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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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장률 둔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2025년부터 본격화)에 따른 구조적 현상이며 잠재성장률 제고 없이는 반등이 어렵다. 저출산·집값 상승이 문제이고, 세계화 종식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져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 금 투자(KRX 금시장), 달러·단기국채 보유를 권하고, 미국 주식 ETF는 주가 상승으로 적극 권하지 않음. 한국 금리는 미국보다 낮은 상태가 3~7년 지속될 것으로 봄. 집값은 통화량·환율과 연동되어 환율 급등 시 하락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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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화 현상과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안녕하세요. 한석준입니다. 우리 삶에 진짜 필요한 지식을 전하는 시간, 지식인 초대석입니다. 오늘은 거시 경제를 쉽게 풀어 주시는 박종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박종훈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경제 성장 전망률이 1%대로 떨어졌더라고요. 이 전망이 맞을지 안 맞을지도 중요하겠지만, 기자님이 보시기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어떨 것 같습니까? 좀 우울한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앞으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청년 인구가 줄었던 모든 나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거든요. 이 현상이 처음 나타난 곳은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이 1990년대 장기 불황에 진입하니까 서방의 경제학자들이 일본을 놀렸어요. 일본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서 그렇다고 해석한 경제학자들도 있었고, 일본인들의 특성이 그렇다, 돈을 너무 아껴서 망하는 거라고 해석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제학자들이 2010년대가 되면서 다 부끄러워했죠. 왜냐하면 일본처럼 되는 현상이 유럽으로 확산됐거든요. 그래서 '저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 일본화 현상이라는 용어가 201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무슨 민족적 특성 때문에 망한 게 아니라, 나라의 청년 인구가 줄면서 경제가 박살 났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그때부터 아주 중요한 지표로 떠오른 게 '생산연령인구'입니다. 15세부터 64세까지의 인구인데, 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 나라 성장률이 0%대로 낮아진다는 거예요. 일본은 1995년부터 생산연령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유럽은 2010년부터 줄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유럽 경제가 폭삭 망했죠. 잘 생각해 보세요.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이 통합되면서 미국보다 슈퍼파워가 된다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유로가 처음 생겼을 때 유로/달러 환율이 1.3, 1.4까지도 올랐었죠. 기억하시죠?
그런데 미국은 V자 반등을 하면서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성장했고, 유럽은 같은 16년 동안 8% 성장한 데 그쳤습니다. 미국은 88%였고요. 차이가 너무 크죠. 많은 사람들이 원인을 봤더니, 유럽은 1992년부터 합계출산율이 2.1에서 갑자기 1.4로 떨어졌어요. 1992년에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는 게 2012년쯤입니다. 반면 미국은 2007년까지 합계출산율이 2.1을 유지했어요. 선진국 중에 그런 나라는 없습니다. 프랑스는 아랍계 이민자 덕분에 출산율이 조금 높은 편인데, 그걸 다 합쳐도 1.8이에요.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려면 27년쯤 걸리죠. 그래서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훨씬 탄탄했던 겁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문제가 될까요? 바로 올해부터입니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청년이 되기 시작하는 해가 2025년이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터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이 갑자기 나빠졌습니다. 작년만 해도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9%로 봤어요. 그런데 3월에 1.4%로 낮췄고, 6월에는 0.8%로 또 낮췄습니다. 1.9%에서 0.8%로 떨어진 거죠. IMF도 비슷하게 전망했고요. 올해부터 인구 타격이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1%를 넘게 성장하면 "올해 정말 잘했다"고 평가하는 시대로 바뀐 겁니다.
취업난의 원인: 공장 해외 이전과 소비 위축
그럼 2030 인구가 적은데 왜 취업난은 그렇게 심할까요? 사람이 적으면 구인난이 문제지, 취업난이 문제가 되면 안 되잖아요.
지금 우리나라 취업난은 두 가지 여파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바이든 대통령 때 미국이 우리 공장들을 끌고 간 거예요. 끌고 간 공장들이 어떤 공장이냐면 반도체, 배터리 같은 공장이죠. 평균 연봉이 8천만 원에서 1억 원 되는 진짜 양질의 일자리인데, 그런 공장이 미국에 지어졌지 한국에는 거의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소비가 동시에 줄었다는 겁니다.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 '얼리 어댑터'가 사라져요. 저도 사실 신제품이 나오면 뭐든 사 보는 편이었거든요. 청년 인구가 줄면 소비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그러면 일자리도 없어집니다. 이 두 원인이 한국에서 동시에 작동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사라진 겁니다.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죠.
근본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계속 잠재성장률보다 높아지면 과열되고, 과열되면 인플레이션이 옵니다.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방법은 생산연령인구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향상되고, 자본이 추가로 투입되는 것인데, 이런 것 없이 잠깐 과열만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해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인구 구조와 생산성 향상입니다.
출산율과 인구 기반의 중요성
결국 출산율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네요?
경제가 다시 뛰려면 그것밖에 없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까지 변함없는 원리예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착각을 하세요. 로봇으로 다 바뀌지 않느냐, 요즘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도 키오스크로 바뀌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키오스크나 로봇은 소비를 하지 않잖아요.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가 안 되고, 소비가 안 되면 혁신도 안 일어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인구 베이스가 가장 중요해요.
