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규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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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화폐 신뢰 하락과 중앙은행 금 매입의 구조적 상승 사이클 속에 있으며, 최근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조정은 저평가 구간으로 본다. 1970년대처럼 금리 인상 실행 시점 이후 금가격이 회복·랠리할 수 있고, 9월 또는 12월 인상 시 그 이후 반등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전쟁·인플레이션·화폐 가치 하락이 금 상승의 본질적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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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만 해도 사람들은 올해 금리 인하가 작년보다 더 많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통화량이 늘어 화폐 가치가 낮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현금처럼 매력이 떨어지는 자산들이 생기니까 "그럴 바에야 금으로 가자"는 흐름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금 가격이 무섭게 올라 약 70% 상승했고, 올해 1월까지도 가파르게 오름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1월 30일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물가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고 중동 전쟁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여기에 연준 의장 지명자가 케빈 헤셋에서 케빈 워시로 바뀐 것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헤셋이 의장이 되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까지 기대할 수 있었지만, 워시는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인물로 평가되면서 사람들이 금리 인상 우려를 하기 시작했고, 금 가격도 크게 조정을 받았습니다.
그 뒤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본격화되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유가가 폭등했습니다. 유가 폭등은 물가 상승을 뜻하고, 그러면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금이 앞으로 우상향할 자산인지, 하락기를 탈 자산인지 먼저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1월까지 금 가격은 온스당 5,500달러였고, 원화로 환산하면 돈당 100만 원을 넘어 12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지금은 70만~80만 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하락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정은 금이 큰 상승기를 이어갈 때도 늘 나타났던 흐름입니다. 따라서 단기 흐름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금은 결국 화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오릅니다. 금의 역사는 약 5,000년 정도 되는데, 그 긴 역사 동안 금이 폭등했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고 그 패턴이 일관됩니다.
1971년 현재의 화폐 시스템으로 바뀌기 전에는 금이 곧 돈이었고, 종이 화폐는 금과 교환할 수 있다는 약속 위에서 쓰였습니다. 1971년 이전의 달러에도 "이 달러를 가져오면 금으로 바꿔 주겠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때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북부 연방은 그린백, 남부 연합은 그레이백이라는 종이 화폐를 발행했습니다. 전쟁에는 군인, 물자, 식량에 돈이 많이 들었지만 국가에는 당장 돈이 없었기 때문에 종이 화폐를 마구 찍어냈습니다. 남부가 패하면서 그레이백의 가치는 0에 수렴했고, 당시 금 가격은 1,000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북부가 이긴 뒤에는 그린백도 다시 금 태환 화폐로 바뀌었지만, 이때도 원래 가치의 4분의 1 수준으로 교환해 줬습니다. 종이 화폐 시스템에서는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 금 가격이 먼저 치솟고, 더 흔들리면 결국 금이 돈이 되는 시대로 넘어갔다는 점이 반복됩니다. 그린백 시기에도 신뢰가 흔들릴 때 금 가격이 약 세 배가량 튀어 올랐습니다.
금은 꼭 금이 아니더라도 은, 철, 토지, 건물처럼 화폐의 담보가 되는 자산과 같은 원리로 움직입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그냥 지나쳤던 뉴스들도 다르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2000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이 70%가 넘었지만 지금은 5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버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달러를 버린 돈은 어디로 갈까요? 흔히 안전자산은 달러와 금 두 개라고 합니다. 달러에서 벗어나면 결국 금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2010년부터 매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단 한 해도 빠짐없이 금을 늘려 왔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하면서 달러 보유 자체가 리스크로 느껴지자 금 매수량은 1950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가 가진 금도 사실 국내가 아니라 런던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는 미국에 맡겨 두었던 마지막 금까지 본국으로 회수했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헝가리, 터키 등도 이미 금을 본국으로 가져왔습니다. 이 흐름은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직전인 1941년에도 있었고, 현재의 화폐 시스템이 바뀌기 직전인 1965~1967년에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본국으로 송환했습니다. 화폐 시스템이 바뀌기 직전의 마지막 신호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지난 100년, 그리고 더 긴 역사 동안 반복되어 왔다는 점을 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그냥 지나쳤던 뉴스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여러분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금은 우상향하는 거대한 슈퍼 사이클에 있고, 지금의 조정은 오히려 저평가된 구간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보통 전쟁이 나면 금값이 오르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진짜 불안해하는 것은 전쟁 자체보다 화폐 가치의 폭락입니다. 전쟁을 겪은 나라들의 지표와 기록을 보면, 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는 대개 전쟁이 있고, 복지를 남발하거나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벌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르사유 궁전 같은 사례가 그렇습니다. 전쟁에서는 타협이 없고 무조건 이겨야 하니 빚을 내서라도 화폐를 많이 발행하게 되고, 그만큼 화폐 가치는 뚝뚝 떨어집니다.
또 전쟁 지역 주변에서는 무역이 어려워지고 길목이 막힙니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것처럼 공급망에 병목이 생기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킵니다. 인플레이션은 곧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결국 화폐를 많이 찍어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공급 병목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이 동시에 터지면서, 사람들은 화폐를 버리고 공급이 제한되고 희소한 자산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표가 금입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걸프전, 한국전쟁 때도 금 가격은 단기간 오른 적이 있습니다.
다만 1970년대 같은 경우를 보면 중동 전쟁이 터지며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지금처럼 금 가격이 뚝 떨어졌습니다. 그 시기에도 중앙은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불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보다 더 불안한 것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미친 듯이 올리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였습니다. 지금도 금리 인상 우려 때문에 금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려가 있을 때는 금 가격이 떨어지지만 막상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그때부터 회복하고 다시 랠리를 펼친다는 점입니다. 지금과 가장 비슷했던 1970년대에도 1974년부터 금 가격이 쭉 조정을 받다가 1975년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회복하기 시작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폭등하며 마지막 피날레가 나왔습니다.
올해도 금리 인상 우려 속에 금 가격이 계속 흔들리고 있습니다.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75%까지 올라갔다고 하는데, 9월에 실제로 금리를 올린다면 그때부터 금 가격이 회복할 가능성이 크고, 만약 9월이 아니라 12월에 인상한다면 그 시점부터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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