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익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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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디플레를 탈피해 금리를 인상했으나, 엔화는 저평가 상태라 추가 강세 여지가 있다. 세계 중앙은행 금리인상은 올해 마무리되고 내년엔 인하 가능성. 급격한 엔캐리 청산 가능성은 낮고 단기 부분 청산이 기본 시나리오. 명목GDP 상승과 엔화 약세가 일본 주가를 끌어올렸으나, 엔화 강세 시 일본 주가 하락 우려. 중기적으로 엔 강세는 원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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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금요일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왜 인상했고, 일본 금리 인상에 따라 혹시 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런 현상이 급하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20년 코로나 때문에 세계 경제가 극한 침체에 빠졌습니다.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많이 내리고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많이 풀었죠. 특히 미 연준이 가장 많이 돈을 풀었습니다. 이렇게 돈을 풀다 보니 경기도 회복되고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했습니다. 그러다 경기가 약간 둔화되는 조짐이 보이자 유럽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금리를 내렸죠.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시 전부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이 먼저 올렸고, 우리 한국은행도 두 차례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미 연준도 올렸고, 일본도 세 차례 인상했습니다. 이렇게 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가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물가 안정인데,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때문에 유가가 급등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서 전 세계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인상할 것인가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올해 금리 인상은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초기에는 물가가 더 많이 오르지만, 3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경제 성장률이 더 많이 떨어집니다. 아마 내년 상반기에는 물가보다 경기 둔화 폭이 더 클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올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일본은행은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정책위원 9명 중 2명이 금리 인상에 반대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그렇게 좋지 않고 물가도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본은행 총재가 앞으로의 금리 경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매파적 신호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일본이 금리를 인상했는데도 엔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고, 달러/엔 환율은 올랐습니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보면, 일본도 올 12월에 한 번 더 올리고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올해 한 차례 정도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에는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이 올해 들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한 이유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물가를 대표하는 지표는 GDP 디플레이터인데, 90년대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GDP 디플레이터가 2012년까지 계속 하락했습니다. 소위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이죠.
디플레이션에서는 물가가 떨어지니까 가계가 소비를 미룹니다. 그러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고,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가계 소득이 줄면서 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2010년대 들어 아베노믹스가 등장했는데, 핵심은 물가가 2%에 도달할 때까지 돈을 무한정 풀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최근 일본의 GDP 디플레이터가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실질 GDP는 약간 증가하고 있는데, 여기에 물가 상승분이 더해진 명목 GDP는 급격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탈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참고로 작년과 올해 일본 주가는 우리보다는 덜 올랐지만, 세계에서 우리 다음으로 많이 올랐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명목 GDP와 방향이 거의 같습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면서 명목 GDP가 증가하니 주가도 오른 것입니다.
일본의 세계 GDP 비중은 1994년에 18%였습니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는 미국마저 일본을 배우자고 할 정도였죠. 그러던 일본 GDP 비중이 작년에는 3.8%로 급락했습니다. 대신 중국의 GDP가 올랐습니다.
이런 급락의 가장 큰 계기가 1985년 플라자 합의입니다. 당시 미국 경제가 어려웠고,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선진국들이 모여 달러 약세, 엔화 강세를 유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결과 엔화 가치가 급등했습니다. 1985년 8월 달러/엔 환율은 239엔이었는데, 1987년 12월 1년 반도 안 되어 123엔으로 엔화 가치가 48%나 폭등했습니다.
엔화 강세에 수출 기업들이 아우성을 쳤고, 일본 중앙은행은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돈을 풀었습니다. 당시 경기는 좋았지만,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 시장에 엄청난 거품이 생겼습니다. 닛케이225 지수와 집값이 급등했죠. 이후 1989년 하반기부터 일본은행이 금리를 급하게 올렸고, 자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엔/달러 환율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정책 당국도 엔화 가치가 너무 저평가됐다고 보고 양국이 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도 했습니다. 엔/달러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10년 국채 수익률 차이입니다. 9월에 미국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차가 조금 줄었지만, 그럼에도 현재 미·일 10년물 금리차를 보면 엔화 가치는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엔화 가치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225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최근 일본 주가가 오른 것은 명목 GDP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평가된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이 계속 금리를 인상하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엔화가 약세일 때 엔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났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청산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부분 청산 시나리오입니다. 엔화가 완만하게 강세로 갈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가 부분적으로 청산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둘째, 급격한 청산 시나리오입니다. 만약 내년 상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많이 인하하고 일본은 인상하거나 유지한다면 급격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기본 시나리오는 부분 청산입니다. 엔화가 단기적으로 그렇게 강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큰 우려를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최근 10년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0.9입니다. 원화가 가장 밀접하게 움직이는 통화가 바로 엔화라는 뜻입니다. 중기적으로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엔화가 강세로 가면 원화도 강세로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엔화가 강세일 때 원화도 강세였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 우리 금융시장이 굉장히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8월 5일에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부분적으로 청산되면서 코스피가 하루 만에 8% 넘게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강세가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올해 12월까지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고, 일본은행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유가 상승 효과가 내년부터는 물가보다 경기 둔화로 나타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인하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도 조심스럽게 금리를 올려왔고, 앞으로도 인상하거나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행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극단적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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