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지한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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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본 1인당 소득 추월 여부는 어떤 잣대(구매력 PPP, 달러 GDP, 국민소득)를 쓰느냐에 따라 날짜가 갈린다. PPP는 2018년 추월, 달러 GDP는 2023년 추월,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일본이 높다. 올해 4만 달러 돌파는 연평균 환율 1478원 이하가 조건이며, 환율 변동이 달러 소득을 크게 좌우한다. 평균 자산은 한국이 앞서지만 중위 자산은 일본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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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보다 잘 산다는 말은 어떤 통계로 보느냐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2018년에 이미 한국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1인당 국민총소득 기준으로는 2025년에도 한국이 아직 낮습니다. 한국이 36,85달러, 일본이 38,000달러 초반입니다. 달러로 환산한 1인당 GDP는 2023년에야 한국이 앞섰고, 2021년에는 일본이 4,000달러 넘게 높았습니다. 그럼 한국은 이미 앞선 걸까요, 아직 못 미친 걸까요? 답부터 말하면 둘 다입니다. 어떤 잣대를 쓰느냐에 따라 앞선 날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가 지금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9월 8일 한국은행이 2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 매체 계산으로는 연평균 환율이 1,478원 이하여야 합니다. 오늘은 세 가지를 살펴봅니다. 첫째, 잣대를 하나씩 댔을 때 날짜가 어떻게 갈리는지. 둘째, 달러 격차 가운데 얼마가 돈의 가치 때문인지. 셋째, 평균과 한가운데 사람이 왜 다른 답을 내는지입니다.
책상 하나를 자 세 개로 재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마다 눈금이 달라서 같은 책상이 세 가지 길이로 나옵니다. 한일 소득 비교가 꼭 이런 모양입니다.
GDP는 나라 안에서 한 해 만들어진 가치의 합을 인구로 나눈 값입니다. 이 값을 달러로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해 환율로 바꾸는 것, 다른 하나는 구매력 평가입니다. 구매력 평가는 두 나라의 물가 차이를 지우고, 같은 물건을 몇 개 살 수 있는지로 소득을 맞춥니다. 같은 5만 원으로 한 동네에서는 두 끼, 다른 동네에서는 네 끼를 먹을 수 있다면, 숫자는 같아도 돈의 힘은 다릅니다. 구매력 평가는 그 힘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IMF 자료를 보면 2018년 한국은 45,511달러, 일본은 43,198달러로 한국이 5.4% 높았습니다. OECD 통계는 2017년부터 한국이 앞섰다고 보는데, 그때 격차는 174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격차는 조금씩 벌어져 2024년에는 한국 62,885달러, 일본 54,369달러로 한국이 15.7% 높습니다. 2026년 전망은 15.9%입니다.
구매력 평가는 환율로 바꾸지 않기 때문에 환율 출렁임에 거의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장 이른 날짜가 나온 것입니다. 다만 이 차이가 얼마나 환율 성격 때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한국이 처음 앞선 해는 2023년입니다. 한국 35,674달러, 일본 35,225달러로 1.3% 차이입니다. 2021년에는 일본이 높았는데, 격차는 한 해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좁혀졌습니다.
이후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2024년에는 한국이 7.2% 높아졌다가, 2025년에는 0.7%로 줄었습니다. 2026년 전망은 4.8%입니다. 격차가 한 방향으로 벌어지지 않고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두 말도 짚어 보겠습니다. 첫째, "2022년부터 한국이 앞섰다"는 말은 최신 IMF 자료와 맞지 않습니다. 2022년에는 일본이 2.1% 앞서 있었고, 한국이 앞선 것은 2023년부터입니다. 둘째, "한국이 20% 앞섰다"는 말은 제가 확인한 지표 가운데 가장 큰 격차가 구매력 평가 2026년 전망의 15.9%였고, 20%가 나온 지표나 원문 기사는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두 자는 모두 GDP, 즉 나라 안에서 만든 값입니다. 그런데 국민이 버는 돈은 나라 안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번 소득의 합으로, 해외에서 벌어 온 몫을 더하고 해외로 나간 몫을 뺀 값입니다. 가게 매출이 GDP라면, 가족이 밖에서 번 월급까지 더한 것이 GNI입니다. 한국은행은 이 값을 인구로 나눠 1인당 국민소득으로 발표합니다.
