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형수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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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SK하이닉스 실적(매출 12.3조, 영업이익 2.9조)이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했으나 주가는 하락. 삼성전자는 HBM 엔비디아 퀄 지연·현금성자산 감소 등 위기에 직면, 주6일 근무 등 비상경영. 삼성 주가 멀티플 리레이팅에는 HBM 엔비디아 납품, 2.5D 패키징 3원화, 3나노 GAA 고객 확보 세 요소가 필요. 원익그룹·솔브레인·동진세미캠 등 가동률 수혜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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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이번에 역대급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대표님은 이번 실적을 어떻게 보셨나요? 숫자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매출은 12조 3천억 원, 영업이익은 2조 9천억 원이 나왔습니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1조 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고, 2조 중반까지 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는 2조 5천억 원 정도로 높게 보고 있었는데, 제 예상보다 4천억 원이 더 나왔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서프라이즈였습니다. 향후 전망에 대한 코멘트도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HBM, 중력 메모리, 커머디티 쪽 재고 감소 등이 모두 좋게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빠지고 있는데, 한국 시장은 '선반영'이라는 말이 마법처럼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새벽에는 마이크론 주가가 밀렸고, 메타가 실적 발표 후 크게 폭락하면서 그 영향도 받은 것 같습니다.
먼저 SK하이닉스와 TSMC가 공동으로 6세대 HBM 개발에 나선다고 합니다. 엔비디아의 주력 칩인 H100은 TSMC 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지고, 2.5D 패키지로 패키징됩니다. 구조는 GPU 한 쪽에 HBM이라는 D램 적층물이 올라가고, 밑에는 실리콘 인터포저가 깔린 주상복합 구조입니다. 그 아래에는 플립칩 BGA 기판이 한 층 더 있습니다. 여기서 HBM은 작년까지 SK하이닉스가 거의 독점 공급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부터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6개월 이상 밀린 상황이고, 이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번에 들어가는 것은 HBM3 쪽보다는 H100의 후속 제품인 H200부터 본격 채택되는 HBM3E입니다. 블랙웰 아키텍처의 B200은 올해 말 나오는데, 여기에는 HBM3E가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H100은 80GB를 쓰지만, H200은 칩당 144GB, B200은 192GB를 씁니다. 그래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HBM 캐파를 두 배에서 세 배까지 늘립니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물량의 일부를 보완해야 한다는 점인데, 아직은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최근 엔비디아 행사에서 젠슨 황 CEO가 삼성 HBM에 사인을 해줬다는 소식이 주가 호재로 작용했지만, 실제로 품질 테스트를 승인받았는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머뭇거리는 사이 마이크론이 더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삼성전자가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 파운드리 라인과 5공장 공사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 6일 근무를 포함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결정의 배경은 무엇이고, 삼성전자의 미래는 불투명한 것일까요? 삼성은 늘 위기 경영을 얘기해 왔지만, 실제 위기감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고,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주 6일제라는 초강수를 꺼냈습니다. 임원만 해당된다고 하지만, 그 아래 부장과 차장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조직에 긴장감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한때 '초격차'라고 불리며 기술을 앞서가던 삼성전자가 지금은 경쟁사에 밀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 이런 초강수를 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위기가 만성화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의 경쟁력 중 하나는 현금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한때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120조에서 130조 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확인해 보니 현금성 자산이 80조 원 아래로 내려와 79조 원 정도입니다. 기업은 성장을 멈추면 넘어집니다. 자전거와 똑같습니다. 지금은 빨리 앞으로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에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첫째는 예전 같은 기술력이 나오지 않는 문제입니다. 둘째는 조직 문화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데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었습니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에서 60년대 경공업, 70년대 중화학공업, 80년대 전자산업을 시작했고, 전자산업을 하다 보니 부가가치는 결국 반도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에서 성공한 나라는 많지 않은데, 선진국이 이미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하며 패스트 팔로워로 성공해 왔습니다. 