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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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종말 저자 오태민 교수는 은행 객장 쇠퇴와 스마트폰 결제,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국경 없는 금융이 가속화되며 한국 금융이 해외 플랫폼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 갤럭시가 USDC 기반 결제 플랫폼의 핵심 기기가 될 것이라 전망하며, 한국 IT 리터러시와 삼성 기기 점유율을 근거로 한국이 중심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규제 당국은 사고 방지에 치중해 혁신에 수세적이라고 비판한다. 구체적 종목·지수의 1~3개월 가격 방향 예측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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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시장이 해외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안녕하십니까. 머니인사이드 박세정입니다. 전 세계를 휩쓴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하지만 그 흥행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건 미국의 플랫폼 넷플릭스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 금융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경고가 나오는데요. 한국 주식이 해외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금융 시장의 주도권까지 넘어갈 수 있을까요? 『금융의 종말』 저자 오태민 교수님과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번 책 제목이 『금융의 종말』인데, 사실 은행과 증권사는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잖아요. 이게 무슨 말인가요? 제가 하나 여쭤 볼게요. 최근에 은행을 직접 방문하신 게 언제가 마지막이십니까?
은행 건물에 가지 않는 시대
1년은 넘었고요. [목을 가다듬음] 3년 됐을 것 같은데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렇죠? 은행 하면 건물이 떠오르죠. 그리스식 아치형 건물도 많이 쓰고요. 그런데 우리는 은행에 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은행 객장의 평균 연령이 60대를 넘었어요. 기기나 스마트폰 앱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은행도 객장을 계속 운영해야 하느냐는 회의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오지 않죠.
그렇다고 우리가 은행을 안 쓰는 건 아니죠. 신한, 하나, 우리은행 앱은 다들 쓰잖아요. 그런데 그 앱을 쓰는 이유는 월급이 은행 계좌로 들어오기 때문이지, 한 달에 30원, 500원 주는 이자 때문은 아니잖아요. 만약 국경 없이 돈이 전자적으로 오가고, 지갑에서 지갑으로 바로 보낼 수 있다면 굳이 신한이나 하나 앱을 쓸 필요가 없어집니다. 각자의 지갑으로 이동하면 되니까요.
얼마 전 뉴스에서 삼성 갤럭시가 한국에서는 규제 때문에 못 하지만 미국에서는 코인베이스와 함께 USDC를 폰에서 폰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을 열겠다고 했어요. 거기에는 신한이나 하나은행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은행은 객장부터 의미가 없어지기 시작했고, 이제 앱도 의미가 없어지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기존 은행과 금융 산업이 규제 산업이고 국경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국경이 없죠. 주식 같은 것들이 토큰이 되어 올라오면, 국가의 보호와 관리 아래 있던 은행업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한국 주식이 미국 앱에서 거래되는 날
오징어 게임은 한국인이 만들었는데 돈은 넷플릭스가 벌었죠. 똑같은 일이 삼성전자에서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이고 한국인들이 투자하는데, 로빈후드 같은 미국 증권 앱을 통해 거래하게 되는 날이 곧 온다는 거죠. 이건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시작됐다고 봅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매력적이고 큰 나라여서가 아니라, 미국은 이 문제를 일찍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열어 주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로부터 벗어나려고 옛날 방식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는 거예요.
그러면 금융의 종말은 금융 자체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금융의 운영 방식이 바뀐다는 뜻이네요? 그렇습니다. 전기차가 보편화되면 내연기관차는 사라지겠지만 자동차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는 이동을 해야 하니까요. 금융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벌어지는데,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정도보다 더 큰 변화입니다. 테슬라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금융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는 거죠.
주식·채권을 넘어 토큰화되는 자산들
지금까지 우리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을 주로 거래해 왔죠. 앞으로는 어떤 것까지 거래하게 될까요? 토큰화라는 개념이 바로 그런 것인데요. 우리는 이미 많은 금융 자산을 사고팔고 있어요. 대표적인 게 주식과 채권이고, 백화점 상품권도 일종의 금융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물로 받은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것까지 합쳐서 모든 것을 블록체인에 올리면 금융 거래도 국제적으로 할 수 있게 되죠. 주식, 채권은 물론이고 부동산, 심지어 사람까지 가능합니다.
