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요약 보기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서 1,300원대로 하락한 배경을 설명. 실질실효환율 기준 적정 환율은 약 1,200원대로 보며 아직 과도한 저평가는 아니라고 봄. 하락 요인은 글로벌 공포지수 진정, 외국인 매도 강도 완화, 일본·미국의 외환시장 개입, 한국은행 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강세. 환율 방향은 예측 불가하다며 환헤지 대신 리밸런싱 원칙을 강조.
다듬은 글
환율 전망, 맞힌 사람이 있나
안녕하세요.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입니다. 오늘은 환율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사실 저도 우리나라 환율이 이렇게 많이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건 저도 모르는 부분이고요. 다만 왜 떨어졌는지에 대한 해설, 그리고 앞으로 더 떨어질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주희 씨. 안녕하세요, 박사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율이 엄청 올랐어서 그와 관련된 영상을 찍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다시 엄청 떨어졌더라고요. 이게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건지, 아니면 오히려 과하게 낮아진 건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아직 과하게 낮아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게 핵심이고요. 지금 그림을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실질실효환율이라는 데이터를 가져왔는데, 빨간 선이 실질실효환율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물가와 환율을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서 우리가 얼마나 싼지, 비싼지를 측정한 지표입니다. 환이라는 것은 결국 두 나라 화폐 가치의 교환 비율이니까,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물건값이 다른 나라보다 싸다면 우리 환율이 저평가된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빅맥 지수입니다. 맥도날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인 빅맥이 미국에서는 만 원인데 한국에서는 5,000원이라고 해 보죠. 미국 기준으로 보면 우리 원화가 한 50% 정도 적정 가치 대비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국가 간 물가 수준이나 여러 요인을 감안해서 만든 지표가 바로 실질실효환율이고, 이 데이터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기구죠.
그래프를 보시면, 인덱스 기준으로 2020년이 100입니다. 대략 100 정도가 우리나라의 적정 수준, 즉 평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때보다 우리가 지금 20% 정도 저평가되어 있었던 겁니다. 이번 데이터는 6월까지만 나와 있는데, BIS는 실시간으로 제공하지 않고 한두 달 지난 뒤 각국 소비자물가 등을 바탕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늦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우리 환율이 고점에서 100원 정도 빠졌으니, 고점 대비 90원 정도 되돌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적 수준에서 보면 아직도 한 10% 정도 저평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환율이 10% 정도 더 떨어지더라도, 원화가 너무 비싸다거나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다 잃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적정 수준이 어디냐고 물으신다면, 제 생각에는 1,200원 정도가 우리 환율의 적정 레벨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 왜 몇 년 동안 1,200원 이상에 계속 머물렀을까요? 이유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 국내 투자자들이 박스피에 질렸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4년에 걸친 긴 박스피 장을 거치면서 고통이 컸고, 그 결과 성과가 좋고 AI 혁명의 수혜가 집중된 미국으로 돈이 대거 빠져나갔습니다. 둘째, 올해 상반기에만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1,060억 달러어치 팔았습니다. 약 150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 달러로 바뀌어 나간 것이죠. 그래서 환율이 1,450원까지 올랐던 겁니다.
이번에 환율이 100원 빠진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흐름이 예전보다 줄었고, 외국인 매도가 계속되긴 하지만 그 강도가 진정된 탓이 있습니다. 그러면 환율이 갑자기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 지수가 진정된 것입니다. 시장이 위험해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옵션을 사는데, 특히 풋옵션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옵션입니다. 옵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보통 변동성 지수, 즉 공포 지수가 올라갑니다. 그래프의 빨간 선이 미국의 공포 지수인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2025년 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때 크게 튀었고, 2026년에도 중동 전쟁이나 레버리지 펀드 청산 같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튀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환율도 크게 튀었고,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을 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공포 지수가 많이 진정되어, 외국인 매도가 여전히 있지만 6~7월에 비해서는 확 줄었습니다. 그래서 환율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두 번째 직접적인 요인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달러 대비 엔화(빨간 선)와 원화(파란 선)가 거의 같이 움직입니다. 최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엔화 환율이 10엔 정도 빠졌고, 최근에도 계속 빠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원화에 대한 사자세가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덜 팔고 엔화도 강세로 가니까, 시장 심리가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습니다.
