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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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안전자산 지위와 환율·금리의 상호작용을 쉽게 설명. 금리는 돈의 가격으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며 고성장기 고금리, 저성장기 저금리 흐름을 설명. 외환위기·금융위기 시 금리 급등 사례 제시. 금리 역전이 곧바로 자금 이탈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 채권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예시 제시. 한국 10년물 약 2.7~2.8%, 미국 약 4.5% 언급. 달러 약세의 원인으로 미국 예외주의 쇠퇴, 과도한 달러 보유 포지션 청산, 미국 신뢰 문제를 꼽음. 달러는 위기 때 오히려 강해지는 기축통화이며 안전자산 지위는 역사적으로 형성된다고 설명.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초 3%에서 2.5%로 내려왔다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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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달러가 안전 자산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것들은 투자의 승패를 결정짓진 못하지만 유동성에는 영향을 줍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손실이 나게 되는 거죠. 경제 뉴스를 볼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해서 보면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한석준입니다. 우리 삶에 필요한 실전 지식을 전하는 순간이죠. 오늘은 거시 경제 전문가, 프리미어 파이낸셜 파인더의 오건영 단장님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네, 안녕하세요.
정말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만, 경제·금융·투자 얘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일단 무서워합니다. 쉽게 설명해 주신다고 해도 어렵게 느껴지니 정말 쉬운 것부터 여쭤보겠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이 처음에 보면 좋을 경제 지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다섯 개만 짚어 보겠습니다. 포인트는 두 가지예요. 저는 금리와 환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할 때 원가를 알아야 얼마에 팔아야 마진이 생기는지 알 수 있죠. 금리는 그 원가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돈으로 투자를 하니까 돈의 가격을 알아야 하고, 그 돈의 가격이 금리입니다.
환율은 금리가 국내에서의 돈의 가격이라면, 다른 나라가 우리 원화를 보는 대외적인 돈의 가격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굉장히 높아서,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환율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 외에 두 개를 더 고르라고 하면 성장률과 물가를 고르겠습니다. 국내 경제 성장률은 GDP 성장률로 많이 측정하죠. 한 국가 안에서 얼마나 많은 소비, 투자, 수출이 일어났는지 종합해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물가는 정말 무섭습니다. 서민 입장에서 물가 상승은 소리 없는 강도처럼 다가오죠. 예를 들어 경기가 좋아서 돈을 벌었고, 기분 좋게 주머니에 100만 원을 넣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찾아와 커피 한 잔이 100만 원이 됐다고 해 봅시다. 내 돈의 가치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거죠. 그래서 소비자물가지수 같은 지표로 물가를 봅니다.
마지막으로 실업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업률이 중요한 이유는 소득의 원천 때문입니다. 투자로 100만 원을 벌었다면 다음 달에도 똑같이 벌 수 있을지 모르니 쉽게 쓰기 무섭습니다. 반면 급여로 100만 원을 받으면 다음 달에도 들어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 소비 계획을 세울 수 있죠. 이처럼 꾸준히 들어오는 소득을 항상소득이라고 하고, 이것이 소비를 일으켜 경제를 돌아가게 합니다. 그 항상소득을 만드는 일자리와 연결된 지표가 실업률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중에는 "이걸 투자할 때 알아야 하나?" 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환율이나 금리는 승패를 결정짓진 못하지만, 산업별로 유리한 환경을 만듭니다. 금리가 높을 때 유리한 산업이 있고 낮을 때 유리한 산업이 있으며, 환율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고 판단하면 그에 유리한 투자 환경을 고를 수 있습니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셔야 합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죠. 금리도 돈의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됩니다.
80~90년대 우리나라는 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그때는 공장만 지어도 수익이 많이 났기 때문에, 은행 앞에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죠. 돈의 수요가 엄청났으니 돈값인 금리가 올라갔고, 이를 고성장·고금리 시대라고 합니다. 당시 중고등학생 때 금리가 거의 10%였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왔습니다. 빚을 내 설비 투자를 했는데 사업이 안 되니 잘나가던 기업들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빚내서 투자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빌리려는 사람이 없으니 돈의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없어졌고, 금리가 내려갔습니다. 2000년대 이후를 저성장·저금리 시대라고 합니다.
