로팅 게이트로 들어가요. 한번 들어간 전자들은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원이 없어도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거죠.
SK하이닉스는 작년에 현존 최고층이었던 238단 낸드를 만들어 냈고, 올해 8월에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낸드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불과 4년 전에 SK하이닉스가 128단 시제품을 발표했고, 3년 전에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176단 제품을 출시했는데, 벌써 321단이 되어버린 거예요. 이 기술 발전 속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삼성은 2030년까지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높게 쌓음으로써 어떤 점이 좋아졌을까요? SK하이닉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전 세대보다 생산성이 무려 59% 높아졌습니다.
사실 낸드를 위로 쌓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였어요.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우리가 1등이다"라고 겨루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누가 더 높이 쌓느냐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을 대한민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많이 쌓았는지만 본다면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 있어요.
삼성전자는 2022년 11월 23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작년 7월쯤 232단 출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SK하이닉스는 321단으로 가장 앞서 있는 셈이죠. 다만 삼성전자 측에서는 낸드를 높게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기술력의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송재혁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 실장은 삼성전자는 한 번에 100층을 쌓을 수 있고 구멍 10억 개를 뚫을 수 있다며 안정성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건물을 높게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층에서도 안정적이어야 하고, 좋은 철근을 많이 쓰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아무리 높아도 금방 무너져 버리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물론 이렇게 좋은 기술이 많지만, 시장 상황은 지금 좋지 않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삼성전자 낸드 매출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하반기 낸드플래시 생산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고, SK하이닉스도 상반기에만 약 6조 원의 적자를 내면서 낸드 생산량을 10% 정도 줄이기로 했어요.
그럼에도 이 기술들은 결국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날씨가 아주 맑아 보여도 곧 비가 올 것을 알고 미리 질 좋은 우산을 준비하는 사업가는 큰 돈을 벌게 되겠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공지능 시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챗GPT를 생각해 보세요. 이런 인공지능은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탑재해야 하고, 용량이 클수록 유리합니다. 거기에 적합한 반도체를 만들려면 위로 쌓아야 하고, 많은 데이터를 서로 송수신해야 합니다. 용량이 클 뿐만 아니라 속도도 빨라야 하죠.
예를 들어 뛰어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고 합시다. 자동차는 성능도 중요하지만 디자인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엔진 개발팀은 용인에 있고 디자인팀은 서울에 있다면, 서로 협력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회의 한 번 할 때마다 강남에 가서 미팅을 잡아야 하고, 이동하는 물리적인 시간도 오래 걸리겠죠. 그런데 엔진 개발팀과 디자인팀이 같은 건물에 있다면, 엔진 개발팀이 2층에 있고 디자인팀이 12층에 있어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쉽게 만날 수 있으니 훨씬 빠를 겁니다. 그리고 이 건물이 극단적으로 1,000층이라서 한 건물에 수십만 명이 함께 일한다면, 업무 처리도 훨씬 빨라지고 품질도 좋아지겠죠. 앞으로 전자산업의 경쟁은 얼마나 좋은 인공지능을, 얼마나 좋은 반도체로 만드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이런 기술에 투자하고 생산하는 것이 손해일 수도 있지만, 미래에는 손해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미리 좋은 우산을 준비해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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