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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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SK하이닉스 ADR 자금과 통화당국 스탠스 전환(금리 인상 의지)이 겹쳐 하락 중이나, 4년간 이어진 미-한 금리 역전과 해외투자 수요로 환율 레벨 상향 앵커링 우려가 있음. 연말 원/달러 상단은 1,560원 근처였고 1,400원 아래로의 하락 가능성도 열어둠. 경상수지는 2025년 사상 최대 흑자(1,230억 달러)였고 2026년 상반기 누적도 크게 늘어나 달러 공급은 많지만 경제주체들이 달러를 쥐고 있어 환율 하락이 제한됨. 엔화는 일본은행의 소극적 금리인상으로 약세가 지속, 원/엔은 독주 강세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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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건영 단장님과 함께 월간 오건영 코너를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미국 CPI 발표도 있었던 만큼 뜨거운 이슈가 많을 것 같습니다. 단장님 뵙는 게 오랜만이라 반갑습니다. 힘들 때마다 단장님 생각이 나곤 했는데, 오늘은 기본적인 질문부터 짚어 보려고 합니다. 단장님을 소개할 때마다 늘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는 비교적 최근에 출범한 조직인데, 단장님이라는 직함과 소속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제대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제 은행 소속인데,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함께 자산관리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 브랜드가 '신한 프리미어'입니다. 신한 프리미어 자산관리 서비스 안에 은행과 증권을 합쳐 100명이 조금 넘는 전문가가 있고, 이들이 고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패스파인더'라고 부릅니다. 길 찾기, 길잡이 역할을 해 드린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 조직에서 단장 역할을 맡고 있는데, 대단한 건 아닙니다. 저 빼고 다 훌륭한 분들이고, 저는 총무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늘 겸손하게 말씀하시는데, 실제로 단장님의 일상이 궁금한 분들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시는 건가요?
저는 '매크로', 즉 거시경제를 보는 역할을 합니다. 오늘 말씀드릴 환율이나 금리 파트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조직을 운영하는 역할도 하지만, 제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다른 전문가들을 코칭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주식 상담을 받을 때, 개별 종목만 볼 게 아니라 매크로 경제 흐름도 함께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반도체 성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금리 상승을 우려하는 고객도 있고, 환율이 이슈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와 달리 전문가 한 명이 모든 영역을 커버하기 어려워서, 맞춤형 컨설팅은 종합병원처럼 여러 영역을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매크로 분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크로의 3대 요소로 주가, 환율, 금리를 많이 꼽는데, 주식을 많이 보시는 분은 아니니 환율과 금리 중심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요즘에는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둘 다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환율이 조금 더 이슈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특정 변수가 크게 움직일 때 쏠리는데, 요즘은 환율 쪽에 관심이 더 몰리고 있습니다. 금리는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부담스럽지만 큰 변화가 보이지 않으니 주목을 덜 받습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사이에 1,560원에서 1,420원대까지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환율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궁금해하게 됩니다. 환율이 내려오면 고환율에서 유리한 기업과 저환율에서 유리한 기업이 갈리면서 시장의 색깔이 바뀌게 되니, 환율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준비한 질문이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SK하이닉스 ADR 상장 효과로 달러가 유입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ADR 효과가 끝나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어떤 현상을 하나의 이유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정말 많습니다. 최근 일본 엔화 시장에 미국이 공동 개입한 사례도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우리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SK하이닉스 ADR 자금이 들어와 환율이 내렸다는 설명도 영향을 준 건 맞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ADR 자금은 260억 달러 남짓이고, 8월 말까지 나눠 들어오면서 환전돼 풀립니다. 여기에 더해 WGBI, 즉 외국인의 국채 투자 자금이 매달 꽤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달은 50억에서 80억 달러씩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환율이 크게 뛴 시기가 있었으니, ADR 자금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여러 자금이 겹치면서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뭔가 바뀐 것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는 그 바뀐 것을 금리에서 찾습니다. 환율을 보려면 금리를 봐야 하고, 금리를 보려면 환율을 봐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행은 환율보다 금리에 더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이창용 총재 시절에는 환율의 레벨보다 변동성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것이 불안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보면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낮아야 합니다. 미국의 신용도가 우리보다 높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미국 금리가 우리 금리보다 높습니다. 금리를 올리기 전 우리 기준금리가 2.5%였고 미국은 3.5%였습니다. 지난 20년 가까이 우리 금리가 대부분 미국보다 높았는데, 2022년부터 역전이 되었고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6개월이나 1년 정도 역전된 적은 있지만 금세 뒤집혔습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이유는 성장과 물가가 우리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우리 경제가 미국만큼 빠르게 올라오기 전에는 금리를 미국만큼 올리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금리 역전이 오래 지속되면 달러를 보유할 때 더 많은 이자를 받으니 달러 선호가 생기고, 달러 쏠림이 환율을 밀어 올립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환율이 1,000원을 넘었던 것은, 외국인이 자본을 빼 나갔기 때문입니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우리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가 늘었습니다. 서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기업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 영향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자는 얘기가 많습니다. 6월에는 정부가 한미 전략투자공사를 출범시켜 미국에 약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인이 떠나는 것과 우리 경제 주체가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성격이 다릅니다. 해외 투자는 나중에 자금이 돌아올 수 있고, 이자나 배당 같은 소득이 국내로 들어오는 효과도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것이라 환율 상승 요인이라는 점은 같지만, 과거에는 도망가서 오른 것이고 지금은 투자를 해서 오르는 것이라 본질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많이 올라도 괜찮을까요? 문제는 지난 4년간 환율이 꾸준히 올랐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은 환율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1,400원도 싸다고 느끼던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이른바 앵커링 효과입니다.
