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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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이더리움을 통해 금융 패권을 재편하며 비트코인은 시작의 끝 국면이라는 주장. 비트코인 하락은 경기순환상 자산 거품 정리 과정이며 미국 전략자산 비축(압수 물량 미매각)과 제도화가 진행 중이라고 봄. 이더리움은 미국 금융의 전령으로 가속 전망, 리플(XRP)은 기업형 블록체인 선두로 평가. 면책조항(디파이 개발자 보호)이 금리 조항보다 중요하다고 강조. 1천만원 보유 시 당장은 현금 보유, 비트코인 55천달러 부근 대량 매수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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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네, 크롱님들 반갑습니다. 박종환입니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초대 손님을 모셨습니다.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면 제가 가장 먼저 모셨던 분인데, 그동안 저희 채널이 인터뷰 콘텐츠를 덜 지향했고 교수님이 워낙 바쁘셔서 잘 모시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오셨습니다. 오태민 교수님, 안녕하세요.
오태민: 안녕하세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종환: 교수님 뵌 지 2년 만인 것 같습니다. 처음 초대하셨던 분들께서 저와 교수님이 이렇게 수다 떠는 걸 많이 좋아하셨는데, 그동안 서운해하셨을 겁니다. 이제 교수님을 모시고 시장 상황을 속 시원하게 여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황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태민: 저는 한양대학교에 '비트코인 화폐 철학과'라는 과정을 만들어서 지금 3학기째 학생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같은 과목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매번 과목을 바꿔서 하다 보니 책을 계속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일주일에 하루 강의하러 가면 나머지 2, 3일은 강의 준비를 해야 해서 영상 출연을 많이 못 했습니다.
박종환: 그럼에도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태민: 안 놀면 됩니다. 저는 글 쓰는 게 노는 거예요. 매일 운동하는 것 빼고는 글 쓰고 AI랑 주로 놉니다. AI가 워낙 좋으니까요.
박종환: 최근에 내신 책들, 『비트코인 없는 미래는 없다』, 『이더리움 없는 미래는 없다』, 『RWA 없는 미래는 없다』를 보면 많은 분들이 아직도 교수님을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알고 계신데, 주제가 굉장히 넓어지셨습니다. 화폐 철학과 학생들과의 치열한 연구 덕분 아닌가 싶은데요.
오태민: 맞습니다. 저보다 나이 드신 분도 계시고 어린 분도 계시는데, 그분들은 비트코인보다 크립토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 관심이 많고 실행력도 저보다 좋습니다. 게임도 하고 온체인 금융도 하니까 제가 많이 배웁니다. 우리 수업은 노트북을 들고 가서 AI를 써야 합니다. AI와 교수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같이 지식을 생산하는 거죠.
박종환: 이번에 내신 『달러 역설』은 처음 교수님을 모셨을 때의 『비트코인과 달러의 지정학』과 키워드가 겹치는데 차이가 있을까요?
오태민: 그 사이에 미국이 움직였죠. 전작에서는 미국이 그런 방향으로 갈 거라고 예언했다면, 이번 책은 3년이 지나면서 미국의 행보가 실제로 증명됐기 때문에 훨씬 정교한 틀로 현재 일어나는 일을 분석했습니다. 예측 없이도 독자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박종환: 투자자분들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시는 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왜 비트코인이 하락하는지일 겁니다. 오늘 새벽에 진정되나 싶었는데 아침에 또 떨어지고 있더라고요. 6만 달러가 깨지느냐 마느냐가 관심사인데, 비트코인만 안 좋다면 저희가 면피라도 할 텐데 지금은 다 안 좋잖아요. 댓글 보면 "당신 때문에 비트코인 사느라 하이닉스, 삼성전자 못 샀다"는 말도 있고요.
오태민: 끝났다고 봅니다. 2026년에 끝났어요. 크립토는 끝났는데 '시작의 끝'입니다. 지난 17년 동안 이 세계는 사람들을 반신반의하게 만들었고, 의심은 했지만 신뢰도 받았습니다. 존재감이 엄청났다는 걸 보여준 거죠. 작은 점에서 시작한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이더리움이 가세했고, 더 많은 프로젝트가 붙으면서 수많은 실패와 거품이 있었지만 이제는 미국과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제가 준비 중인 후속작 제목은 『한국 금융 망했다』입니다. 왜 망했냐면, 비트코인이 1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경로 의존적인 거고요. 여러분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시작을 보게 될 겁니다. 첫 번째 서막이 끝나가고 있는 거죠. 가격이 무너지는 건 그 과정입니다.
박종환: 구독자분들께 희망을 주는 메시지네요. 왜 지금이 '시작의 끝'인가요? 결국 이 끝이 다시 시작을 위한 포석이라고 하셨는데, 그 중심에는 미국의 의지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오태민: 본진은 미국의 금융 대전환이고, 그 전령은 이더리움이 될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은 역할이 있었어요. 비트코인이 보여준 건 "미국도 우리를 뽑을 수 없고, 어느 나라도 우리를 누를 수 없다. 진압하거나 무시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포섭해야 할 세계"라는 인식을 미국 엘리트들에게 심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무엇으로 이 세계를 접수할 것인가? 여기서 이더리움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보인 거죠.
이게 스무스하게 연결됐다면, 비트코인 고래들의 물량을 미국 기관들이 받아내면서 올해 여러분이 겪은 공포장세는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너무 오래 끌었던 고래들이 일찍 지쳐버렸죠. 미국은 지금 제도화를 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씨름 중입니다. 본격적인 유동성이 들어오기 전이고, 그래서 시작이 끝인 거죠.
박종환: 저도 시장의 펀더멘털은 좋다고 늘 말씀드리지만, 가격이 왜 못 따라가는지 말씀드릴 때 과거의 주체와 새로운 주체 사이의 충돌, 구조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얘기해 왔습니다. 결국 이 흐름은 잘 봉합될 수밖에 없다고 보시는 거네요.
오태민: 누군가에게는 기회죠. 경기 순환이라는 게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기순환론에 따르면 억지로 경기를 부양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면 침체 속에서 많은 찌꺼기가 정리됩니다. 잘못된 투자나 자산 거품 때문에 생산적인 일이 시작되기 어려웠던 것들을 정리하려면 가격이 꺼져야 해요. 그래야 새로운 가격에서 더 좋은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자산을 줍줍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트코인을 팔아서 요트 사고 세계 여행 다니고 섬을 사는 비생산적인 손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생산적인 손으로 옮겨가는 과정입니다. 가격이 내려와야 참여가 시작되니까요.
박종환: 또 하나 궁금한 부분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다른 방송에서 말씀하셨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요즘 비트코인 언급은 잘 안 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면에서 얘기하고 있죠.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려는 것과 비트코인으로 하려는 방향성이 차이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오태민: 미국이 비트코인을 버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방어적이에요. 비트코인의 속성상 미국이 적극적·전략적으로 이용하기엔 미국에게도 너무 아픈 칼이거든요. 그래서 제도화를 통해 미국 금융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많이 담도록 하고, 체이널리시스 같은 회사들이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고 장악할 수 있을 때까지 제도화를 진행하는 겁니다. 트럼프 측 아젠다도 그쪽이고요. 미국의 부채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한다는 건 먼 이야기입니다. 그건 트럼프가 세상에 없을 때 빛을 보는 방식이거든요.
단순 계산을 해보면, 트럼프 임기 동안 미국이 비트코인 100만 개를 확보하고 비트코인이 연 25%, 미국 부채가 연 15%씩 성장한다면 2050년쯤 비트코인 자산가치가 미국 부채의 15~20%를 담당하게 됩니다. 거기서 10년만 더 가면 1대 1이 되고요. 그런데 트럼프의 성향과는 안 맞습니다. 트럼프는 자기가 죽고 동상이 세워지는 데 관심이 없어요. 살아 있을 때 뭔가 이뤄져야 하니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되는 거죠.
지금 미국의 장기금리가 잡히지 않는 이유도 미국 국채가 인기가 없어서입니다. 국채를 팔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전 세계 안방까지 실어 날라야 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실제로 전 세계 안방까지 들어갑니다. 원화 대신 달러를 쓰기 위해서 쓰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의 매력적인 금융과 연결되면 미국 국채, 미국 주식, 엔비디아를 사기 위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게 되죠. 나이지리아의 안방까지요. 이 그림이 트럼프 임기 중에 일어날 것이고, 이미 발생하고 있습니다.
박종환: 민주당은 이걸 안 좋게 보겠네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게 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정치적으로 버티고 있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한국 크립토 전문가들이 잘 지적을 안 하는데, 이번 클래리티 법안에서 엘리자베스 워런이 세게 건 부분이 면책 조항이라고 하셨죠?