주희 씨 말씀처럼 금리가 오르고 있으니 공포 지수가 높을 것 같은데 진정된 상태인가요? 이게 참 신기한 부분입니다. 공포 지수가 크게 올랐던 이유는 전쟁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그런데 전쟁이 2월에 시작되어 지금 9월이니 벌써 일곱 달째인데,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매일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뉴스만 나오고 있죠. 사람들은 처음에는 공포를 강하게 느끼다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공포 지수가 조금씩 내려갑니다. 그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레오폴드 브레너 펀드 청산 같은 사건입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한국 주식이 빠지고 외국인이 파는 것은 익숙하지만, 그렇게까지 세게 팔고 반도체가 한국과 미국에서 연달아 빠지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죠. 그런데 레버리지 펀드가 청산되고 나니, 그 펀드를 잡아먹으려고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를 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공매도는 돈을 빌려 주식을 미리 파는 것이고, 수익을 실현하려면 나중에 다시 사서 갚아야 합니다. 그래서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다시 사자 주문이 들어오면서 급박한 외국인 매도가 진정됐습니다. 외국인 중에도 대형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을 따라 한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포 지수가 조금 진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기 시작하면 공포 지수가 다시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미국 재무장관이 채권 바이백도 하고 일본과 협조 개입도 하면서 금리 급등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금리가 여전히 높지만 이전처럼 급등하지는 않고 있어서, 공포 지수도 조금 진정된 상태입니다.
그러면 지금 환율이 떨어진 것이 원화가 강세가 된 것인가요, 아니면 달러가 약세가 된 것인가요? 같은 흐름이지만, 원화 강세가 더 큽니다. 달러도 약세이긴 한데, 원화가 훨씬 더 강세를 보인 이유가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빨간 선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아니라 다른 통화 대비 달러 지수 흐름인데요, 이 그래프에서 환율이 밑으로 쭉 떨어지는 시기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아주 세게 올린 시기에 환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한국은행이 먼저 과감하게 금리를 올렸습니다. 두 달 연속 0.5%포인트씩 인상했죠. 그러자 시장에서는 일본은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고, 한국은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강세를 유도하는구나 하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원화가 유독 강한 면이 있고, 환율 하락 폭이 미국 달러의 약세 폭보다 더 큰 경향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일관된 효과는 아닙니다. 2022년에 금리를 올릴 때 환율도 같이 올랐고, 2018년에는 금리를 잠깐 올렸을 때 환율이 내려갔지만, 금리를 계속 올렸는데도 환율이 오른 시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를 올리면 환율이 내려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적인 요인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한국은 금리도 올리고 여러 정책을 써서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 준 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기본적인 질문인 것 같은데, 환율이 낮아지면 좋은 걸까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둘 다 있습니다. 좋은 면은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까지 올라와 있어서 정책금리 3%보다도 높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인데,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반면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얼마 전 1,500원 전후까지 갔던 환율에 비하면 많이 내려왔으니,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평균 환율에 비하면 지금까지 환율이 워낙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직 직접적인 충격은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투자 전략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환혜지를 하지 않은 해외 상품에 투자했다면 지금 환차손이 생겼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에도 박사님은 기다리시는 편인가요?
저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첫째, 환율의 방향은 아무도 모릅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환율이 1,500원이었는데, 1,400원이 깨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환율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데, 지금 환율이 좋다, 더 오를 것이다 하면서 헤지를 한다는 것은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둘째, 환헤지에는 비용이 계속 들어갑니다. 공짜가 아니기 때문에 계속 헤지를 하면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환헤지를 하지 않습니다. 모른다는 입장이죠.
그래프에서 녹색 선은 환노출된 S&P500이고, 파란 선은 환헤지된 S&P500인데, 최근 미국 증시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도 녹색 선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환율 때문에 떨어진 것이죠. 달러 가치가 우리나라에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해외 투자자가 환노출을 하면 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속적으로 비용도 발생하는 점을 생각하면, 저는 환율 헤지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원화 자산과 해외 자산을 함께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짜서 환율 변동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환율을 예측해서 매매하는 것은 그런 위험한 짓을 잘 못 하겠습니다.
제가 지금 환율이 떨어진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율이 계속 오를 것 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저도 환율이 더 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르고 있으니 더 오를 것 같았거든요. 저처럼 30년 넘게 경제를 분석한 사람도 이렇게 환율이 떨어질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예측해서 투자하겠습니까.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지금처럼 환율이 변하는 시기에는 투자 전략을 어떻게 잡아가야 할까요?
별로 바뀔 것은 없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이 깨져서 1,300원대가 됐다면, 달러가 싸진 것이니 더 사면 되는 겁니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회가 온 것이죠. 환율이 더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제 주장은 별것 없습니다. 환율이 여기서 1,200원까지 갈지 1,000원까지 갈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1,400원대 환율이 갈 거라고 예측한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고, 갑자기 환율이 1,000원까지 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전망을 바꾸는데, 그 전망이 맞은 적이 있느냐는 거죠. 잘 모르겠다면, 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투자의 원칙은 별것 없습니다. 싼 자산을 사고 비싼 자산을 파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리밸런싱을 하는 것이죠. 지금은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이고, 해외 자산에서 손실이 나는 시기입니다. 반대로 원화 자산은 고평가되었거나 상승한 상태일 수 있으니, 원화 자산 일부를 팔아 해외 자산을 더 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리밸런싱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왔는데, 환율을 맞히면 주식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잘 모른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들에 분산 투자하고, 비율이 크게 흐트러졌거나 특정 자산의 가치가 너무 많이 내려갔다고 생각될 때는 리밸런싱으로 비율을 맞추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