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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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등 은행 연쇄 파산은 단순 사례가 아니라, 미 국채 평가손실과 BTFP 같은 연준 조치로 달러 패권 약화 신호다. 연준은 금리를 빠르게 올렸으나 달러 신뢰를 흔드는 요인(중국·일본 국채 매도, 각국 중앙은행 금 매입 증가, 페트로달러 약화)이 누적됐다. 미국이 위기를 전가할 수 있어 신흥국·선진국 문턱 국가(한국 포함) 자산이 먼저 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외환 당국 개입 여력이 있어 대비 가능하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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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식 시장이 정말 이상했죠. 미국의 은행이 닷새 동안 흔들렸는데, 우리나라 증시가 미국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그 이유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오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 사이에 미국이 아주 특이한 정책을 만들어냈습니다. 연준이 내놓은 BTFP, 뱅크텀 펀딩 프로그램이라는 이름부터 낯설죠. 위기 상황이 오면 연준은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상품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사실은 자국 달러의 위기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려 하고 있고, 그 결과 아시아 시장, 특히 우리나라 코스피가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겁니다.
그래서 이번 실리콘밸리 은행을 더 자세히 알고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다른 증권 유튜브 방송들을 봤더니, 이번 사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과거에 은행이나 투자은행, 헤지펀드가 망한 사례와 비교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건 이번 사태의 본질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달러의 위기, 달러의 몰락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은 모든 국력을 기울여 지키려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이 먼저 타격을 받을 수도 있고, 미국 내부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실리콘밸리 은행이 가장 예민한 미국 국채와 관련되어 파산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국채는 흔히 무위험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위험이 하나도 없다는 거죠. 그런데 은행이 이걸 만기까지 들고 가려 했지만, 만기 관리를 잘못해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실리콘밸리 은행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많은 미국 은행들이 돈을 굴릴 곳이 없어서, 저금리 때 미국 국채를 사 놓았습니다. 그런데 금리가 확 오르면서 국채 평가액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은행들이 많은데, 만약 예금을 또 찾으러 오는 뱅크런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들은 국채를 또 투매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국채 시장이 크게 흔들립니다. 규모만 볼 게 아니라 이번 일의 질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왜 이것을 감히 달러의 위기라고 말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소품으로 100달러 지폐를 가져왔는데, 환율로 13만 원쯤 하죠. 우리는 이 종이쪼가리를 무엇을 믿고 13만 원이라고 생각할까요. 사실 종이에 불과합니다.
1971년 이전에는 달러를 가져가면 미국이 금으로 바꿔줬습니다. 언젠가 진짜 돈인 금으로 바꿀 수 있으니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1971년 닉슨이 금 태환을 중단했습니다. 이른바 금태환 중단 선언입니다. 그 뒤로는 금으로 바꿔주지 않으니 무엇을 믿고 달러를 쓰겠습니까. 그래서 담보가 필요해졌고, 그 담보가 바로 미국 국채입니다. 연준은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이를 담보로 달러를 발행하는 구조가 된 겁니다.
금 태환이 끝난 뒤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찍는다면, 연준이 사들인 국채만큼 얼마든지 돈을 찍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더더욱 믿기 어렵죠. 그럼에도 우리가 달러를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이 초강대국이고, 국방력이 최고이며, 미국 시민들이 세금으로 국채를 언젠가 갚을 것이라는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설마 미국인들이 떼어먹겠느냐, 국채가 시장에서 버려지는 일은 없고 언제나 사 주겠지 하는 믿음이 결국 우리가 달러를 믿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국채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금이 없는 시대에 국채만 믿고 달러를 확실하게 거래할 수는 없죠. 미국도 이를 잘 알았고, 그래서 보강한 것이 페트로달러입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비밀협약을 맺었습니다. 사우디가 수출하는 모든 원유를 달러로만 표시하고 달러로만 거래하며, 대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지켜준다는 내용이었죠. 이것이 달러 패권을 지키는 두 번째 무기입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와 연준의 묘한 줄타기가 더해집니다. 달러가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리면 가치가 떨어지고, 너무 적으면 거래 수단으로 쓰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달러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미국 연준과 정부가 이 미묘한 수급 조절을 해 온 것입니다.
