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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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인하 속도를 보수적으로 가져가고 3월보다 늦게, 시장 기대보다 적게 인하할 것으로 봄. 블라드(전 연은총재) 발언을 인용해 선제적 소폭 인하로 고금리를 오래 유지하는 전략 제시. 한국은 미국보다 늦게, 천천히 인하 예상(시장 컨센서스 하반기). 근거: 한미 금리차, 원/달러 1300원대, 가계·가게 부채 급증과 부동산 안정이 인하 전제, 내수 부진 속 금융중개지원대출(9조원) 쿠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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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금리를 인하했더니 집값이 더 오르거나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난다면, 서민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경기부양 효과도 높지 않을 수 있죠. 가계 부채의 급증과 부동산 가격의 안정, 이 두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와 상관없이 국내 가계 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보면, 금리 인하에는 신중을 기할 것 같습니다.
오건영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미국 연준이 왜 금리를 바로 낮추지 않고 보수적으로 가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0.75%포인트 정도 낮춘다는 전망이 있는데, 이것이 올해 반영된다고 봐야 할까요? 3월은 아니더라도 6월쯤에는 인하할 것 같습니다. 다만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늦게, 원하는 것보다 적게 인하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3월에 시작해 일곱 번 인하한다는 기대보다는 적게, 늦게 인하하는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성장도 고용도 나쁘지 않고 물가도 안정돼 있다면 연준은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블러드(James Bullard) 전 총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금리를 가장 많이 올리자고 주장했던 매파였는데, 작년 7월에 퇴임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터뷰에서 3월에도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해 놀라웠습니다.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지금의 높은 금리를 버티는 경제가 체질이 좋아져서 버티는 것인지, 아니면 간신히 버티는 것인지 불확실합니다. 이때 금리를 조금만, 예를 들어 0.25%포인트만 미리 낮춰 두면,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의 부담을 훨씬 덜 느끼면서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충격이 커진 뒤 한꺼번에 제로 금리로 낮추는 것보다,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작년에 자주 나왔던 "하이어 포 론저(higher for longer)", 즉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한다는 표현도 같은 맥락입니다. 금리가 더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과거에 겪었던 낮은 수준보다 높은 금리를 꽤 오랫동안 가져간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은 금리가 2%, 1%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블러드가 말한 것처럼 한 번 인하하고 한참 지켜보고, 다시 인하하고 지켜보는 방식이라면 인하 속도는 느립니다. 예를 들어 올해 연말까지 세 번 내리면 미국 금리 상단은 4.75%입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죠. 내년 말까지 네 번 더 내려 3.75%가 되더라도 과거보다 높은 금리입니다.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견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준이 앞에서 미리 예방하면, 뒤에서 너무 빠르게 인하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도 조심스럽게 한두 차례씩 금리를 낮추는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3월보다 훨씬 늦게 시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연준이 예고한 세 차례 정도 인하를 베이스 시나리오로 삼고, 플러스마이너스 한 차례 정도를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금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결국 한국 금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이 낮추면 우리도 따라 낮출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금리 격차가 아직 커서 우리는 계속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상단은 3.5%이고, 미국은 5.5%입니다. 격차가 여전히 큽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공격적으로 먼저 낮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외환시장이 안정돼 환율이 내려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는 언제쯤 가능하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총재는 보통 답을 잘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개인적인 견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금통위원들 의견을 모두 합친 것은 아니지만 총재의 생각만 감안한다면 최소 6개월 정도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즉 하반기 정도를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발언이 하이라이트가 되면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빨리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접는 분위기가 나타났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금리 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의문입니다. 금리를 내리면 집값이 오르거나 가계 부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집값이 크게 뛰면 결국 주거비 상승으로 돌아오고, 월세를 끌어올려 이자 비용을 아낀 효과가 월세로 다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리 인하의 부양 효과가 과연 있느냐는 질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 경기는 좋지 않습니다. 미국 경기는 뜨겁지만, 한국은 특히 약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2.1% 정도입니다. 작년 성장률이 1.4%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디테일을 보면 다릅니다. 올해 수출 성장이 굉장히 강하고,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수출이 2%대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내수는 2%보다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보통 수출보다 내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내수 경기가 식어 있습니다. 2월 22일 금통위에서도 우리 성장이 수출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내수는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수가 나쁘면 서민 경제가 불안하니 금리 인하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주택 가격이 뛰거나 가계 부채가 늘 수 있습니다. 이 딜레마가 한국은행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1월에 꺼낸 카드가 금융중개지원대출입니다. 기준금리는 3.5%를 유지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에 마진을 붙여 대출해 주는 구조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 대신, 2% 수준의 저금리 자금을 풀어 주는 것입니다. 1월에 9조 원 규모가 풀렸는데, 이 돈은 취약한 중소기업에 나가는 대출로 한정됩니다. 필요하면 추가로 더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취약계층에 핀셋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금리 인하를 천천히 가기 위한 쿠션입니다. 취약계층의 고통을 줄이면서, 기준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결정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할 때 더 신중하게 볼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먼저 낮추는 것을 보고 움직일 것이고, 한 총재의 발언처럼 최소 6개월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로 보입니다. 미국이 인하하는 속도만큼 한국이 따라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은 5.5%에서 내려오고, 한국은 3.5%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보다 늦게 시작하고 속도도 천천히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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