사람은 좀 의외의 이야기처럼 들릴 텐데, 프로 야구 선수를 생각하시면 돼요. 고등학교 야구 선수에게 메이저리그에 갈 자질이 있다면, 토큰을 발행해서 팔고 그 돈으로 유학을 보내 트리플A부터 시작하게 하는 거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연봉이 크게 오르면 그 수익을 토큰 보유자에게 환원해 주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까지 토큰화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당장은 어려운 개념이고 규제 장벽도 많습니다. 지금 가장 활발하게 토큰화되고 있는 건 미국 국채와 미국 기술주예요.
얼마 전 외신에서 읽었는데, 예를 들어 100억짜리 건물을 일반인이 토큰으로 몇만 원씩 나눠 살 수 있게 될 거라는 기사도 있었어요. 부동산이 좋은 자산이지만 유동화가 어렵고, 한 채를 통째로 사야 한다는 문제가 있거든요. 이걸 쪼개서 투자할 수 있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한국 부동산 정책의 문제는 다들 자기 집을 가지려 해서 여기저기 다 오른다는 거잖아요. 특히 핵심 지역 부동산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직장 때문에 지방에 살지만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 강남 아파트를 통째로 살 돈은 없다면, 토큰으로 일부를 갖고 투자하면서 회사 옆 집은 전세나 월세로 살 수 있죠. 이런 흐름이 생기면 "지방 아파트는 안 나가고 강남만 더 잘 나가냐"는 불만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걸 한국 안에서만 생각하지 마시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질 일이라고 보셔야 해요. 강남 아파트를 노르웨이나 덴마크 사람이 일부 소유하게 되고, 우리 국민도 해외 부동산을 쪼개 사게 되는 거죠. 그러면 한국 아파트는 거주용으로만 쓰이게 되고, 한국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에도 돌파구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경 없는 금융, 그리고 규제의 딜레마
정리하면, 금융 자산이 국경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플랫폼끼리도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는 말씀이시네요. 기술적으로는 비트코인이 17년 전에 나오면서 돌파구가 열렸습니다. 비트코인에는 여러 기술적 특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국경이 없다는 점이에요. 제가 10년 전 비트코인을 발견하고 경제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거 들여다보셔야 합니다"라고 했더니, "자네 지금 몇 개의 법을 위반하고 있는 줄 아느냐"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외환거래법 같은 기존 법이 국경이라는 틀에 갇혀 있거든요. 비트코인은 국경을 무시합니다. 국경을 '넘는다'는 표현도 맞지 않아요. 국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니까요. 이더리움은 이런 비트코인의 속성을 이용해 만든 플랫폼이라, 이더리움에서 발행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든 어떤 토큰이든 전부 국경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난 우리나라 금융 관료들, 특히 전직 관료들에게는 국경이 모든 것이었습니다. 국경 없는 금융을 상상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세요. 하지만 이미 국경이 없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금융에서도 '한국 시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텐데, 이 인식을 하셔야 해요. 비트코인이 그 문을 열었지만,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만약 이것이 전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국가 이익과 상반된다면, 미국은 어떻게든 막거나 지연시키려 했을 겁니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가 그렇게 했죠. 그런데 지금 미국은 이걸 가속화하는 쪽으로 힘을 싣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금융이 오면 문제도 생기지 않을까요? 한국 금융 시장의 규제가 너무 심한 건 문제이지만, 한국 주식이 해외 플랫폼에서 거래되면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금융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금융에서는 혁신을 혁신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소비자 보호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비트코인 이후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왔는데, 많은 것이 사기였고, 의도한 사기가 아니었어도 결과적으로 사기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루나·테라 사태처럼 하루아침에 자산이 사라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그래서 금융 감독 기관은 혁신보다 사고 방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고 방지는 정말 중요한 개념이라고 저도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사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규제 없이 나온 사기성 프로젝트가 순진한 사람들의 노후 자산을 없애 버리는 문제고, 다른 하나는 범죄자와 테러 단체가 혁신 금융을 자금 세탁의 도구로 악용하는 것입니다.