오태민: 네, 면책 조항이 아주 중요합니다. 디파이의 핵심은 스마트 컨트랙트로 금융 상품을 만든다는 건데, 개발자나 프로그래머가 고객 자산을 보관하지 않는 비수탁형이라면 면책을 주자는 게 공화당과 업계의 의지입니다.
토네이도 캐시 사례를 보면, 바이든 정부가 토네이도 캐시를 동결하고 개발자 로만 스톰을 기소했습니다. 배심원단은 송금업 무면허 혐의에 유죄를 냈고, 자금세탁 혐의는 평결 불성립이 나왔죠. 그래서 개발자들이 벌벌 떠는 겁니다. "나는 망치를 만든 사람인데, 망치로 누가 살인을 했다고 나를 살인죄로 기소하는 거냐"는 거죠. 엘리자베스 워런 일파는 이 면책에 엄청 시비를 겁니다. 이게 이자율보다 훨씬 중요한 핵심이에요. 이자를 주느냐 마느냐 문장을 넣어도 디파이에서는 얼마든지 이자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자를 못 주게 하는 문장을 넣고 면책 조항을 빼버리면 기소가 가능해집니다.
박종환: 그러면 많은 분들이 트럼프 윤리 조항이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면책 조항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오태민: 그렇죠. 이게 되면 한국은 망하는 겁니다.
박종환: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될지 말지 얘기가 많은데, 워런 등 반크립토 진영이 면책 조항을 붙잡고 있으면 중간선거 전에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오태민: 이 세계는 17년 동안 사람들이 머리로 만든 세계라서 타협할 수 있습니다. 면책 조항도 타협안이 있을 수 있어요. '멘스레아(mens rea)'라는 법률 용어가 있습니다. 죄의식, 즉 의도를 가지고 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개념인데, 이게 웃긴 게 "이 프로그램은 자금세탁용이다. 그런데 너는 몰랐다고? 증명해봐"라는 식이거든요. 모르는 걸 어떻게 증명합니까? 불가능하죠. 포커 게임을 만든 사람은 포커를 하라고 만들었지만 도박에 쓰는 사람의 마음까지 책임지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이걸 넣어서 타협하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이 세계는 빠져나갈 방법이 많아요. 프로그램의 세계니까요.
박종환: 또 시장이 두려워하는 건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나는 이자 타협 못 하겠다"고 말한 것인데,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오태민: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게 미국의 의지입니다. 제가 '달러 퓨전스(Dollar Fusion)'라고 표현하는데, 이걸 세우려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려면 크립토 금융이 필요해요.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그 희생자가 미국의 은행들이에요. 미국 은행들이 희생을 당한다는 건 우리나라 은행들은 볼 필요도 없다는 뜻입니다. 미국 은행에서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는 거죠. 정치적인 건 상황에 따라 바뀌니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번에 안 되더라도 미국이 민주당으로 바뀌더라도 이건 해야 합니다. 미국이 힘을 다 소진해버렸거든요. 기존 전통 금융으로는 지금의 달러 패권을 못 지켜요. 결국 미국이 금융 질서와 자신들의 패권을 지키려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 진행형이고 많이 진행됐다고 보시는 겁니다.
박종환: 미국의 의지를 좀 더 확인해보고 싶은데, 비트코인 전략 비축 법안도 최근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이 비트코인 약 100만 개를 모아서 팔지 않겠다는 논리인데, 이건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오태민: AI에게 물어보고 제 기억도 더해서 정리해보면, 미국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비트코인이 50만 개가 넘고, 그중 20만 개를 팔았다고 합니다. 지금 30만 개 정도 있는데 헐값에 판 것들도 있어요. 트럼프 정부 초기에 전략 자산을 시작하면서 "무슨 돈으로 비트코인을 모으냐"가 화두였는데, 미국의 답은 굉장히 심플합니다. 세금 중립적이라는 거예요. 세금으로 모으진 않고, 안 파는 방식으로 모은다. 무엇을 안 파냐? 범죄 과정에서 압수한 걸 안 판다는 거죠. 미국 수사 관할권은 전 세계고, 그럴 능력이 있는 유일한 나라니까 전 세계 범죄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압수할 가능성이 있죠. 그러니 100만 개를 채우고 안 팔면 됩니다.
박종환: 그러니까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왜 적극적으로 안 해주냐고 실망감을 보였는데, 결국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미국이 가능한 방법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오태민: 그렇죠. 트럼프 행정부 시작 때 10만 몇천 개를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 천주 씨에게서 바로 뺏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이 어떻게 뺏었는지 말하지 않아서 오히려 불안해합니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파훼한 거 아니냐?"라는 얘기까지 나오죠. 외계인에게 기술을 전수받아서 미국 전투기가 그렇게 좋다는 식의 음모론처럼요.
(웃음) 2015년쯤 기억하는데, 누군가 평소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의 채굴을 한 적이 있었어요. 확률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다들 뒤집어졌죠. 가능한 해석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외계인이 한 거라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한번 보여준 거라는 것. 두 번째를 택하면 모든 게 꼬이고 진짜가 되죠. 작년에 천주 씨 자산을 뺏었을 때 미·중의 해커 그룹은 "미국이 지갑을 해킹한 거다"라고 주장했어요. 지갑 해킹은 비트코인의 가장 중요한 개인 지갑 보안이 뚫렸다는 뜻인데, 그건 아닐 겁니다. 팔란티어와 함께 오프체인 정보를 조합했을 가능성이 크죠. 생일, 친구 관계, 애인 생일 같은 정보를 모두 조합하면 찾을 수 있으니까요. 비트코인의 비밀을 턴 게 아니라 천주 씨의 노트북을 턴 겁니다. 일반 지갑은 비밀키를 모르고 노트북에 있는 암호키나 핀 번호로 쓰니까요. 우리가 그렇게 추론하는 거죠. 미국이 말을 안 하니 모르지만요.
박종환: 이번 신간에서 소름 돋았던 대목이 양자 컴퓨터 위협에 대한 부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양자 컴퓨터 위협이 현실화될 때 미국 정부가 보안을 명분으로 비트코인을 하드포크할 수 있다고 예측하셨는데, 어떤 이야기인가요?
오태민: 최근 제가 더 떠들기 시작한 내용입니다. 보통 양자 컴퓨터 위협이라고 하면 비트코인이 뚫려서 망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비트코인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2012년에 이미 비탈릭 부테린이 비트코인 세계에서 양자 컴퓨터 관련 논문을 썼어요. 양자 컴퓨터 논쟁을 처음 일으킨 게 비탈릭이 18살 때입니다. 여러분 18살 때 뭐 하고 계셨어요? 그런 인간계가 아니라 신들의 세계가 있었던 거죠. 제가 인간계에서 처음 들어온 부류 중 하나고, 제 전에 신들의 세계가 끝난 겁니다. 신화시대죠. 거인들의 세계였던 그때 이미 정기 채굴, 양자 컴퓨터 위협은 다 정리가 됐어요. 연역적으로 새로 공부하실 게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인간계 대표로서 말씀드리면, 양자 컴퓨터가 비트코인을 무너뜨리지는 못해도, 양자 컴퓨터를 명분으로 비트코인의 고유한 역사성을 이용하면 미국이 해먹을 수 있습니다. 이 얘기는 2015년부터 해왔어요. 그전에 우리나라 대기업이 해먹자는 주장을 하면서 모빅 프로젝트 같은 게 나왔고, 비트코인 하드포크와 공공재를 털어먹는 방식을 사람들이 이해 못 해서 제가 직접 보여줬습니다. 매우 심플하죠. 다만 그걸 '비트코인'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뿐이에요.
예를 들어 "옛날 비트코인을 보니 양자 컴퓨터가 털어갈 수 있는 게 200만 개나 있다. 중국이 양자 컴퓨터를 먼저 만들어서 사토시 나카모토 물량까지 털어 시장에 던지면 좋겠냐 나쁘겠냐"고 비트 맥시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마이크 세일러에게 "너 이거 좋아?" 하면 좋다고 하겠어요? 싫다고 할 거죠. 양자 컴퓨터를 중국이 먼저 만들 가능성이 있고, 그걸로 털면 비트코인이 망합니다. 그러니 하드포크를 해서 양자 컴퓨터가 건드리지 못하는 키로 옮기자고 설득하는 거죠. 사토시 나카모토의 110만 개, 마약범들의 물량, 죽은 사람의 물량, 영국에서 아직도 찾고 있는 하드디스크 같은 것까지 합쳐서 200만 개를 '공공재'로 만들고, 휴먼 파운데이션 같은 재단을 만들어서 비트코인만을 위해 쓰는 겁니다. 그런데 뒤로 가면 다 미국이 되죠.
