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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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역은행(SVB 등) 파산 이후 금융위기 가능성을 논의. 과거 금리 인상 전망이 계속 빗나갔고 시장은 연준 피벗(인하)을 기대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가 더딜 경우 시장 기대치 조정 리스크가 있다고 봄. 이번 은행 위기는 2008년 같은 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며, 연준은 예금보호 확대 등으로 사태를 진화하는 방향. 은행 대출 위축은 사실상 긴축 효과를 낸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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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는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같은 은행들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큰 은행도 무너지는데 작은 은행들이 버틸까 하는 두려움이 금융위기였습니다. 그 정도를 금융 시스템의 위기라고 가정한다면, 시장이 지금 너무 앞서 나가 있는 건지 아닌지는 지나가 보면 알겠지만, 따지고 보면 지난 1년 이상 동안 시장은 늘 앞서 가 있었고, 한 대 맞고 되돌아오고, 꿈 깨고 돌아오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작년 초, 2022년 초에 금리가 5%까지 오를 확률은 제로였습니다. 8번 올린다고 해도 2%였으니, 2%를 올릴 확률도 굉장히 낮았습니다. 시장에서 말하는 페드 선물 같은 지표는 확률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기대치, 예측치입니다.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될 거라고 거래하는 것을 퍼센티지로 표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당시만 해도 5%까지 오를 것을 내다본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작년 6월, 7월에도 4번 연속 75bp 인상은 쳐다도 안 받았습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4%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코웃음 쳤고, 서머스 전 장관도 45%까지 올려야 인플레이션이 잡힌다고 했을 때 역시 코웃음 쳤습니다. 미국이 망한다, 부채가 얼마인데 금리를 4% 넘게 올리면 다 망한다고 싸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크루그먼 같은 사람들이 반성문을 쓰고 있습니다. 잘못했다, 그렇게까지 오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요.
시장은 연준을 여태까지 물러 터진 연준으로 보아 왔습니다. 물론 한 번 터졌다는 이미지가 강하니까, 이번에도 물러 터지게 행동할 거라는 기대를 계속 갖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낙관 편향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에 도착 시간이 너무 길게 찍히면 이보다는 덜 걸리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힘든 상황에 닥치면 금방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도 금리 인상은 거의 끝날 것이다, 끝날 것이다 하면서 지금 5.25%까지 왔습니다. 이제 막바지니까 이번에는 내릴 것이다, 내릴 것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준이 시장이 기대하는 그대로 따라가 주면 자산시장은 뜨겁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산시장이 빠르게 올라가고 소비가 탄탄하게 버티면 인플레이션을 다시 건드릴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래 가면 고질병으로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장이 둔화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두 가지 사이에서 연준은 고민할 텐데, 제 생각에 연준은 이렇게 움직일 것 같습니다.
실적 발표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적 발표 때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못 나오면 주가가 흔들리고, 기대보다 높으면 좋아집니다. 전년 대비 실적이 안 좋아도 기대보다 좋으면 주가가 뜁니다. 지난주 빅테크 발표 때도 그랬습니다. 긴축에 대해 시장이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늦게 완화로 돌아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연준이 긴축을 시작할 때 금리 인상보다 먼저 테이퍼링을 했는데, 2022년 1월에 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연준은 2021년 11월에 시작했습니다. 시장 기대보다 빨랐던 것입니다. 기준금리 인상도 시장 기대보다 세게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계속 시장의 예상을 깨고 더 센 긴축을 해 왔습니다.
지금 시장은 금리를 200bp까지 낮출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연준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언제 인하할 것인가인데, 인하 시점도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얼마나 인하할 것인가인데, 큰 이벤트가 없다면 인하 폭도 시장 기대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숫자나 절대적인 날짜로 보기보다, 시장의 기대에 연준이 어느 정도 부응하는지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주식시장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까지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장 예상만큼 인하가 되지 않으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패턴은 작년부터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올라온다는 얘기가 나오면 시장이 긴장하기 시작하고, 인플레이션이 올라오니 금리를 생각보다 많이 올릴 것 같다는 얘기로 이어집니다. 금리가 높이 올라가니 시장이 쇼크를 받아 흔들리고, 경기침체로 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경기침체 리스크를 반영하며 주가와 금리가 함께 떨어지고, 금리가 내려오면서 경기침체와 피벗 기대가 합쳐집니다. 피벗은 달콤한 사탕이라 자산시장을 끌어올리기 시작합니다.
