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요약 보기
주인공 민재가 선배 도윤의 권유로 코인 단톡방에 소액 투자해 단기간 수익을 본 뒤 투자에 과도하게 몰입한다. 큰 돈을 벌 것이라는 '센트럴 코인 500% 급등' 정보에 빠져 엄마의 노후자금과 대출 약 2억 원을 끌어모으며, 결국 여자친구와 관계를 잃고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의 픽션 스토리다. 특정 자산에 대한 실질적 가격 전망 발언은 없다.
다듬은 글
사람이 망가지는 건 한 번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망가지는 건, 그게 한 번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작은 일이 계속 쌓일 때였다. 나는 그때도 몰랐다. 이 화면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줄은.
점심 자리와 적금
우윤 선배는 딱 봐도 멋있는 사람이다. 알파메일이라고 불리는 남자들에 속하겠지. 아마 금수저일 것 같다.
"민재 너 점심 먹었어?" "아니요 선배님. 그래 뭐 먹었는데?" "아 그냥 간단하게 우동."
가벼운 스몰 토크인데 괜히 긴장을 했다. 5,000원짜리 우동을 먹은 게 순간 창피했던 것 같다.
"뭘 저렇게 보는 거지? 저건 주식 같은 건가? 기분이 좋아 보이네. 민재, 너 요즘 제테크 같은 거 해?" "아, 아니요. 그냥 적금 들어요." "나 담배 피러 갈 건데 일단 따라와 봐. 적금? 야, 요즘 같은 세상에 적금 들어서 언제 돈 벌려고?" "그래도 안정적이잖아요." "안정적인 건 맞지. 대신 인생이 안정적으로 200만 원 월급만 받으면서 사는 거야. 참나. 자기도 나랑 같은 회사 다니면서 200이라는 말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누가 보면 자기는 연봉 1억 되는 줄 알겠네. 너 코인 들어봤지? 나 요즘 이걸로 그냥 용돈 넉넉하게 번다." "이게 코인이에요?" "응, 코인. 근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도박 같은 거 아니고." "근데 그거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한 건 아무것도 안 하고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월급만 기다리는 거지."
맞는 말 같았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던 말이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무튼 단톡에 초대해 줄 테니까 소액으로 한번 해 봐. 경험 삼으면 좋잖아." "응. 코인 단톡방. 그래. 요즘 사람들 다 아는데 아는 나만 바보였던 걸지도 몰라. 뭐 소액으로 조금 해보지 뭐."
[콧방귀]
"돈가스 다 눅눅해지겠다. 안 먹을 거야?" "어, 뭐야 진짜네? 야 진짜 안 먹냐고?" "먹는다고. 나 돈 벌었다. 오늘 밥 먹고 내가 디저트 사 줄게. 너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 "웬일이래?" "너 근데 그거 괜찮은 거 맞아?" "그럼 너도 내 성격 알잖아. 신중한 거."
첫 수익
이거 진짜 돈 버는 게 맞았다. 10만 원을 넣어서 13만 원이 되었던 것뿐인데, 잠깐 앉아서 30% 가까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1,000만 원을 넣었다면 하루에 300만 원도 벌 수 있었다는 소리잖아. 그렇게 나는 처음 겪는 코인 세계에 매료되어, 눈 뜨고 자기 전까지 시도 때도 없이 코인 차트를 확인했다.
"음. 무슨 할림이지? 뭐야? 와 미쳤다. 아까 돈 더 넣어 두길 잘했다. 와 두 달 치 월급을 벌어 버렸네. 맞지? 내가 말했지. 지금이 진짜 시작이야."
달라진 일상
그래. 나도 돈 버는 거야. 죽인다 이거. 아 그래. 아주 마음에 들어. 히.
"와, 이거 진짜 예쁘다. 내 스타일인데." "어머, 고객님, 요거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인데 너무 잘 어울리세요." "아, 그래요? 이거랑 저거 남색깔 둘 다 주세요." "현명한 선택이세요. 일시불로 해 드릴까요?" "네. 일시불이요."
"오늘 내가 쏘는 거니까 마음껏 마셔라." "야, 웬일이냐? 네가 먼저 술을 다 산다고? 너 얼굴이 많이 폈다. 너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야?" "요즘 좀 여유 생겼거든. 비트코인으로 돈 좀 벌었지." "비트코인 뭐야? 그런 거 아는 정보 있으면 나도 알려주지." "야, 아무나 알려줄 순 없는 정보야. 너 조심해라. 돈 벌었다면 다행인데 물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거 별 걱정을 다 한다. 우리 안주 더 시킬까?"