이렇게 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적정 환율 레벨 자체가 과거보다 올라갑니다. 과거에는 1,200원대도 적정하다고 여겨 달러를 사지 않았지만, 지금은 1,420원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면 1,400원 아래에서 달러를 사려고 합니다. 환율이 하방으로 내려가기 어려워집니다.
둘째, 환율 상승은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 물가를 올립니다. 우리는 수출은 강한데 내수가 약합니다. 환율이 높아져 수입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위축됩니다.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고금리와 고환율이라는 양쪽 부담을 떠안게 되어 내수는 더 힘들어집니다. 결국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정부와 한국은행도 환율의 일방적인 상승을 좌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환율을 잡으려면 미국 금리 3.5%와 우리 금리 2.5%의 차이를 줄이면 됩니다. 우리 금리를 올려 미국 수준에 붙이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딜레마가 있습니다. 우리 금리를 미국 수준까지 올리면 내수가 버티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환율을 잡으려면 내수를 희생해야 하고, 내수를 지키려면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해서 환율이 오릅니다. 지난 4년간은 내수 성장에 초점을 맞춰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장기간 용인하면서 환율 상승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래서 "환율은 레벨보다 변동성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왔던 것입니다. 천천히 오르는 것은 괜찮지만 투기적으로 확확 튀는 것은 무섭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4년째 환율이 오르면서 고환율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굳어질 우려가 생겼습니다. 이제 환율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방법은 미국과의 금리차를 좁히는 것뿐입니다. 미국에 금리를 내려 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우리가 금리를 올려 따라가야 합니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이 너무 높다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코멘트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7월에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하반기에 한 차례 추가 인상이 가능하며 내년에도 한두 차례 인상이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금리차가 줄어들 것입니다.
한국은행과 외환 당국이 이 방향을 어느 정도 공개적으로 예고했고, 시장은 이를 읽습니다. 과거와 태도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게 되니, SK하이닉스 자금 유입과 통화당국의 스탠스 전환이 맞물리면서 환율을 밀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율이 최근처럼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연말 환율 레인지일 겁니다. 레인지 예측은 참 어렵습니다. 올해 환율 상단은 이미 1,560원을 찍었습니다. 지금은 밀려 내려오고 있는데,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느냐가 질문입니다.
작년에도 1,4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는 이런 움직임을 "긁고 온다"고 표현합니다. 단기적으로 환율이 한쪽으로 쏠릴 때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위로 긁을 수 있다면 아래로도 긁을 수 있습니다. 이는 펀더멘털보다 심리와 연관이 큽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많아 경상수지 흑자가 큽니다. 2025년에는 트럼프 관세 때문에 경상수지 700억 달러도 어렵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막판에 반도체가 크게 당겨 주면서 1,230억 달러 가까이 기록했습니다. 사상 최고 기록입니다. 연간 1,000억 달러 흑자는 대단한 수준입니다.
올해는 더 중요합니다.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누적 경상수지가 190억에서 200억 달러 수준입니다. 6개월 만에 이 정도면 연간 300억 달러 이상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로 달러가 쏟아져 들어와 환율이 눌려야 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눌리지 않는 이유는 경제 주체들이 달러를 팔지 않고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해외 투자를 위해 미리 환전해 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이 기대가 깨지는 순간 달러를 팔기 시작합니다.
작년 5월이 좋은 예입니다. 2025년 5월 2일 금요일에 환율이 1,470원이었는데, 어린이날과 대체공휴일을 거쳐 출근해 보니 1,350원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2영업일 만에 120원이 빠진 것입니다.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환율 합의를 요구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환율 합의는 달러를 약세로, 대만 통화를 강세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대만 기업들도 달러를 많이 쥐고 있었는데, 달러 약세 소문이 돌자 한꺼번에 팔아 대만 달러가 단기간에 강세를 보였고, 이것이 우리 환율을 급락시킨 것입니다.