중간중간 금융위기 같은 이벤트도 있습니다. 2008년 미국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사람들은 누가 어떻게 될지 몰라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고 돈의 공급이 순식간에 숨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당장 돈을 돌려야 살 수 있는 은행과 기업들은 빌려 달라고 아우성쳤죠. 수요가 폭발하니 금리가 급등했고,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1년짜리 전기금 금리가 7%를 넘었습니다.
정리하면, 평상시의 돈의 수요와 공급이 만든 가격,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례적인 금리 상승, 이 두 가지로 금리를 보시면 기사를 읽을 때 이해도가 높아질 겁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얼마나 올랐을 때 위기인지 점수처럼 받아들여도 될까요?
그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2002~2003년에 5% 금리는 미친 저금리처럼 들렸지만, 지금 5% 금리는 평생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고금리처럼 느껴지죠.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변한 겁니다. 그래서 단순히 과거 금리 수준과 비교하기보다, 다른 나라와의 금리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보는 게 적절합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이 런던과 뉴욕이니, 그곳 나라들의 금리와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금리가 낮으면 외환 자금이 다 빠져나갈까요? 그래서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못 내리는 상황도 있지 않나요?
물론 그런 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금리가 역전됐다고 돈이 다 빠져나가진 않습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해외 자금은 여러 나라에 분산 투자하는데 한국에도 일정 비중을 배정해 두고 있어서, 한국 금리가 조금 낮아졌다고 바로 빼지 않습니다.
둘째, 외국인이 들어와 공장이나 사무실을 지은 경우 주식이나 채권처럼 다음 날 빼낼 수 없습니다. 공장을 하루아침에 들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셋째, 우리나라는 과거와 달리 변동환율제를 씁니다. 5년 전쯤 우리 금리가 미국보다 2% 높았을 때, 외국인들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서 높은 금리 예금에 넣었습니다. 당시 환율은 1달러에 1,100원 정도였죠. 그런데 5년 뒤 금리가 뒤집혀 미국이 이자를 더 주게 됐고, 나가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는데 환율이 1,370원입니다. 1,100원에 들어와 1,360원에 나가야 하니 2%의 이자 이득을 얻으려다 15%의 환차손을 확정해야 하는 셈이죠. 쉽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금리와 가장 많이 붙어 나오는 얘기가 채권 가격인데, 저도 맨날 헷갈립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떨어집니다.
채권은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중도 해지가 안 되는 정기예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10년 동안 묶을 예금 금리를 물으니 3%라고 해서, 10년 묶는 데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금리가 올라 같은 조건이 5%가 됐다는 겁니다. 나는 3%로 묶었는데 어떡하냐고 하면, 중도 해지는 안 된다는 답이 돌아오죠. 그게 바로 채권입니다.
만약 내가 3%짜리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시장 금리가 1%로 내려갔다면, 이 채권은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연 2%를 더 받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릅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면 더 좋은 채권이 널려 있어서 아무도 내 3%짜리 채권을 사지 않으려 하니,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얹어서 넘겨야 하고 손실이 납니다.
현재 한국 10년 국채 금리는 2.7~2.8% 정도이고, 미국은 4.5% 정도로 약 1.8%p 높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국채 수요가 주춤한데, 달러가 약해질 거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해외 채권을 사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는데, 환율이 확 떨어지면 환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즉 금리 수익을 환율이 까먹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금리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45일에 한 번씩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끝나면 기자회견을 합니다. 그 회견 내용을 한번 들어 보시면 경제 공부에 교과서 같은 도움이 될 겁니다. 경기가 나쁘면 금리를 내려 부양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려할 요소가 많습니다. 미국과의 금리차, 부동산 가격 상승, 성장률, 물가 등 여러 가지가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듣다 보면 조금씩 들리는 부분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물가가 체감상 많이 오른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도 얼마 전 밤에 장을 보는데, 3만 원 정도 나올 줄 알았던 게 9만 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2% 올랐다고 하는데, 이게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이건 물가 수준이 아니라 물가 상승률입니다. 작년 이맘때 이미 물가가 많이 올랐고, 그 상태에서 2% 더 오른 것입니다. 물가 수준이 높다는 것과 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한국은행이 괜찮다고 보는 물가 상승률 목표는 2%입니다. 지금 그 수준에 어느 정도 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가가 안정되면 다른 요소, 특히 성장에 신경 쓸 수 있습니다.
