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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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400원 방어를 위해 정부가 국민연금 스와프·환헤지 등 변칙 개입을 하고 있으며, 이는 마지노선식 전략으로 한 번 뚫리면 위험하고 국민연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 원화는 엔화보다 선방했으나 태국·베트남 대비 약세이며 장기적으로 제조 경쟁력 약화와 에너지 전환 대응 미숙, 단기적으로 세수 펑크·가계부채·PF 부실 등으로 원화 약세 요인이 있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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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는 지금 1달러당 1,400원을 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이 방어선이 끝까지 지켜진다면 좋은 전략으로 평가받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마지노선이 뚫린 뒤 내부까지 한꺼번에 무너졌던 것처럼, 한 번 뚫리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이런 벼랑끝 방어 전략의 위험성입니다. 과연 1,400원을 둘러싼 이 방어 전술이 성공한 전략이 될지, 위험한 도박으로 평가받게 될지 우리나라의 환율 전략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정부는 1,400원 근처에서 대규모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끌어내리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원화 가치가 태국이나 베트남보다도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202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원/달러 환율은 7.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태국 바트는 6.6%, 베트남 동은 4.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우리만 동남아 국가들보다 더 떨어진 셈입니다. 그럼에도 당국은 온갖 방법으로 환율이 1만 원을 넘지 않게 막고 있다고 해도, 과연 이는 원화에 문제가 없다는 뜻일까요?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논리는 우리 원화가 일본 엔화보다는 선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엔화 환율은 같은 기간 13% 올랐습니다. 원화가 7.4% 떨어질 동안 엔화는 그 두 배에 가깝게 떨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원화가 엔화보다 잘 버틴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덕분일까요, 아니면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며 온갖 수단으로 방어한 결과일까요? 이 부분을 따져봐야 합니다.
지난주 환율이 1,400원을 넘을 듯 크게 흔들렸다가 갑자기 안정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과 함께 연말까지 통화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대폭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발표입니다. 이 기사가 나온 뒤 환율이 간신히 안정됐습니다. 만약 이 발표가 없었다면 원화가 엔화보다 나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인데, 왜 그 돈으로 환율을 방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해외투자에 따르는 환율 변동 위험을 걱정하지 않고 외화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 스와프 기간 중 외환보유액은 거래 금액만큼 줄지만 만기가 되면 전액 환원되므로 감소는 일시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스와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 발언은 납득이 어렵습니다.
우선 외환 스와프는 공짜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통화로 각자의 대출에 대한 이자 지급을 교환하는 거래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자 지급이라는 단어입니다. 국민연금이 원화를 한국은행에 맡기고 달러를 빌려오는 구조이므로,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달러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국민이 원치도 않는 거래를 하고, 그 대가로 한국은행에 이자를 내야 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06년 11월에 이뤄진 스와프 거래도 같은 구조입니다. 국민연금이 가진 원화를 한국은행에 빌려주고, 한국은행이 가진 외화를 국민연금에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국민연금은 달러 이자를, 한국은행은 원화 이자를 맞교환합니다. 지금처럼 달러 금리가 원화 금리보다 높으면, 예를 들어 미국 금리 5%, 한국 금리 3%라면 그 차이인 2%포인트만큼 국민연금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구체적 계약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 금리로 보면 국민이 손해를 떠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원화 가치를 지키는 일은 원래 정부와 한국은행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힘으로 환율을 방어하지 못하고 국민연금을 끌어들인 뒤, 그 위험 부담은 국민이 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런 위험을 왜 우리 국민이 져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국은행 관계자의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라는 말에도 심각한 모순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달러로 바꿔 해외 국채나 부동산 같은 장기 자산에 투자합니다. 6개월 뒤에 되팔 자산이 아닙니다. 그러니 만기가 되면 국민연금이 달러 자산을 팔지 않는 한, 결국 시장에서 달러를 다시 사서 한국은행에 갚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달러 수요는 6개월 뒤로 미뤄졌을 뿐입니다. 만약 그때 달러가 더 비싸다면, 국민연금은 더 비싼 값에 달러를 사서 갚아야 하고 결국 국민의 손실로 이어집니다.