제가 감독 기관의 분들과 만찬을 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들도 "교수님 말씀이 와닿고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게 걱정이 아니라 사고가 문제다"라고 하더군요. 저도 공감합니다. 사고는 분명히 날 거고, 그걸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죠. 한국에서만 거래되는 주식, 한국인만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왜 이렇게 국수적으로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뱀도 표범도 나오지 않는 잘 가꾼 정원에서 피크닉을 할 수 있게 만든 안전장치인 거죠. 이걸 정글과 연결해 열어 놓으면 더 풍성한 것을 누릴 수도 있지만, 준비가 안 된 사람은 맹수에게 잡아먹힐 수 있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예요. 어쨌든 앞으로는 한국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파는 시대가 오겠죠. 그게 바로 문제인 거고요.
그래서 걱정하는 전직 관료들에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맞는 고민이지만, 금지한다고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기술이 워낙 혁신적이라 억제하거나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해 잊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둘째, 지금까지 금융 관료들이 공부해 온 질서를 만든 장본인인 미국이 스스로 그 질서를 뒤집고 있어요.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금융 질서는 한국이 만든 게 아니라 미국이 만든 질서입니다. 그 미국이 질서를 깨고 있으니, 우리가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적응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결제 방식의 변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앞으로는 주식 거래뿐 아니라 송금이나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도 달라질까요? 가장 무서운 건, 일반인들은 자신이 이더리움을 쓴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신용카드를 쓰면서 국제 결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각하지 않죠. 은행들이 알아서 하는 거니까요. 비자나 마스터카드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어떻게 손잡을지 고민을 끝내고 실현 단계에 있습니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지금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담당 기관으로서 많은 정책으로 이 흐름을 막아 왔어요.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SEC 수장이 바뀌었고, 미국 내 법안 처리가 잘 안 되자 SEC가 재량권으로 길을 열어 줬습니다. 미국에 상장된 주식을 특정 조건에서 유닛 수탁 같은 방식으로 온체인에 올려도 된다는 문을 연 거죠.
한국의 코인 거래소, 예를 들어 업비트는 은행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업비트와 연결된 케이뱅크 계좌를 만들어 돈을 보내야 하죠. 그런데 유닛 같은 플랫폼은 은행과 연결망이 아예 없어요. 이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가진 사람은 이런 은행 비연결 거래소에 보내 원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다른 코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완전히 규제 바깥에 있어요. 미국도 규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가 오고 있으니, 우리가 규제에 대한 상상력을 바꾸지 않으면 규제로 막으려던 사고도 못 막고, 한국 금융 산업 전체가 도태된다는 게 저희 주장입니다. 안전장치와 규제는 필요하지만, 개념 자체를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의 규제 방식으로는 그 맹수들을 어차피 못 막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무기가 있습니다.
안나운서님, 은행은 안 가시지만 이용하시잖아요. 어떤 스마트폰을 쓰세요? 아이폰이요. 그러시군요. 절반은 아이폰, 나머지 절반은 갤럭시를 쓰죠. 갤럭시는 어느 나라 회사죠? 우리 회사죠.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래요. 중국계를 빼면 아이폰 아니면 갤럭시니까요. 사람들이 은행 객장 대신 들여다보는 게 바로 스마트폰이고, 그 스마트폰의 절반을 한국이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금융에서 도태되는 나라가 아니에요. 중심부가 될 수 있도록 준비된 나라입니다. 그런데 맹수가 무서워 방어만 하다가는 시간을 빼앗겨서 지금 가진 우위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왜 새로운 결제를 써야 할까
지금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눈이 확 떠지는 기분이네요. 저 역시 이런 경험을 하고 있으니 질문을 드릴게요. 많은 시청자분들이 이미 계좌와 카드를 편하게 쓰고 있는데, 사람들이 새로운 결제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없죠. 제가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부딪히는 벽이 바로 그겁니다. 서울은 웬만한 곳에서 360도 한 바퀴 돌아보면 은행이 두 개 이상 보입니다. 이런 나라는 정말 드물어요. 미국은 나라가 넓어서 주 경계만 넘어도 은행 이용이 어려워지는데, 한국은 축복받은 편이죠. 그런데 전 세계로 보면 평생 은행 계좌 없이 살다 죽는 사람이 약 20억 명쯤 됩니다. 그분들은 신용카드도 못 만들죠. 하지만 그분들도 스마트폰은 있어요. 은행 지점이 필요 없고, 은행 앱에 들어가려면 여러 신원 정보가 요구되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신원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것만 입증하면 되는 금융 수단이 되는 거죠. 그래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같은 나라 국민들은 우리가 겪었던 은행 세일즈 단계,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스마트폰 결제로 넘어갈 겁니다.
