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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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한국가스공사 주식 매도를 적정가격 도달 시 정당한 선택으로 평가. 국민연금 규모는 약 1,400조(운용 약 1,100조)이며 국내주식 비중 약 14%(약 156조)로 과다하여 점진적 축소 필요. 2021년 리밸런싱 실패와 2022년 -8% 수익 등 운용 문제를 지적하고, 캐나다 연기금식 운용·정부개입 차단·보수 체계 개편 등 제도 개선을 제안. 수익률 1%p 상승 시 고갈 시점이 5~6년 지연된다는 점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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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동해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다는 정부 발표에 한국가스공사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는 등 급등했습니다. 이때 국민연금이 가스공사 주식을 100만 주 이상 처분했는데, 이에 일부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매도를 비난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국민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 홍춘욱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와 알아보겠습니다.
국민연금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국민의 돈을 굴리는 것이니까 분명히 수익률이 좋아야 합니다. 수익률이 나쁘면 국정감사에서 엄청나게 혼이 나죠.
가스공사 주식을 파는 행위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적정 가격에 도달했다고 생각되면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가스공사 주식을 들고 계신 분들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 아니겠습니까. 국민연금은 스스로를 '연못의 거래'라고 부르는데, 운용이 실시간으로 다 공개되다 보니 매매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끼리는 "하한가 칠 때 아니면 못 사고, 상한가 칠 때 아니면 못 판다"는 말까지 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매매에 한계가 있습니다.
수익률을 높여야 하지만 리스크를 크게 지면서 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2022년에 마이너스 7~8%가 나자 인터넷에서 욕을 엄청나게 먹었습니다. 멘탈이 약한 사람은 인터넷을 안 보는 게 좋을 정도였죠. 그래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이나 투자 전략은 10년에 한 번 정도의 손실은 감내하되, 목표 수익률을 명목 성장률보다 높은 6% 정도로 잡고 달성하려 합니다. 최근에는 손실이 커서, 운용자들과 내부에서도 이 방향을 계속 가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의 운용 전략 중 기본은 '반반'입니다. 한국은 원화를 쓰는데, 원화는 불황에 매우 약한 통화입니다. 2008년이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위기가 오면 환율이 1400~1500원까지 쉽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국내 원화 자산 절반을 갖고 있으면 나머지 절반은 해외 자산, 특히 달러 자산으로 가져갑니다. 2022년처럼 시장이 어렵고 국민연금 손실이 날 때, 해외에서 환차익이 발생하고 이것으로 저평가된 국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식으로 매매합니다. 이것이 국민연금 운용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이를 '자연 헤지(내추럴 헤지)'라고 부르는데, 국민연금 자산 중 약 14%가 국내 주식입니다. 국내 주식이 폭락할 때 달러 보유분에서 수익이 나서 변동성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도록 달러 보유 비율을 측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국민연금 규모는 이제 1000조 원을 넘었습니다. 기금 적립금은 약 1400조 원에 이르고, 운용 수익은 600조 원이 넘습니다. 연금으로 지급한 금액도 350조 원 가까이 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일본 GPIF가 약 3000조 원으로 가장 크고, 그다음이 1000조 원을 넘는 노르웨이 석유기금입니다. 우리 국민연금은 세계 3위 정도의 큰 규모입니다.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석유를 팔아 얻은 달러를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투자했습니다. 국내로 들어오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국민에게 풀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 결과 인구 1000만 명도 안 되는 노르웨이는 1인당 약 1억 원의 운용 자산을 쌓아 두었다고 합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이 약 14%로, 그 금액만 약 156조 원입니다. 우리 증시 규모에 비하면 연못 속 고래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거래소 대형주인 삼성전자 같은 기업은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가진 경우도 많습니다. 고래가 한 번 움직이면 물결이 연못 밖으로 넘칠 정도이니, 몸집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보면, 세계 1위인 일본 GPIF도 국내 투자 비중을 계속 줄여 지금은 10%대로 내려왔습니다. 노르웨이 석유기금은 국내 투자가 0%이고, 캐나다 CPPIB는 5% 이내로 투자합니다. 우리 국민연금은 2030년쯤 기금이 2000조 원에 이르면 국내 주식 14%를 그대로 유지해도 300조 원에 달하게 됩니다. 연못에 고래가 꽉 차는 셈이죠. 