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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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온체인 금융이 확산되며 국가 금융 권력은 미국으로 수렴하고, 돈은 이더리움 등 플랫폼 기반 산업으로 흐른다고 주장. 비트코인은 2,100만 개 한정으로 장기 40년 상승을 전망하고, 이더리움은 산업 인프라로서 가치가 있어 가격이 낮은 지금 틈틈이 매수를 권유. 한국 기업은 갤럭시 등 인터페이스 자산을 활용해야 하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 엔비디아와 삼성 반도체가 채굴 붐으로 수혜를 본 사례를 들며 '청바지 장사'식 수혜주 발굴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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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권력은 아까 플랫폼을 가진 쪽으로 갈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럼 누구에게 갈까요? 권력과 돈을 나눠서 보겠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다릅니다.
새로운 금융에서 권력은 가시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차단할 수 있는 힘, 통제하고 규제할 수 있는 힘이죠. 지금까지는 각국 정부가 이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는 자국민의 금융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자산을 동결하거나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을 막을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통제력을 권력이라고 한다면, 그 권력은 전부 미국으로 모입니다.
돈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에서 누가 돈을 벌 것인가. 하이퍼리퀴드는 이미 인류 역사에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직원이 11명뿐인데 1인당 생산성이 10억 달러를 넘는다고 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돈을 누가 벌지는 대충 드러나고 있습니다.
10년 전 코인을 만들었던 팀들이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지금은 코인을 만든 사람들보다, 코인을 만들었다가 거품이 꺼지고 다시 손바뀜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거래소 비즈니스가 꾸준히 잘되고 있습니다.
거래소를 왜 가져야 하는지는 하나은행이나 삼성, 미래에셋 같은 곳이 대답해 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와 코빗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있죠. 거래소는 돈만이 아니라 플랫폼이고, 병목이자 정보가 모이는 곳입니다. 결국 권력은 정보에 있습니다. 다만 돈은 꼭 정보를 따라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권력 문제가 심각해서 오늘 이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영국 학자 수잔 스트레인지(1990년대 별세)는 세계 질서를 생산, 금융, 지식, 안보 네 가지로 나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네 구조의 설계자가 미국이며, 그래서 권력이 미국으로 모인다고 보았죠. 대표적인 예가 1960년대 유럽을 기반으로 생긴 국제금융, 이른바 유로달러입니다.
국제금융은 로컬 국가들의 힘을 빼고 시장으로 힘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그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미국이기 때문에 결국 힘이 미국으로 수렴한다는 것이죠.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앞에서 개별 국가는 힘을 잃고, 판을 주도하는 건 미국입니다. 50년 전 주장이지만 같은 모형을 지금의 크립토 판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로컬 국가들은 이자율과 환율에 대한 재량권을 잃고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때문입니다. 한국 증권 감독 당국이 가졌던 증권 규제나 상장 여부에 대한 권한도 글로벌 온체인 시장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상장폐지된 주식도 온체인에서 토큰화되어 거래되고 있다면, 사실상 상장폐지가 되지 않은 것과 같죠. 이렇게 국가 권력이 조금씩 풀려 시장으로 가고, 그 시장의 판을 짜는 것은 미국입니다. 수잔 스트레인지의 50년 전 이야기가 2020년대 지금 놀랍도록 맞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금융 변화에서 가장 주도적인 권력을 행사할 주체는 미국과 미국의 금융 플랫폼일 겁니다. 그럼 한국은 착취당하고 통제당하고 종속되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한국은 결정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 바로 삼성 스마트폰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새로 만들어지는 신금융에서 중요한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기질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외부 압력이 들어올 때 우리만의 시장과 플랫폼을 지키는 것은 잘하는데, 우리가 주도해서 남들이 우리 플랫폼을 쓰게 만드는 상상력은 부족하고 해본 적도 별로 없습니다. 네이버는 대표적인 예지만, 한국은 해외로 나가서 다른 나라를 먹으려는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았죠.