은행망으로 해외에 송금하면 양국 은행 영업시간이 걸리고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는데, 스마트폰 결제는 시차 없이 바로 이루어지죠. 한국 안에서 쓰기에는 지금의 카카오페이가 훨씬 편리합니다. 저도 요즘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봉투에 넣어 사러 다니지 않고 카카오로 그냥 보내죠. 이렇게 편리한데 굳이 비트코인을 쓸 이유가 있을까 싶겠지만, 지방 강의에 가면 나이 많은 사장님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국가인데, 지방 제조업은 대기업을 빼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일하거든요. 그분들이 임금을 현지 통화가 아니라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라고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테더나 USDC를 받아서 본국으로 보내면 수수료 없이 바로 쓸 수 있고, 현지에서 환전소에 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방 공장 사장님들도 업비트에서 테더를 직접 사보시는 경우가 있어요. 나이 많은 분들도 말이죠. 이미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이런 방식이 퍼져 있는 거죠.
은행과 카드사의 수익 구조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거래가 늘면 카드사나 은행은 어떻게 수익을 얻을까요? 큰일이죠. 사실 은행과 카드사의 본업은 결제 수수료가 아니에요. 카드사는 결제 수수료보다 미리 쓰고 갚는 이자, 연체 이자로 수익을 냅니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 주택담보대출로 장기간 빌려 주면서 신용을 창출하고 예대마진을 얻죠. 문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아무리 많이 쓰여도 신용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은행의 고유 업무와 카드의 고유 업무는 남지만, 고객과의 접점이 사라질 위험이 있어요. 고객이 은행 앱을 굳이 쓰지 않는다면, 은행의 신용 대출 기능도 스마트 컨트랙트로 옮겨 갈 겁니다. 이 실험이 디파이(DeFi)이고, 지금 온체인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다만 이걸 무턱대고 믿고 쓰는 건 위험합니다. 책임지는 기관이 없는 곳에서 기대했다가는 큰일 나요. 모험적인 사람들이 계속 실험하며 모형을 만들고 있는데, 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아주 단기적인 대출은 이쪽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은행에 가서 서류 심사를 받는 게 귀찮으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담보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받아 쓰는 식이죠.
정말 빠르게 금융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납니다. AI가 직접 돈을 주고받는 시대도 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이미 시작됐습니다. 코인베이스가 내세우는 X402라는 프로토콜인데요. 인터넷을 만들 때부터 있었던 프로토콜인데 지금까지 제대로 쓰이지 않았어요. 인터넷의 결제 인터페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에서 유료 결제를 많이 만나시잖아요. 웬만하면 피해 가시죠. 비싸서가 아니라 귀찮아서요. 그런데 AI가 나 대신 결제할 수 있다면, 포털에서 원하지 않는 광고를 보면서 뉴스를 볼 필요가 없어집니다. 독립 기자가 만든 뉴스를 50원에 바로 보는 거죠. 내가 50원 결제를 일일이 하라면 귀찮아서 안 하겠지만, 그냥 보기만 하면 뒤에서 AI가 내가 미리 준비해 둔 스테이블코인으로 알아서 결제해 줍니다. 그러면 독립 크리에이터들이 포털에 종속되지 않고 자기 콘텐츠를 올려 놓고, 소액 결제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거예요. 이런 용도로 AI 결제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이미 시작된 거죠.
여기에 고도화된 AI가 결합하면 AI가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돈을 포트폴리오로 짜서 이자를 받도록 해 줄 수 있습니다. 온체인의 여러 금리를 옮겨 다니는 디파이 전략을 AI가 대신하는 거죠. 내가 자는 동안에도 자금이 최적의 상품으로 옮겨 다니며 운용되는 겁니다. 한 달 동안 1천만 원을 잠시 맡기더라도 AI가 최대 수익을 낼 수 있게 운용하는 거예요. 편리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죠. AI가 잘못 판단해서 잘못된 거래를 했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AI 개발사일까요, 소비자일까요? 결국은 자기 책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AI에 모든 걸 맡길 수는 없고, 한도를 정해 주고 맡기게 되겠죠. 그러다 AI와 신뢰가 쌓여서 내 성향에 맞게 모험은 피하고 안정적인 이자를 만들어 준다면 더 많이 맡기게 될 겁니다.