자산시장 상승은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합니다. 인플레이션이 강해지면 금리를 다시 생각보다 높게 올리고, 그 금리 때문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집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금리가 내려오면서 피벗 기대가 생기고, 인플레이션은 안 내려오니 다시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반복됐습니다.
지금 제가 바라보는 것은,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빠르게 안정될 거라고 기대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봐야 할 리스크는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둔화 속도가 느리다면, 시장이 너무 많이 반영한 부분만큼은 고전하는 부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 리스크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시험 점수가 20점에서 80점으로 올랐고, 이제 90점 가까이 왔는데 100점 가기는 정말 힘든 것과 비슷합니다.
많은 분들이 미국 지역은행 문제가 어디까지 어떻게 번질지 걱정합니다. 문제 하나가 터지면 또 하나 터진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의 중론은 이것이 작은 지역은행들의 문제라 미국 금융 시스템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은행 시스템 위기가 무엇인지 정의도 필요하겠지만, 많은 분들이 금융위기가 또 오는 것 아니냐고 질문합니다. 은행이 무너지는 것이 그때 이후 처음인 것 같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1980년대에도 중소형 은행이 굉장히 많이 파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기를 금융위기라고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축대부조합 사태라고 부르는 S&L 사태가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의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금융위기는 리먼브라더스처럼 미국 내 4위 투자은행, 메릴린치처럼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3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같은 5위 투자은행 등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그 정도의 금융 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가 굉장히 촘촘하고, 대형 은행에 자본을 엄청나게 쌓아 줬다는 점입니다. 자본이 탄탄하면 웬만한 충격에도 버틸 수 있습니다.
또 SVB 사태의 핵심은 단기로 빌린 돈을 장기로 운용한 문제였습니다. 단기 만기가 돌아오는데 장기 자산에 묶여 있으니, 장기 자산을 팔아서 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장기 자산이 팔리지 않아 헐값에 팔면서 손실이 난 것이 문제였습니다. 미국 대형 은행들도 장기 자산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장기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 자산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 무서운 것입니다.
예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른 캐시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현금을 내줄 방법이 없습니다. JP모건 같은 곳은 캐시가 계속 들어옵니다. 반면 SVB는 작은 은행이고 IT 벤처 기업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IT 벤처 산업이 불황이라 예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장기 자산을 팔아 줄 수밖에 없었고, 대규모 손실을 냈습니다. 손실을 낸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니 뱅크런이 굉장히 빨리 나왔고, 이것이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빠져나간 예금은 MMF로 갔고, 일부는 대형 은행으로 갔습니다.
대형 은행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대형 은행은 장기 자산을 팔 이유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이것이 미국 대형 은행으로까지 번지고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주변부라도 계속 흔들리고, 사람들이 "위기 아니야, 위기 아니야" 하면서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금리 인상 효과를 가져온다는 분석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중은행이 그것을 대출로 대중에게 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위기 때 시중은행의 기능이 마비되자,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같은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직접 공급했습니다. 일부는 국채를 사면서 시중은행 이외의 투자자들에게도 돈을 뿌렸습니다. 헬기에서 돈을 뿌린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 그것입니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뿌리는 돈과 시중은행이 대출로 돌리는 돈,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시중은행이 위축되면 대출이 힘들어지고, 그러면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유동성이 위축됩니다. 이것은 사실상 긴축 효과와 똑같습니다.