지금 그 기억을 가져오면, 사람들이 환율이 계속 눌릴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면 환율은 지금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아직 명확한 징후는 없지만, 그런 믿음이 생기는지를 봐야 합니다. 올해는 상단이 1,500원 중후반이어서 과거보다 밴드가 높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심리적 요인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엔화도 유심히 봐야 합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 유리하고,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낮아져 내수에 좋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이 무조건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력으로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낮추면 원화가 강해져도 가격을 유지하거나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혁신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또 환율은 상대 가치입니다. 우리 통화만 절상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일본, 위안, 유로도 함께 10%씩 절상된다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습니다. 관세 상황을 봐도 우리 15%, 일본 20%, 중국 25%라면 상대적으로 우리에게는 나은 편입니다. 다른 통화가 함께 움직이면 원화 절상을 더 지속 가능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원화만 홀로 강세인 경우는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내수가 미국처럼 강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화 독박 강세인지 확인하려면 다른 나라 통화의 움직임을 봐야 하고, 특히 일본 엔화를 보게 됩니다. 최근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를 보였는데, 엔화가 계속 약세를 이어가면 원화의 추가 하락도 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엔화가 강해지면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원·엔 환율은 보통 100엔당 920원에서 940원 사이를 오갔습니다. 원화가 약하면 엔화도 약하고, 원화가 강하면 엔화도 강해서 동조화된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독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화는 강해졌는데 엔화는 그만큼 강해지지 못했습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40원에서 89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엔화가 상대적으로 너무 싸졌습니다.
원인을 보면, 한국은행과 외환 당국은 원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를 갖고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긴축 전환에 대한 진심을 보여 주면서 금리 인상을 계속 예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도 우리보다 훨씬 소극적입니다. 금리를 올리겠다고 하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천천히 가겠다고, 충격을 받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하는 식입니다. 세게 혼내지 못하는 셈이죠. 시장은 이런 태도를 금방 읽습니다.
일본이 세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경험 때문입니다. 첫째, 일본은 금리를 올렸다가 30년 동안 장기 불황을 겪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엔화 강세를 위해 금리를 팍팍 올리는 것이 무서운 것입니다. 둘째, 일본은 1995년 한신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엔화 강세기를 겪었는데, 두 번 모두 일본 경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엔화 강세로 돌아가는 것은 과거의 어려운 시기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 금리 인상도 부담스럽고 엔화 강세도 부담스럽습니다. 금리를 올려 엔화 강세를 유도하면 두 가지 부담이 콤보로 옵니다. 그렇다고 엔화 약세를 방치하기도 어렵습니다. 엔화가 너무 약하면 수입 물가가 크게 뛰어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고, 이를 잡으려면 결국 엔화를 강세로 돌려야 합니다.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외통수에 걸린 셈입니다. 시장은 이런 상황을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일본이 움직이지 못하면 시장은 엔화 약세를 만들면서 따라갑니다. 2024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일본 은행이 답답해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엔화가 너무 약해지자 일본은행 총재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 "이제 가만두지 않겠다"며 금리를 올려 엔화를 지키겠다고 말했죠. 그러자 시장은 금리를 많이 올릴 수도 있느냐고 물었고, 총재는 과거의 일본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그게 2024년 7월 31일의 일입니다.
그런데 8월 5일, 일본 증시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난 겁니다. 해외에 있던 자금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일본 지수가 하루 만에 13%나 빠졌습니다.
강하게 말했던 일본은행은 이틀 만에 잘못했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금리 인상 속도는 언제든 조절할 수 있고, 인상을 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AS를 해 주겠다는 식으로 시장을 달랬죠. 시장은 이 말에 어느 정도 만족했습니다.
문제는 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아픈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또 세게 밀어붙였다가 실패하면 "저 사람은 한 번 실수한 걸 두 번 하네"라는 말을 들을 테니, 쉽게 버튼을 누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뒤에서는 빨리 해결하라는 압박이 쏟아지는데도 말이죠. 과거의 화려한 기억이 오히려 부담이 되어 액션을 취하기가 너무 어려워진 겁니다.
그래서 일본은행은 강하게 말하지 못하고, 금리를 올리더라도 천천히 올리겠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마이너스 금리에서 시작해 지금은 1%까지 계속 올려 왔습니다. 하지만 올릴 때마다 그 효과를 스스로 희석시키고 있습니다. 카드는 계속 쓰는데 카드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죠. 시장도 "또 쫄보 역할 하는 것 아니냐"고 보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정리하면, 원화가 엔화보다 강해지고 원·엔 환율이 내려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같은 분기점 요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하이닉스가 없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양국 통화정책 스탠스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한쪽은 의지를 강하게 불태우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뜸을 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답답해진 미국이 들어와 공조 개입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엔화가 약하고 달러가 강하면 신흥국은 특히 힘들어집니다. 신흥국은 자본이 많지 않아 차관을 빌려와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달러 대출도 많습니다. 달러가 뛰면 갚아야 할 달러 빚이 그 자리에서 확 늘어나는 것이 가장 무서운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 엔화가 너무 약하면 일본은 수출에도 타격을 받습니다. 달러 강세라는 악재와 엔화 약세라는 악재가 양방향에서 동시에 몰아치니, 말 그대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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