선진국들은 모두 합계출산율이 줄고 있잖아요. 반등에 성공한 나라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미국도 한때 1.6까지 떨어졌었어요. 2007년에 2.1이었던 게 그렇게 된 거죠. 합계출산율이 한번 떨어진 나라 중에 반등에 성공한 나라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집값이 오르고 양육비가 오르면 합계출산율이 확실하게 떨어집니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잖아요. 그 결과 미국 집값이 거의 세 배가 올랐습니다. 아무도 결혼을 못 하고 아이도 못 낳으니까 요즘 미국 합계출산율도 1.6까지 떨어졌죠. 집값이 오르는 건 장기적으로 아주 위험하고, 집값이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위험합니다. 그래서 집값은 처음부터 안 올라야 하는데, 일단 올라버리면 그때부터는 경제적으로 참 어려워지는 거예요. 어떤 정책이 옳은지 저도 정답이 없다고 봅니다. 다 얽혀 있어요.
인플레이션 시대의 도래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값싸고 풍요로웠던 시대가 이제 끝나간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특히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에 더 취약하다는 말도 있고요.
인류가 종이돈을 발명한 다음부터는 항상 인플레이션에 시달렸어요. 가장 먼저 종이돈을 만든 나라가 어디일 것 같아요? 스위스인가요?
아닙니다. 스웨덴입니다. 그런데 스웨덴이 그때 복지국가였냐, 잘사는 나라였냐 하면 전혀 아니에요. 너무 가난해서, 다른 나라들이 금화나 은화를 쓸 때 스웨덴은 구리로 된 화폐를 썼어요. 그 구리 화폐가 10 달러짜리면 가로 60cm, 세로 30cm에 무게가 19.7kg이었습니다. 30 달러짜리를 갖고 다니려면 60kg이에요. 그래서 금세공업자나 은행 같은 곳에 돈을 맡기고 보관증을 받기 시작했죠. 이게 서양에서 최초로 탄생한 지폐입니다. 그런데 이 지폐가 생기니까 어떤 일이 일어났냐면, 보유한 구리보다 훨씬 많이 찍어내서 10배, 20배씩 발행하는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물가가 올랐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종이돈은 항상 인플레이션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자 경제학자들이 오만에 빠졌습니다. "우리가 드디어 인플레이션을 정복했다, 다시는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다"라고요. 그런데 돌이켜 보니 중앙은행 시스템을 잘 만들고 경제학이 발전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요. 세계화 때문이었던 겁니다. 값싼 노동력과 값싼 원자재가 결합하면서 그동안 풍요로운 시대를 살았던 거죠. 그런데 이제 세계화가 끝나가고 있잖아요. 미국이 우리나라 공장을 못 짓게 하고, 베트남에서 반도체 후공정을 하면 관세 100%를 매기겠다고 하고 있죠. 베트남 인건비는 미국의 17분의 1인데, 그런 식으로 관세가 붙으면 인건비가 실질적으로 17배가 되는 셈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세계화가 끝나면 인플레이션이 기본값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저는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요.
탈세계화 시대의 원화 가치와 어르신 생활
탈세계화 시대에는 원화 가치도 떨어진다는 거네요. 고령화와 함께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일본보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더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은퇴할 때 2억 원을 가지고 은퇴했는데 물가가 네 배 오르면, 은퇴 자금의 실질 가치가 5천만 원 줄어드는 거잖아요. 어르신들의 삶이 더 위협받을 수 있죠.
그럼 개인이 방어할 방법은 없습니까? 정말 위험한 일이네요. 내 월급은 안 오르는데 인플레이션이 와서 돈 가치가 떨어지면, 나는 계속 손해를 보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인플레이션 헤지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원화 가치가 달러보다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달러 자산을 가지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헤지가 됩니다. 또 미국 달러는 인플레이션만큼 금리를 높여 주는 성격이 있어요. 미국 달러가 대접을 잘 받는 상황이 5~10년 정도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는 금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금을 어떻게 사느냐를 걱정하시는데, 인류가 2,700년 동안 사용한 돈이 바로 금이에요. 사람들이 금과 은을 믿었던 거죠. 금 투자를 해 두는 게 중요합니다. 다만 금 문방구에서 사면 부가세 10%가 붙고, 판매자 마진 5% 정도가 붙으니까 15% 정도 비싸게 사는 셈이에요. 그래서 여러 금 투자 방법 중에 가장 권하는 건 KRX 금시장에서 사는 겁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시장인데, 정부가 이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면세 혜택을 줬어요.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도 따로 없고, 부가세도 없습니다. 다만 실물로 찾을 때는 10% 부가세를 내야 하는데, 실물로 찾지 않으면 굉장히 유리한 투자 방식이에요. 약간의 세금과 거래 수수료가 있지만, 금을 사는 방법 중에는 가장 좋습니다.
또 금광 회사나 원자재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도 인플레이션 헤지가 됩니다. 다만 비중을 50%씩 가져가는 식으로 하면 안 되고, 황금비율로 잘 맞춰서 본인이 잘 계산해야 해요. 그 정도 비중이면 충분히 인플레이션 헤지가 될 거라고 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금이라는 원자재와 관련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얘기네요.
베이비붐 세대와 금리 차이
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른 점이 또 하나 있어요. 금융시장에서 아주 중요한 차이인데, 미국은 전쟁이 1945년에 끝났고 유럽도 그렇죠. 그러니 베이비붐 세대가 1946년부터 1964년생까지입니다. 가장 어린 베이비붐 세대가 1964년생이니까 지금 예순한 살이죠. 이게 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까요? 예순 살까지는 대체로 현역이라 월급을 받으면서 저축을 해요. 그런데 예순한 살이 되면 대체로 은퇴를 하니까, 쌓아 놓은 돈을 까먹으면서 생활하게 되죠. 저축이 점점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지금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거예요.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전쟁이 늦게 끝났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가 1954년생부터 1974년생까지예요. 가장 어린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 쉰한 살이니까 아직 젊죠. 여전히 현역이라 저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태가 적어도 5년 정도는 지속될 수 있어요. 저는 그 기간을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까지 보고 있습니다. 3년에서 7년으로 폭이 넓은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예순 살까지 정년을 지키는 사람이 10%도 안 되고, 5% 정도라고 하거든요. 정년이 언제인지가 애매해서 그래요. 그래도 가장 어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까지는 미국 돈이 우리나라 돈보다 일을 더 잘하는 상태가 유지될 겁니다. 지금 미국 1년물 국채 금리는 4%인데 우리나라 1년물 국채 금리는 2.1%예요. 미국이 두 배죠. 그러니 자꾸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요.