이 자로 재면 한국은 2025년 기준 36,963달러 수준입니다. 일본의 38,000달러 초반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본이 더 높게 나오는 이유로 한국은행은 2025년 12월 일본의 기준년 개편을 꼽습니다. 기준년 개편으로 일본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일본 국민의 해외 소득이 이 차이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확인한 자료에 없으므로, 이유를 하나로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기준년 개편이 숫자를 얼마나 바꾸는지도 볼 만합니다. 2024년 일본 1인당 GDP는 발표 시점마다 달랐습니다. 2025년 10월 IMF 추정은 일본 32,443달러, 한국 36,239달러였습니다. 2025년 12월 일본 내각부 발표에서는 일본이 33,785달러로 올랐습니다. 올해 4월 IMF 자료에서는 일본 33,820달러로 다시 조금 올랐습니다. 같은 해 숫자가 세 가지입니다. 그래서 격차 숫자는 먼저 어느 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기간 한국이 일본보다 높은 폭은 11.7%에서 7.2%로 줄었습니다.
202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로는 4.6% 늘었지만, 달러로는 0.3% 늘었습니다. 같은 소득이 4.3%포인트나 다르게 나온 것입니다. 이유는 환율입니다. 환율이 1,000원에서 1,250원으로 오르면, 같은 1천만 원이 1만 달러에서 8,000달러로 줄어듭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달러 숫자만 줄어드는 것입니다.
2025년 실질 GDP는 원화 기준으로 4.2% 늘었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오히려 0.1% 줄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4.3% 올랐기 때문입니다. 연평균 환율은 약 1,422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넘는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이 점을 기억하고 2025년 격차를 보면, 한국은 달러 기준으로 거의 제자리였고 일본은 6.4% 늘었습니다. 일본이 왜 늘었는지, 그중 환율이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따로 공식 분해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환율이 몇 퍼센트를 설명한다고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더 긴 기간으로 보면, IMF 자료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달러 환산값은 일본이 41,64달러에서 35,973달러로 13.6% 줄었고, 한국은 37,518달러에서 36,227달러로 3.4% 줄었습니다. 둘 다 줄었지만 일본이 더 많이 줄었습니다. 가장 크게 떨어진 해는 2022년으로, 일본 14.6%, 한국 7.2%가 떨어졌습니다. 달러로 환산한 숫자는 그렇게 나오지만, 한국 사람의 월급이 달러로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매력 평가 기준에서는 같은 기간에도 한국이 앞서 있었습니다. 환율로 재느냐 물가로 재느냐에 따라 같은 두 나라도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명목은 당시 가격으로 잰 값이고, 실질은 가격 변화를 걷어낸 값입니다. 2026년 2분기 한국의 명목 GDP는 834조 원으로 1년 전보다 26.4% 늘었습니다. 1979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같은 기간 실질은 3.7% 늘었습니다. 두 숫자 차이가 22.7%포인트나 됩니다. 보도는 그 배경으로 반도체 가격과 환율을 꼽습니다. 스위스 은행 UBS의 폴 도노반도 나라마다 자산이 늘어난 속도가 다른 큰 요인으로 환율 변동을 들었습니다.
자산을 볼 때 또 하나 짚을 것은 평균과 중위의 차이입니다. 평균은 모두의 몫을 더해 사람 수로 나눈 값이고, 중위는 사람들을 줄 세웠을 때 정가운데 사람의 값입니다. 한 동네에 건물주 한 명이 이사 오면 평균 자산은 크게 뛰지만, 한가운데 이웃의 자산은 그대로입니다.
UBS 세계 자산 보고서의 2025년 말 기준, 성인 1인당 자산을 보면 평균은 한국이 311,260달러, 일본이 21,846달러로 한국이 약 1.4배 높습니다. 그런데 중위로 보면 순서가 바뀝니다. 일본이 135,745달러, 한국이 101,739달러로 일본이 한국의 약 1.3배입니다. 한국의 자산 지니계수는 0.572로, 한 곳에 쏠린 정도가 큰 편입니다. 2020년 이후 물가를 뺀 평균 자산은 한국이 55% 넘게 늘어 조사 대상 56개국 가운데 1위인데, 중위 자산은 12% 넘게 늘었을 뿐입니다. 중위 자산이 가장 크게 늘어난 나라는 일본으로 50% 넘게 늘었습니다.
