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형수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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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IRA·칩스법 정책 변화와 트럼프 관세 리스크로 반도체 수출 및 중국 노출 기업에 단기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진단. 삼성전자는 PBR 0.88 수준까지 하락해 악재 상당 부분 반영, 10조원 자사주 매입 공시로 하방이 막혔으며 연말 인사와 HBM 엔비디아 퀄 통과가 상방 모멘텀이라 봄.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제한적 영향. 2025년 반도체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거의 마무리돼 바닥 시그널로 보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매집 메리트가 있는 가격대, 소부장은 아직 본격 매수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 하반기 미국 테크 선호, 포트폴리오 비중은 국내 45%·미국 50% 제시.
다듬은 글
미국 정책 변수와 반도체 수출 영향
이제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 아젠다는 두 가지입니다. IRA법과 칩스법인데, 이 중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일단 전기차 쪽 세액공제 같은 IRA 관련 혜택은 축소되는 방향이 될 거고, 시장의 컨센서스는 이걸 폐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입법으로 이미 얽혀 있어서 뒤집기는 힘들지만, 원래 약속된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은 열어두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투자적 관점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야 합니다.
칩스법은 후불제입니다. 먼저 투자를 하고 그걸 확인한 뒤에 미국 행정부가 최대 40%까지 인센티브를 페이백해 주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삼성은 테일러에, SK하이닉스는 애리조나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서 이 보조금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보조금을 왜 주냐, 관세를 때리면 들어와서 만들 것이고 에너지 비용을 낮춰주면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최대 40% 보조금은 2026년까지 투자를 완료해야 지급되는데,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이크론은 이미 사인을 받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아직 불확실성이 있어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기업이 미국 정부와 직접 협상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우리 외교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만약 보조금을 못 받게 되면 다른 쪽에서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는 카드를 외교적으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 행정부를 믿고 투자를 한 것이니, 미국 내 오피니언 리더들이 정책 당국자에게 이런 부분을 어필해야 합니다.
트럼프가 말하는 보편적 관세 10%, 중국 제품에 대한 60% 관세는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무역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우리 반도체 수출에도 부정적입니다. 특히 중국을 통해 나가는 물량이 문제입니다.
반도체는 크게 B2B와 B2C로 나눌 수 있습니다. B2B는 빅테크 업체들이 투자하는 AI 서버 같은 쪽이고, B2C는 스마트폰이나 PC 같은 내구 소비재 쪽입니다. 관세 영향은 B2C 쪽에 더 큽니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메모리 비중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40% 수준이고, 홍콩을 경유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50%를 넘습니다. 이 때문에 데미지가 큰데, 특히 삼성전자가 익스포저가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B2C 제품 비중이 높은 반면, SK하이닉스는 빅테크 매출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3분기 기준으로 HBM 매출 비중이 30%이고, 대부분 엔비디아를 통해 빅테크에 납품합니다. 여기에 DDR5까지 합치면 60% 이상입니다. 그래서 SK하이닉스는 영향이 제한적입니다. AI 서버는 워낙 중요한 아이템이라 10% 관세 정도는 고객에게 충분히 전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B2C 제품은 수요가 이미 위축돼 있어서 가격이 오르면 전가가 어렵습니다.
중국의 기술 추격과 레거시 물량전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추격을 막기 위해 ASML의 EUV 같은 노광 장비를 막았고,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훨씬 디테일한 규제를 했습니다. 14나노 이하 파운드리 기술, 18나노 이하 D램 기술, 128단 이상 낸드 기술의 중국 반입을 막았습니다. 첨단 기술의 중국 추격 시간을 벌어준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국이 이 제재에 맞춰 대응했다는 점입니다. 첨단 공정은 조금 뒤처질 수 있지만, 이제는 물량전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규제 범위 밖에 있는 레거시 공정, 예를 들어 28나노 이상급 팹을 대거 짓고 있습니다. CXMT는 19나노, 18나노급 레거시 D램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가격을 폭락시키고 있습니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일반 커머디티, 즉 레거시 메모리의 이익률이 HBM 이익률을 넘어선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CXMT가 갑자기 6%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내면서 DDR4 같은 레거시 가격이 순식간에 폭락했습니다.