고금리 국가의 역설
고금리를 유지하는 나라들도 있지 않습니까?
굉장히 많죠. 아르헨티나는 한때 금리가 105%였습니다.
아, 그래요?
네. 그런데도 아무도 저축을 안 해요. 인플레이션이 140%니까요. 그래서 월급 들어온 날 다 써 버립니다. 내일 돈 가치가 떨어질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그 나라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먼저 쓰고 월급으로 갚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되는 거군요.
네. 그래서 그 나라는 돈을 잘 빌려주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수혜자
그럼 인플레이션 시대에 덕을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까?
보통 돈을 빌린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다고 하죠.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서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 둔 사람들도 이득을 봅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업종 중 하나가 보험이라는 얘기도 있죠.
네, 그렇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예를 들어 생명보험금이 1억 원이라고 해도, 나중에 받을 때는 실질 가치가 반토막이 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또 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가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여러모로 보험사는 인플레이션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미국 인플레이션과 트럼프 정책
미국 인플레이션이 9.1%를 기록했던 적도 있다고 하는데, 미국은 왜 인플레이션율이 이렇게 높았던 건가요?
미국은 우리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취약했습니다. 경제가 아주 활발해서 과열까지 갔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경제는 고령화 때문에 지금 굉장히 위축돼 있잖아요. 뜨거워지기 쉽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오는 건 활발한 미국 경제죠.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패키지는 거의 전부 인플레이션 방향이에요. 세금을 깎아 주면 사람들의 소득이 늘고, 돈을 더 많이 쓰게 되죠. 관세 정책도 당연히 인플레이션으로 갈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믿는 구석이 하나 있어요. 바로 유가를 낮추는 겁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만 넘으면 원유를 계속 증산해서 유가를 낮춰 주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믿고 있는 거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유가가 70달러 미만이면 사우디 국가 재정이 적자예요. 사우디의 원유 생산 단가는 배럴당 9달러밖에 안 됩니다. 반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 단가는 트럼프 대통령 등장 전까지만 해도 배럴당 48달러였어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50% 관세를 매기면서 셰일 생산 비용이 올라서 최근에는 70달러를 넘었습니다. 그러니 빈 살만 왕세자는 "우리는 9달러에 생산하고 미국은 70달러인데, 유가를 65달러로 계속 맞춰 놓으면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망하겠네" 하고 생각했을 겁니다.
사우디는 엄청난 복지국가이기도 해요. 사우디 시민이 해외 유학을 가겠다고 하면 유학 비용도 국가가 대줍니다. 국가 재정 지출이 워낙 많아서, 재정 수지가 균형을 이루려면 유가가 배럴당 95달러는 돼야 해요. 70달러 미만이면 매년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를 봅니다. 그러니 빈 살만 왕세자가 왜 유가를 70달러 미만으로 낮췄는지 짐작이 가시죠?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 비용 상승으로 망하기 직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그래서 언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정책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언제 재발하느냐만 모를 뿐이지, 재발할 확률은 매우 높아요.
인플레이션의 역사와 원자재 가격
인플레이션이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 때문에 망한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잖아요. 20세기 초반의 바이마르 공화국도 있었고, 요즘도 베네수엘라가 있고요. 어쩌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인플레이션은 결국 돈을 너무 많이 찍어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그런데 유가가 그동안 정말 안 올랐어요. 1980년대 초반에는 유가가 배럴당 37달러를 찍은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녹화하는 이 시점에서 유가는 배럴당 66달러예요. 세계화 덕분에 미국 자본으로 원유를 캐낼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유전이 계속 개발되면서 유가가 안정돼 왔던 거죠.
유가만 싸졌던 게 아니에요. 구리, 철강 등 모든 원자재 가격이 낮았습니다. 식량도 수많은 개척지가 나오면서 계속 단가가 싸졌고요. 그런데 이상 기후가 생겼고, 세계화가 끝나면서 이제 마음 놓고 다른 나라에 투자하기도 쉽지 않아졌어요.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원자재를 무기화하는 세상으로 바뀐 겁니다. 인건비도 오르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니, 걸핏하면 물가가 오르는 세상이 된 거예요. 옛날만큼 풍요롭고 물가가 계속 싸지는 시대는 끝났고, 안타깝게도 우리 다음 세대가 그런 풍요를 누리기는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세계화가 끝났다는 게 실감 나는 건 관세 정책이에요. 예전에는 세계화를 해야 한다, 관세를 철폐하라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오히려 관세를 올리겠다고 하잖아요. 그게 세계화가 끝났다는 가장 큰 증거 같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의 위험 요인
2025년 대한민국이 마주한 과제를 짚어 주시죠.
우리 내부에서는 자영업자들이 너무 어렵습니다. 그게 계속 걱정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 가계 대출이 GDP 대비로 너무 높아요. 전 세계에서도 거의 최상위권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높았던 나라들은 지금 부동산이 붕괴되고 난리가 났어요. 대표적인 나라가 스웨덴인데, 스웨덴은 지금 경제가 거의 파국 직전까지 갔습니다. 우리나라는 스웨덴 다음 정도 되고요. 그리고 대외 경제 정책도 큰 문제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워낙 예측하기 어려우니까요.