그리고 미국을 설득해서 뉴욕증권거래소 같은 곳의 비트코인 상품들이 추종하는 가격을 전통적인 비트코인이 아니라 이 신(新) 비트코인으로 바꾸게 하는 겁니다. 전통 비트코인은 자금세탁 문제, 가격 폭락 문제, 범죄자들이 많이 보유한 문제, 라자루스 같은 해킹 집단의 물량이 있으니 추종하지 말자고요. 그러면 기존 비트코인은 다시 컬트로 쪼그라들고, 이게 신 주류 비트코인이 되는 겁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입장에선 난리가 나겠죠. 비트코인은 가만 놔둬야지 하드포크를 해서 기관들이 운영하고, 휴먼 재단 같은 걸 만들어 200만 개를 인류를 위해 쓰겠다니, 동의 못 한다는 사람은 남는 거죠. 그 집단은 쪼그라들고요. 모해로(Monero) 수준으로요. 감시 대상이 되고 범죄자 취급을 받는 쪽은 줄어들고, 근사한 사람들이 만든 비트코인이 되는 거죠. 이건 사토시 나카모토도 머릿속에 없었던 그림이에요. 사토시가 110만 개를 두고 사라졌기 때문에 생긴 문제죠. 이걸 해결하면서 하나만 더 하면, 200만 개가 아니라 400만 개 정도를 건집니다. KYC를 하자는 거죠. 오태민처럼 완전 신원 확인까지는 안 해도, 내가 위법한 사람이 아니고 준수한 사람이라는 정도만 증명하게 해도, 특정하지 않는 최소한의 문턱만 만들어도 400만 개는 건너오지 못하게 되는 거죠.
박종환: 커뮤니티에서도 양자 컴퓨터 위험이 거론되는 게, 사토시 나카모토 지갑 100만 개가 멈춰 있고 그 주소들이 과거부터 정립되어 있어서 양자 컴퓨터에 취약하잖아요. 미국 입장에서 이런 것들을 살살 이용하기 좋은 소스이기도 한데, 현실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오태민: 미국 엘리트들이 제가 만든 이 시나리오를 이미 충분히 학습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그거죠. 사토시 나카모토 지갑이 갑자기 소각되면 명분이 없어요. 그렇다고 소각을 못 하면, 사토시 물량을 중국 인민해방군이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는 논리가 되니 주저하게 되죠. 그러니 이 문제는 해킹 가능성보다 명분을 가지고 이 지갑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중국까지 끌어들이면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 수 있는데,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죠. 이미 2024년에 길이 열렸어요. 비트코인이 옛날처럼 개인 홀더와 마니아들의 코인이었다면 미국이 간여할 수 없었겠지만, 이미 150만 개 정도가 미국 금융사를 통해 보유되고 있어요. 그들이 무엇을 추종하느냐가 결정할 겁니다. 작가님은 맥시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야생에 있는 비트코인이 좋으세요, 아니면 근사한 애들이 관리하는 비트코인이 좋으세요? 투자자 입장이라면 근사한 쪽으로 눈길이 갈 거예요.
이미 보여준 사례가 있어요. 이더리움 클래식, 모네로, 대시의 세계죠. 모네로와 대시는 비트코인보다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훨씬 좋잖아요.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요? 세상은 준수한 사람들이 주류입니다. 준수한 사람들은 나이지리아 정부나 터키 정부는 따돌릴 수 있지만, 미국까지 따돌리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죠.
박종환: 교수님과 얘기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최근 개인적으로 얘기 나눈 분은 "지금 미국 때문에 탈중앙화가 다 훼손됐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가 지금 나누는 얘기와는 상당히 반대 측면인데, 미국을 중심으로 금융이 재편되고 비트코인 가치가 재발견되면, 그동안 탈중앙화를 믿었던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의 이상은 실패한 것인가요?
오태민: 두 개로 나눠야 할 것 같아요. 2026년 기준으로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2020년 블록사이즈 내전에서 비트코인을 선택한 사람들이에요. 진짜 맥시멀리스트들은 블록사이즈 내전 때 비트코인 캐시 쪽, 즉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이미 비트코인을 팔고 떠났어요. 그들은 모네로와 대시로 갔죠. 비트코인이 주류화되면서 탈중앙 정신을 배신할 거라고 이미 느꼈던 거예요. 그들이 주축이 된 게 모네로, 대시 같은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여기 남아 있는 맥시들은 어느 정도 중용을 택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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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자동자막 기준 1부 정리본입니다. 음성인식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고유명사와 수치는 문맥 기준으로 보정했으며,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원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이더리움, 비트코인 추월한다? 2026년 디커플링의 서막
(오태민 교수 풀버전 2/4)
그러니까 약간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가격도 올라야 합니다. 너무 탈중앙 쪽으로만 가는 건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에요. 가격도 올라야 하고, 주류 금융권이나 일반 시민들도 투자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예측할 수 있었던 얘기예요. 그래서 ETF를 받아들일 때 길에 드러누울 맥시멀리스트는 아무도 없었죠. 2014년 용량 내전 때 같았으면 그들이 길에 누워서라도 반대해야 했을 텐데, 결국 ETF를 받아들였잖아요. 그러면 경로 의존적이고, 훨씬 더 제도화되는 거죠.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강성 맥시멀리스트가 아니라,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사이에서 본인들의 정체성을 찾은 분들이 지금 시장에 들어와 있다고 보시는 거죠. 그런데 모든 혁명은 혁명가를 배신합니다. 이게 주류가 됐다고 말해야 할까요? 주류가 되려면 대중적인 채택이 있어야 하죠. 대표적인 게 아이폰 아닐까요? 제가 대학생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더니 맥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 마우스를 봤죠. 까만 바탕에 하얀 커서, 그걸 보고 "이게 뭐지?" 했던 기억이 있어요. 스티브 잡스의 맥과 아이폰은 도전자였습니다. 주류가 아니라 혁명가였죠. 지금도 그 아우라 덕분에 잘 팔리지만, 그걸 주류라고 하기는 어렵죠. 애플 제품을 쓰면서 "나는 혁명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패션이지, 정신은 아니죠.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아이폰을 들고 나이키를 신고 다니는 것과 같아요.
진짜 체 게바라가 지금의 모습을 좋아했을까요? 결국 모든 성공한 혁명은 혁명가를 배반합니다. 비트코인도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혁명가들을 배반할 거예요. 기독교라는 혁명도 그랬고, 모든 운동이 그렇죠. 제도화된다는 건 성공했다는 뜻이고, 성공하면 속된 말로 배가 부르고 등 따뜻해지죠. 그러니까 티셔츠 입고 나이키 신고 아이폰으로 사진 찍는 데서 멈추는 거예요. 직업을 버리고 정글로 들어가는 사람은 드물죠. 그건 종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뼛속까지 이상주의자들이고, 그들은 필사항전의 자세죠.
2014년에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이 〈비트코인 아메리카〉라는 다큐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유튜브에서 볼 수 있어요. 비트코인은 우리 돈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취지였죠. 그런데 그중 상당수가 감옥에 다녀왔습니다. 초기에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이유가 실크로드와 연결되어 자금세탁을 했거나 조력했기 때문이에요. 그 정도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죠.
여러분이 그 정도가 되려면 비트코인을 1,000개쯤 갖고 있어야 하고, 어느 정글에서든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비트코인 지저스라 불리던 로저 버가 미국에서 나가 일본 국적을 취득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금을 때리려고 싸우고 있어요. 그 정도가 돼야 그런 상황이 되는 거예요. 여러분이 비트코인을 10개 미만으로 갖고 있다면 "미국이 잘해 드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제가 말한 시나리오는 지금보다 조건이 두세 개 더 갖춰졌을 때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래도 좋은 일이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2~3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사이의 길목에서 마이클 세일러를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조금 제한이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합니다. 그동안 그는 계속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사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금융 시도를 하면서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했다고 하죠. 이게 트리거가 되어 비트코인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의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에게 한참 욕을 먹을 때, 그들은 아주 격렬하게 저를 미워했어요. 그럴 때 성자처럼 보호받았던 게 세일러였죠.
제가 보기에 한국의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은 대략 30대쯤 됩니다. 인생 경험이 없다고 하기엔 나이가 있고, 연륜이 있다고 하기엔 아직 어려요. 그러다 보니 뭔가에 깊이 빠지게 되고, 세일러 같은 사람이 성자로 보이는 거죠. 그런데 처음부터 위험했어요. 스트레티지는 주식회사잖아요. 주식회사가 비트코인을 많이 담으면 미국의 금융감독 기관으로부터 제지를 받을 수 있고, 옛날부터 그런 얘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세일러 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회사에는 주주들이 있고 미친 듯이 채권을 발행하니까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 있어요. 세일러는 혁명가도 이상주의자도 아니고,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죠.