그래도 저는 밥상이 다 차려졌다고 봅니다. 갤럭시가 가진 확장력은 그 자체로 대단합니다.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토큰이 결국 휴먼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코인은 공중에 떠 있는 게 아니라 사람과 연결되어야 하죠. 스마트워치나 노트북도 가능하지만 가장 익숙한 것은 스마트폰입니다. 환전부터 대출까지 모든 것이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에서 이루어질 것이므로, 한국이 집중력을 갖고 정신을 차리면 권력의 측면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언제가 지나면 늦어버릴까요?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애플도 이 분야에 아직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빅테크들이 다소 조심스러운 것은 크립토 규제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고 있어 트럼프와 관련된 미국 기업들은 빨리 움직입니다.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회사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의 힘이 빠지면 다시 분위기가 역전될 수도 있겠죠. 애플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는 삼성에도 기회가 있고, 애플이 움직이면 삼성도 패스트 팔로워로서 따라갈 것입니다.
인터넷 혁명으로 구글,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이 나왔다면, 신금융 혁명이 일어나면 새로운 빅테크가 나올까요, 아니면 기존 빅테크가 계속 지위를 누릴까요? 아주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제가 12년 전 비트코인을 처음 보고 공부한 뒤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했습니다. 이더리움은 2014년에 등장했는데, 제가 비트코인을 떠들 때 이더리움 열풍도 함께 불었죠. 그런데 저는 한동안 이더리움을 사람들에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이더리움이 하려는 일을 빅테크가 금방 할 수 있는데, 빅테크가 이더리움이 하도록 놔둘까 하는 질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2년이 지난 지금 제 답은 이렇습니다. 빅테크는 놔두었습니다. 한때 구글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스카우트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비탈릭이 트위터에 구글에서 취업 제안이 왔다고 올리면서 알려졌죠. 메타와 구글 모두 간헐적으로 관심을 보였지만, 이미 스테이블 상태가 되어 있는 생태계에 빅테크가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는 어려웠습니다.
비탈릭이나 리플의 창시자, 리플 CEO 같은 사람들은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올인했습니다. 그런데 빅테크는 올인하지 않았고, 그사이 시간을 놓쳤습니다. 지금 온체인 프로젝트들은 특수한 경우를 빼면 대부분 이더리움 호환입니다. 이더리움과 호환되지 않으면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표준화 전쟁은 끝났고, 이더리움이 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거의 확실하다고 보는 것은, 기자님이 물으신 새로운 구글은 이미 나와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더리움입니다. 지금 이더리움의 위치는 1990년대 중반 인터넷 초창기의 야후와 비슷합니다. 당시에는 구글도 페이스북도 없었고 야후가 혼자 모든 걸 했죠. 이더리움이 실수하면 야후가 무너졌듯 이더리움도 무너지고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지만, 창시자들을 보면 영민하고 현명하게 해오고 있어서 쉽게 엎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빅테크가 올인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형 블록체인을 추진하던 곳들, 한국의 LG도 개입했던 프로젝트들도 처음에는 이더리움에 맞서 독자 플랫폼을 고집하다가, 최근에는 이더리움 호환으로 돌아섰습니다.
지금 산업의 많은 부분이 퀵머니를 쫓는 사람들로 커지고 있습니다. 돈을 넣었다 뺐다 사고팔면서 움직이는 투기꾼들이죠. 그런데 그들이 쓰는 플랫폼은 거의 100% 이더리움 기반입니다. 폴리마켓이 살아남은 것도 이더리움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구글이 만든 플랫폼에서 미국 정치를 두고 도박 사이트가 열려 선거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면, 미국의 주요 정당들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구글이나 애플이 그냥 두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더리움 기반이라 정부도 막을 수 없었고, 그 예측이 미국 대선을 맞히기도 했습니다. 빅테크가 가만히 놔둔 면도 있지만, 빅테크가 못 하는 것도 있다는 뜻입니다. 비법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회색지대는 빅테크가 들어가지 못하죠.
올해 초 삼성 임직원 교육기관에서 세 번이나 강의를 요청받았습니다. 이례적이라고들 하더군요. 솔직하게 말씀하신 분이 있었는데, 고위 임원이 "우리도 너무 하고 싶은데 평판 때문에 못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평판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이죠. 이더리움을 만든 사람이나 코인베이스, 리플의 CEO, 저 같은 사람은 평판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기꾼이라고 욕을 많이 먹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하는 것입니다.