이 두 가지, 대내적 가계부채 문제와 대외적 정책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계속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문제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큰 이벤트는 없을 것 같은데, 자잘한 이벤트들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하나요?
좋은 점을 얘기하자면, 저는 우리나라 가계 대출이 많긴 해도 베이비붐 세대가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건 확실한 장점이네요.
네. 하나 더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연못에는 고래 한 마리가 살고 있어요. 연못이 한국의 금융시장이고, 고래 한 마리가 바로 국민연금입니다. 이게 미래 세대에 좋으냐 나쁘냐는 나중에 따져보고요. 일단 보험료율 9%를 점진적으로 13%까지 올려 가면, 강제 저축이 자꾸 몰리게 됩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은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부족하기보다는 오히려 남아도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기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저는 이게 찰나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짧으면 3년, 길어 봐야 7년 정도예요. 이렇게 자금이 있을 때 그 돈이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벤처 투자에 흘러가서, 청년들에게 돈이 흘러가게 해야 합니다. 남은 7년 정도 동안 이 돈이 제대로 일을 하게 해야 해요. 그렇지 않고 부동산 같은 시멘트 쪽으로 들어가서 더 박혀 버리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습니다. 이 마지막 희망을 살리면 자금시장에서 약간 유리한 점이 있으니, 그걸 잘 활용한다면 대한민국의 희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과 부동산의 관계
인플레이션이 오면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사는 게 유리하다, 실물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그건 조금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사실 좀 멀리 있는 거예요. 자산 가격에 더 가까이 있는 건 뭐냐면, 바로 금융당국이 돈줄을 죄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없으면 돈을 계속 뿌릴 수 있어요. 돈을 뿌린 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죠.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중앙은행이 어떻게 하겠어요? 돈을 죄야 하죠.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을 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처럼,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주먹, 즉 금리가 더 무서운 거죠. 터키나 아르헨티나처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방치하는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는 돈줄을 죄어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부동산의 천적 같은 존재가 돼요.
그럼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보통 2% 정도 인플레이션을 마일드하다고 보고, 3%를 넘어가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을 물가 지수에서 빼 버렸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이 항상 2%밖에 안 되는 걸로 나옵니다. 그래서 계속 돈을 풀 수 있었던 거예요. 사실 인플레이션은 일어나고 있는데,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까 돈을 계속 뿌려왔고, 그 현상이 반복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겁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정도였잖아요. 지금은 1달러에 1,300원이 넘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죠. 1,400원대 누어머리(Noor Mary)라는 말까지 나왔었고요. 이 모든 일은 그동안 원화를 많이 찍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종의 다양성과 포트폴리오
건강한 생태계는 종의 다양성이 확보된 생태계이잖아요. 이건 개인의 포트폴리오나 커리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많은 분들이 한 길만 파는 게 옛날에는 먹혔는데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능력의 포트폴리오도 다양성을 갖출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계속 교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능력이 굉장히 필요해요.
제테크도 똑같아요. 요즘 많은 분들이 비트코인에 몰빵했다, 더 심각하게는 알트코인에 몰빵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걱정이 됩니다. 일단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종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해요. 그리고 그 포트폴리오를 자주 바꾸지 않아도, 한 자산의 주가가 30% 떨어지더라도 다른 자산이 충분히 커버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그런 균형을 만들어 놓으면 일시적으로 떨어진 자산 때문에 가난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균형 없이 한 가지에 집중하면, 아주 작은 위기에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지 못해요. 지금은 위기가 오면 복합 위기가 오고,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위기가 정말 자주 오는 세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 종의 다양성을 만들어 가는 게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청년 세대의 빚과 부의 양극화
지금 2030 세대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청년층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73%라고 하더라고요.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청년층의 빚이 이렇게 계속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일입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엄청나게 풀었어요. 어느 나라든 똑같고, 선진국은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 하면,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그 돈이 제 주머니로 바로 들어오지 않아요. 그 돈은 100% 은행으로 갑니다. 그런데 은행은 돈을 모두에게 같은 조건으로 빌려주지 않아요. 돈이 많고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려줍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나 연준이 돈을 풀면 부자들에게 훨씬 더 유리하게 작용해요. 특히 경제 위기가 오면 중앙은행이 돈을 풀죠.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못 빌려요. 신용도가 낮다고 대출을 거절당하죠. 그래서 지난 20~30년 동안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연준이든 한국은행이든 돈을 풀었고, 그때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습니다.
주가가 반토막 나고 집값도 반토막 나서 자산 가격이 막 떨어졌을 때, 돈을 왕창 빌려다가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부유층이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상위 1%가 가진 자산이 하위 90%가 가진 자산보다 더 많아졌어요.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죠.
하위 90%면 거의 미국 전체 인구 아닙니까?
그렇죠. 그래서 대공황이 온 거예요. 부유층 1%가 모든 부를 다 가져가니까, 하위 90%는 가진 돈이 없어서 소비를 할 수 없었습니다. 공장에서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내도 살 사람이 없으니 디플레이션이 심각해졌고, 그게 대공황으로 이어졌죠.