더 나쁜 경우도 있습니다. 환율이 계속 불안해 스와프를 늘리고, 연말에 필요한 달러를 한꺼번에 사야 한다면 외환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더 커집니다. 원화는 급락할 것이고, 한국은행은 스와프 규모를 500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로 늘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라는 말은 결국 거짓말이 됩니다. 1,380원까지 오를 것을 누가 예측했겠습니까. 환율이 연말에 안정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이를 단정하는 발언은 지나치게 무책임합니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때 원칙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당장의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에 환헤지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강요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정부 요청을 받은 국민연금이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결국 국민연금은 400억 달러를 환헤지하겠다고 밝혔고, 1,010원 수준에서 환헤지를 하겠다고 미리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이 있어서 환율이 1,400원을 쉽게 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1,010원을 찍는 순간 국민연금 자금 400억 달러가 선물시장에 풀릴 수 있으니, 해외 투자자들이 환율 상승에 베팅하기를 꺼리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1,100원 방어선이 철저하게 준비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마지노선이 한 번 뚫리자 순식간에 무너졌듯, 이 방어선도 뚫리면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1,110원이 뚫리는 순간 국민연금에서 400억 달러가 쏟아져 나오고, 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후입니다. 국민연금이 1,110원에 환율을 고정한 상태에서 환율이 1,600원, 1,800원까지 간다면 국민연금은 막대한 환차익을 놓치고 앉아서 손실을 보게 됩니다. 정리하면, 정부가 만든 환율 방어선에 국민연금의 노후 자금이 담보로 들어간 구조입니다. 당장의 환율 방어가 국민의 노후 보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정부가 판단한 셈입니다.
정부의 예측대로 환율이 다시 1,100원, 1,000원으로 내려간다면 "장사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예측이 빗나가면 국민연금은 큰 손해를 보고 외환보유액은 몇 배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때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런 정부 태도는 한국 증시를 외국인의 현금인출기로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위기 때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환율을 방어해 왔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보다 안심되는 일은 없습니다. 가장 불안한 것은 주식으로 이익을 보고 빠져나가려는 순간 원화가 폭락해 환차손을 보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1,400원은 지킨다"는 신호를 주면, 외국인들은 1,400원이 마지노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 패를 보고 카드를 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습니다. 그들은 환차손을 최소화하면서 한국 주식을 던지고 돈을 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한국 증시는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되고, 현금인출기처럼 쓰이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이런 문제는 처음이 아닙니다. 공무원 연금도 과거에 정부의 쌈짓돈처럼 쓰인 적이 있습니다. 1983년부터 1995년까지 정부가 지급해야 할 퇴직수당, 사망 조의금, 재해부조금 등 1조 4천억 원을 공무원 연금에서 꺼내 썼습니다. 원래 정부가 지출해야 할 돈을 공무원 연금을 자기 돈처럼 쓴 것입니다. 생색은 정부가 냈지만, 나중에 연금 곳간이 비자 이를 채워 넣는 과정에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불만이 큽니다.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당시 1조 4천억 원은 수십조 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돈을 빼 쓴 책임을 진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원화 하락 폭은 유로화의 두 배가 넘고, 베트남이나 태국보다 훨씬 못한 상태입니다. 2024년 원화 환율이 흔들리는 것은 미국의 금리 때문만이 아니라 국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제조 기반이 해외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 3차 에너지 혁명에 정부가 미숙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세수 펑크, 가계부채 문제, 미뤄온 PF 부실 같은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앞으로 원화 환율의 방향은 이 문제들을 얼마나 잘 풀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이 이야기는 다룰 내용이 많아 쉽게 풀어 드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쉽지만 이 부분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 박종훈의 지식한방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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