국경을 넘는 거래, 국내 규제는 가능할까
이제 가까운 미래에 국내에서 이런 거래를 막거나 제한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아니면 아예 불가능해질까요?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이 문제가 됐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도박성이 강하다며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한국에서 접근이 어려워졌죠. 그런데 VPN으로 다 접속합니다. 그래서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어요. 폴리마켓 같은 플랫폼은 미국 대선 결과를 여론조사보다 더 잘 맞히기도 했습니다. 한국 지방선거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배팅해 몇억을 벌었다는 뉴스가 있었고, 국회 자료 요청에 강원경찰청이 폴리마켓 이용자 몇 명을 기소했다는 답변이 왔어요. 한국에서는 도박법 위반이 됩니다. 하지만 메타(페이스북)의 저커버그도 폴리마켓 같은 예측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골드만삭스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요. 예측 시장은 사실 보험 산업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이라 장려해야 할 영역입니다. 한국은 아직 그런 인식이 없어서 금지하려고만 하죠.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런 것을 금지하는 게 실효적일까요? 아니죠. 애초에 규제 바깥에서 생긴 것이라, 규제로 방해하면 적응이 빠른 사람들이 오히려 이용합니다. 규제 안에 있던 산업이라면 규제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이 무대는 처음부터 규제 바깥에서 생겨났어요. 저는 한국의 지도층과 금융 감독 기관이 새로운 금융 혁신 기술에 수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30년 전 한국에 있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30년 전 저는 IT 회사에 다니면서 인터넷 배팅과 인터넷 도박에 관한 보고서를 써서 이사님들께 보고해야 했습니다. 회사가 스포츠 토토 쪽에 진출하려고 투자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연구한 것이 바로 리니지였습니다. 막 출시된 지 1년쯤 됐을 때인데, 기억하시나요? PC방에서 사발면 먹으며 며칠씩 공성전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람이 죽기도 했고, 신혼부부가 게임하다 아기가 죽은 사건도 있었죠.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공성전에서 무기와 아이템이 거래됐는데, 한국 법은 이를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금지한다고 거래가 없어지는 건 아니었죠. 아이템 거래는 계속 커졌고, 못 막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에서 하나의 혁신 기술로 이어지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비트코인 초창기 멤버들은 리니지 시대, 약 20년 전의 교훈을 가지고 비트코인을 이야기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쪼가리에 무슨 가치가 있냐"는 말이 나왔는데, 우리는 이미 30년 전에 '쌀먹(현금 거래로 게임 머니를 벌던 문화)'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쪼가리를 아파트 한 채 값에 거래하고 있었어요. 희귀 아이템 하나가 아파트 한 채 값이었죠. 그런 시대를 우리가 만들었는데, 계속 억누르고 금지하려고만 했습니다. 그러자 그 흐름이 해외로 나가 천재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고,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온체인 금융이 되었습니다. 온체인 금융의 뿌리가 바로 한국의 쌀먹 문화입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건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다. 그러면 시청자분들은 금융 시장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아직은 체감이 안 된다고 많이 말씀하시거든요.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그리고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가 가장 궁금하실 겁니다. 두 질문은 전혀 다른 질문이긴 한데요. 첫 번째,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번역을 해 보면, 우리가 특별히 할 건 없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변할 테니까요. 우리보다는 금융 관료와 정치인, 은행, 그리고 IT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OTT 플랫폼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좀 늦게 시작했고 규제를 넓게 열어 주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이용하게 됐죠.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쓰다가 월정액으로 몇천 원을 결제했는데, 나중에 통지서를 보면 달러로 표시되어 있어요. 맞아요, 그렇죠? 이게 달러 결제거든요. 원화 표시 달러 결제입니다.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지 않고 계속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면, 한국에서도 원화 표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게 될 겁니다. 우리는 원화를 쓴다고 의식하지만 뒷단에서는 전부 달러인 거죠.