문제는 사이퍼 아모스(Saifedean Ammous)예요. 그 사람의 책이 문제입니다. 세일러가 나쁜 돈을 꺼내서 좋은 돈으로 바꾸고, 그게 미국 전체에 퍼져서 결국 나쁜 돈을 모두 종식시킬 거라는 망상 같은 글을 썼죠. 맥시멀리스트들이 그걸 떠받치면서 세일러 신화가 강화된 겁니다.
그런데 그들도 현실 속에 있고, 오태민도 현실 속에 있고, 비트 맥시멀리스트 여러분도 현실 속에 있어요. 현실에 있기 때문에 지금 힘든 거예요. 현실에 없다면 지금 신나겠죠. "비트코인 너무 싸다, 하나에 10억 될 거다, 이게 바겐세일도 아니고 1억도 안 되게 내려왔다" 이런 식으로요.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다 현실에서 삽니다. 세일러도 힘들겠죠. STRC 우선주, 100달러 혁명가도 일시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았고, 단기 미실현 손실이 실현 가격 아래로 내려가며 3~4조씩 손실이 쌓이고 있어요.
그럼에도 스트레티지의 실험이 결국 성공할 거라고 보시나요? 저는 비트마인과는 다르게 봅니다. 마이클 세일러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위험한 곳으로 가고 있고, 무한히 할 수 없는 일을 무한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트코인은 거대한 호수가 아니라 바다에 가깝기 때문에 파장이 일어나죠. 하지만 그건 일시적이에요. 우리는 계속 파장을 맞아 왔어요. 마운트곡스 물량이 2년 가까이 풀리고 있잖아요. 우리가 넉넉히 받아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많이 떨어졌지만 아직 덜 풀렸습니다. 세일러의 매도도 어느 순간에는 멈추거나 후퇴하겠죠. 그 파장도 받아내야 하는데, 그럼에도 성공의 기준이 뭐냐고 하면 애매하지만 회사로서는 엄청난 성공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힘들어도 이걸 넘기면 세계 최대 자산을 보유한 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처럼 이상적인 관점이 아니라, 사업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크게 보고 모아 나가는 전략이라면, 스트레티지의 성장과 비트코인의 성장이 궤를 같이해서 장기적으로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해도 괜찮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죠. 하지만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비트코인은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관점이신 거네요. 비트코인에게는 평범한 일이에요. 비트코인은 야생에서 훨씬 더 많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마운트곡스가 망했을 때 세계 최대 거래소가 85만 개 정도의 물량을 갖고 있었죠. 그걸 버텼어요. 그런 일을 너무 많이 겪다 보니 비트코인의 생존력은 이미 검증됐어요. 구독자 여러분은 교수님이 스트레티지 모델을 긍정적으로 보시는 답을 원하셨을 것 같은데요.
사이퍼 아모스는 제 신이 아니에요. 그 사람 책의 감수를 제가 맡았고 추천사도 썼는데, 그분이 한국을 우습게 여깁니다. 그래서 한국 출판사를 협박해 제 추천사를 뗐어요. 제 추천사는 추천도 하지만 굉장히 비판적이었습니다. 주류 경제학 중 지지자가 적은 오스트리아학파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고, 그건 절대 상식이 아니에요. 궁극적으로 오스트리아학파 논리가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굉장히 단기적으로 산다는 점이에요. 단기적으로 살고 단기적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경제학이 아니죠.
이건 똑같이 나타납니다. 장기적으로는 마이클 세일러의 행동도 오를 수 있어요. 비트코인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데서 부러지는 거예요. 가격이 쳐지거나 이렇게 흔들릴 때 견디지 못하면 끝납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레티지의 전략은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죽는 전략이에요. 저는 이게 우리나라 IMF 전 대기업들의 전략을 보는 것 같습니다. 확장, 확장, 확장이었죠. 나중에 보면 그때 확장해 둔 반도체 같은 사업 덕분에 지금 우리가 먹고 살고 있어요. 그 시절 대기업이 조종하던 반도체 회사가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는데, 주인이 몇 번 바뀌었는지 아세요? 현대반도체가 IMF를 넘어가며 뜨거운 감자가 됐고, 하이닉스는 적자 투성이였죠. 그게 지금 이렇게 부활했어요. 장기적으로는 다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주인들은 다 작살이 났죠.
굉장히 현실적인 말씀이에요. 산업이 성장할 때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입문료 같은 거죠. 경제는 수학이 아닙니다. 사이퍼 아모스처럼 수학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는 오스트리아학파 철학의 영향을 받은 책을 함부로 읽으면 안 돼요. 그걸 진리처럼 떠받들면 현실 내비게이션이 전혀 안 됩니다.
이제 비트코인을 넘어서 이더리움으로 관심을 옮겨 보고 싶은데요. 교수님이 3년 전 저희 채널에 처음 나오셨을 때 이더리움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죠. 그때 제가 썸네일에 "이더리움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라고 어그로를 끌었는데 조회수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그때도 교수님은 이더리움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많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궤도가 조금 달라졌는데, 세계 금융 질서의 중심에 있는 미국이 이더리움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책에서 설명하고 계시죠. 어떤 이야기인가요?
3년 전 그 대화가 저도 생각나요. 그때만 해도 이더리움에 대해 한 가지 여지를 열어 두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이 바뀐 과정 자체가 재밌는 스토리인데요, 처음에는 이더리움이 말도 안 된다고 봤어요. 비탈릭 부테린이 코인을 만들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올린다고 했는데, 열아홉 살이었거든요. 스마트 컨트랙트가 무슨 말이 되나요? 우리 인간이니까 한 장짜리 계약서가 가능한 거지, 그걸 기계로 바꾸려면 예외를 다 봉쇄해야 해요. 그러려면 백과사전 같은 게 필요하죠. 인간이 가진 맥락이라는 정보가 얼마나 깊은지를 무시한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거예요. 19살짜리가 프로그래밍 천재일 수는 있지만, 인문학적으로는 깡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더리움을 안 샀어요. 그때 1,000원에 살 수 있었죠. 제가 그때 말씀드렸잖아요. 여러분은 기회가 없었지만 저는 있었는데 그걸 안 샀다고요. 제 제자들에게도 사지 말라고 했죠.
2018년에 ICO가 끝나고 나서 한번 깊이 고민해 봤어요. 그때 이더리움이 없어질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이더리움은 도박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걸 부정적으로만 보면 안 돼요. 모든 금융의 원형이 도박이거든요. 이더리움이 금융을 먹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단, 빅테크가 나서지 않는 한이요. 그래서 그때 박작가님과 대화할 때도 빅테크의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지난 2년 동안의 흐름을 보면 빅테크는 거의 아웃이에요. 지금 빅테크들이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을 만든다 해도 이더리움만큼 천재적이고 창발적인 인재를 모으지 못할 것 같아요. 더 중요한 건, 빅테크들은 이더리움 같은 걸 만들어도 거버넌스 코인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등락을 견디지 못해요. 욕먹고 소송당하는 걸 견디지 못하죠. 이더리움이 이렇게 떨어져도 비탈릭 부테린은 소송을 당하지 않아요. 구글이 만든 코인이 이렇게 떨어졌다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이 난리 났을 겁니다. 그걸 견디지 못하죠. 그래서 이더리움은 진흙탕에서 굴러서 지금 표준화의 최선봉에 있는 게 아니라, 사실 표준화 게임에서 이긴 거예요. 솔라나 같은 곳이 도전한다고 하지만 그건 좀 다른 이슈고요. 이더리움이 표준화를 먹었습니다. 미국이 이더리움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미국이 이 산업을 선택했고 그 산업에 맞는 표준이 이더리움이었다고 보는 게 맞아요. 이것도 피스 오브 아트입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만큼의 부담을 미국에 주지는 않아요. 미국 입장에서는 이더리움도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는데, 중국이나 러시아,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은 이더리움을 견디지 못할 거예요. 미국은 여러 측면에서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경로가 있어요. 그래서 미국 입장에서 아주 좋은 플랫폼이죠. 이런 요소들이 맞아떨어져서 이더리움의 시대를 열어 갈 거라고 봅니다. 3년 전 박작가님과 대화할 때는 1등은 비트코인이고, 이더리움은 나쁘지 않은 옵션이니 고려해 보라는 뉘앙스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비트 맥시멀리스트들은 저에게 배신감을 느끼겠죠.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는데 어쩌겠어요?
