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재형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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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과 AI로 반도체가 전략물자화되어 미국의 대중 규제가 심화될 것이며, 한국 반도체 수출과 메모리 가격이 압박받아 한국 성장률 전망도 하향 추세라고 주장. 투자자는 과거가 아닌 변화하는 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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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영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에 대해 미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우리가 수출을 하지 않으면 중국이 자체적으로 만들게 된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만들기 시작하면 범용 제품에서 시장이 포화되고, 공급 과잉으로 우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게 됩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가 신제품을 중국 제품보다 낮은 가격으로 덤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DDR5 이하 범용 제품에서는 가격 경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장이라도 커져야 하는데, PC·자동차·스마트폰 같은 엔드 마켓의 증가율은 모바일이 처음 도입됐을 때처럼 급증하는 구간이 아닙니다.
저는 세상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기술의 변화, 문화의 변화, 기후 환경의 변화, 인구 구조의 변화를 많이 말씀드렸고, 작년부터는 정치 지형의 변화, 신냉전 시대를 계속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피할 수 없고, 미국 국민이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 세계가 이 흐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전쟁을 하던 기간이 평화의 시기보다 훨씬 깁니다. 평화가 3, 전쟁이 7 정도입니다. 지구라는 제한된 토지, 제한된 먹거리와 에너지를 두고 서로 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도 결국 영토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입니다. 우리나라도 땅값이 비싸고, 사람이 모여 사는 핵심 지역은 좁아서 땅값이 계속 오릅니다. 인류는 토지, 자원, 식량을 두고 끊임없이 싸워 왔습니다.
닉슨 시절과 카터 시절을 지나고,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이 가파르게 부상했습니다. 중국의 GDP는 이제 미국의 70% 수준까지 올라와 있고, 대미 무역 흑자는 연간 2,800억 달러 정도입니다. 패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혼자 세계의 대장 노릇을 하다가,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중국이 GDP 1위였던 기간은 미국이 1위였던 기간보다 훨씬 깁니다. 미국이 패권을 쥐었던 것은 2차 대전 이후 약 100년입니다.
중국이 떠오르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이 다시 나옵니다. 기존 강국이 신흥 강국의 추격을 용납하지 못해 충돌하게 된다는 개념입니다. 정치에서도 패권에 도전하는 2등 국가를 기존 1등 국가는 절대 용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2등 국가를 억눌러 1등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노력이 역사에 많이 있었고, 지금 그것이 시작된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아니더라도 미국은 대통령이 누구였든 같은 길을 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1기 때 만들어진 대중 관세는 바이든 행정부 때 줄지 않았고, 오히려 전기차 배터리, IRA 세액 공제 같은 대중 견제가 더해졌습니다. 바이든 초기에는 디커플링을 말했다가 후반에는 디리스킹으로 바뀌었지만, 트럼프 2기에는 더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의 핵심에 기술 변화로 생긴 품목, 반도체가 있습니다. 왜 반도체가 중요해졌을까요? AI 때문입니다. AI는 각국의 군사, 안보, 산업, 생산 능력에 빠르게 영향을 미칩니다. AI를 만드는 것이 반도체이고, 기억 능력인 메모리 역시 AI 규제와 같은 효과를 낸다고 미국은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대중 반도체 규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먼저 네덜란드 ASML을 압박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ASML은 매출의 49%가 중국에서 나오던 구조라, 주가가 11달러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반토막 난 상태입니다.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같은 회사도 규제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도 단계를 더해 가며 대중 반도체 규제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중국은 자체 거대 시장이 있습니다. 화웨이, 비보, 오포 같은 휴대폰 기업이 있고, 첨단 공정은 아니더라도 이미 들여온 ASML, 도쿄일렉트론의 장비로 어느 정도 수준의 반도체를 잘 만들고 있습니다. 메모리 시장 낸드와 디램,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중국의 SMIC가 3위까지 올라와 있고, 디램 시장 점유율은 13% 안팎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그럴수록 미국은 더 규제하려 합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TSMC에 첨단 제품을 중국에 주지 말라고 했고, 엔비디아에도 기준을 정해 해당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다른 서방 국가에는 H200을 수출하면서, 중국에는 H20을 수출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화웨이가 H20급 제품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AI는 산업, 군사, 보안, 교육, 우주개발, 로봇, 자율주행까지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최대 수단이 반도체입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메모리 회사들도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설계 기술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도 퀄컴 칩이 들어가 있습니다. 미국이 설계 기술을 주지 않겠다고 하면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합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많은 로열티를 내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에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도체 강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두 가지 파급이 있습니다. 첫째, 미국이 우리나라가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에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좋지 않은 일입니다. 둘째, 우리가 수출을 하지 않으면 중국이 자체적으로 만들게 되고, 범용 시장이 포화되어 우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중국 제품의 품질은 우리보다 떨어지는데도 미국은 그것조차 수출하지 말라고 합니다.