그래서 한국인들은 이런 변화를 인식하기 시작할 겁니다. 비트코인을 배우고 이더리움을 배워서 그걸 써야지 하는 식의 변화가 아니라, 원래 외국 나가서 신용카드를 쓰던 것처럼 결제되는데 그 중간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거치는 걸 경험하면서, 아 이게 여기서 이렇게 쓰이는구나 하고 나중에 깨닫게 되겠죠. 일반인들은 지금처럼 공부를 안 하고 있어도 그냥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게 될 텐데, 그래도 남들보다 먼저 이 흐름을 공부하고 인식하면 다음 질문인 자신의 투자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에 대해 약간의 교훈을 얻을 수 있겠죠.
그럼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변화하는 새로운 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 있습니다. 신문이나 책의 시대에는 문해율이 중요했죠. 지금의 IT 시대에는 IT 리터러시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IT 리터러시를 국민 수준에서 가장 고르게 갖춘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70대 할아버지, 할머니도 전부 카톡을 쓰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거든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삼성이라는 아주 독특한 회사가 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면서 반도체가 들어가는 가전도 만드는, 두 개의 산업을 다 갖고 있는 회사죠. 이 삼성의 갤럭시 폰이 지금 굉장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열 대 팔리면 두 대는 삼성, 두 대는 애플, 나머지 여섯 대는 중국계 기업들이 파는 저가 폰이거나 제3세계에서 팔리는 중국 저가 폰들이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된 스마트폰의 비중이 훨씬 더 올라가는 개념입니다. 이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책에서 말하는 온체인 금융의 주무대가 갤럭시 폰과 애플 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2년 동안 이것을 주장해 왔고, 삼성에 여러 번 들어가서 말씀을 드렸고, 삼성도 이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미국에서 먼저 시작하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으로서 삼성 기기가 쓰이기 시작한 거죠. 한국은 우리의 IT 수준과 보유한 IT 기업들을 활용하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 새로운 금융 시대에서 변방이 아니라 중심부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삼성의 고위직을 만나 이야기를 드린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그분은 삼성은 기기를 만드는 회사이고, 그런 건 전부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만약 삼성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온체인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면, 고객의 돈으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 됩니다. 그러면 미국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죠. 제가 이렇게 얘기했었어요. 그때가 바이든 정부 때였는데, 한국 삼성이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압력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삼성이 이 영역의 중심이 되면 이제 비즈니스가 아니라 정치가 되는 거거든요. 그랬더니 그 고위직 분이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으시더라고요. 그때 눈빛을 보고 이분이 다 이해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삼성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하면, 미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초크포인트를 쥐게 됩니다.
삼성은 메모리라는 초크포인트와,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이라는 초크포인트 두 개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삼성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굉장히 넓어질 수 있는 거죠.
다만 문제는, 아까도 논의했지만 한국의 기존 관료들이 이 게임 세계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한 분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세대는 그 세대인데, 그분들은 공부를 하신 분들이에요. 공부하느라 게임은 하지 않았고, 게임은 공부 안 하고 중독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계신 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 세계에서 시작된 이 게임 이코노미가 얼마나 자생력이 있는 거대한 시장인지에 대한 감이 없어요. 게임 이코노미는 30년 동안 성장해 왔고, 지금 온체인을 만나면서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어 기존의 전통 금융, 즉 트레디파이를 삼키기 직전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전통 금융을 내수 산업으로 규정하고 보호하는 관점으로는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실 겁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한국은 이미 이러한 새로운 금융 시장에서 변방국이 아니라 중심이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한글날이 얼마 전이었잖아요. 한글 같은 거죠.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누구나 배우기 쉬운 문자를 만들어 놓고, 막상 엘리트들은 사용하지 않고 한자를 썼던 것처럼요. 지금 우리 국민들은 전부 IT 리터러시가 높아서 게임도 하고 금융도 하는데, 정작 공부를 많이 해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신 분들, 점잖은 분들은 그런 흐름을 잘 모르시는 거죠. 한자만 들고 계시는 겁니다.
오늘은 이 금융 시장의 변화가 한국과 우리 자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까지 살펴봤습니다. 교수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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