지금도 굉장히 비슷한 상황인데, 대공황 직전과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요?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커지니까 이제는 다른 꼼수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각국 정부가 빚을 내서 돈을 뿌리는 방법을 쓰거나, 세금을 깎아 줘요. 그런데 그 돈은 전부 어디서 나올까요? 30년짜리 국채를 발행하는 거예요. 그러면 30년 뒤에 미래 세대에게서 돈을 약탈해 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청년들이 왜 지금 더 가난해졌냐면, 모든 선진국이 처음에는 중앙은행 때문에 빈부 격차가 커졌고, 그걸 줄이려고 재정을 늘렸는데, 그 돈이 결국 미래 세대에게서 빌려온 돈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 세계 청년들이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졌고, 우리나라는 그 초입에 있어요. 이제 시작입니다.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네. 영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하거든요. 그만큼 지금 청년들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선택을 잘해야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재정 지출로 돈을 푸는 것 자체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빚을 내서 뿌리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세대가 그 부담을 모두 책임지겠다는 생각이라면, 빚을 내지 말고 세금으로 필요한 만큼만 뿌리면 됩니다. 그러면 미래 세대의 부를 약탈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그 부분만큼은 우리 세대가 주의해서 미래 세대를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청년 세대가 이 얘기를 들으면 가장 핵심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어요.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되죠?" 이거예요. 저도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옛날에는 정말 쉬웠거든요. 제테크가 필요 없었어요. 제가 한국은행 자료를 다 뒤져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예금 금리가 가장 높았을 때 최고 예금 금리가 몇 %였을까요? 한번 추정해 보세요. 제가 9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었는데, 매일 출납할 수 있는 통장이었고 금리가 10%였어요.
10%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금리가 가장 높았던 건 재형저축이라는 게 있었을 때인데, 그때 금리가 38%까지 있었습니다.
38이요?
네. 1년에 38%예요. 워런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이 21.5%였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재형저축이 38%였으니까, 워런 버핏을 보면서 "그거밖에 수익이 안 나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옛날에는 은행 예금만 잘해도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었고, 돈만 꼬박꼬박 모으면 됐습니다.
지금 2030세대는 은행 금리가 기껏해야 2%대 중반인데, 그걸로 도대체 얼마를 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게 문제죠. 그러다 보니 안타깝지만 재테크에 신경을 안 쓸 수 없고,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이 온 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내용도 내가 벌어서 일정 부분을 모아 투자하는 얘기인데, 초반에 말씀하신 대로 돈 있는 사람은 신용도가 좋으니까 왕창 빌려서 투자하는 거잖아요. 이걸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그게 큰 문제입니다.
또 하나 문제는, 2030세대가 이렇게 투자하는 것 자체가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24시간 코인 시세만 본다든가 하면 자기 개발할 시간이 전혀 없잖아요. 저는 그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그 시간에 자기 개발을 하면 지금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하느냐? 저는 자동 메커니즘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월급에서 얼마를 저축할지 비중을 정해 두고,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자동으로 예를 들어 달러를 몇 퍼센트 투자하고, 몇 퍼센트는 주식형 ETF에 넣는 식으로, 미리 정해 둔 비율대로 계속 넣는 방식을 청년 세대에게 꼭 추천합니다. 시간을 쓰는 것이 더 아까우니까요.
물론 그 비율을 정할 때는 엄청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이걸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장기 상품에 넣을지 단기 상품에 넣을지, 결혼을 할지 아이를 낳을지까지 계산해야 해요. 처음 계산은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주가 변동이나 금값, 환율 변동을 들여다보며 투자하는 순간 인생이 날아갑니다. 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뺏기거든요. 그래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제테크보다 시테크가 2030세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정말 중요한 말씀이네요. 우리나라에서 가난을 말할 때는 "내가 가난하고 힘들다"는 느낌도 있지만, "나만 빼고 다 부자다"라는 느낌, 그로 인한 소외감이 굉장히 심합니다. 통계 자료가 하나 있는데, 2024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평균 자산이 2억 5천만 원이랍니다. 4인 가구면 10억 정도가 되는 셈이죠. 그런데 나는 없으니까, 나만 빼고 다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가 인스타의 함정과 평균의 함정에 너무 쉽게 빠진다는 거예요.
인스타를 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고 모두 부자 같지만, 사실은 가장 행복했을 때, 가장 돈을 펑펑 쓸 때 올려놓는 것이죠. 평균의 함정은 더 무섭습니다. 왜 2억 5천만 원이 평균이냐면, 우리나라 최고 부자도 그 평균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실은 중위값이 더 중요한데, 중위값이란 예를 들어 인구가 5천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 즉 2,500만 번째 사람의 자산을 말합니다. 그 값이 1억 원쯤이에요.
우리가 보통 가구원이 2.3명이니, 일반 가구는 평균적으로 2.3억 정도를 갖고 있는 게 정상이에요. 일단 중위값을 파악하고 들어가면 상대적 박탈감에서 좀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10억이라고 하면 "어떻게 10억을 마련하냐?" 하지만, 목표 자체를 조금 낮추면 할 수 있어요. 이제부터 한번 해 보자, 이게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박탈감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우리나라의 정확한 통계를 보고, 인스타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 생각해 본다면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평균이 아니라 중위값을 알아야 한다는 거군요. 중위값은 기사에서 잘 안 나오지 않나요?
그게 문제입니다. 제가 중위값 1억을 계산하는 데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웬만해서는 중위값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왜? 평균 2억 5천만 원이라고 해야 뻥튀기가 되거든요. 이번에 한국은행이 발표하면서 "우리가 처음으로 2억 5천만 원을 넘었다, 일본을 능가했다"라고 하면 자랑스럽게 발표할 수 있으니까 맨날 평균치만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중위값을 발표하는 순간 빈부 격차가 확 드러나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중위값인 2,500만 명은 분명히 1억인데 평균이 2억 5천이라면, 이건 어떤 경우냐? 부자가 평균을 확 끌어올린 거죠. 그래서 중위값을 발표하면 빈부 격차가 드러나니까 정부든 한국은행이든 제대로 발표하는 걸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자꾸 빠지는 거죠.