구독자 여러분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해도 괜찮을까요? 2026년은 비트코인에게 좋지 않은 해예요. 비트코인에게 안 좋으면 다른 코인은 볼 것도 없는데, 유일한 예외가 이더리움입니다. 만약 크리에이티브 오리지널(?) 같은 법안이 통과되고, 제가 지금까지 말한 것들이 가시화되면 이더리움만의 세상이 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때는 이더리움이 가속을 밟을 텐데, 비트코인이 주지 않는 상승의 만족도를 여러분께 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더리움을 연구하면서 한 가지 미스터리가 남아 있어요. 왜 이더리움은 이렇게 좋은 호재가 있는데도 비트코인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할까요? 이론적으로는 이더의 시대가 올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비트코인이 먼저 올라줘야 해요. 그저께 마이클 세일러가 35억 달러어치를 팔았잖아요. 그때 비트코인이 떨어지는데 이더리움은 혼자 버텼어요. 하루는 버티더라고요. 그래서 드디어 디커플링이 되나 싶었는데, 다음 날 더 많이 떨어졌어요. 안 돼요. 비트코인이 먼저 올라줘야 합니다. 조금 씁쓸한 현실이죠. 비트코인 도미넌스와 알트코인 시가총액을 보면서 달라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더 쭉 빠졌어요. 지금 기준으로 다들 지켜주기를 바랐던 2,000달러, 1,900달러까지 하방 이탈해 버린 상황이라 많은 분들이 공포를 느끼고 계실 겁니다. 이더리움의 장기 가치가 좋다는 건 다들 알고 있어요. 펀더멘털도 좋습니다. 스테이블코인도, TVL도, 실물자산(RWA)도 전반적으로 이더리움 위에서 포물선에 가깝게 올라오고 있죠. 그런데 가격은 왜 이렇게까지 안 오르는가, 이게 가장 궁금하실 거예요.
아주 재밌는 답이 있어요. 첫째는 이더리움의 성공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비탈릭 부테린의 성공이죠. 12년 전 그가 한국에 와서 강의를 했을 때, 저는 1,000원짜리 이더리움을 안 샀어요. 그가 말한 건,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 되려면 싸구려 코인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비트코인처럼 비싸면 수수료가 너무 나가서 쓸모가 없다는 거죠. 그건 맞는 말이었어요. 이더리움은 붐이 올 때마다 가스비 상승 논란이 있었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상승장에서는 묻히다가 하락장이 오면 그런 문제들이 이더리움을 꼬아 박는 요인이 됐죠. 가격이 오르면 플랫폼의 사용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2026년 1분기와 2분기에 이더리움 위의 자산 거래량이 엄청났어요. 아마 역대 최고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가격은 안 올랐죠. 말하자면 "이더리움을 많이 써도 이더 가격은 안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에요. 피터 틸의 말처럼 경쟁은 실패자의 것이라는 얘기가 떠오르는데, 이더리움은 성공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더리움이 더 잘될수록 가격은 오히려 안 오를 수 있다는 논리가 되는 거잖아요. 이더리움 자체가 안 쓰인다면 걱정해야 하지만, 쓰이는데 가격이 안 오르는 거라면 여러분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제 말을 잘 들으셔야 하는데요. 이더리움이 지금 성숙한 가격인가? 비트코인은 성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비트코인의 문제는 가격에 상방이 열려 있다는 거예요. 저는 쓸모를 전제하지 않아요. 무조건 오르게 되어 있다고 보고 사는 건데, 떨어질 때는 뚝뚝 떨어지죠. 반면 이더리움은 성숙해야만 하는 자산이에요. 어느 정도 안정이 돼서 그 플랫폼 위에서 많은 것들이 돌아가는 게 목적이에요. 비트코인처럼 계속 오르기만 하면 사용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아직 성숙한 단계는 아니지만, 이 과정을 거쳐 성숙한 단계에서도 이걸 보여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다른 맥락이 들어와야 해요.
다른 맥락이란 이런 거예요. 지금 말하는 건 모두 현실이 아니라 논리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점을 고려하셔야 해요. 왜 현실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안 좋은가? 이건 현실이 그냥 나쁘기 때문이에요. 현실은 뻔하고, 논리가 필요합니다. 제가 말하는 논리는 2026년, 2027년을 위한 게 아니라 2030년, 2035년까지 여러분이 도표를 봐야 할 때 필요한 맥락이에요. 핵심은 이겁니다. 미국이 금융을 대전환하면서 만드는 온체인 금융, 그 주요 플랫폼이 이더리움이거나 이더리움과 호환되는 플랫폼들이에요. 이더리움과 호환되지 않으면 끝이죠. 그리고 이 새로운 금융은 어마어마합니다. 무역, 금융, 메타버스가 섞인 플랫폼이에요. 이런 거대한 자산들이 올라오는데, 그 플랫폼의 자산 가치가 낮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어떤 문제냐면,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방식이에요. 주식회사와 비슷하죠. 자기가 가진 이더를 걸어 놓고 검증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데, 부정을 저지르면 그 이더가 슬래싱되어 사라질 위험이 있어요. 나의 자산을 걸고 투표하는 것과 같은 거죠. 그런데 만약 이더리움 가치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위에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주식 토큰이 올라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거대한 스마트 컨트랙트가 엔비디아와 애플 자산에 연결되어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엄청난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엄청난 손해를 봐요. 그러면 큰 손해를 볼 사람이 엔비디아 토큰과 애플 토큰을 들고 와서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고 있는 사람들을 매수하는 거죠. "너 이번에 스마트 컨트랙트를 위반해, 그럼 내가 보상해 줄게"라는 식으로요. 이더리움을 잃더라도 보상이 훨씬 더 크다면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겠죠. 이건 수학이에요. 이 문제를 다룬 논문도 나와 있어서 증명이 되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더리움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이더리움은 불능이 돼요. 검증자들은 합리적인 경제 행위를 전제하고 있거든요. 부정직하게 행동하면 이더를 뺏긴다는 게 억지력인데, 부정직하게 행동해서 얻는 보상이 이더 손실보다 크다면 억지력이 무너집니다. 반대로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 어마어마한 자산이 올라오면 이더는 올라가야 해요. 이더가 안 올라가면 어마어마한 자산이 올라오지 못하고, 솔라나 같은 곳으로 가겠죠.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대규모 자산을 올릴 수 있는 경로 의존적 플랫폼은 이더리움밖에 없어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그러니 이더리움에 올리면 이더 가격이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면 이더를 믿고 또 올립니다. 그래서 올라간 애들만 계속 올라가요.
그러니까 계속 승자 독식이라는 거네요. 맞습니다. 이 논리를 보면 10여 년 전에 제가 비트코인을 처음 봤을 때 같은 모멘텀이 느껴지실 거예요. 잠을 못 주무실 텐데, 잠을 계속 주무신다면 아직 깨닫지 못하신 거예요. 이 논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인데, 어떻게 보면 이더리움을 투자하는 분들의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르겠어요. 저처럼 비트코인을 깨닫고 10년을 버티시면 되는 거죠. 제가 10년, 12년 전에 무엇을 깨달았냐면 비트코인은 금고라는 거예요. 사람들은 금고의 열쇠에만 관심이 있는데, 금고 안의 내용물이 증가하면 금고 외벽이 두꺼워집니다. 외벽이 두꺼워지지 않으면 누군가 프레스로 깨버리거든요. 그래서 금고 외벽이 두꺼워지는 게 채굴 해시파워예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해시파워가 늘어나요. 그걸 깨려고 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아무도 깨지 못하는 거예요. 제가 그걸 깨달았을 때 잠을 못 잤어요. "이건 50만 원이 아니라 몇 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이더리움이 플랫폼이고, 그 위에 나스닥이 올라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스닥 시가총액이 30~40조 달러쯤 되죠. 그게 이더리움 위로 올라온다면 이더리움 가격은 얼마까지 가야 할까요? 말씀을 듣고 보니 이론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아주 설득력 있는 얘기라서, 월가가 이더리움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비트마인 이사회 의장이 이더리움이 25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도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논리와 일맥상통한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죠. 이더리움을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저와 같은 논리에서 나온 결론일 거예요. 이게 금융 자산들의 기초 플랫폼이 되려면 그 자산들을 떨어뜨리지 않을 만큼 튼튼해야 해요. 튼튼하려면 거버넌스 코인인 이더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시장에서는 스트레티지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이더리움 홀더들은 커뮤니티에서 비트마인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지금 단기 미실현 손실이 대략 13~14조 원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이긴 하죠. 그런데 비트마인도 스트레티지처럼 연 5%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가져가겠다고 선포했어요. 교수님은 비트마인이 스트레티지와는 다르다고 말씀하셨고, 조금 더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혔는데요. 지금 비트마인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나쁘게 보진 않아요. 스트레티지는 빚을 끌어다가 전환사채를 계속 늘려 왔는데, 비트마인은 투자를 받아서 기본적으로 운용하는 거잖아요. 투자는 채권과 달라요. 기본적으로 위험을 같이 지는 거니까, 만에 하나 폭락하더라도 문제가 덜하죠. 비트마인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투자자가 계시는데, 얼마 전에 그분들과 교류를 해 봤어요. 이더리움에 대한 확신이 굉장히 강하셨고, 스트레티지도 그렇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무리하고 있는 투자라고는 보지 않아요. 이건 알아두셔야 해요. 비트코인은 철학과 신념의 문제인데, 이더리움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왜 2년 만에 입장을 바꿨냐면 정보 때문이에요. 월가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이 저한테 다 들어오거든요. 가령 표준화 게임에서 이더리움이 왕좌를 차지할 거라는 얘기는 누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아도, 높은 분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비트코인은 외계인에게 물어봐야 정보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인간계에는 정보가 없고, 비트코인에 대한 건 철학이고 신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비트코인이 떨어졌지만 오를 거라고 믿는 거잖아요. 이더리움은 월가라는 실체가 있는 곳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들을 이분들이 모으는 거고, 한국의 유명한 분들은 여러분과는 다른 정보 소스가 있어요. 그러니 혼자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는 거죠.