삼성 같은 회사는 모든 의사결정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외국의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의 갤럭시가 우리나라의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분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십니다.
인터넷 혁명 때도 인터넷 기업이 뜬다고 많은 사람이 투자했지만 모두가 돈을 번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잃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기술이 가는 방향과 그 기술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이 기술적으로 그 방향으로 가더라도, 엉뚱한 곳에 돈을 넣으면 좋은 기술이 곧 좋은 투자는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는 제가 안목이 부족했다고 고백해야겠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장 큰 수혜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놀랍게도 10년 가까이 이 분야를 떠들어온 제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2017년 가상자산 붐 때 한국에서도 비닐하우스까지 만들어 이더리움을 채굴했습니다. 이더리움 채굴에는 GPU가 필요했고, GPU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가 엔비디아입니다. 당시 AI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해 엔비디아도 어려웠는데, 그 갭을 메워준 것이 크립토였습니다. 엔비디아가 그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나서 AI가 터지면서 오늘의 엔비디아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도 비슷합니다. 애플이 삼성 반도체 주문을 TSMC로 옮기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수요를 찾지 못했는데, 중국의 채굴업자들을 위해 비트코인 채굴기를 만들어주며 위기를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소문이 나면 안 되는 회색지대 비즈니스였죠. 결국 코인이 뜬다고 했을 때 돈을 번 것은 반도체 기업들이었습니다.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온체인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도박꾼들은 돈을 따기도 잃기도 하지만, 진짜 청바지를 파는 리바이스 같은 존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1억 원이 있고 투자하고 싶다면, 가장 안전한 것은 방송처럼 모든 것이 이더리움 기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더리움이 불안하다면 비트코인도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5년, 10년 뒤에 "그때 이걸 했어야 했는데" 또는 "그때 그걸 하길 잘했다"라고 후회하게 될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함께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올해 낸 책 『이더리움 없는 미래는 없다』가 있는데, 사람들은 제가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알려져 있어서 이 책을 의아해합니다. 세계는 부족주의가 강해서 비트코인만 주장하고 이더리움만 주장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합니다. 저는 두 자산을 모두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은 다른 맥락에서 중요한 자산이고, 이더리움은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금융 구조 자체를 만드는 기반입니다. 국경을 넘어 한국, 인도, 유럽의 국가 권력을 훼손하는 실체가 바로 이더리움 위에 있습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보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비트코인은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이더리움이 거래는 사상 최대로 일어나지만 가격은 좋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산업으로서 쓰이기 때문에 가격이 무한정 오를 이유가 없고, 가격이 오르면 이더리움 기반의 거래 비용도 늘어나 시스템이 멈추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비탈릭이 "싸구려 코인"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딜레마는 지난 10년간 조금씩 해결되어 왔고, 거래량 사상 최대라는 결과는 비탈릭이 10년 전 한국에서 말했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더리움은 산업 자산으로서 전망이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성숙 국면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공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고, 가격에 상한이 없는 자산입니다. 세계의 슈퍼리치들이 하나씩 갖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부자들이 결국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 아파트를 통째로 살 수 없어도 화장실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사겠느냐는 비유와 같습니다. 부자들은 그런 자산을 통째로 갖고 싶어 하니까요.
지금 비트코인이 지지부진하면 기회비용을 생각해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그러면 수급에 문제가 생겨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안 사고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샀다면 현명한 투자였을 것입니다. 투자는 개별 종목이 아무리 좋아도 전체 그림에서 봐야 합니다. 저처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투자적으로 어리석을 수 있습니다. 애정 없이 전체 그림을 보면 채권이나 반도체주가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비트코인에 대해 묻는다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주식이 앞으로 40년간 노후를 책임질 만큼 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오르내림이 있겠지만 40년 동안 계속 오를 것이라고 봅니다. 이 말이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12년 전 비트코인 이야기를 할 때도 사람들은 지금 기자님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대화를 박제해 두었다가 40년 뒤에 한번 열어보셔도 좋습니다.
