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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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은 1970년대 사채 동결·강제 상장 등 정책 개입으로 형성된 구조적 문제(대주주 경영권 보장, 주주환원 부족)가 있어 소액주주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국내 주식은 폭락 시에만 매수하고, 해외 주식 투자와 절세계좌 활용이 유리하다는 주장. 국내 대형주의 장기 우량성도 의문시. 부동산(똘똘한 한 채)을 한국 투자의 왕도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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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한국 주식을 사야 한다고들 하지만, 그건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여기서도 외국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도 쿨하게 가야 합니다. 그런 꼴을 당하면서 미래를 버릴 이유가 없어요. 밸류업도 믿기 어렵습니다. 아무런 조치가 없지 않습니까. 이 시장은 돈을 뽑아가는 IPO와 증자 때만 주주님이고, 그다음부터는 남의 손님 취급을 받는 곳입니다. 50년 넘게 쌓인 적폐 때문이죠.
한국 주식 시장이 사실상 시작된 해는 1972년입니다. 그해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사채 동결 조치, 흔히 8·3 조치라고 부르는 것이 나왔습니다.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기업들이 빌린 사채가 있었는데, 개인 간에 돈을 빌려주는 사채의 금리가 월 5%, 1년이면 60%가 넘는 살인적인 수준이었어요. 정부는 이걸 문제로 보고 사채를 동결하고 3년간 상환을 거치하게 했으며, 이자도 16.5%로 낮췄습니다. 그야말로 난리가 났죠.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을 이런 모양으로 만든 조치였습니다. 국가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돈을 빌려준 사람들의 돈을 빼앗아 기업들에게 준 셈이었어요.
그 뒤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나라가 작다고는 해도 약 1,500억 원 규모의 사채가 보고됐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사주 사채였습니다. 은행 같은 데서 개인들이 회장님들의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데, 그 돈이 자기 회사로 다시 흘러 들어간 거예요. 자기 돈을 빌려서 자기 회사에 50% 이자를 받고 빌려준 거죠. 사주 입장에서는 자기가 보증도 서고 리스크를 무릅쓰고 장사를 하는데, 내 회사에 돈 빌려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국민 감정이 불길처럼 번졌고, 그때 대기업 사주 14명이 구속됐습니다.
1973년에는 강제 상장 조치가 나왔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350개 기업을 찍어서, 모두 상장하라는 거였어요. 논리는 이랬습니다. 회사는 오너의 것이 아니고, 너희는 사채 동결로 엄청난 혜택을 받았으니 국민에게 주식을 나눠줘라.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액면가 500원에 상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년 50원씩, 액면가의 10%를 배당하라는 것이었어요. 기업들은 난리가 났죠. 대신 정부는 경영권은 내가 직을 걸고 보장해 주겠다는 딜을 제시했습니다. 그래도 상장이 진행되지 않자, 1974년에는 상장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고 회사를 망가뜨리겠다는 압박까지 나왔고, 결국 300개 이상의 기업이 1974년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기업들을 대표하는 종합 주가지수는 197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다우존스 평균지수를 본떠 만든 것이었죠.
이 사례에서 느낄 수 있는 건, 쌍방 과실이긴 하지만 알토란 같은 회사 주식을 주당 500원 헐값에 내놓고 6년간 액면가의 10%를 배당해야 했던 대기업 사주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졌을 거라는 점입니다. 사채를 빌려주지 못해 손해를 본 사람들도 분노가 치솟고 있었죠.