이더리움 투자자분들이 가장 많이 위안을 얻으셨을 것 같네요. 중요한 포인트는, 이더리움이 월가 자산이 올라오는 가장 표준화된 플랫폼이고 가장 중심이 될 거라는 점은 거의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가격이 왜 안 오르는지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희망을 줄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를 얻으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솔라나에 투자하고 있는 분들은 이더리움 대비 상대적으로 월가에서 손해를 보게 될까요? 앞으로 레이어1은 이더리움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다고 보시나요?
가속화될 것 같아요. 갭이 더 벌어질 거라고 봅니다. 표준화라는 게 그런 거예요. 2등이 없어요. 이더리움으로 완전히 집중될 수 있죠. 물론 미래는 모르죠. 표준화 자체가 독점이잖아요. 표준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2, 3위가 의미가 있지만, 표준화는 굉장히 가파른 게임이라서요. 그래서 이더리움을 강조하는 거예요. 솔라나와 비교하면 여러 가지 밀리는 부분이 있죠.
근데 이더리움을 믿는 이유는, 이더리움이 가장 지배적인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과는 결이 다르고, 비트코인이 지향하는 시장과도 다릅니다. 이더리움은 이 인더스트리의 플랫폼으로 처음 나왔기 때문에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쿼티 자판처럼 살아남는 측면이 있습니다. 쿼티 자판은 글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손가락 이동 거리가 치명적인데도 계속 쓰이죠. 이것을 경로의존성이라고 합니다. 이더리움이 그런 식으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건 아니지만, 어쨌든 문제가 있더라도 이더리움 위에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디파이 앱은 이더리움이 다른 모든 체인을 합친 것보다 월등하게 많은 TVL을 형성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도 60~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솔라나도 미국 기관을 중심으로 월가와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런 부분들에서는 이더리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로 봐야 합니다. 솔라나나 리플이 지향하는 것이 플랫폼이라면 쉽지 않겠지만, 독자적인 생태계를 지향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독자적인 생태계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플랫폼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IT 기업에 처음 취업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리눅스의 시장 점유율은 1%밖에 안 됐습니다. 그런데 리눅스는 오픈소스였습니다. 많은 천재들은 기업에 소속돼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오픈소스를 활용했고, 리눅스는 결국 특정 영역에서 마이크로소프트만큼 커졌습니다. 그런데 리눅스 다음의 후발 주자를 기억하시나요? 없습니다. 야생에서는 그렇습니다. 크립토도 야생이고, 여기서 2위는 잔인하게 사라지고 짓밟힙니다.
교수님이 다음 책에서 "한국 금융은 망했다"고 하셨는데, 그 의미를 먼저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한국 증권사 직원들과 미팅을 했는데, 한 투자은행이 상품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SK하이닉스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 보상을 해주는 상품입니다. 이틀 연속 하한가가 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지금 하이닉스가 너무 높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하락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헤지 수단이 됩니다.
그런데 이 투자은행은 보험회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보상 자금은 어디서 마련하는가? 온체인 플랫폼인 하이퍼리퀴드 같은 곳에서 마련합니다. 이미 그런 온체인 플랫폼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숏 베팅이 올라와 있습니다. 투자은행은 이틀 연속 하한가에 베팅하는 상품을 70억 원에 사서 이를 한국 증권사에 쪼개어 100억 원에 팝니다. 하락하면 온체인에서 보상을 받아 지급하고, 하락하지 않으면 30억 원을 먹습니다. 즉 한국 시장의 헤지 수요가 해외 온체인에서 전부 처리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게임화입니다. 온체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한 주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상승이나 하락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투자은행이 사서 한국에 팝니다. 이것이 헤지 상품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도박입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베팅해 수억 원을 번 폴리마켓 사례가 불법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불법이라면 어쩔 것인가? 구분해야 합니다. 오세훈 시장 당선 여부에 대한 베팅은 순수한 도박성인가, 아니면 어떤 위험에 대한 보험인가? 양면이 공존합니다.
NBA 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단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좋아할까요, 싫어할까요? 좋아해야 하지만, 선수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해야 하므로 울면서 좋아해야 합니다. 그래서 NBA 구단들이 자신들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칼시(Kalshi) 같은 예측시장에서 헤지합니다. 플레이오프에 못 간다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토큰을 사고, 구단은 토큰을 팔아 진출하지 못하면 보상을 받아 그 돈으로 선수들에게 보너스를 줍니다. 스포츠 토큰이지만, 그 뒤에서는 위험을 헤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금융이 망하는 이유는, 기존 문법에서는 무엇이 도박이고 무엇이 아닌지의 경계가 불명확하지만 사실상 모든 금융이 도박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의 기초가 원래 도박입니다. 우리는 삼성전자 주식이 없으면 숏을 거는 것을 불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금융은 없이 거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나중에 실물을 사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와 전혀 무관한 시장에서 숏 베팅이 일어나고, 그것을 보험회사들이 사서 한국에 팔아버립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동안 해외에서는 게임처럼 가격이 돌아갑니다. 그러면 한국 시장은 가격 발견 기능을 상실합니다.
우리에게는 서킷브레이커나 하한가 제도가 있어서, 장외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70% 폭락해도 한국 시장에서는 30%만 떨어집니다. 다음 날 개장하면 또 30%가 떨어집니다. 밤새 시장은 돌아가고 우리는 장이 닫혔다가 열리는 것을 기다립니다. 한국 금융의 문제는 관치입니다. 법치라면 법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창의적으로 우회해서라도 하면 되지만, 한국에서는 금융회사가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하려 하면 금융당국에서 전화가 옵니다. 전화 한 통이면 다 드롭합니다. 사람이 직접 막습니다.
게임을 해본 적 없는 금융 관료들이 문제입니다. 20~30년 전 리니지에서도 아이템 거래는 금지였지만 결국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오더 무기 같은 것은 게임 안에서 거래할 수 없게 되어 있었는데도, 사람들은 아이템을 내려놓고 줍는 원시적 방식으로 거래를 했고 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가 훨씬 발전했고, 크립토와 AI까지 연결됐습니다. 한국의 금융 관료와 법이 이를 무슨 수로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이미 한국의 금융시장과 원화 헤지 시장은 해외에서 열리고, 그 결과만 한국에 반영됩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갑자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미 외국인들이 KRWQ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었고 잘 팔리고 있습니다. 환율 헤지 수요 때문입니다. 이것이 금융의 게임화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금융이 망하지 않으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거의 없습니다. 한국을 바꾸는 것은 어렵고,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 해야 합니다. 한국형 예측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은 보험 규제가 까다로워 창의적인 보험 상품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날씨, 정치, 종합주가지수 같은 한국 관련 리스크에 대한 상품은 결국 해외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외국인을 상대로 판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홍콩이나 두바이에 가서 외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대상이라 해도 VPN을 통해 결국 한국인들이 이용합니다. 그리고 회사들도 실제로 해외로 나가지 않습니다. 법인만 만들어 놓고 한국에서 운영합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결국 한국 회사가 한국 상품을 만들어 한국인이 투자하는데, 그 구조가 두바이 베이스 법인과 온체인에서 이루어지고 실질적으로는 한국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조각투자법, 즉 STO법입니다. 발행사와 유통사를 구별한 것을 보면 절망스럽습니다. 이더리움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국경 안에 가두어 놓고 발행과 유통을 구분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합니다. 업비트처럼 키우겠다고 하면서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데, RWA 시장은 업비트처럼 키우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 한국의 허가받은 유통시장에서만 거래하게 하고, 오더북만 글로벌에 있는 구조입니다. 따로 유통 시장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증권 실물은 예탁원에 있지만 토큰은 그보다 한 차원 더 나아간 것입니다. 이를 특정 플랫폼에 가두고 사고팔게 하겠다는 발상이 이상한 것입니다. 그런데 퍼블릭 체인에는 올리지 못하도록 법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 관료들은 무엇보다 통제가 중요합니다. 통제가 안 되는 것은 아예 얘기하지 않으려 하고, 크립토는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어떤 대응도 못 할 것이라고 봅니다.