AI 시대의 충격을 크게 보면 결국 유효노동의 문제입니다. 힘과 건강이 있어도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이 산업사회에서 엄청나게 생깁니다. 정년퇴직도 있고 AI에 밀려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국가는 이 사회 문제에 대응해야 하고, 그 결과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찍어내는 것이 국가의 답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공급이 2,100만 개로 한정된 비트코인은 오히려 빛을 발하게 됩니다.
산업사회가 일본을 시작으로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AI 충격까지 더해져, 국가들은 연금을 조정하는 것보다 돈을 찍어내는 쪽을 선택할 것입니다. 연금을 조정하려면 정치권이 희생을 치러야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정치권의 희생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비트코인을 가져가셔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더 특수한 문제가 있습니다. 상속과 증여에 대한 법제도가 승계를 어렵게 만들어 놓았고, 지난 대선에서 상속세를 없앤다는 이야기가 잠깐 나왔지만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토지공개념을 입법화하는 과정도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자산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친구가 있습니다. 저와 굉장히 가까운 친구인데, 아버지가 100억 원대 임야를 갖고 계세요. 거기서 목장을 하시는데 젖소가 100마리입니다. 100마리요? 네, 젖소 100마리. 젖소는 택시 면허 같은 것과 비슷해요. 숫자를 함부로 늘리지 못하거든요. 젖소 한 마리 한 마리가 다 우유를 생산하고, 우유 가격도 통제되는 측면이 있으니까요. 국가 면허는 아니고, 우유 업체가 주는 일종의 쿼터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 친구는 이미 부자죠.
그런데 사는 모습은 부자가 아닙니다. 주말마다 소똥을 묻혀 가며 살아요. 슈퍼카를 몰 수도 있는데 맨날 소똥 속에서 지내는 거죠. 15년 전에 제가 아버님께 조언을 드렸습니다. "다 비트코인으로 바꾸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뺏깁니다." 이제 아버님도 얼마 안 남으셨는데, 자수성가하시고 노동으로 재산을 일군 분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어요. 굉장히 성실하시고,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가정하지 않으세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불경하게 여기시기도 하고,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굉장히 배타적이십니다.
결국 어떻게 됐냐면, 얼마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요. 젖소 100마리 대신 비트코인 100마리를 갖고 계셨다면 국가에 거의 뺏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젖소 100마리는 상속 과정에서 상당 부분 국가가 가져가죠. 지금이라도 부모님의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서 친구가 가졌다면 그때도, 지금도 안 뺏기는 건데, 지금은 부모님 돈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증여세가 발생합니다. 그러니 자식이 현금으로 사야 하는 거죠. 공식적으로는 이럴 수밖에 없는데, 비트코인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합법적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 친구 얘기를 한 이유는 실제로 1위 부자들이 이상하게도 비트코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나이가 너무 드셨고, 말씀드린 것처럼 금융자산에 대한 배척도 있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본인이 사후에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의 대부분을 국가가 가져간다는 것을 몸으로는 모르신다는 거죠. 그런데 상속을 한 번 겪으면 그다음 세대는 달라요.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럼 그들은 무엇을 찾을까요? 국가가 뻔히 보고 있는 땅이나 아파트가 답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부자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있고, 결국 그들도 비트코인으로 갑니다. 유일무이한 자산이죠. 부자 아빠나 부자 엄마가 없는 일반 시민이라도, 강남 아파트를 사는 마음으로 비트코인을 하나 딱 갖고 있으면 감동이 옵니다. 지구 인구가 수십억인데 비트코인은 2,100만 개밖에 없는 걸 내가 하나 갖고 있다는 거니까요. 물론 12만 달러에서 6만 달러로 떨어지면 패닉이 오죠. 그래도 개수에 만족하는 겁니다.
제가 12만 달러일 때 이런 얘기를 안 했던 이유도 있어요. 그때는 저도 떨렸습니다. 방송에서 제가 사라고 해도 안 사실 텐데, 개중에는 사 놓고 저를 원망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지금은 제가 많이 떠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 12년 경험상 지금은 괜찮다고 봐요. 사서 반토막 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거든요.
