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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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지표(금리·환율)만으로 자산시장을 판단하기 어렵고, 성장 흐름과 함께 봐야 한다는 주장. 매크로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과신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분산투자로 쏠림을 피하라고 강조. 닷컴버블(1998~2000년 금리 인하·Y2K), 1970년대 인플레이션 고질병 사례를 들어 금리 인하 조기화와 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위험을 경고. 경기 둔화 시 금리 인하는 체력 저하를 낳을 수 있어 생산성 제고가 중요하다고 언급. 구체적 종목·지수에 대한 1~3개월 방향 예측 발언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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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매크로를 보는 사람이지만, 매크로가 의미가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금리가 올라도 자산시장이 훨씬 강한 성장을 보여주면, 금리나 환율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살포시 밟고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매크로가 중요할 때가 있고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매크로가 필요할 때 오히려 매크로를 안 보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아예 안 보게 되는 때가 있거든요. 미국 10년물 금리도 그렇습니다.
그럴 때 너무 방심하면 또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의 흐름만 봐도 그렇습니다. 2015년 말에는 모두가 매크로만 봤습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큰일 난다고 했죠. 그런데 2016~2017년에는 금리를 올려도 자산시장이 뜨거우니 매크로는 아무 의미 없다는 분위기였습니다. 2018년에는 시장이 흔들리니 다시 매크로를 보았고, 2019년에는 주식시장이 날아가니 또 의미 없다고 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가 이어지며 다시 매크로가 중요해졌고, 2021년에는 시장이 올라가니 또 무시했습니다. 작년에는 금리 인상과 FOMC가 어떻게 될지에만 관심이 쏠렸고,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벽 3시에 FOMC를 생중계로 보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다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분위기입니다.
매크로만 너무 많이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아예 안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체크하면서,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한 번씩은 점검하며 보시기를 권합니다. 매크로만 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금리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분들이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빠지고,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금리가 올라도 주가가 이상하게 버티는 경우를 보면, 금리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금리가 중요한 팩터인 것은 맞지만, 금리 상승보다 성장이 더 강하면 문제가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제가 앞에 있는 아파트를 사고 싶은데, 이 아파트가 30% 오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출금리가 1% 올랐다고 해 봅시다. 아무 느낌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눈앞의 성장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성장이 더 세면 자산시장은 오히려 뜨거울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성장이 금리 인하 폭만큼 따라 주지 못하면, 자산시장은 더 긴장할 수 있습니다.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금리만 볼 게 아니라 성장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닷컴버블을 돌아보면 이 점이 잘 드러납니다. 1998년 미국 경제는 탄탄했습니다. 그런데 1998년 9월 러시아 투자로 거대 헤지펀드 LTCM이 파산했습니다. 금융시장 혼란을 막으려고 연준은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은데도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불이 타고 있는데 기름을 부은 셈이었습니다. 돈이 미국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1999년 하반기부터 미국 자산시장이 뜨거워졌습니다. 연준은 버블과 과열을 막으려고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1999년 말에는 Y2K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오류가 날 것이라는 우려였습니다. 비행기가 떨어진다, 은행 송금 체계가 붕괴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별일이 없었지만, 당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연준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Y2K가 당장 닥치면 금융시장에 거대한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금리를 팍팍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자산시장이 올라갈 때 수비수가 따라가 막아 줘야 하는데, 수비수가 Y2K 스크린에 걸려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연준은 금리 인상을 늦추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은 "얘는 조금만 불안해도 금리를 못 올리는구나"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나스닥은 금리가 천천히 오르는 동안 마지막으로 불을 뿜었고, 2000년 3월까지 뜨겁게 올랐습니다. 이를 따라잡으려고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자, 그것이 닷컴버블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붕괴가 시작되자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자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있었고, 실물경제 둔화 속도가 금리 인하 속도보다 빨랐습니다. 금리를 6.5%에서 1%까지 낮췄는데도 미국 주식시장은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이는 성장 둔화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주식시장 자체의 밸류에이션, 즉 가격 레벨이 너무 높아졌던 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산투자는 왜 필요할까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인생도 다 아는 셈이겠죠. 한 사람의 인생도 모르는데, 그 많은 사람이 모인 사회와 경제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돌발 변수를 생각해 분산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분산투자를 하자고 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몸에 좋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착하게 살자는 느낌이라 지키고 싶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이를 꾸준히 유지하면, 시장이 무너질 때도 버틸 수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반등장에서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포가 너무 커서 안전자산으로 쏠리거나, 너무 좋아 보여서 위험자산으로 쏠리는 것보다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균형을 보려면 과거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과거 흐름을 깊이 알면, 결국 돌고 도는 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마인드셋이 있으면 미래를 정확히 찍지는 못하더라도 분산투자가 가진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습니다.
아직은 방심하면 안 됩니다. 허리병을 앓는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20대에 앓는 것과 50대에 앓는 것은 다릅니다. 나아졌다고 막 뛰어 놀면 바로 재발합니다. 이것이 고질병의 특징입니다. 치료도 쉽지 않은데, 조금만 무리해도 바로 재발합니다.