기자 시절에 이런 건 좀 취재하지 그러셨어요?
그때 저는 열심히 중위값을 발표했습니다. 계산이 되게 힘들어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1억에서 1억 천만 원 사이는 거의 맞을 거예요.
중위값이라는 개념은, 같이 언론사에 근무했던 저조차도 중위값으로 된 기사를 본 적이 없는 느낌이에요.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이 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거예요.
자산 얘기를 계속 하고 있으니, 부자들의 자산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보면, 2024년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가 토지의 87%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더라고요. 엄청나죠.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에 올인한 경우는 전 세계에서 정말 드뭅니다. 국민 순자산의 약 75%가 부동산이거든요.
다른 선진국들은 어떨까요? 일본과 우리나라는 문화가 비슷할 것 같지만, 일본은 38%밖에 안 되고, 미국 같은 선진국은 34%, 유럽 국가들은 50% 안팎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75%를 부동산에 의존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돈을 벌면 부동산으로 환전하는 느낌이에요. 그러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대한민국의 국부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까운 건,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은 그 정권의 미래와 연결돼 있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제대로 쓸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정책이 계속 반복돼 왔고, 그러다 보니 부동산에 돈이 쏠리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부동산을 수출해서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수출하려면 결국 기업이 성공하고, 뛰어난 스타트업이 나타나고, AI 업체가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엔젤 투자가 늘어나야 하고, 기업이 돈을 엄청 벌어서 엑시트하는 사례가 나와야 더 많은 청년이 창업을 하겠죠. 그런데 계속 부동산으로만 돈을 버니까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어졌고, 결국 어떻게 재테크를 할까 하는 쪽으로 가게 된 거예요.
경제가 제대로 가려면 엔젤 투자나 스타트업에 돈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그게 유럽보다도 못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미국보다 유럽이 못하다고 하지만, 한국은 유럽보다 더 심각해요.
그럼 부동산은 계속 불패일까요? 돈을 계속 찍어내는 동안은 불패일 겁니다. 지금까지 통화량이 늘어나는 만큼 집값이 올라왔거든요. 한국은행이 돈을 찍으면 계속 집값이 오른다고 보시면 돼요. 그럼 언제까지 오를까요? 외부적인 요인으로 더 이상 돈을 못 찍게 되면, 그때부터는 집값이 안 오를 거예요. 어떤 요인 때문에 돈을 못 찍을까요?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 그리고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 이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물가가 오르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우리나라 물가 통계가 굉장히 왜곡돼 있거든요. 미국은 집값이 물가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임대료가 9% 정도 차지하니까 합치면 33%쯤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집값이 물가 통계에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임대료만 조금 들어가요. 그리고 전세 같은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죠. 그래서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서 집값이 올라도 물가는 안 올라요. 강남 집값이 10억, 20억 올랐다는 기사가 계속 나왔지만, 그건 물가에 안 들어갑니다. 물가에서 집값을 뺀 나라는 많지 않아요. OECD 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집값을 넣어 놨어요.
그럼 우리나라에서 돈을 못 찍는 유일한 문제는, 환율이 갑자기 치솟을 때, 즉 원화 가치가 급락할 때입니다. 그때는 돈을 더 이상 찍을 수 없으니 집값이 더 이상 오를 수 없게 되죠. 우리나라는 집값과 환율이 정확히 반비례하는 상황이에요. 환율이 올라가면 집값은 떨어지고, 환율이 떨어지면 집값이 오르는 구조인 거죠. 올해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도 올해 환율이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으니 한국은행이 돈을 풀 여지가 생긴 거죠. 이런 것들이 다 서로 연관돼 있다는 게 참 재미있고, 또 어렵습니다.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부에 관한 영상이 참 많이 나오는데, 정반대되는 내용이 있어요. 하나는 "1억만 모아 봐라, 그다음부터는 순탄할 것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1억을 열심히 모아 봐야 그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무엇이 맞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1억만 모으면 그걸로 뭘 할 수 있다"는 접근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1억을 모아 가는 경험 자체가 그분을 앞으로 이끌어 가는 힘이 될 겁니다. 그런데 "1억을 모은 다음에 시작해라"는 것도 제가 보기엔 좌절하게 만드는 말이에요. 그 과정 속에서 굉장히 많은 걸 얻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1억은 정말 쉬운 돈이 아니에요. 특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 1억을 모을 때는 정말 어렵죠. 그 경험이 그분을 이미 한 단계 뛰어넘게 만들었기 때문에, 저는 두 쪽 다 아니라고 봅니다. 그 경험 자체가 굉장히 중요해요. 1억이 있어서 잘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1억을 열심히 모아 본 사람이 배우는 것이 있다는 거죠.
그러면 젊은 세대가 1억을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거 진짜 어려운데요. 제가 이런 제테크 원칙을 2019년부터 계속 말씀드려 왔는데, 전 재산의 50%는 달러로, 10%는 금으로 가져가라는 원칙이에요. 2019년에 그 원칙을 세운 이유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돈을 찍고 있으니 어느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질까요? 당연히 우리 돈이죠. 그리고 전 세계가 돈을 너무 많이 찍었으니, 사람들은 다시 금으로 갑니다.
2019년에 제가 KBS 채널에 나와서 금 투자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제목이 "KBS 경제부장이 알려주는 금 투자에 관한 모든 것"이었는데, 악플로 완전히 도배가 됐습니다. "공영방송 경제부장이란 작자가 투기를 부추기냐?" 왜 투기냐고요? 2019년만 해도 금을 사는 걸 완전한 투기로 생각한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그때 금값은 1g에 4만 8천 원이었는데, 지금 이 날짜 기준으로는 1g에 15만 원이 넘었어요. 그때까지도 금값은 항상 떨어지고 올라갈 리 없다는 신념을 가진 분들이 너무 많았던 거죠.