이 영향은 파운드리에도 나타났습니다. 동부하이텍은 한때 잘 나갔지만, 중국이 레거시 공정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그쪽 파운드리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YMTC의 낸드입니다. SK하이닉스는 최첨단 기술로 초격차를 벌리는 수밖에 없고, 이 대응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이클에서 문제는 오히려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자칫하면 중국과 직접 경쟁해야 할 판입니다.
삼성전자: 악재 반영과 하방, 그리고 모멘텀
삼성전자의 악재는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봐야 합니다. 얼마 전 주가가 49,900원까지 빠졌는데, 이는 PBR 기준 0.88 수준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금융위기나 코로나 때도 이 정도까지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49,900원 근처에서는 오너 일가의 주식 담보 반대매매 상황까지 왔습니다. 홍라희 여사, 이재용 사장, 이서현 사장이 주식을 담보로 상속세를 냈는데, 그때 반대매매가 위험 수준까지 왔었습니다. 이후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고, 이로써 하방은 어느 정도 막아줬다고 봅니다. 시장은 이 가격대에서 회사가 방어에 나서는 것으로 받아들여 5만 원 중후반까지 순식간에 올라왔습니다.
하방 리스크는 막았지만, 상방을 뚫어줄 모멘텀이 필요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연말 인사입니다. 중간 인사로 교체된 전영현 부회장에게 얼마나 강한 권한이 실리는지가 중요하고, 그와 손발을 맞출 부장급과 임원 세팅도 중요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엔비디아의 HBM 퀄 통과 소식이 연내에 나와야 합니다. 파운드리 쪽은 가동률을 30% 줄일 만큼 어려운 상황인데, AI 가속기가 잘 안 된다면 자율주행 쪽, 예를 들어 테슬라 FSD 칩 협력이나 가성비 좋은 AI 가속기 라이트 버전 같은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마이크론은 잠재적 리스크입니다. 마이크론은 올 초 HBM3 8단 퀄을 통과했지만, 아직 블랙웰에는 납품했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블랙웰은 인터포저 설계 문제로 지난 분기 크게 조정을 받았고, GB200 NVL72 서버랙에서는 발열 이슈까지 있었습니다. 최고 성능의 HBM이 필요한 상황이라 마이크론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기대를 해볼 만합니다. 물량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대비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습니다.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의 미팅에서 HBM4를 6개월 먼저 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실제 비즈니스 이야기라면 SK하이닉스의 표준 프로토콜에 맞춰 모든 것을 만든다는 의미이고, 차세대 루빈 칩에서도 SK하이닉스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실적과 가이던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에서 서프라이즈가 나왔습니다. 다만 실적 성장률은 꺾였습니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260%대 성장을 하다가 지난 분기에는 120%로 성장이 꺾여 주가가 조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다시 슬금슬금 올라 조정을 뚫었는데, 이번에도 전년 대비 성장률이 94%로 또 꺾였습니다. 미국의 퀀트 투자는 이런 지표에 기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캐시플로우와 매출총이익률을 내는 회사는 많지 않아서 다시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다음 분기 실적은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실적에서 주목할 부분은 4분기 가이던스가 다소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351억 달러였고,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375억 달러입니다. 매출총이익률은 75%에서 73.5%로 낮췄습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높으니 기대를 낮춰 놓고 서프라이즈를 내겠다는 톤 쿨다운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는 375억 달러보다 더 나올 것이고 매출총이익률도 73.5%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그 정도 서프라이즈가 나와도 시장이 이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가 관건입니다. 시장이 이미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고 있으니 다음 분기 실적에 부담이 될 것입니다. 매출총이익률이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는 맞아 보입니다. 블랙웰 쪽에서 계속 개발비 이슈와 버그가 나오면서 비용이 더 들어가고 있고, TSMC는 파운드리 가격을 분기마다 3~8% 올리고 있습니다. CoWoS 패키징과 서브스트레이트도 20% 가까이 올린다고 합니다. 엔비디아는 마진율이 높지만 비용 요소가 계속 올라가고, 여기에 SK하이닉스까지 HBM 가격을 올리려 한다면 엔비디아의 마진 축소가 걱정될 수 있습니다. 이를 빅테크에 떠넘길 수 있다면 이익률이 반등할 수도 있는데, 이것도 지켜봐야 합니다.