통장 잔고가 변함에 따라 내 일상도 완벽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달라진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예전에는 받아본 적 없던 그런 시선. 유일하게 변함없는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오빠 이게 뭐야? 이거 명품 아니야?" "그냥 받아. 나도 이제 이런 거 사 줄 수 있어. 나 돈 좀 벌었잖아." "아, 근데 오빠. 난 비싼 선물 같은 거 없어도 괜찮으니까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뭐, 물이라니? 너 왜 말을 맨날 그렇게 해? 내가 노력해서 돈 많이 버는 게 그렇게 안 좋냐? 고맙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워? 7년이나 만난 여자 친구인데 왜 내 마음을 이해를 못 해 줄까?"
마치 내가 나쁜 짓으로 돈을 번 것처럼 쳐다보는 저 시선이 답답하다.
"돈 냄새 맞으면 불안해지는 사람들 있거든. 자기 인생 안 바뀌니까 바뀌는 사람 보면 무서운 거야." "근데요. 솔직히 저도 느껴요. 제가 돈 벌고 나서 씀씀이도 커지고 그냥 예전 같지가 않아요." "야 민재야. 불안해하는 애들 특징이 뭔지 알아? 평생 그대로라는 거야. 그럼 평생 돈도 못 벌어. 서울의 집 꿈도 못 꾸지." "그렇게까지요?" "응. 그렇게까지야. 그 부류는 투자라는 단어만 들어도 도망쳐. 주식 투자는 이래서 위험해. 코인은 이래서 위험하고. 근데 돈은 원래 리스크에서 나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오케이. 네. 알겠어요. 선배님 말 들으니까 좀 정리되는 기분이에요. 고마워요. 그보다 너 나한테 한 턱 쏜다고 하지 않았냐?" "아, 네. 그럼요.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나만 따라와 봐. 내가 진짜 끝내 주게 좋은 곳을 아니까. 여 여기는? 넌 처음이지? 여기가 바로 진세계야."
유흥의 밤
"안녕하세요. 1번이에요." "안녕. 2번이에요." "저는 3번이에요."
처음으로 이런 술집에 가 보았다. 난생처음 보는 불륜의 여자들이 모인 곳. 공기가 달랐다. 향수 냄새 가득한 조명,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여자들의 눈빛들. 평소였으면 나는 이런 데랑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을 거다. 근데 이상하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안녕 오빠 귀엽게 생겼다." "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빠는 무슨 일해?" "어, 저는 그냥 회사원입니다." "오빠, 말 편하게 해. 오늘 오빠가 주인공이라고?" "아, 아니에요. 존댓말이 좀 편해서요. 오빠 위스키 하나 더 시켜도 돼?" "아, 그럼요. 더 시켜요. 원하시는 만큼 드세요."
처음 온 곳이라 그런지 모든 게 낯설고 이상하게 더 자극적이었다. 옆에 앉은 여자는 너무 예뻤고, 웃으면서 계속 내 잔을 채워 줬다. 오빠라는 말이 왜 이렇게 기분 좋지? 나는 원래 술이 약한 편도 아닌데 그날은 이상하게 너무 빨리 취했다.
[콧방귀]
"음. 소민이가 왔나?" "어. 소민아. 내가 연락을 못 했지. 혹시 나 그 물 좀 갖다 줄래? 숙취가 심하네." "너 정말 미쳤구나." "아, 어지러. 뭐야? 장난치는 건가?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어? 뭐야?" "잠깐만. 잠깐만 소민아. 이거 다 오해야. 어제 도윤 선배랑 회식은... 어제 너무 술에 취해서 기억이 없어. 너한테 정말 면목이 없어. 미안해." "너랑 7년을 만난 내 시간이 아깝다. 다시 연락하지 마. 더러워."
여자 친구가 화가 났나 보네. 소민이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해 보았지만 받지 않았다. 7년이란 세월을 나는 단 하룻밤으로 날려 버린 것이다.
무리한 베팅
소민이와 헤어진 이후 나는 더 투자에 몰두했다. 공허함이 몰려오다가도 차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잘된 거야. 이렇게 된 거 투자에 집중해. 이번에 새로 나온 센트럴 코인, 다음 주쯤 급상승 예정이래. 500%는 뛸 거라더라.
"종말 단단히 준비해 놔라."
센트럴 코인 500%.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떠서 보란 듯이 건물 하나 사서 소민이를 붙잡아야지.
"어디더라? 여기 어디 뒀었는데. 어, 찾았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금방 쓰고 열 배로 갚을게."
엄마 노후 자금 8,000만 원에, 여기저기 신용 대출 받은 9,000만 원, 현금 서비스 500만 원. 거의 2억이나 만들었다. 500%면 10억. 10억이면 건물 하나는 사겠지. 가자. 가는 거야.
"소망아, 재밌어. 아이고, 좋아. 박소민. 그래, 결혼했다더니 얘까지 났구나. 저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되는데."
저 자리가 내 자리였어야 되는데. 저 자리가 내 자리에 있어야 되는데. 저 자리가 내 자리에 있어야 돼. 저 자리가 내 자리야.
*(원문 끝부분의 "racing can slow down like my whispers"는 자막 잡음으로 보여 본문에서 제외했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