그 원인이 뭔지 아세요? 금 생산량이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세 배나 늘었거든요. 생산 기술에 네 번이나 혁명이 일어났고, 세계화 때문에 제3세계라고 불리던 남미 같은 곳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2008년부터 12년 사이에 금값이 여섯 배 오르니까 금광 회사들이 금광 개발에 돈을 세 배 정도 더 투자했다는 거예요. 금광 개발에는 보통 6년이 걸리니까, 2016~2017년이 되면 금 생산량이 세 배로 늘어나야 하잖아요. 그런데 거꾸로 2016년부터 금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왜냐? 자원 효과도 있고, 금광 기술 혁명이 끝나 버렸기 때문이에요. 금광에 아무리 투자해도 생산량이 줄어드니까, 저는 2018~2019년부터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금 생산량이 거기서 멈췄구나. 더 이상 늘지 않는다면, 돈을 찍어낸 만큼 금값이 올라가겠구나. 그래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달러로 환전해야 하고, 장기채는 그다지 권하지 않고 단기 국채만 권한다는 것이죠. 미국 장기 국채는 지금 사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거든요. 2019년에는 단기 국채와 미국 주식 ETF를 권했는데, 지금은 미국 주가가 한껏 올라 있으니 미국 주식 ETF를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달러를 갖고 있다면 단기 국채와 금을 계속 쌓아 가는 방식, 이게 지금도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각도에서 한번 여쭤 보겠습니다. 만나서 얘기해 보면 일부 2030들은 일할 데가 없다고 해요. 원하는 일자리는 나를 뽑지 않고, 원하지 않는 일자리에 가서 시간을 낭비하기도 싫으니 아예 일을 안 하겠다는 분도 꽤 많아요. 어떻게 하면 그런 분들이 다시 일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요?
청년 세대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가만히 있으면 방법이 없어요. 저도 같은 문제를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핀란드에 간 적이 있어요. 핀란드에서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노키아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넘었거든요. 엄청난 기업이었는데, 노키아가 망했다는 건 우리로 치면 삼성전자 두 개가 망한 것과 같아요. 핀란드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이게 무너지니까 알토대학교 같은 명문대 공대생들이 전부 취업을 못 하게 된 거예요. 매년 몇만 명씩 뽑던 기업이 갑자기 아무도 뽑지 않으니, 학생들이 모여서 창업을 연구하고,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니 '앵그리 버드' 같은 놀라운 혁신이 나왔습니다. 제가 그걸 취재하러 간 적이 있는데, 핀란드는 그 이후 정말 대단한 창업 국가로 변신했어요. 삼성전자 두 개가 망한 나라가 유럽 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건, 그렇게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을 한 셈이죠.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청년들이 계속 새로운 창업을 했고, "우리 시장은 너무 작다, 인구가 600만 명밖에 안 된다. 그러니 미국을 상대로 직접 장사를 하자"고 했어요. 핀란드에서 창업은 하지만, 인터넷으로 장사를 하니까 대상은 미국인 거죠. 그때 제가 핀란드 학생들의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취재했는데, 물론 어렵지만 계속 시도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왜 나한테는 예전 4050세대가 가졌던 기회가 없느냐"고 한탄하기에는 이미 세상이 다 바뀌어 버렸잖아요. 그래서 저는 피어 그룹, 즉 또래 집단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각을 함께 나누고, 필요하면 여러 명이 모여서 윗세대 벤처 1세대나 동종 업종에서 성공한 분들을 모셔다 얘기를 나눠 보고, 이런 기회를 갖는다면 물론 어렵겠지만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건, 노력의 차이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날 거라고 보는데, 지금 우리 사회가 그 노력의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쪽으로 점점 가고 있다는 거예요. 부의 대물림도 자꾸 되고 있고,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더 자포자기하게 만듭니다. 이걸 바꾸려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청년들이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안전망이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진짜 핵심인 것 같아요. 실패했을 때도 안전하게 해 주는 것. 그렇죠.
우리나라는 실패했을 때 가장 가혹한 나라예요. 미국에서는 돈을 빌려줄 때 빌려주는 쪽의 도덕적 책임도 따집니다. "왜 제대로 심사도 안 하고 돈을 빌려줬어?" 하고요. 양쪽 모두 도덕적 책임을 묻는데, 우리는 항상 돈을 빌려 간 쪽에만 끝까지 책임을 물어서 심각한 비대칭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은행들은 돈을 막 빌려주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죠. 미국처럼 은행에도 책임을 지우는 방법이 있고요. 유럽 방식도 있어요. 유럽은 일단 도전하게 만들고 실패하면 뒤에서 사회 안전망이 받쳐 주는 방식입니다. 복지로 커버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청년들이 도전하게 만들지 고민해야 하죠. 미국처럼 얼마든지 재기가 가능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 미국식 자본주의 방식으로 갈 수도 있고, 유럽식으로 사회 안정을 만들 수도 있고, 하이브리드도 가능합니다. 이걸 연구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만들지 않으면 청년들은 점점 도전하지 못하고 움츠러들고, 우리 경제 전체가 전진하지 못하고 퇴보하겠죠. 지금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한국식으로 도전하지 못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며칠 전 인터넷에서 미국의 엄청난 부자 마크 큐반의 인터뷰를 봤는데, "20번을 실패해도 상관없다. 한 번만 성공하면 되니까"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미국의 창업 분위기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런 분위기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번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으니까요. 실패의 경험 없이 성공한다는 건 불가능한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 실패하면 대개 다시는 못 하는 상황이죠. 그래서 실패의 경험이 완전히 낭비되고 있는 거예요. 청년들이 더 좌절하는 건, 아마도 실패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 아픈 말이네요.