이렇게 달러 패권을 지켜왔지만, 국채에 대한 신뢰를 빼고 나머지 두 기둥은 사실상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먼저 페트로달러를 보죠. 예전에 사우디는 친미 국가 중의 친미 국가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달러로만 거래하겠다는 확고한 움직임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달러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우디에서는 위안화도 만지작거리고, 최근 이란과 사우디가 만나는 자리에 중국이 끼어 있기도 했습니다. 언제든 위안화 카드를 쓸 수 있는 상황이라, 중동에 대한 미국의 장악력이 그 어느 때보다 떨어졌습니다.
두 번째 기둥인 수급 조절도 문제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번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국은 너무나 많은 달러를 시중에 풀었습니다. 지금 달러는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합니다. 연준이 그동안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린 것도 단순히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연준에는 천재들이 모여 있고, 그 안에는 달러 패권을 지키고 미래 패권을 겨냥한 여러 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한 고리가 지난해 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국채는 아주 안전하고 시장에서 언제든 거래돼야 무위험자산으로서 달러의 담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았고, 10월에는 일본이 갑자기 국채를 투매하면서 국채 시장에 큰 교란이 일어났습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를 빨리 올리다가 일본이 반발해 투매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미국 내부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예금을 받아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를 샀습니다. 예금은 당장 찾아갈 수 있는 요구불 성격인데, 만기가 2년이나 10년인 국채에 묶어 놓았다가 금리가 폭등하면서 국채 가격이 폭락했고, 그 결과 파산했습니다. 그런데 이 은행만이 아니라 지금 다른 은행들도 줄을 서 있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도 언제 파산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뱅크런이 일어났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래서 연준과 미국 정부는 극단적인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금자 보호 한도 25만 달러를 없애고 무제한 보증을 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를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취한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은행들은 뱅크런에 대비해 가장 먼저 미국 국채를 팔았을 겁니다. 그렇게 투매가 일어나면 미국 국채 시장은 일본이 투매했을 때보다 훨씬 크게 흔들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미국이 빠르게 선제 조치를 했으니 이제 안정될까요. 저는 의문이 듭니다. 뱅크런은 확실히 많이 막아 줄 것입니다. 금융시장의 여러 측면에서 안정되는 면도 분명 있겠죠. 그러나 달러 패권이라는 목표에서 보면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연준이 금리를 그렇게 빨리 올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대로 두면 달러 패권이 흔들릴까 봐서였습니다. 만약 FOMC를 열고 금리를 동결한다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흔들릴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그러면 달러 가치를 지켜 주던 방어막이 사라진 상태에서 국채에만 매달려 달러 가치를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상황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외환보유액으로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도 채택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역대 최대로 금을 샀습니다. 달러를 못 믿겠다는 중앙은행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을 계속 보고 있으니, 미국이 금리를 제때 못 올리면 시장은 '미국도 허약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당장 금과 비트코인이 들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방송을 준비하는 시점에 금은 5%, 비트코인은 20% 올랐습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비트코인보다 금값이 훨씬 더 신경 쓰일 겁니다.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쓰는 중앙은행은 없기 때문입니다. 금이 계속 오르고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은 연준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달러 패권이 줄어들거나 달러가 몰락하더라도, 지금 달러와 경쟁할 만한 통화는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금값입니다. 금값이 최고점을 찍을 때마다 미국은 온갖 조치로 금값 상승을 막아 왔습니다. 2020년에도 선물 시장에 세 번이나 개입해 금값이 오르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런 조치들 덕분에 금값이 생각보다 덜 올랐을 뿐, 종이돈을 너무 많이 찍었기 때문에 사실 불안불안한 상태입니다.