저는 그 수건을 마른 수건 쥐어짜듯 짜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선진국형인 퍼스트 무버로 변해야 하는데, 이 면에서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기존에 범용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주문형(ASIC)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모바일 혁명 이후 PC 시대의 범용 프로세서가 주문형으로 바뀌었고, 시스템온칩을 통해 각 회사가 자기 시스템에 맞춰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파운드리 서비스를 한 TSMC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AI 혁명 이후에는 프로세서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도 주문형으로 받게 됩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삼성은 대량생산을 싸게 잘 만드는 데 모든 조직의 효율을 맞춰 왔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없었고, 그것이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고객 중심의 시스템으로 바꾸고, 기술도 빨리 따라잡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더 스마트해져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ASML과 1.5조 원을 들여 수원 화성에 반도체 R&D 센터를 짓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한 득과 실은 무엇일까요? ASML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TSMC입니다. ASML의 핵심 아이템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데, 연간 40대 정도를 만드는데 절반은 TSMC가 가져갑니다. 그래서 TSMC와 ASML의 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TSMC는 대만에 연구개발 단지를 지을 때 조 단위로 배팅을 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고객은 삼성전자로, 연간 13대에서 14대 정도를 사갑니다. 국내에서 이런 연구개발 투자를 하면, 삼성이 원하는 것과 삼성 공정에서 나오는 결과 값을 피드백받아 장비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습니다. 장비회사는 공정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고객사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공정을 최적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 지금의 3나노 공정의 열쇠가 ASML과의 협력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ASML이 국내 연구개발 규모를 키우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 낙수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삼성과만 협력하지 말고 국내 소부장을 키우자는 요구를 한다면, 반도체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악재가 많지만, 1분기 실적은 작년보다 좋아졌습니다. 대표님은 실적을 어떻게 보셨나요? 시장 기대보다 1조 원 이상 더 잘 나왔고, 영업이익 6조 6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숫자 자체는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뜯어보면 만족스럽지만은 않습니다. 반도체에서 이익이 많이 난 부분은 커머디티 쪽입니다. 시장을 주도하는 AI 반도체의 HBM이 아니라 PC, 스마트폰,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가 주력이라서 전통 수요 쪽입니다. 전통 수요 쪽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시장에서 높은 멀티플을 받기 힘듭니다. 같은 1조 원을 벌어도 삼성전자가 번 돈과 SK하이닉스가 번 돈에 대해 시장이 다른 밸류에이션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업사이클에 들어왔기 때문에 숫자는 잘 나올 겁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멀티플 리레이팅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HBM에서 뭔가 보여줘야 하며, 특히 엔비디아라는 AI 가속기 독점 업체에 무조건 납품해야 합니다. 둘째, 엔비디아 칩의 병목은 TSMC 파운드리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TSMC가 독점 생산하는 2.5D 패키징인 CoWoS 공정을 최근 인텔이 2원화했습니다. 삼성도 빨리 3원화로 들어가야 합니다. 삼성은 큐브(I-Cube)라는 기술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이를 활용해 엔비디아나 AMD 칩의 2.5D 패키징을 맡을 수 있습니다. 셋째, 3나노 공정에서 TSMC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삼성은 3나노에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도입했습니다. 기존 핀펫(FinFET) 구조에서 바뀐 것입니다. TSMC는 3나노에서도 핀펫을 쓰고 2나노에서 GAA로 바꿉니다. 삼성이 이 전환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면, 이제 의미 있는 고객을 확보해야 합니다. 퀄컴, AMD, 엔비디아 같은 무게감 있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밸류체인 기업들은 그동안 재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고 투자를 확대한다면 원익 그룹을 주목해볼 만합니다. 원익IPS는 삼성 쪽에 장비를 주력으로 납품하는데, 그동안 삼성의 부진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삼성이 좋아지면 실적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원익QnC는 파츠와 소모품을 납품하는 회사이고, 원익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가스 등을 납품합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D램이나 낸드 플래시 가동률이 올라오면 수혜를 보는 회사들을 주목할 만합니다. 케미칼 업체들은 공정 케미칼의 가동률이 올라가면 공급량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포토레지스트 쪽에서는 동진쎄미켐, 낸드 플래시 쪽에서 인산계 에천트를 납품하는 솔브레인 같은 회사가 주목받을 만합니다. 장비용 소모품도 많아지므로, 원익QnC처럼 낸드 쪽에서 보면 티씨케이나 케이앤제이 같은 회사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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