3월 FOMC 전에 파월 의장은 SVB가 터지기 전에 50bp 인상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질렀는데, 결국 25bp를 올렸습니다. SVB가 터진 뒤 머쓱해진 연준은 25bp를 올렸지만 은행 대출이 줄어들어 사실상 25bp 인상 효과와 같다고 설명하며 넘어갔습니다. 연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은행 쪽에서 대출 위축이 빠르게 진행되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하는 은행 시스템이 긴축되는 만큼 보완하는 인하이지, 자산시장을 밀어 올리기 위한 인하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런 컨셉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금융과 은행 문제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크게 보지 않습니다. 은행 시스템이 어느 정도까지 무너지는지 볼 필요가 있는데, 시스템 붕괴 단계까지 간다면 금리 인하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 포인트는 미국의 중소형 은행이 망하느냐 안 망하느냐보다도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 확진자 수를 요즘 아시는 분 있으세요?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저도 안 봅니다. 2년 전만 해도 코로나 확진자 수만 보던 시절이었는데, 내일 확진자가 3만 명 나왔다고 해도 시장이 영향을 받을까요? 10만 명이 나와도 관심이 없을 겁니다. 같은 악재라도 어떤 때는 큰 타격을 주고, 어떤 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언제 타격을 줄까요? 모두가 바라볼 때일까요, 아니면 모두가 쳐다도 안 볼 때일까요?
지금은 모두가 미국 중소형 은행 파산을 바라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때 문제가 생기면 굉장히 큰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터지더라도 번번이 금방 막아 주면, 시장은 학습을 합니다. "대단한 거 아니네"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또 터지면 어떨까요?
결국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중소형 은행이 파산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두 개가 파산하더라도 시장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연준은 후자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리퍼블릭 뱅크도 흔들렸는데, 파산하자마자 바로 처리해 버렸습니다. 벌써 세 번째 반복입니다. 시장도 "해결되네, 또 파산하고 또 메우고" 하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중소형 은행 파산이 아주 심각해지면,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예금을 인출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 은행이 파산한다고 예금을 다 빼 갈까요? 그렇게까지는 안 갈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뱅크, 시그니처 은행... 우리가 언제부터 미국 지역 중소은행 이름까지 이렇게 꿰고 있었나요. 저도 몰랐던 은행들입니다. 그래서 중소형 은행들은 상당히 힘들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당장 파산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에 예금을 많이 받지 못합니다. 예금을 받더라도 금리를 높게 줘야 합니다. 높은 금리로 예금을 끌어와 대출을 해 줘야 하는데, 뱅크런이 일어나면 현금을 갖고 있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뱅크런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문제가 터지면 예금을 끌어모으려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높은 금리로 끌어온 예금을 대출로 돌리지 못하고 있으니 수익성이 무너집니다. 현금 덕분에 한동안 버틸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겨워질 것입니다.
양적완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준은 은행이나 투자자가 갖고 있는 국채를 사면서 그것을 현금으로 바꿔 줍니다. 대출과 사 주는 것은 다릅니다. 집을 담보로 급전 대출을 받는 것과 집을 사 주는 것은 느낌이 다르고, 10년짜리 대출과 하루짜리 대출도 다릅니다. 국채를 사 주면 국채를 던지는 순간 가격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팔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현금을 쥐여 주는 것입니다.
현금이 들어오면 예금을 하게 되고, 은행은 그것으로 대출을 해 줍니다. 누군가의 대출은 누군가의 예금이 되고, 그 예금이 다시 은행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양적완화 후에는 예금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그 예금 중 많은 부분이 기업과 법인의 예금입니다. 법인들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양적완화 이후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이 지금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도 내 예금은 뺄 필요가 없지만, 한도를 넘는 예금은 무섭습니다. 그래서 빠질 때 큰 금액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져나갑니다. 은행이 무너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럼 무슨 돈으로 올려 줄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다 올려 줄 순 없으니 일부라도 해 줘야 합니다. 그 일부를 어떻게 정할까요? 계좌의 성격을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예금 중에도 여유자금, 기업이 적립금으로 쌓아 둔 돈, 급여 계좌처럼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만든 유동성 계좌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압류되어 찾지 못했을 때 타격이 클까요? 급여 계좌입니다. 파장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지금 나오는 얘기는, 은행들이 법인 예금 중에서 급여 계좌 같은 운전자금용 계좌에 대해서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많이 올려 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예금자보호 한도를 상향 조정하기보다는, 일부는 올려 주되 특정 계좌, 특히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는 성격의 예금에 대해 예금자보호 한도를 많이 올려 주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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