인플레이션도 고질병이 될 수 있습니다. 1970년대를 보면 물가가 급등했다가 주저앉고, 다시 급등했다가 주저앉기를 세 차례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 10년이 흘렀고, 이를 인플레이션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왜 고질병이 되었을까요? 물가가 오를 때 금리를 올려 잡으려 하니 물가가 꺾였습니다. "물가를 잡았다"며 금리를 낮추자 물가가 다시 튀어 올랐습니다. 다시 금리를 올리고, 물가가 잡히면 또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내리니 다시 튀어 올랐습니다. 나중에는 폴 볼커라는 인물이 등장해 미국 금리를 20%까지 올렸습니다. 물가를 잡는 것은 간단합니다. 경기를 박살 내 수요를 없애면 가격은 떨어집니다. 그렇게 물가를 제압한 뒤 40년 동안 물가가 깨어나지 못하게 봉인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를 거치며 그 봉인이 깨졌습니다. 호리병 속 지니가 튀어나온 셈입니다. 치약을 튜브 밖으로 짜내기는 쉬워도 다시 밀어 넣기는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는 발본색원하듯 확실히 제압해야 합니다. 그런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며 긴장을 풀면 인플레이션이 오래 유지됩니다. 그러면 그것이 고질병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넘은 것은 2021년 3월이었습니다. 지금은 2023년 7월이니 2년 4개월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체감 물가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연준도 "70년대처럼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70년대의 교훈은 물가가 높았다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10년 동안 고질병처럼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신용 경색과 경제 부담이 굉장히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샴페인을 빨리 터뜨리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경계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금리는 지금보다 내려갈 것이고, 물가도 결국 해결될 것이며, 환율도 내려가고 달러 강세도 풀릴 것이니 자산시장에 좋은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고생하지만 결국 좋아질 테니 버티면 된다는 이른바 '존버 스토리'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저는 주식 전문가가 아니어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금리를 6.5%에서 1%까지 내릴 때도 시장은 흔들렸습니다. 지금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에도 금리 인하가 좋을 거라고 보고 시장이 중간중간 튀어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물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그때 기업들이 우리에게 주는 경종은, 금리가 인하된다고 무조건 주가가 날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금리가 내려갈 테니 주식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쏠림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쏠림을 방지하고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가 전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성장입니다. 평균이 1.5%라면, 모든 산업이 1.5%씩 성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산업은 10%씩 성장하고 어떤 산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평균을 내면 1.5%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봐야 할 것은 어떤 산업이 얼마나 성장하는지입니다. 10%씩 성장하는 산업은 금리 인상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다른 산업이 다 주저앉고 있다면 그 산업들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리를 올려도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현상이 생깁니다. 시장의 폭이 좁아진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장률 전망도 중요하지만, 성장률이라는 것은 굉장히 두루뭉술한 개념입니다.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특정 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지금의 금리와 비교되며 만들어 내는 그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모든 문제를 금리 인하로 해결하려고 하면 그것은 "만국의 지름길"이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실물 경제가 둔화될 때마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 막으려고 하면, 결국 경제의 체력 자체가 낮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R&D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입니다.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돈을 풀어 막기만 하면, 중장기적으로 좀비 기업이 늘어나고 실물 경제의 성장이 계속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연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썼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감한 경기부양책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과거였다면 SVB 사태가 부채한도 문제와 겹쳤을 때 금리 인하로 대응했겠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있으니 그러지 못합니다. 인상 속도를 늦추는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도 과거에 비해 경계감을 확실히 갖고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이어지면 정말 필요한 순간에 돈을 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SVB 사태를 가짜 늑대라고 가정해 봅시다.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연준이 과감하게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살아 있으면 그러지 못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는, 뒤집어 말하면 정말 필요할 때 돈을 풀지 못하게 만듭니다. 돈을 푼다는 것은 경제의 중요한 쿠션입니다. 쿠션이 없는 상태에서 떨어지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는 막아야 합니다.
이 책은 미래를 예측하는 투자보다는, 금융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과거 역사의 위기 사례를 보며 지금 던지는 교훈에 공감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라고 하지만, 그 미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모습이 낙관적으로 계속 이어진다고 우리가 방심하고, 초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알면서도 살포시 무시하고 지나간다면, 그것이 큰 위기를 잉태할 수 있습니다. 과거 위기들이 보여 준 공통점을 하나씩 짚어 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철학에서도 실존주의와 구조주의가 있습니다. 실존주의는 나 자신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관점이고, 구조주의는 나는 부속품이고 구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관점입니다. 저는 경제 주체 한 명 한 명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심리를 보이며, 어떻게 몰려다니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다들 경기침체가 온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경기침체를 바라보니,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늦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당겨졌고,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경기침체가 연기되었습니다. 정해진 미래는 없고, 그 미래는 경제 주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기가 오지 않으려면 방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쓴 과감한 미봉책이 또 다른 리스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도 공감한다면, 그 경계감을 풀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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