20년이 지난 1997년에는 유명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신동방 그룹이 미도파백화점 인수에 사실상 성공해서, 임시 주총만 열면 끝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전경련이 나섰습니다. 적대적 M&A는 경영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안 된다는 명분이었죠. 미도파를 인수하려던 측에 재벌 회장들이 돈을 빌려줘서 주식을 사게 했고, 같이 인수 작업을 하던 성원그룹에 대해서는 정부가 실태조사를 벌이는 식으로 압박이 들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도파는 정경련 쪽에 넘어가는 결과가 나왔어요. 당시 정부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는 이상한 자본주의가 자리 잡았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오너가 사재를 출연해야 합니다. 윤 회장 일가가 지분을 포기하고 사재를 내놓는 식이죠. 회사가 망해도 지분만 포기하면 되는 게 정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회장이 사재를 내야 합니다. 반대로 그렇게 사재를 출연해서 회사를 키운 경영자가 적대적 M&A 공세에 노출되면, 나라가 개입해서 경영권을 보장해 줍니다. 한진칼 사태나 삼성물산 무자본 M&A 때 기억나시죠. 나라님이 갑자기 개입하는 거예요. 이것이 한국 주식 시장의 구조입니다.
오너 입장에서는 힘들 때 사재를 내놓더라도, 경영권을 뺏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일반 주주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역 앞 식당이 맛없어도 손님이 뜨내기라 신경 쓰지 않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전 세계 주식 시장에서 배당 수익률이 제일 낮고, 자사주 매입·소각도 하지 않는 나라가 됐습니다. 주주를 밤 따구로 때려도 아무 문제가 없는 나라가 된 거죠.
최근 사례를 보셔도 알 수 있습니다. 적자 기업의 시가총액이 알짜 기업보다 크다는 이유로 합병해 버리고, 자기 지분율을 높이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유지합니다. 반대로 자회사를 분할 상장시켜 시가총액 2, 3위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죠. 경영권을 뺏긴 쪽의 주가가 어떻게 됐는지도 다 봤습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그 골을 눈앞에서 보고 있어요.
그리고 이 구조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윤석열 정부든, 역대 세 정권에서 모두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달라질 가능성이 낮고, 아무 조치가 없는데 밸류업을 외쳐도 믿기 어렵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태도는 분명해야 합니다. 사주 일가이거나, 돈이 아주 많아서 심심하거나, 세력 옆에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주식에 투자해도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 주식 투자는 최소화하는 게 맞습니다. 이 시장은 주주에게서 돈을 뽑아가는 곳입니다. IPO와 증자 때만 주주님이고, 그 뒤에는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는 시장이에요.
흔히 한국 사람은 한국 주식을 사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이른바 홈 바이어스를 버려야 합니다. 익숙한 우리 회사 주식부터 사는 잘못된 습관을 버리라는 거예요.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매매차익에 과세하게 되므로, 세금 면에서도 해외주식 투자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배당을 잘 주고 자사주 매입도 잘하는 해외 기업을 공부하면 됩니다. 요즘은 AI 덕분에 해외 기업의 공시 자료나 PDF를 번역하는 것도 쉬워졌고요. 어차피 여기서도 외국인 취급, 뜨내기 취급을 받는데,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폭락할 때 사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오른 다음에 사면 어떡하냐고 하죠. 그런데 어차피 증자, 분할, 합병이 이어질 테니, 폭락할 때 사는 게 맞습니다. 외국인도 다 팔고 나라가 망한다고 할 때 좋은 회사를 사 두었다가, 다들 주식을 안 하던 사람들이 덤벼들 때 파는 것이죠. 한국 주식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장기 투자를 하라거나 우량주를 묵혀 두라는 이야기에 현혹되지 말라는 겁니다. 그건 마케팅에 가깝고, 장기 투자할 만한 회사를 고를 능력이 대부분에게는 없습니다.
능력자라면 해도 됩니다. 다만 그런 능력이 있다면 한국이 아니라도 다른 시장에서 더 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시장은 여러 시장 중 하나일 뿐이고, 우리에게 보답한 적이 없으니 관심을 끄는 게 낫습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미련을 갖고 매달리는 스토커가 되지 말자는 거죠. 스토커 투자를 하지 말자는 겁니다.