교수님 책 제목이기도 한 "RWA에 없는 미래는 없다"는 말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구독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RWA를 주목해야 하는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리에게 이미 다가온 미래이자 금융의 국경이 사라진다는 것을 대표하는 표현이 RWA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강남 아파트를 토큰화해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파는 모델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강남에 살고, 토큰은 노르웨이와 스웨덴에 파는 것입니다.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고, 미국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밀어붙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채권과 주식을 더 많이 해외에 팔고 싶어 합니다. 월가의 자본들이 RWA를 통해 올라오고 있고, JP모건을 포함한 월가의 글로벌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월가는 RWA를 통해 주로 유동성을 얻습니다. 기존 자산을 가지고 유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RWA 대상은 증권, 채권, 부동산만이 아니라 사람의 미래 가능성 같은 것도 될 수 있습니다. 이 제도가 한 번 만들어지면 전 세계에서 다양한 RWA 상품이 나올 것입니다.
미국의 GDP는 전 세계의 약 25%인데 시가총액은 60% 가까이 됩니다. 미국은 자본 흐름이 자유화되어 있어 전 세계 돈이 미국에 파킹합니다. 한국은 돈이 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가기 어려우면 들어오기도 어렵습니다. 미국 엘리트들의 발상은 이렇습니다. RWA는 국경 자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크립토 금융 혁신의 핵심 상상력은 국경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경을 넘는다고 생각하면 틀린 것이고, 국경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이 이것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나이지리아 청년에게 미국 국채를 팔고, 튀르키예 같은 나라 국민들이 달러를 쓰게 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입니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고, 미국은 이를 통해 지정학적 질서를 다시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막을 수 있으면 막으면 된다는 발상을 하는 분도 있고,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도 많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궤도에 오르면 원화 주권은 어떻게 될까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못 막습니다. 한국인들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넓어서 미국에 친지가 없는 사람이 드뭅니다. 달러 송금을 받으면 됩니다. 못 막습니다. 업비트 같은 곳에서 테더를 상장 폐지하려는 것 같지만, 원화 주권은 상당히 약화됩니다. 그것이 미국의 의도입니다. 미국의 의도는 원화 주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달러를 더 많이 퍼뜨리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상대적으로 원화 주권이 약화되는 것입니다.
통화주권이 없는 나라도 많습니다. 독일은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통화주권을 넘겼습니다. 그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통화주권이란 자국 화폐에 자국 위인을 새길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자국 경기 상황에 맞춰 이자율과 환율을 정하는 정책 권한입니다. 경제학에서 유명한 트릴레마가 있습니다. 고정환율, 자율적 이자율, 자본시장 개방이라는 세 가지는 동시에 추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공리입니다. 그래서 이미 통화주권은 많이 약화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이자율을 올리지 않았더니 환율이 망가진 것도 이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통화주권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고 명확한 개념도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화주권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원화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논의 자체가 계속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님이 책에서 사용한 '퓨상스(fusance)'라는 용어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미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즉 세계를 운영하는 역할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힘이 없어서 그렇게 몰렸고, 그래서 내부 정치로 고립주의가 발현됐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전 세계에 힘을 투자하지 않으면 세계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는 원래 열려 있는 바다가 아니라 미국이 80년 동안 중동에서 별짓을 다 하며 뚫어놓은 바다입니다. 그런데 그 힘의 바탕은 결국 달러라는 금융 퓨상스에서 나옵니다. 러시아, 중국, 인도는 달러 대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정부는 달러를 싫어할 수 있어도, 자국민은 달러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달러 지배력이 거의 99%에 가깝습니다. 엘리트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중앙은행들은 달러를 60%밖에 선택하지 않지만, 일반인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압도적으로 달러를 선택합니다. 미국은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크립토에 달러를 심은 것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이를 통해 유럽인, 일본인, 한국인이 달러를 선택하면 달러 퓨상스가 생기고, 미국은 그 힘으로 해군을 전 세계에 투영하고 글로벌 질서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 시스템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크게 키운 것은 중국이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중국은 2017년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소를 금지했습니다. 중국인들에게는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원래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는 불투명한 민간 회사에서 발행했습니다. 누가 그것을 믿고 맡기겠습니까? 그럼에도 대안이 없으니 중국인들이 맡겼습니다. 그렇게 해외에서 거래소가 커졌습니다. 바이낸스, 비트파이넥스 같은 곳입니다. 테더는 바이낸스와 직결되어 있고, 사실상 같은 쪽입니다. 바이낸스 거래소가 엄청나게 커진 것은 결국 중국이 키운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달러 사랑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장르를 만든 것입니다.
미국은 처음에는 이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미국 달러를 가지고 외국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KRWQ와 똑같은 구조입니다. 미국은 수사권이 전 세계에 미치기 때문에 테더를 불러 기소하고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정권을 준비하던 공화당이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거 우리에게 너무 좋은데?" 하고 말이죠.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최종 통과되고, 스테이블코인 지니어스법이 내년에 시행되면 시장에서는 USDT와 USDC 점유율 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입니다. USDC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까요?
테더는 공격받을 여지가 많습니다. 테더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금 같은 자산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USDC는 진짜 미국 달러 준비금입니다. 수익률은 테더가 훨씬 좋습니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경로의존적이어서 테더를 쓰던 사람이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서클 측과 간접적으로 몇 번 연락이 왔는데, 저는 디파이로 가라고 조언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앞문으로 들어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미 디파이에 많이 나가 있습니다. 테더가 이렇게 큰 것은 디파이라는 플랫폼 때문입니다. 디파이의 왕자가 되려면 이자를 줘야 합니다. 그런데 규제 당국이 이를 막으려 하니 창의적인 기법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원화 CBDC 논의가 민간 주도형 스테이블코인보다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흐름을 어떻게 보시나요? CBDC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민간이 발행하는 카카오나 네이버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쓸 유인이 적습니다. CBDC의 문제는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지만, 결국 썩는 돈이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이자를 주려고 하는데, CBDC는 결국 돈을 썩게 만들 것입니다. 지역화폐 같은 것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대착오적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전환기의 시도로 봅니다. 하지만 대세는 아닙니다. 중국에서도 CBDC 인기가 없습니다.
댓글 중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대신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에 투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도 있는데, 조언이 있다면요? 조언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하는 후회입니다. 10년 전에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작년에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를 샀더라면 하는 후회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전제 속에서 현재를 허우적댑니다. 허우적대면 쓰리고, 인생에서 실패하더라도 중심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운이 좋은 사람들이 갖고 간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5년 동안 엄청난 수모를 겪은 사람들이 갖고 가는 것입니다. 투자에 성공하는 정석은 없지만, 실패를 덜하는 사람들은 수모를 견디는 특징이 있습니다.
유동성은 모든 자산에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고, 흐르는 순서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격이 안 좋을 때는 관심이 없다가 가격이 오르면 급하게 들어갑니다. 지금이 그런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저평가되었다고 봐야 맞습니까? 교수님도 그렇게 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 3월에 학기를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학회철학과 학생들에게 첫 수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근거가 되는 지정학을 공부하겠지만, 지정학적으로 보면 반도체, 조선주, 방산주에 관심을 가져라." 지정학적 아이디어가 있으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것을 샀느냐고요? 저는 사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너무 우량한 자산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것을 팔아서 무엇을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진심으로 권했습니다. 한국 반도체가 잘되는 것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이 따라왔지만, 중국과 전 세계 반도체가 디커플링되고 있어서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지정학 공부와 산업 공부, 자산 공부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구독자 여러분도 지정학과 역사를 계속 공부하셔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과거 같은 알트코인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갖고 계십니다. 장기적으로 자본이 선택된 자산에 집중될 거라고 보시나요? 질문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지난번 알트코인 장세에서도 아무거나 다 오른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네이티브 가치가 있는 것들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허황된 것도 많았고, 당시 투자자들에게 분별력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실패를 통해 분별력이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은 시간을 통해 검증을 받았습니다. 펌핑 앤 덤핑이나 러그풀 위험이 적으니 이것들만 잘 나가는 것입니다. 기회가 온다면 이들에게 기회가 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들은 신뢰 문제가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믿지?" 하는 의문이 있고, 시간의 테스트를 견디지 못합니다. 지금 시장은 초기가 아니라서 경로의존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쌈박한 기술이 나와도 마케팅으로 띄운다고 시장을 끌고 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시작의 끝이기 때문에 시작은 끝나가고 있습니다. 선수 입장은 이미 끝난 것이고, 완벽하게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주요 선수들의 입장은 끝난 상태에서 게임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셔야 합니다.
