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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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실물 담보성과 몰수 불가성 때문에 금보다 국제 금융(유로달러 시장)에서 더 우월한 담보자산이 될 수 있다고 주장. 미국 국가부채 부담으로 달러 시스템이 허약하나, 미국이 스테이블코인·비트코인을 제도권에 품어 달러 신인도를 보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달러 수요와 미국 채권 수요가 늘어 달러 패권이 30년 더 갈 수 있다고 봄. 근거로 블랙먼데이 낙폭(비트코인 -20%, 나스닥 -8%, 금 -1.5%), 현물 ETF 승인 후 약 300억 달러 유입, 미국 이자비용이 국방비 수준에 도달한 점 등을 제시. 비트코인 10배 상승 가능성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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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운용하는 국제 금융 세력이 바라보는 비트코인은 금보다 훨씬 더 금에 가깝습니다. 주식도 가격이 높으면 액면을 쪼개듯이, 비트코인에도 그런 현상이 있을 수 있을까요. 비트코인 소스 코드를 보면 1비트코인을 1억 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0.1비트코인이라고 표현하지만, 소스 코드에는 소수점이 없고 1비트코인 자체가 1억 사토시입니다. 나중에 비트코인이 금과 나란히 자리 잡고, 다음 단계로 달러 예금에 도전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겠죠. 다만 그건 어나더 레벨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미국은 비트코인을 모으고 있고, 중국도 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이런 차이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지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금에는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블랙 먼데이 때 비트코인은 20% 가까이 빠졌고, 나스닥은 8% 넘게 빠졌지만 금은 겨우 1.5% 빠졌습니다. 금의 하방 경직성은 다른 자산이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전통적인 부자들은 지금도 금을 선호하고 아주 좋아합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1월 이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300억 달러가 모였습니다. 기록적인 속도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느냐면, 월가가 갖고 있던 금을 팔아서 비트코인을 산 것입니다. 금융 투자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금과 비트코인을 서로 대체재로 보고 있는 것이죠.
금에는 그런 투자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어렸을 때 보니 엄청난 부자 어른이 계셨는데, 금괴는 아니었고 그 당시에는 금괴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금거북이 같은 것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6·25를 겪은 분들이라, 금비녀로 가족을 먹여 살린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금비녀를 본 적도 없겠지만, 그만큼 금이 그분들에게는 너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가끔 가난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을 리모델링하다가 금괴가 발견되었는데, 손주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갖고 계셨던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 분들은 금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국제 금융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보는 금보다, 같은 사람들이 보는 비트코인이 훨씬 더 금 같습니다. 전 세계에는 공식적인 금융망과 비공식적인 금융망이 있습니다. 비공식적인 금융망을 흔히 유로달러라고 부르는데, 이름이 잘못 붙은 것입니다. 유로와는 무관하고 달러가 해외에서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의 사채 시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은행 말고 사채 시장이 있는 것처럼, 국제 시장에도 사채 시장이 있는 셈입니다. 근거지는 미국과 영국 런던이고, 하루 1일물로 빌려주고 빌리기 때문에 하룻밤에도 수억 달러가 오갑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전에는 담보물이 거의 없이 신용으로 돈이 돌았습니다. 담보가 없으니 금융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났고, 그 뒤에 담보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미국 국채에 대한 전자 증표입니다. 미국 국채의 전자 증표도 훌륭한 담보물이지만, 미국 정부가 동결할 수 있습니다. 실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실물처럼 작동합니다. 하룻밤 담보로 넘어갔다가 빚을 갚으면 돌아옵니다. 금은 이런 방식의 단기 금융 담보물이 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 얘기를 처음으로 떠들기 시작했는데, 제가 말할 즈음 JP모건 같은 곳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말은 안 하고 있다가 지금 서서히 나오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금은 전자가 아니어서 단기 금융의 담보물로 쓰기 어렵지만, 비트코인은 담보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바로 반박이 들어옵니다. 미국 국채도 이미 담보물이고, 리파이낸싱 같은 곳에서 쓰이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물론 미국 국채는 좋은 자산이지만 카운터파트 리스크가 있습니다. 카운터파트는 미국 정부입니다. 미국 정부가 동결하거나 출금을 막으면 무너집니다.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그 위험을 실제로 겪었습니다.