그래서 가스공사 매도에 대해 "적정 가격이면 팔아야 한다"고 답했던 이유도, 국내 주식 비중이 지금도 과하고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니 미리 줄여 둘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줄이지 못했을까요? 2021년의 사건 때문입니다. 2021년 당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178조 원이었고, 전체 자산의 20%를 넘었습니다. 목표 비중이 15%였으니 5%를 줄이는 리밸런싱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연금 본부를 찾아왔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 규정을 바꿔 비중이 괴리되더라도 꼭 팔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바꿨습니다. 그 이후 국민연금은 매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직원들의 마음도 이해됩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다만 운이 없었던 것은, 지나고 보니 2021년 5월이 역사적인 고점이었다는 점입니다. 코스피가 3300포인트 부근이었죠. 그리고 2022년 말에는 코스피가 40% 가까이 빠졌습니다. 국민연금이 역사상 최고 수준의 주식 보유를 한 채 주가가 40% 폭락했으니, 2022년 -8% 수익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수조 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방향과 미래 정책 방향은, 앞으로 캐나다 CPPIB처럼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국민연금은 국민 전체를 위한 기관인데, 손해를 봤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주식 투자자입니다. 그렇다면 국민 전체를 향해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듭니다. 이 때문에 운용이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의 운용 인력이 이탈하는 이유도 여럿입니다. 첫째,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 정원의 20% 정도가 비어 있습니다. 욕을 많이 먹는 일이라 속상한 면도 있습니다. 둘째, 혁신도시인 지방에 내려가 있어 업무와 생활의 어려움이 큽니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여러 여건을 고려해 방향이 정해져 있는데, 실무자는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징계 위험이 있고 압박은 계속되는 상황에 놓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표를 던지고 나가는 후배들이 많아 마음이 아픕니다.
떨어지는 주가를 지지하도록 국민연금이 압박받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삼성물산 합병 때 국민연금이 개입했던 것보다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접적인 요구를 받은 적은 없지만, 압박이 전혀 없었다고 100%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운용 인력 중 상당수는 높은 직급이고, 그 직급에서는 정무 업무, 즉 대관 업무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외국과 비교해 중위권입니다. 압도적인 세계 1위는 캐나다 CPPIB로, 지난 24년 동안 연평균 9%의 수익을 냈습니다. 만약 우리 국민연금이 캐나다처럼 연 3%포인트를 더 낼 수 있다면 기금 고갈 시기가 약 20년 늦춰집니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주로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받느냐에 집중되어 있는데, 운용 측면에서도 어떻게 굴릴지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와야 합니다. 연금 개혁위원회는 약 3.5%의 성과를 가정하고 2050년대 고갈을 이야기하지만, 현재처럼 6%가 유지된다면 고갈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수익률을 1%만 올려도 고갈 시기가 5~6년 늦춰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선택지는 분명합니다.
그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막아야 합니다. 2021년 사건처럼 운용에 간섭하지 않도록 기금을 독립시켜야 합니다. 둘째, 운용 인력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월스트리트 주니어 애널리스트 연봉은 기본 30만 달러에서 시작하는데, 우리 돈으로 약 4억 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를 주면 "대통령 연봉보다 높다"는 기사가 나오니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주기 어렵습니다. 노르웨이처럼 별도 회사를 만들어 분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때 위험 자산 투자 상한, 한 종목 편입 비중 상한 같은 규정을 두면, 수익 인센티브 때문에 위험하게 굴리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캐나다나 노르웨이처럼 운용 본부를 뉴욕 같은 해외 금융 중심지에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관리와 감독은 자국이 맡고 실질 운용은 시장 가까이에서 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자본시장의 약 80%가 미국과 유럽에 있으니, 직접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있는 편이 낫습니다. 시차가 있고 비용이 들어도, 기금을 항구적으로 불릴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비판도 많이 받고 실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모든 연기금 중 수익률 1등이고, 악조건 속에서도 운용해 왔습니다. 2021년 같은 정부 개입이 있었던 것은 지나고 보니 돌아볼 필요가 있는 대목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홍춘욱 프리즘 투자자문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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