하반기 포트폴리오와 밸류에이션
하반기 관점에서는 국내 테크보다 미국 테크가 낫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여전히 미국 테크가 낫지만, 이전에는 국내 테크 40%, 미국 테크 60% 정도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국내 45%, 미국 50% 정도로 조정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미국 쪽 비중을 더 두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트럼프 1기 때는 약달러를 선호했지만 이번 행정부는 강달러를 선호할 것으로 봅니다. 달러 강세 요인이 있으니 미국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메리트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주식은 향후 12개월 포워드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이 역대급으로 낮아져 있습니다. 특히 테크 기업들은 충분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해서는 잠재적 리스크를 더 봐야 합니다. 반도체 중 중국 노출도가 높은 기업은 비중을 줄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브로드컴을 아주 좋아합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대체재로서 구글 TPU 같은 주문형 반도체가 수혜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주가가 주춤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매출 비중이 31%를 넘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업모델이라도 중국 노출 비중이 높으면 부담이 됩니다. ASML도 마찬가지입니다. EUV는 중국에 팔지 않아서 노출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ArF와 KrF 같은 레거시 장비는 엄청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중국 노출도가 높은 회사들은 디레이팅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추정치도 얘기해 볼 만합니다. 3분기 실적 발표 전에 제가 우리나라 반도체 익년 추정치가 너무 높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내년 추정치가 3분기 실적 이후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하향 조정이 거의 다 된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섹터 애널리스트들 중 내년 이익 전망을 20% 이상 깎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바닥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하반기 반도체를 조심해서 보자고 한 이유는 5월부터 호재가 나와도 주가 반응이 둔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소부장 쪽에서 호재가 나와도 둔감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로 악재가 나와도 둔감합니다. 빠질 만큼 빠졌다는 신호입니다. 지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충분히 매집할 만한 가격대라고 봅니다.
소부장은 난이도가 있습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매수하기 좋은 시점은 아니라고 보지만, 장비 중에서는 기회가 있는 쪽이 있습니다. 소부장이 안 좋은 이유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내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연간 CAPEX는 50조 원 정도인데, 내년에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업황이 좋고 열심히 투자하지만 연간 CAPEX가 20조 원 미만이라, 삼성전자의 감소를 상쇄할 수 없습니다. 다만 D램은 1x 등 선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수요가 기본적으로 있습니다. 이런 쪽에서 SK하이닉스 밸류체인인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 같은 회사들은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TSMC에 장비를 주로 납품하는 HPSP 같은 회사들도 지금은 밸류 매력이 있습니다. 리노공업은 코스닥 반도체 대장주인데 최근 많이 조정을 받았고, 실적에 비해 과도했다고 보니 지금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드밴스드 패키징 관련 PSK홀딩스, STI 같은 회사는 조금씩 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머지 애매한 소부장 밸류체인은 아직 위험합니다.
소재와 부품 쪽은 수요가 늘어나야 합니다. 이번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재고가 얼마나 소진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재고가 충분히 소진되면 내년 상반기 중에 메모리 반도체, 특히 레거시 재고가 정상화되면서 리스토킹 수요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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