지금 산업을 지키는 일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사활을 걸고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계좌를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애국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어느 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난처한 구간에 들어가 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도 주가 차이가 큽니다. 이제는 누가 반도체를 더 작게 잘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탑을 잘 쌓느냐, 패키징을 잘하느냐, 아파트처럼 위로 수직으로 많이 쌓느냐, 평평한 기판 위에 칩을 잘 올리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AI 때문에 반도체 해자가 그쪽으로 옮겨 가고 있고, 적응을 잘한 기업과 못한 기업의 성적 차이가 크게 나고 있습니다. 물려받은 돈이 많은 기업이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물려받은 것은 적어도 헝거 정신으로 잘하고 있는 기업도 있습니다. 그런 기업조차 중국의 공세와 대중 수출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래도 밸류에이션은 쌉니다. 밸류에이션이 싸면 주가가 바닥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우리나라 은행주가 PBR 0.25배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익이 줄어들면 PBR 밸류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어제 우리나라의 내년 GDP 성장률 전망을 2.2%에서 1.8%로 0.4%포인트 낮췄습니다. 우리나라 성장에서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성장률을 낮췄다는 것은 수출이 잘 안 될 것이라고 본다는 뜻입니다. 수출 품목의 주력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입니다. 트럼프의 관세에 더해, 우리는 글로벌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고, AI 기술 변화에서 좋은 위치에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나뉘고 있습니다. 패권 경쟁과 AI 기술 변화라는 두 가지가 합쳐져 지금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제 생각에는 심화되면 심화되지, 완화될 것 같지 않습니다. 새로운 보호무역주의와 패권 경쟁 시대의 입구에 우리가 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나간 역사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앞으로 변화될 세상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투자는 미래를 보는 것입니다.
투자의 유일한 목적이 돈 버는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돈을 벌어야 나라도 부강해집니다. 여러분이 외국인 투자자와 싸워서 돈을 잃고, 해외에서도 돈을 벌어 오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힘이 떨어집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돈을 많이 벌어 한국에 세금을 내면 그것이 애국입니다. 많은 분들이 내년에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걱정하시는데, 여러분이 내는 세금은 미국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에 내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내려가는 주식을 외국인에게 비싸게 사 줘서 손절해야 할 만큼 평가손이 나면, 그것은 외국인에게 돈을 빼앗긴 것입니다.
금투세를 두고 한동안 논란이 많았는데, 결국 여건이 되지 않아 백지화되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지금은 세금보다 돈을 버는 것이 먼저입니다. 세금 걱정은 돈을 번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금투세 같은 제도와 싸워서 이겨야 하고, 기간 투자라는 기간과도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이긴 다음에 세금을 낼지 말지 걱정하면 됩니다. 우선 돈을 버는 것부터 하셔야 합니다.
외국에 나가서든, 한국 시장 안에서든 외국인과 싸워서 꼭 이기고, 돈을 버는 투자에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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