유로달러 시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소련이나 중국이 석유를 팔거나 무역을 해서 달러를 벌었는데, 미국이 동결할까 봐 영국에 저축하면서 유로달러 시장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장의 담보물을 다시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의 전자 증표로 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그 담보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도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있습니다. 하지만 더 넓고 멀리 본다면, 금융의 기초 담보 자산으로서는 비트코인이 훨씬 우월합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에 믿음이 더 생기고 대중화되면, 금처럼 사람들이 믿고 쓰는 자산이 됩니다. 금본위제가 붕괴하는 것처럼 어떤 큰 변화가 생기면 비트코인 본위제도 가능합니다. 비트코인 본위가 무엇을 뜻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부채와 비트코인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싱크탱크들도 이런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강달러만 보고 있지만, 달러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와 있습니다. 달러 시스템이 허약한 이유는 미국의 엄청난 국가 부채 때문입니다. 원금을 안 갚더라도 매년 이자 부담이 엄청납니다. 미국도 부채 발행과 이자율 사이의 압박을 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론적으로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니 달러 수요가 무한하다는 전제 아래 달러를 찍어낼 수 있었고, 채권 수요가 무한하다는 전제 아래 채권도 찍어냈습니다. 다른 나라처럼 채권 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채 한도 같은 정치적 문제로만 해결해 왔습니다. 그런데 2024년은 기념비적인 해였습니다. 미국이 채권에 지급하는 이자가 국방비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적색 신호가 켜진 것입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싱크탱크의 생각은 무엇일까요. 1차 세계대전을 떠올리면 됩니다. 미국에서는 전쟁이 나지 않았고 유럽에 전쟁이 났습니다. 유럽은 미국에서 물건과 식량을 사기 위해 금을 보냈고, 안전한 곳을 찾아 금괴도 왔습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전 세계 금의 약 70%를 모았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달러-금 연동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많이 희석되었고, 지금은 미국에 금이 많지 않습니다. 금을 다시 모으려면 미국이 돈을 또 내야 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우호적인 환경만 만들면 모일 수 있습니다. 나중에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달러가 연동되든 안 되든, 미국 달러는 신인도를 얻고 그 신용을 보강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러는 앞으로도 강해진다고 봐야 할까요. 저도 처음엔 놀랐습니다. 10년 전 비트코인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공부한 것이 SDR, 즉 특별인출권이었고, 두 번째로 자금세탁을 공부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하게, 비트코인은 자금세탁 용도로 너무 많이 쓰이니 미국이 제도권에서 품지 않으면 지하경제로 들어가 버릴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미국이 다른 용도로 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달러를 부양하는 수단입니다.
이 아이디어를 미국의 주류 공화당과 싱크탱크들이 이렇게 빨리 파악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공화당 하원의장을 지낸 폴 라이언이라는 젊은 의원도 트럼프보다 먼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막으면 안 된다, 스테이블코인이 우리 달러의 신인도를 높여 준다고요. 비트코인과는 다르지만, 이미 판을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코인 시장이 활발해질수록 거래소에서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이 계속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발행사들은 준비금을 미국 국채로 보유하게 되니, 결국 미국 국채를 사 주는 소비자가 되는 셈입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미국 달러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자를 주지 않는 1달러, 100달러짜리 지폐 같은 달러와, 이자를 주는 재무부 채권 달러입니다. 달러 장사를 하는 금융 기업들은 자산을 이자 없는 달러로 보유하는 대신, 이자 주는 달러로 보유해야 합니다. 이것이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입니다.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들은 미국 자산을 사 주는데, 부동산이 아니라 주로 채권입니다. 중국은 미국에 엄청난 무역 흑자를 내면서도 채권을 계속 쌓아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미국 채권 최대 보유국은 다시 일본이 되었고, 중국은 2위가 되었습니다. 미국 채권 수요가 무한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사람들이 달러 표시 토큰을 쓰면 어떻게 될까요. 스테이블코인을 사려고 1달러를 내고 테더 같은 것을 얻는데, 발행사는 그 돈을 운용하지 못합니다. 부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라면 운용할 수 있겠지만, 운용하지 못하는 대신 이자를 주는 달러, 즉 미국 채권으로 바꿉니다. 폴 라이언은 이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나가면 미국 채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죠. 심지어 유럽은 비트코인을 사지 않습니다. 유럽인들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고 있습니다. 유럽 기업들도 유로 스테이블코인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원합니다. 달러 수요가 폭발한 것입니다. 그래서 달러 시대는 앞으로 30년 더 간다고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깨달은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이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중이 커지면 뉴스에서 환율만 볼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 가격도 함께 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보편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빅맥 지수는 나라마다 생활수준과 물가가 달라서 GDP만으로는 환율 감이 잘 오지 않으니, 빅맥 가격으로 환율을 거꾸로 계산하는 지표입니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서 하나의 가격을 가집니다. 우리나라처럼 자본이 막혀 있으면 김치 프리미엄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지만, 차익 거래 세력이 싼 곳에서 사고 비싼 곳에서 팔면 가격 차이가 계속 좁혀집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이 곧 전 세계 표준 환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테더를 써 보니 굉장히 편했습니다. 그것만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처럼 테더로 결제가 되고, 실사용이 가능해지면 좋을 텐데, 그런 세상이 올까요. 한국 무역 거래의 약 10%가 이미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동대문 상인들이 홍콩에 갈 때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합니다. 2년 정도 지나면 명절 세뱃돈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주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편하니까요. 굳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필요 없이 그냥 달러로 쓰면 되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으로 구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협입니다. 자국 통화에 대한 통화 재량권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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