올해 한국은행이 낸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0.8%입니다. 코로나를 제외하고 지난 25년 중 가장 안 좋았던 때는 2009년 금융위기 때인데, 당시 성장률이 플러스 0.8%였습니다. 올해 전망치가 그와 같은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특이한 건, 지금은 코로나나 금융위기 같은 위기 국면이 아닌데도 경기가 계속 힘을 잃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는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합니다. 그런데 물가가 높으면 금리를 내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금 금리가 5%인데 물가가 10% 오른다면 아무도 예금을 하지 않고 현물로 몰리게 됩니다. 그러면 물건 가격이 더 뛰죠. 이를 막으려면 금리를 물가보다 높게 유지해야 하니, 물가가 높을 때는 금리를 낮추기 힘듭니다. 물가가 2% 수준으로 안정됐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경기를 보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 3%였던 우리 기준금리가 지금 2.5%까지 내려온 배경입니다.
금리를 낮추면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 말씀을 들어 보니 금리 인하가 경기 회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네요.
복잡한 질문이십니다. 금리를 낮추면 이자 부담이 줄고, 사람들이 소비를 늘려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집값이 오를 거라는 심리가 강한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집값이 생각보다 더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금리를 낮춰서 아낀 이자가 주거비로 다 들어가 버리고, 금리 인하 효과가 희석됩니다. 집을 사려면 대출을 많이 내야 하니 집값이 오를수록 이자 부담도 커지죠.
그래서 한국은행 입장을 생각하면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한국은행이 투수인데, 1루와 2루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미국 금리라는 엄청 빠른 주자들이 나가 있습니다. 견제구밖에 던질 수 없는 상황에서, 앞에는 강한 타자가 서 있는 셈입니다. 굉장히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달러가 약해졌다는 얘기가 많은데,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올해 초 '미국 예외주의'가 나왔습니다. 미국이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예외적으로 강하다는 생각이죠.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의 돈을 미국으로 끌어당기겠다고 하니, 미국만 좋아 보여 어마어마한 돈이 미국으로 몰려갔습니다. 내 나라 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투자하니 달러에 대한 과수요가 생겼고, 강달러가 예외주의라는 버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네 달 만에 '예외주의'가 '미국 신뢰 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예외주의가 급격히 쇠퇴하면서 환율이 내려온 것입니다.
둘째, 지난 3~4년간 달러가 계속 강했기 때문에 각국 수출 기업과 금융기관이 달러를 많이 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달러가 무너지자 놀라서 한꺼번에 쏟아내는 매도세가 나타났습니다. 지난 5월에도 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서 환율이 급전직하하는 상황이 몇 차례 나타났습니다. 달러가 계속 강할 것이라는 관성이 뒤집힐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셋째, 미국에 대한 신뢰 문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185개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평판에 스크래치가 났습니다. 그러면 투자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어,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자산과 미국 국채를 사려던 수요가 흔들립니다. 단순한 이자 이상의 믿음으로 사던 수요가 흔들린 것입니다.
저는 그래도 달러가 여전히 안전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처음 관세 얘기가 나왔을 때는 세상이 충격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못 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입니다. 경제 논리대로 간다면 결국 안정 상태로 돌아갈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불안한 건 트럼프라는 인물이 럭비공 같아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많이 받는 질문이 "7월 8일 90일 관세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나"인데, 사실 트럼프 본인도 모를 겁니다. 4월 2일 이후 저희도 15개국에 10% 수준 관세가 붙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185개국에 10%를 부과하고, 57개국에는 상호관세를 따로 부과하고, 산업별 관세를 끼우고, 중국에는 245% 관세를 부과한다는 건 상상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입니다. 그런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보니, 미국이 돈을 빌릴 때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더 이상 달러가 안전 자산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돈을 빌릴 때 대부분 달러로 빌립니다. 그런데 미국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 은행들이 달러를 갚으라고 합니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갚아야 하는데, 문제는 전 세계가 동시에 달러를 사려고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달러 값이 하늘로 치솟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올랐습니다. 코로나 때도 미국 은행과 기업들이 달러 현금을 확보하려고 하면서 달러가 미국으로 회귀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달러 빚을 갚아야 하는 문제가 달러 값을 밀어올리는 것입니다.