작년 말 폭락의 원인도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10만 달러가 어려울 거라고 예측했는데, 저도 조금 낭만적으로 봤죠. 비트코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문제는, 초창기 가치가 거의 없을 때 투자했던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이들이 그때 털고 나갔어야 했는데 상당수가 남아 있고, 이분들이 지쳤어요. 보통 만 개 이상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 20만 달러가 안 돼도 괜찮습니다. 이분들이 생각한 목표가 10만 달러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 이들이 50만 개를 쏟아냈습니다. 기관들이 그걸 받아 내다가 지쳐서 포기하면서 폭락이 나온 거죠. 고래들이 일으킨 겁니다.
그래서 40년 타임라인을 말씀드린 겁니다. 그들이 다 나가야 하니까요. 40년은 길지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산은 정말 비트코인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방송을 통해 저도 하나를 배웠습니다. 코인과 크립토 중 대장격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저는 코인 도박처럼 봤는데, 오늘은 비트코인이 확고한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고, 이더리움은 실체가 있어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가격이 낮은 것조차 합리화된다는 말씀을 들으니 두 가지 모두 쓸모와 쓰임이 확실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징적인 코인이 아니라는 거죠.
원래는 책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현명한 소비자이자 이 세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이 책을 왜 꼭 읽어야 하는지 저자분께 여쭤 보겠습니다. 이 책은 지금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 대한 보고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공식화된 후 2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온체인 세계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토큰화해서 이미 거래하고 있는데, 규제가 따라오지 않으니 우리가 시간이 늦춰졌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규제 바깥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진군하고 있어요.
이 흐름이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금융당국이 폴리마켓을 차단하고 도박법을 적용하려는 상상력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도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4년 뒤에 우리는 넷플릭스가 한국 방송가와 콘텐츠 산업에 했던 일을 금융에서 보게 될 겁니다. 한국 기업의 주식을 한국 시장이 아니라 외국 앱을 통해, 토큰화된 자산으로 거래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 우리 모두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라도 이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보내 드리기 전에 달러에 대한 질문도 짧게 드리겠습니다. 미국이 결국 권력의 중심이니 달러도 흔들리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달러가 강하냐 약하냐는 달러의 건강도와 달러 강세·약세를 구별해서 봐야 합니다. 둘의 관계는 의외로 거리가 있어요. 체중과 건강이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요. 강달러이면서 달러 시스템은 약할 수도 있고, 약달러이지만 달러 시스템은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달러가 비싸냐 싸냐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 시스템이 더 지배적이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IMF 보고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국민 통화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달러가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시스템에서 달러의 지배적 위치는 더 강화되는 거죠. 그래도 미국은 수출 경쟁력 같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약달러를 원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정부도 그렇고요. 이 부분은 잘 구분해서 판단하셔야 합니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오면 결제, 금융, 저축도 많이 달라질까요? 책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인데, 머신 이코노미가 시작됩니다. 영세한 크리에이터에게 아주 좋은 시대가 올 겁니다. 포털이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보면, 결제가 집중되었기 때문이거든요. 결제가 번거로우니까 10원, 50원짜리 기사를 보려고 회원가입하고 결제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포털이 기사를 공짜로 열어 두고 광고를 몰아서 받아 신문사에 배분했던 겁니다. 그런데 AI가 결제 주체가 되면 이런 장벽이 사라집니다. AI가 읽은 기사 일부를 건당으로 결제하게 되죠. 그러면 신문사나 방송사가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기사를 직접 팔 수 있고, 웹툰 작가도 자기 플랫폼에서 자기 작품을 직접 팔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결제는 영세한 크리에이터에게 아주 좋은 신호입니다. 나아가 AI가 투자까지 대신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보고 있고, 머신 이코노미는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결국 AI와 알고리즘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가 더 갈 겁니다. 좋은 알고리즘을 사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더 좋은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회사가 돈을 벌겠죠.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일단은 이해한 범위 안에서 추천해 주신 것들을 살펴보고, 이런 책을 계속 읽으면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작가님, 『달러의 역설』에 이어 금융 관련 책을 계속 내셨는데, 다음 책은 언제 나오나요?
다음 책은 올해가 가기 전에 금방 나올 것 같아요. 지금은 머신 이코노미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AI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니, 그 책이 나오면 다시 찾아뵙고 따라잡아 보겠습니다. 교수님으로 활동하고 계셔서 그런지 비유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오늘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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