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요약 보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온체인 금융의 기준통화가 되며 원화 기반 약화와 한국 상업은행·한국은행 정책 무력화를 가져온다고 주장. 달러는 중앙은행 자산 약 50% 이상, 무역결제 약 80%, 온체인 99.9% 점유, 유로 스테이블코인 점유율 0.2% 미만을 근거로 듦. 리얼월드 자산 토큰화가 확대되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식도 토큰화 거래될 것이며, 삼성은 폰 플랫폼을 통해 금융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있다고 봄.
다듬은 글
미국의 GDP는 세계의 25%입니다. 세계 중앙은행 엘리트들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자기 자산의 절반을 조금 넘게 달러로 보유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60%가 조금 안 되죠. 무역 결제망에서는 달러가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온체인 세계에서는 얘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달러가 99.9%입니다. 다른 통화는 힘을 전혀 쓰지 못합니다. 모든 온체인이 달러 기준이에요. 엘리트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달러 말고 유로도, 파운드도, 엔화도 조금씩 담습니다. 그런데 일반 대중으로 내려갈수록 달러 일색이 됩니다. 미국은 이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선택하게 하면 다들 달러를 고른다는 걸요.
유럽은 미카(MiCA)를 만들고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내놓았지만 시장 점유율이 0.2%도 안 됩니다. 유로화는 중앙은행들이 자산의 20% 정도를 담는 통화입니다. 그런데 유럽인들조차 유로가 아니라 달러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의미 있게 보는 가상자산은 흔히 말하는 여러 코인이 아니라 리얼 올드 어셋입니다. 현실의 채권, 주식, 부동산, 사람까지 토큰으로 만드는 자산입니다. 이런 자산들은 저마다 가격 체계가 달라서 서로 비교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이것들을 매개하려면 결국 달러가 크립토 세계에 들어와야 합니다.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의 형태로 들어오면서, 리얼 올드 어셋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미국 주식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심지어 손흥민도 토큰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청년이 독일 유학을 가고 싶은데 아무도 학비를 대주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을 토큰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아 1억을 모으는 겁니다. 유학을 다녀온 뒤 대부분은 한국에서 피자집을 차릴지도 모르지만, 열 명 중 한 명이 손흥민이 된다면 그 한 명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게 됩니다. 은행 같은 중개인이 쳐다보지 않던 금융이 이제 가능해지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움직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쉽게 말하면, 한국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달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이나 환율 정책이 먹히지 않습니다. 이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한국인들이 원화로 저축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원화가 약세로 보이면 사람들은 달러로 자산을 옮겨 버립니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차에 엑셀을 밟는 것과 같아서, 원화의 기반은 점점 약해집니다.
또 우리가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 앱에 돈을 넣어 두는 이유는 이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거래하기 편해서입니다. 그런데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처음부터 전자화되어 있습니다. 상업은행은 단기 예금을 받아 장기로 빌려주면서 만기 불일치로 돈을 법니다. 사람들이 예금을 은행 앱에 넣지 않으면 이 수익 구조가 무너집니다. 한국의 은행만 위험한 게 아니라 미국의 은행도 달러 스테이블코인 때문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첫째로 한국은행이 할 일이 없어지고, 둘째로 상업은행에 예금이 들어오지 않고, 셋째로 파생 금융은 규제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한국은 이미 규제가 많은데, 그 규제를 피해 빅테크와 금융 회사들이 두바이,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 같은 곳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에는 관료만 남게 됩니다. 결국 금융 시스템은 넷플릭스와 유튜브처럼 바뀔 것입니다.
곧 이런 일이 벌어질 겁니다. 한국인들은 스타링크가 보내는 전파를 받아 미국 앱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토큰으로 거래하게 될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통신망과 국경 없는 결제 경험, 그리고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가 X에서 이자 6%를 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결국 온체인에서 수익을 만들어 주겠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삼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모든 금융은 결국 폰에서 폰으로 흘러갑니다. 전 세계에서 휴대폰을 가장 많이 만들어 파는 회사가 삼성입니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 약 20%입니다. 게다가 애플이 주로 은행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 판매하는 반면, 삼성은 중국 폰과 경쟁하는 글로벌 사우스에서도 팔고 있습니다.
삼성이 정신을 차리고 이것을 단순한 단말기가 아니라 은행 노드로 보고 금융 플랫폼을 깔아 버린다면, 우리나라는 금융 주도권을 잡는 행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가 2년 전부터 이 얘기를 해 왔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한국은행은 할 일이 없어지고, 상업은행은 예금을 잃고, 파생 금융은 상품을 만들지 못하며, 삼성전자는 폰의 우위를 일론 머스크에게 내주게 될 것입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