한국에서 모멘텀 투자는 쇼에 가깝습니다. 상한가 따라잡기, 역사적 고점 돌파, 갑자기 상한가를 치는 주식을 따라 사서 다음 날 파는 것이 가장 좋은 매매 전략이라고들 하지만, 그게 제일 위험합니다. 삼성전자만 사면 된다는 분위기가 나올 때가 가장 투자하면 안 되는 시기입니다. 2021년에 동학개미가 어떻다느니 하던 시절이 있었죠. 지나고 보면 한국은 대형 우량주도 안정성이 없고, 주도주가 자주 바뀌며, 시장의 급등락이 너무 큽니다. SK하이닉스도 지금은 좋은 주식이지만, 좋은 회사냐고 물으면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히스토리가 기구하고, 꾸준히 배당을 준 적도 없는 회사니까요. 대부분의 투자자는 HBM이나 메모리 같은 것을 몰랐는데, SK하이닉스가 치솟는 걸 보고 뒤늦게 따라 사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회사가 이익의 60%를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돌려주는 선진국형 자본 정책을 펼칠지는, 겪어 봐야 아는 일입니다.
세금 문제도 있습니다. 금융종합과세는 가혹한 세금입니다. 연 2천만 원 이상의 배당·이자소득에 대해 근로소득과 합산해 높은 세율을 매기고, 스레숄드도 없습니다. 몇 천만 원까지 몇 %가 아니라, 그냥 전부 그 세율을 맞는 구조예요. 정부는 기준을 연 1천만 원까지 낮출 계획이었고, 이자와 원리금 소득에도 과세하려 했지만 지금은 잠시 중단된 상태입니다. 저는 1천만 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에서 지금 가장 가파른 증세 국가이고, 국민연금 펑크가 날 걸 앞두고 지금처럼 세금 걷기 좋을 때 왕창 걷자는 스탠스인 것입니다. 이 증세 기조는 앞으로도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절세 계좌를 최대한 쓰고, 한도를 넘는 돈은 해외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한국에 대한 정을 떼기 좋은 세금 제도인 셈이죠. 해외에서 벌어서 그 나라에 세금을 내고 오면 되고, 손익통산이 되는 데다 장기 보유 혜택도 있는 나라가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기업도 떠나고 부자도 떠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바뀌지 않는다면 부자와 기업을 내쫓는 정책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저는 한국 주식은 폭락할 때만 사라고 말합니다. 국내 수요 기반은 계속 약화되고, 소액주주들이 실망하고 떠날수록 대주주의 지배력은 더 커집니다. 그러면 소액주주를 더 쓸 때가 되고, 그 악순환이 계속 돌아갑니다. 중국은 경제가 악순환에 빠진 나라이고, 우리는 주식 시장이 악순환에 빠진 나라입니다. 한국 주식은 말 그대로 능력자들만 하는 곳이에요. 장기적으로 배당을 잘 주고, 매출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으며, 기술력이 탄탄한 회사를 고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사면 되는 시장입니다. 무지성으로 대형주를 사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우리나라에 장기 투자할 만한 우량주가 과연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2020년 현대차는 배당을 삭감하고 우선주에는 아예 배당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게 한국입니다. 저도 현대차 주주로서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우량주라고 생각해 왔고, 해외에 나가 보면 현대차 말고는 미래가 보이는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2020년에는 정말 흔들렸어요. 배당을 더 챙겨 줘야 할 우선주조차 배당이 없었으니까요. 주식 패닉이 오고, 한국 주식 하면 다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때 들어가는 것, 그것이 한국에서 가장 좋은 역발상 투자 전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주식 시장은 늘 만년 침체에 있지만, 한국 경제는 잘 나가기도 하죠. 주식이 침체되는 건 별로 상관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중요합니다. 지방 미분양이 조금 늘어나면 바로 PF 문제로 난리가 나고, 정부의 관심도 부동산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국에서 투자를 하겠다면 잘 골라서 똘똘한 한 채를 사는 게, 다주택자는 여전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장 왕도라고 봅니다. 부동산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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