옛날에는 선수 입장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누가 좋다더라" 하는 얘기가 통했습니다. 특히 밈코인은 아무 이유 없이도 오른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비트코인 상승장이 알트코인에 충격을 줬을 때는 밈코인 현상이 없었습니다. 셀럽 코인이나 밈코인이 명함도 내밀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시장이 정교해지면서 체계가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인터넷 역사를 보면, 2000년 닷컴 버블이 꺼졌을 때 페이스북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진짜 가치는 나중에 나타나는 겁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던 것이 다르게 존재하게 되는 거죠. 플랫폼 경쟁 방식이 아니라 하이퍼리퀴드나 폴리마켓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한 부가가치와 연결된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거예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열어 놓고 있어야 합니다.
알트코인에 대해 아주 중요한 말씀을 주셨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 있어 하는 리플(XRP)에 대해서도 짧게 나눠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교수님께서 XRP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해하세요.
리플은 지난번 상승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저력을 보여준 알트코인입니다. 이더리움은 이제 알트코인이라고 보기 어려우니까 리플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책에도 썼지만 저는 리플을 기업형 블록체인의 선두 주자라고 봅니다. 리플의 경영진은 굉장히 유연하기 때문에 모아진 생태계와 힘을 가지고 방향을 잘 잡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유연하냐면, 은행망을 보완하겠다고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나와서 은행을 우회해 버리니까 본인들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바로 들어갔어요. 아마 리플은 하이퍼리퀴드 같은 것도 만들 거예요. 예측 시장이나 선물 시장 같은 것을 하겠죠. 돈이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리플은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입니다. 리플이 망하는 건 제가 원하는 바가 절대 아니에요. 기업 블록체인이 성공한다는 걸 보여 줘야 크립토도 실질적인 가치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저는 하이퍼리퀴드나 폴리마켓도 기업형 블록체인이라고 보거든요. 이런 기업형 블록체인들이 쭉쭉 등장할 때 리플은 선도 주자의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더리움보다 더 심한 문제가 있어요. 이더리움은 플랫폼이 확장되면 가스비로 이더가 소진되는 분명한 연관 관계가 있어요. 그런데 리플이 하는 모든 행위에 XRP가 가스비로 쓰이는 건 아니거든요. 많이 쓰이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리플 투자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하면 무식하다, 네가 무식해서 그렇다는 댓글이 막 달리죠. 모든 코인에는 믿음의 영역이 있어요. 리플은 그런 영역이 이더리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코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3년 전에 박 작가님이 이더리움 얘기를 하실 때 리플 얘기도 하셨던 것 같은데, 그때도 제가 리플이 사기는 아니라고 답했던 것 같아요. 많은 경우 비트코인이나 이런 것들을 스캠으로 보는데, 스캠이라면 진작 없어졌겠죠. 제가 보기에 리플은 에너지와 자원을 가지고 사업을 펼쳐 나가는 쪽이에요. 사양 산업이 아니라 올라가는 산업이기 때문에 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제가 리플에 대해 거는 의문은 이런 거예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렇게 커지는데 왜 리플이 필요하냐, 브릿지로서 말이죠. 이건 제 생각이 맞다고 봐요. 저만이 아니라 많은 XRP 비판자들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고, 제가 좀 먼저 얘기했을 뿐이에요. 브릿지로서의 XRP는 사실 낡은 내러티브라고 인정해야 하는데, 아마 인정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건 뭔가 뜻이 있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더리움에 대해서도 이더리움 없는 미래는 없다고 책에서 말했는데, 비탈릭 부테린이 19살에 한국에 왔을 때 싸구려 코인 얘기, 무한 발행 얘기, 스마트 컨트랙트 얘기를 했을 때 저는 굉장히 비판적으로 봤어요. 그런데 제 생각이 다 맞았어요. 무한 발행은 결국 턴을 했고, 싸구려 코인 정책도 밀고 나가지 않았어요. 가격이 없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떠나거든요. 스마트 컨트랙트도 오라클 문제에 부딪히면서 탈중앙화된 스마트 컨트랙트는 불완전하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틀렸어요. 1달러에 살 수 있었는데 못 샀거든요. 이게 역설이에요. 제가 맞았지만 저는 틀렸어요.
그래서 제가 리플의 서사를 지적할 때 그게 틀릴 수는 있어요. 리플이 틀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플 투자가 잘못됐다는 걸 증명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저도 예전에는 순진해서 한 가지 논리가 틀리면 전체가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비트코인만이 아니라 이더리움도 경험하면서 저도 성숙해지고 있어요. 한 가지가 틀렸다고 해서 다 틀린 건 아니에요. 작년에 삼성전자를 사지 않았던 주식 전문가들도 삼성전자를 사면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말씀하셨을 거예요. 그 이유는 아마 맞는 말이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그분이 틀렸지만요. 투자의 세계는 굉장히 어렵고, 하나의 논리와 서사로 모든 걸 담을 수 없어요.
이더리움 가격이 펀더멘털 대비 잘 오르지 못했던 이유를 명쾌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XRP도 크게 올랐다가 지금 하락 추세가 상당히 길게 이어지고 있어요. 교수님께서는 XRP 가격이 상승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XRP 가격은 이 세계의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면 가장 먼저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몇 년 동안 1,000원대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에이, 잔돈이다"라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1,000원대를 버텼기 때문에 3,000원, 4,000원까지 간 거예요. 비트코인도 그랬고, 버티면 다시 올라가요. XRP도 여러분이 잘 모르시겠지만 전고점을 뚫는 모습을 보여 주면 몇 개 안 되는 프로젝트예요. 이더리움도 그렇고, 전고점을 뚫는 코인은 많지 않아요. 비트코인은 늘 그걸 보여 주고 있고요. 그래서 비트코인이 다시 전고점을 뚫으면 XRP도 좋아질 텐데, 그전에 뭔가를 더 해야 해요.
2년 전쯤 제가 비트코인을 설파하러 다니면 사람들이 XRP를 많이 물어봤어요. 은행이 느리니까 XRP로 은행을 다 바꿀 거라는 거였죠. 그때 그 XRP 서사는 굉장히 맹렬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리플 재단도 그 얘기를 별로 강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은행망 자체가 이미 우회되고 있고, 재단도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아요. 지금 리플의 관심사는 리플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쪽이에요. 배팅 플랫폼을 만들면 되고, 리플이 모여 있는 생태계와 자본으로 폴리마켓 같은 걸 만들면 되는 거죠. 파생 금융을 다루면 돼요.
마지막 질문으로, 오늘 이더리움에 대해 여러 관점을 주셨고 그럼에도 여전히 비트코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교수님께 1천만 원이 있다면 어떻게 투자하고 싶으세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난리가 나겠지만, AI가 너무 강렬해서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는 사실 전혀 모르겠어요. 그런데 1천만 원이 있다면 솔직히 일단은 현금으로 갖고 있을 거예요. 지금 비트코인 가격이 좋은 가격이거든요. 이더리움은 나중에 가속 페달을 밟을 거고요. 1천만 원으로 비트코인을 언제 잡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현금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럼 아직은 적극적으로 진입하기에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네요. 지금이 진짜 바닥일까요? 5만 달러가 온다면 그때는 아주 공격적으로 사야 하지 않을까요? 교수님께서는 실현 가격 근처까지 갈 가능성도 열어 두신 거네요.
비트코인은 제 경험상 여기까지 떨어지고, 한 번 더 떨어지더라고요. 심리적 게임이기 때문에 공포에 던지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만약 5만 달러가 무너진다면 4만 달러까지 갈 수 있고, 한 번은 거기까지 갔다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
오늘 너무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구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오랜만에 박 작가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여러분도 즐거우셨으면 좋겠고요. 다만 제가 하는 말이 모두 여러분의 투자로 바로 연결되면 절대로 안 됩니다. 주의하셔야 하고, 판단은 여러분이 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오랜만에 모셔서 저도 즐겁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고, 제 생각도 많이 깨어나는 느낌이었어요. 앞으로도 교수님을 자주 모시고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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