늘어난 몫이 위쪽에 몰리면 평균만 올라가고 한가운데는 덜 움직입니다.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은 169.6% 늘어 2,81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40.6%를 차지했습니다. 평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한 곳에 몰려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반도체가 중위 사람을 눌렀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한국 중위 자산이 일본을 넘었다는 설명이 한동안 돌았지만, 이번 판에서는 일본이 앞섭니다. 한국의 중위 자산도 지난 판 104,67달러에서 조금 줄었습니다.
한국은행의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2025년 가계 1인당 순자산은 2억 7,475만 원으로 1년 새 9.1% 늘었습니다. 이 역시 평균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일본은 2025년 말 가계 금융자산이 2,351조 엔으로 사상 최대이고, 현금과 예금 비중은 2025년 7~9월 49.1%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실질임금은 1.3% 줄어 4년 연속 감소입니다. 자산은 늘고 임금은 줄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주거비 지표는 정의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올해 4만 달러는 세 번째 자, 즉 한국은행이 재는 1인당 국민소득 숫자입니다. 9월 8일 한국은행 김화용 국민소득부장은 하반기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어야 하고, 환율 안정세가 이어져야 4만 달러 돌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3만 달러를 넘은 2014년 이후 처음 맞는 문턱입니다. 상반기 명목 국민총소득은 1년 전보다 21.8% 늘었습니다.
한 매체 계산을 풀어 보면, 지난해 명목 국민총소득 2,717조 원에 올해 성장률 전망 12.3%를 곱하면 약 3,051조 원입니다. 이를 연앙인구 5,161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5,91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이 4만 달러가 되려면 연평균 환율이 1,478원 이하여야 합니다. 9월 7일까지 연평균은 1,471.4원으로, 약 6.6원 여유가 있습니다. 소득만이 아니라 환율이 연말에 어디서 마감하느냐가 달린 숫자입니다.
4만 달러를 넘으면 인구 5천만 명 이상 나라 가운데 여섯 번째가 됩니다. 다만 4만 달러는 한국이 넘는 문턱이지, 일본과 맞붙은 숫자가 아닙니다. 일본의 같은 값과 함께 봐야 비교가 됩니다. 또 IMF 4월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명목 1인당 GDP는 37,412달러이고, 4만 달러는 2028년쯤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한국은행은 국민소득을, IMF는 국내총생산을 재고 있고, 발표 시점도 다릅니다. 이 차이 가운데 얼마가 자 때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대만이 22년 만에 한국을 앞섰다고 밝혔습니다. 대만은 정보기술 제조업 비중이 커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한일 비교 말고도 다른 비교가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2018년부터 한국이 앞섰습니다. - 환율로 환산한 달러 GDP 기준으로는 2023년부터 한국이 앞섰고, 2025년 격차는 0.7%까지 줄었습니다. - 국민총소득 기준으로는 2025년에도 한국이 낮습니다. 일본은 기준년 개편 이후 수치가 올라갔습니다. - 평균 자산은 한국이 앞서지만, 중위 자산은 일본이 앞섭니다. - 확인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환율이 격차를 얼마나 설명하는지 공식 분해 자료, 일본 격차 20%를 말한 원문 기사, 일본 국민 해외 소득의 기여분입니다.
앞으로 볼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78원 이하인지, 한국은행이 내년에 발표할 올해 1인당 국민소득 확정치, IMF가 4월과 10월에 고치는 한일 전망치, 그리고 중위 소득이나 가처분 소득처럼 개인에 가까운 지표가 따로 나오는지입니다.
같은 책상이라도 자를 바꾸면 길이가 달라집니다. 책상이 변한 게 아니라 눈금이 다른 것입니다. 추월했느냐보다, 어떤 자로 재서 한 말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제 판단이 틀릴 수도 있으니, 한국은행의 연간 확정치와 올해 연평균 환율을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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