그러면 연령별로 경제적 자유와 멀어지는 결정적인 나쁜 행동이 있을까요? "이것만은 하지 마라"고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2030세대가 단기로 수익을 크게 가져가려는 경향이 좀 더 생긴 것 같아요. 단기 투자를 하려는 건 제가 보기에 아주 안 좋습니다. 많은 자산을 복리로 놓고 보면, 예를 들어 돈을 한 번도 잃지 않고 워런 버핏처럼 20%씩 계속 번다면 워런 버핏처럼 천문학적인 부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걸 자꾸 잊고 계신 것 같아요. 워런 버핏만큼 벌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5%라도 계속 벌면, 나중에는 복리 효과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가장 많이 가진 것이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20대는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진득하게 복리 효과를 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4050세대, 특히 50대로 넘어가면서는 위험 자산 비중을 조금씩 줄여 나가야 하는데, 제가 제일 안타까운 건 은퇴 직전에 갑자기 위험 자산에 100% 투자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거예요. 저도 KBS를 그만두면서 주변을 보니, "퇴직금이 얼마 안 되는데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사냐" 하면서 퇴직금 전부를 위험 자산에 넣는 분이 많아요. 그게 제일 위험하죠. 그래서 50대로 넘어가면 위험 자산 비중을 굉장히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은퇴하신 분들은 더 그래야 합니다. 2030세대는 위험 자산 비중을 50%까지 가져갈 수 있지만, 그게 비트코인처럼 100% 올인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돼요. 비트코인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반드시 함께 구성해 놓고 장기로 두면 괜찮은데, 하루에 100~200% 오르기를 바라면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 다른 사람이 돈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능할 것 같지만 절대 안 됩니다. 정반대의 자산들을 구성해서 수익률이 5% 정도 나오거나 7% 정도 나오도록 구성하고, 30~40년 복리로 계산해 보세요. 굉장히 큰돈이 되어 있을 겁니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식, 이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럼 재정 관리, 즉 경제적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은 2030세대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해야 할 일인데, 좋은 재정 관리 수칙을 드린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당연히 얼마를 저축할지 미리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생활비를 만들어 써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쓰면 결국 월급을 다 쓰게 되거든요. 저축 계획을 미리 세워 두고 써야 하고요. 그리고 꼭 하나 충고하고 싶은 건, 해지가 안 되는 상품을 너무 젊은 분들이 드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예요. 은행 상품은 괜찮다고 보지만, 보험 상품 같은 것은 해지했을 때 원금의 70%밖에 못 찾는 경우도 있거든요. 목돈을 해지가 안 되는 상품에 넣는다든가, 결혼 자금을 갑자기 비트코인에 왕창 투자한다든가 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만 피한다면, 제가 보기엔 절반은 승리하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에서 비트코인 얘기가 가끔 나오는데,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이 완전히 허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비트코인에 대해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은 미국 연준이 돈을 뿌린 만큼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예요. 재미있는 게 있어요. 돈을 뿌렸을 때 나스닥과 같이 올랐다가 같이 떨어집니다. 다만 비트코인이 세 배 정도 강하게 올랐다가 강하게 떨어지니까, 세 배 레버리지 상품처럼 돼 있어요. 그리고 약간 선행합니다. 비트코인이 먼저 움직이고, 일주일쯤 뒤에 나스닥이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나스닥과 같은 방향에 투자하고 싶다면 비트코인을 사는 게 맞을 수 있어요. 그런데 금은 정반대예요. 저는 미국 주식과 미국 주식 ETF를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에, 그와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으로 금을 갖고 있는 거죠.
정말 흥미로운 게 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 미국 주가가 반토막 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금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어요. 처음에 한 10~20% 떨어졌죠. 경제 위기가 오니 금도 팔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 정부가 온갖 방법으로 재정 지출을 하고,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돈을 엄청나게 뿌리니까, 먼저 금값이 올랐습니다. 금값은 여섯 배나 올랐어요. 오히려 미국 주식은 그보다 조금 덜 올랐죠. 다만 금도 너무 믿으면 안 되는 게, 경제 위기가 오면 사람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금도 팔거든요. 그래서 비트코인은 나스닥과 순방향 자산이고, 금은 나스닥과 역방향 자산으로서 포트폴리오에 함께 넣어 둘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오늘 얘기 말고도 평소에 거시 경제 공부를 할 필요가 있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끝인사를 한번 해 주시죠.
지금은 새로운 세상이에요. 옛날에는 우리 국내만 보면 됐는데,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침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큰일 났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또 하나의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걸핏하면 전쟁이 나는 세상이 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글로벌 뉴스를 계속 따라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더 큰 힘은 거시 경제를 흔드는 힘이거든요. 그래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기 위해 유튜브도 좋은 수단입니다. 지상파를 보는 것도 좋아요. 다만 그건 매일매일의 정보를 다루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전히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근본적인 원리를 다룬 책들은 여전히 유효하거든요. 저는 대가들의 책을 보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가는 경제학의 대가도 중요하고, 예를 들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나 투자의 대가도 있어요. 심지어 철학의 대가가 투자 철학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그런 대가들의 생각을 뿌리에 담아 두고 매일매일의 뉴스를 보면, 시각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러분, 오늘 얘기를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제학을 쉽게 설명해 주시는 박종훈 기자님의 얘기가 여러분의 경제 생활과 경제적 자유를 얻는 데 도움이 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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