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세상읽어주는남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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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인피니언의 미국 사이프러스 인수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추가 요구로 무산될 수 있다는 보도를 소개하고, 반도체 M&A에 대한 정부 개입 강화 추세를 설명. 브로드컴은 TSMC와 CoWoS 3D 패키징 협력을 강화하며 TSMC 고객 관계를 공고히 하는 흐름이라고 분석. 인수 성사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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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슴가 3살, 그저 3장 이상입니다. 오늘은 반도체 얘기를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소식 기억나시는 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6월 독일의 차량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이 미국의 전력 반도체 업체 사이프러스를 90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12조 원, 22조 원의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인피니언이 사이프러스를 인수하면 기존 15위 수준에서 세계 파이브 칩 제조 업체가 된다고 떠들썩했었죠. 특히 차량 탑재 부분에서 네덜란드 NXP, 그리고 세계 1위 인피니언이 자동차와 통신에 쓰는 반도체 강자인 사이프러스를 인수함으로써 자동차 반도체 세계 최강자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영국 IT 매체 일렉트로닉스 위클리 닷컴의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습니다. 바로 이 M&A가 엎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당국인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사이프러스를 인수하려는 인피니언의 입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당국은 인피니언에 추가 요구사항을 내놓았고, 그 안에는 인피니언이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미국의 5개 사항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미국 당국의 제지로 이 딜이 깨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인피니언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를 쓸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반도체 M&A가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어진 것만은 틀림없다는 겁니다. 이 주제를 다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 소식이 났을 때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타격을 입은 인피니언이 시장 다각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인피니언 전체 매출의 4분의 1, 그러니까 25% 가량이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 비중이 높은데, 중국 경기가 둔화된 데다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매출 타격과 경영 불안정성도 커지자 미국 업체 사이프러스의 입지를 노렸다는 겁니다.
일단 미국 당국은 이번 건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거라고 합니다. 될지 안 될지 빨리 가르마를 타 준다는 뜻이죠. 그런데 사실 이 뉴스를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화웨이 부터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독일은 화웨이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독일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텔레포니카는 이미 화웨이와 5G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고, 독일 최대 이통사인 도이체 텔레콤도 화웨이가 핵심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관리 시스템을 자국 독일 회사가 설치한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독일의 움직임에 결국 미국 정부가 인피니언의 사이프러스 인수에 제동을 건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이건 추측일 뿐입니다. 하지만 반도체가 국가 기간 산업으로서 예전과는 비할 수 없을 만큼 정부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는 얘기라고 볼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례는 일전에도 너무 많았습니다. 2015년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공개매수 하겠다고 나섰다가,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의 방해로 결국 뜻을 접어야 했습니다. 2018년에는 원래 미국 회사였지만 싱가포르 기업 아바고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범중국계 기업이 된 브로드컴이 세계 최고 칩 제조 업체 퀄컴을 인수하려 했지만, 이 역시 미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열받은 중국은 결국 지난 2018년 미국 퀄컴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었던 네덜란드 NXP 인수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잘라 버렸습니다. NXP 인수는 440억 달러, 한화로 약 50조 원 수준이었는데요. 워낙 글로벌 기업 간 메가 M&A다 보니 많은 나라 반독점 당국의 승인이 필요했고, 중국이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한 겁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에서는 두 가지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서로 얽혀 있어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화웨이 통신장비를 아예 안 쓰게 되면, 이미 깔아 놓은 화웨이 장비로 통신망을 구축한 미국 통신사들 상당수가 어려워집니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했던 일본의 소재 수출 금지 사태 때도 이런 유사한 문제점이 많이 나타났었죠. 그런데 한편으로 지금 반도체 시장은 내편 네편을 가르는 곳입니다. 반도체는 기술 전쟁의 코어입니다. 이제는 기술 패권을 가진 나라가 전 세계 패권을 쥐게 되고, 그래서 반도체를 아무에게나 내줄 수 없는 것입니다. 자기 나라 기술을 다른 나라에 넘긴다면 안보를 더 간단하게 내주는 셈이죠. 그래서 3조 원 수준의 자잘한 M&A는 많을 수 있어도, 10조 원을 넘는 매머드급 M&A는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건도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사이프러스 인수를 최종 승인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딜 종료 이후 반도체를 둘러싼 독일과 미국의 관계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이 나온 김에 브로드컴 얘기도 좀 더 하겠습니다. 이 기업은 이제 중국계 기업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원래 브로드컴은 1991년 미국인이 창업한 미국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브로드컴이 지난 2015년 싱가포르의 CA와 인수됐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수를 완료하면 인수하는 회사의 이름이 남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바고는 달랐습니다. 브로드컴의 브랜드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해서, 자기 사명을 아예 인수한 기업인 브로드컴으로 바꿨습니다. 더구나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2대 주주인 혹 탄은 난징 출신의 중국계입니다.
그런데 이 브로드컴이 최근 TSMC와 협력 강화에 나선다는 소식입니다. 대만 디지타임스 뉴스인데요, TSMC가 3D 패키징 기술 강화를 위해 브로드컴과 협업을 한다는 겁니다. CoWoS라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CPU, GPU 등 시스템온칩을 HBM, 고대역폭 메모리 등 여러 반도체와 함께 하나로 패키징하는 기술입니다. 특히 TSMC는 브로드컴과 함께 하는 차세대 CoWoS 기술이 고성능 컴퓨팅(HPC) 시스템에 적용돼 컴퓨팅 파워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로드컴은 아시다시피 와이파이, 블루투스 같은 근거리 무선 통신 등 무선 통신 칩 분야의 강자입니다. 브로드컴은 HPC를 위한 7나노 주문형 반도체 생산을 TSMC에 맡겨 왔습니다. 이번 협력으로 TSMC는 대형 고객사 중 하나인 브로드컴을 당분간 붙잡아 둘 것으로 보입니다. TSMC가 브로드컴과의 협력을 통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 견제에 나섰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반도체 M&A 시장에 대해 한 말씀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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