물론 제가 지금 달러 패권이 바로 무너진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러 패권은 의외로 공고하고, 미국 사람들이 워낙 똑똑하기 때문에 달러 패권을 지키려고 온갖 조치를 해낼 것이라고 봅니다.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견고한 댐도 작은 흠이 나면 거기서부터 점점 넓어집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그 부분을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다시 중요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다른 은행들도 실리콘밸리 은행처럼 대출할 곳이 없어서 미국 국채를 왕창 사 놓은 곳이 많습니다. 이들이 국채를 팔기 시작하면 미국 공동 몰락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이 내놓은 것이 아까 말씀드린 BTFP입니다. 이것은 정말 교묘한 한 수입니다.
BTFP는 연준이 은행들이 가진 국채를 담보로 받고 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중요한 점은 액면가로 빌려준다는 것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시가가 많이 떨어졌더라도 액면가로 연준에 국채를 맡기고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손해를 거의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은행들은 이 도구를 통해 국채를 굳이 팔 필요가 없습니다. 연준이 미국 국채를 팔 필요가 없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는 이미 신용경색과 공포감이 번졌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뿐 아니라 은행 세 곳이 연달아 파산했고, 크레딧스위스 은행이 망한다는 등 온갖 소문이 금융계에 돌고 있습니다. 그러니 국채를 가진 은행들은 연준이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고 하니, 현금이 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미국 은행과 투자은행, 여러 금융기관은 어떤 자산을 팔까요. 미국 국채는 연준이 책임진다고 했으니, 현금을 마련할 때는 다른 자산을 팔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머징 시장의 모든 것, 주식과 채권 등입니다. 개도국뿐 아니라 한국처럼 이미 선진국 문턱에 올라선 나라의 자산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계 은행이 현금을 마련하려고 할 때 가장 좋은 매각 대상은 어디일까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경제 규모가 충분히 커서 돈을 뺄 만큼 큰 시장이어야 합니다. 둘째, 대량으로 투매해도 환율이 폭락하지 않도록 외환시장이 튼튼해야 합니다. 셋째, 금리를 다른 나라보다 덜 올린 나라여야 합니다. 채권 가격이 아직 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합니다. 환율에 문제가 생기면 당국이 개입한다는 것도 여러 번 보여 줬습니다.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 안이니, 지금 우리나라는 타깃이 되기 정말 쉬운 구조가 됐습니다.
분명 망한 것은 미국 은행인데, 자칫하면 우리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막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고, 배짱을 제대로 갖고 금융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미국의 헤지펀드들과 맞설 지식과 능력을 갖고 있다면 지금의 잠재력으로 과거처럼 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안일하게 대응하거나 치밀한 계획과 방비를 해 놓지 않는다면,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됐지만, 실제로 위기를 크게 겪은 것은 3년쯤 뒤 남유럽 국가들이었습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 위기를 겪었고, 우리는 이들을 피그스라고 불렀죠. 미국은 세계 패권과 기축통화 지위를 갖고 있어, 자국의 달러 가치나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그 위기를 다른 나라에 전가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미국 최고의 수출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이폰 14일까요. 저는 미국 최고의 수출품은 바로 달러라고 봅니다. 100원도 안 드는 종이에 찍어 13만 원이라고 하면 13만 원이 되는 것, 이것이 세뇨리지, 즉 화폐 주조 차익이라는 마법입니다. 미국이 이 마법의 힘을 포기할 리가 없고, 지킬 수 있는 한 최대한 지키려 할 것입니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어떤 나라든 국가부도가 나는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달러 패권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몇몇 나라가 국가부도를 맞으면, 다른 나라들은 그 다음부터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금 역량을 모두 동원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저력은 20년 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이 저력을 활용해 금융당국이 우리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을 최대한 지켜 주기를 바라면서, 오늘 박종훈의 경제한방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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