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요약 보기
한국 주식시장은 1980년 이후 연 7% 이상(배당 포함) 수익을 내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며, 수출 중심 기업의 높은 이익 성장과 불황기에도 투자를 지속하는 재벌 경영 문화가 장기 상승 요인이라고 주장. 반면 주주 경시, 개미 단타, 재벌 총수 리스크로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 환율 급등 시 수출 기업 경쟁력 개선 패턴이 반복된다고 설명. 향후 세계 수요 회복 시 빠르게 반등할 잠재력도 언급.
다듬은 글
투자해야 되는 가장 큰 이유를 하나만 설명드리자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수익률이 높은 자산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우리 국내 주식은 투자를 해야 된다는 거죠.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동물적인 본능을 가지고 투자를 해 왔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다 보니 해외 경제 여건의 변동성이 커요. 그게 가장 큽니다.
거기다 더 문제가 된 건 1974년 강제 상장 조치, 그리고 1997년 미도파 M&A 실패 같은 일들이 벌어지면서 재벌 총수들이 강력한 보호막, 해자를 쌓아놓았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들이 벌어졌냐면, 다른 나라 같으면 주가가 폭락할 때 배당을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주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주식시장의 난이도가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해야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라는 겁니다.
1980년 100포인트였던 코스피가 현재 2,600포인트를 하니까 26배입니다. 배당까지 감안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성과인데, 연평균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7% 이상 나와요. 이 7%가 말로는 쉽지만, 연 7% 수익률로 10년을 놔두면 두 배가 됩니다. 1억을 투자하면 10년 뒤 2억, 20년 뒤 4억, 30년 뒤 8억이 돼요. 1, 2, 3억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배로 가는 겁니다. 이게 투자에서 정말 중요해요. 투자 원금이 2억이었다면 30년 뒤엔 16억이 되는 거죠.
그럼 국내 주식의 수익률이 왜 이렇게 좋을까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돈을 잘 벌기 때문입니다. 2000년 정보통신 버블 붕괴 이후 수출 기업들의 이익을 보면, 약 10조 원 정도였던 이익이 2022년에는 거의 150조에서 158조까지 늘어났어요. 영업이익 기준으로 20여 년 사이에,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도 10배 넘게, 15배까지 늘어나는 나라가 세상에 별로 없습니다. 이만큼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나라가 또 없다 보니, 우리나라 시장이 밉더라도 투자하지 않을 수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왜 가능하냐 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선진국 기업과 두 가지가 다릅니다. 첫 번째는 기업 측면인데, 선진국 기업들은 주가가 빠지고 실적이 안 나오면 주주들이 득달같이 덤벼들어 회장님, 대표, CEO를 잘라 버립니다. 새로 온 CEO는 당연히 구조조정을 들어가고, 주가를 부양하려고 근로자도 자르고 투자도 삭감하고 자산도 매각해 버리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어요. 경영권이 바뀌는 걸 본 적이 없잖아요. 한진칼 사건에서도 산업은행이 끼어들어 M&A 직전에 파토를 놓는 걸 보셨죠. 재벌들은 정부가 자기 편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또는 대놓고 알고 있기 때문에, 주주가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이게 다른 한편으로는 불황에도 투자를 한다는 뜻입니다. 외환위기 같은 아주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이 불황이 왔다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도 대규모로 직원을 자르는 일은 드물었죠. 은행도 직원을 내보낼 때 명예퇴직으로 내보내지, 강제로 잘 하지 않습니다. 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불황에도 계속 투자를 합니다. 물론 그러다 대우그룹처럼 망하기도 해요. 그런데 살아남기만 하면, 경쟁자들은 불안해서 투자를 안 하고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지 않는데 우리만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굉장히 올라가겠죠. 생산 효율이 올라가고, 생산성이 향상됩니다.
두 번째는 더 중요한 점입니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를 사요. 그러면 환율이 급등하죠. 수출 기업은 당장은 힘들어요.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요. 그러나 1, 2년 지나면 다른 나라 경쟁 기업들에 비해 우리나라 환율 여건이 좋으니까 물건을 더 싸게 팔 수도 있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겁니다.
결국 이 두 가지가 겹치는 거죠. 첫째는 한국 특유의 불황기 투자 문화이고, 둘째는 외환위기 이후 자유변동환율제도와 자본시장 개방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개선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제 위기가 발생한 다음에 이익이 더 크게 늘어나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한번 꽂히면, 총수가 어떤 산업에 꽂히면 밑에 있는 직원들이 반대해도 밀어붙입니다. 그래도 결과가 나와요. 한화 그룹을 보세요. 조선업을 결국 사들였잖아요. 삼성 그룹을 보세요. 반도체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를 만들어 냈고요. LG 그룹도 2차전지에 예전부터 투자해서 지금의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거대 기업을 만들었잖아요. 돌아가신 구본무 회장님이 아마 굉장히 흐뭇해하실 거예요. 이건 좋은 점입니다. 이 사람들은 뚝심이 있고, 도전받지 않으니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반대편에는 투자가 실패하면 국민 경제를 흔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총수 입장에서 자기가 미래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면 적극 투자하고,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그 남들에는 소액주주도 많이 들어 있죠. 외부 주주의 말을 안 듣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최악 수준의 주주 경시 국가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 옆에 있는 수준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개미 투자자들은 천하제일 단타 대회를 열고 있는 것 같아요. 2020년 이후 주식시장에 들어온 이른바 동학개미, 특히 보유자금 1,000만 원 이하의 개미들은 1년에 주식을 몇 번 사고팔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37번 사고팝니다. 1년 동안 37번 매매하는 주주를 대주주가 신경 쓰겠어요? 일주일짜리 손님에 불과한데요.
그래서 시장이 양극단으로 갈라집니다. 총수의 경영 성과가 정립되고 외국인 지분도 높은 기업들은 좋은 편이에요. 반면 외국인 지분이 낮고 총수가 대주주로서 전횡을 휘두르며 주주를 무시하는 기업들은 테마, 재료, 신용, 레버리지 같은 것들이 온통 얽혀서 변동성이 어마어마하게 커요. 급등도 하지만 급락도 빈번하게 나옵니다. 이것이 한국 주식시장의 명암이고, 그 바탕이 재벌 총수 경영의 정착과 그것을 정부가 암묵적으로 또는 대놓고 인정하는 문화입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가파른 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자산시장의 변동성은 어쩔 수 없는 대가로 함께 가게 됐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미래가 잘 될지는 누가 알겠습니까. 다만 이번 불황을 보면, 2022년부터 시작된 불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연구개발비를 작년에 27조 원을 썼어요. 이번에 네이버는 부동산을 팔아서 그 돈으로 AI 투자를 한다고 하고요. 이것이 우리 기업들의 성향입니다. 불황에도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그 근성이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세계 경제 수요가 조금만 살아나도 불길처럼 금방 올라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