'안전 자산'이라는 말은 누가 지정해 준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나라 IMF 때 원화 환율이 박살 났고, 일본도 잃어버린 30년 때 엔화 환율이 박살 났는데, 미국은 코로나나 리먼 브러더스 파산 같은 위기가 오면 달러가 올라갑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를 생각할 때와 정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평상시에 달러가 불안하다는 얘기는 늘 나왔지만 위기 때는 달러가 강해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베이징 올림픽 무렵에는 "달러의 시대는 갔고 위안화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와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빠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금융위기가 터지자 환율은 1,600원까지 뛰었습니다. 전 세계에 달러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럼 달러가 떨어진다는 건 달러가 올라가는 힘마저 꺾인다는 뜻이니, 그때는 세상이 난리가 나겠네요.
맞습니다. 그런데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위안화 같은 대안이 기축통화가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있습니다. 기축통화는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어야 하는데, 달러가 해외로 나가려면 미국이 무역 적자를 겪어야 합니다. 상품을 사면서 달러를 해외로 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역 적자가 너무 커지면 그 나라 통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기축통화국은 신뢰를 얻으려면 무역 흑자를 내야 합니다. 해외에 풀리려면 적자가 필요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흑자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기축통화가 가진 딜레마입니다.
그걸 미국이 7, 80년대에 해냈네요. 그렇죠. 해낸 거죠. 그래서 7, 80년대에 미국이 외화수지는 적자였지만, 그때 달러가 엄청 세상에 풀렸고, 그러면서도 기축통화의 지위는 유지했던 거네요. 엄청 어려운 일이었던 거네요. 그렇죠. 기축통화는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지, 깃발 꽂고 들어간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중국이 만약 기축통화가 되려면 결국 중국이 내수로 많이 받아줘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물건을 사면서 자국 통화를 해외에 확 풀어야 하죠. 그래야 이 통화를 쓸 수 있어요. 그게 기축통화죠. 해외에 나와 있는 게 없는데 어떻게 그 통화를 쓰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중국은 오히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거네요.
시진핑 주석이 얘기하는 것 중에 쌍순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쌍순환에는 수출로 성장하는 것도 한 축이지만, 다른 한 축은 소비로 성장하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데요. 중국이 소비로 성장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단기로는 그 대안이 쉽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를 들으면 뭔가 경제에 대한 해답이 열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얘기를 들을수록 누가 머리에 돌멩이를 얹어놓은 것처럼 답답하네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살아왔던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지 않습니까? 글로벌 경제라는 것도 이미 2차대전 이후부터 쌓여 온 통화금융 시스템이 있고, 우리나라가 성장해 온 모델도 있고, 우리도 외환위기라는 아픔을 겪었죠. 그런 과거의 아픈 기억들까지 총체적으로 경합하면서 지금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얽히고설켜서 복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자, 그러면 오늘 공부를 많이 했으니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이런 걸 여쭤보겠습니다. 경제 뉴스나 금융통화위원회 발표 같은 걸 볼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해서 보면 좋을까요?
첫 번째는, 경제 공부를 시작할 때 신문을 많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제 신문을 한두 개 정도는 꼬박꼬박 보는 습관을 들이시는 게 좋아요. 처음엔 되게 빡빡한데, 읽다 보면 읽히는 주제들이 생기고요. 또 어떤 기자님의 글은 저와 취향이 맞는 경우가 있어요. 읽다 보면 "어, 잘 읽히고 깔끔하다", "내 스타일이다" 싶은 기사들이 생겨요. 그럼 그 기자님이나 그 산업 섹터와 관련된 과거 기사들도 찾아 읽어보고, 그 기사들에 좀 더 집중해서 보다 보면 너무 딱딱하게만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경제 뉴스를 꾸준히 보는 루틴을 만들 때, 그 루틴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게 나중에 투자할 때도 특장점이 될 수 있거든요. 그게 금리가 될지, 환율이 될지, 산업이 될지, 주식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읽는 것이나 듣는 것만큼 중요한 게 쓰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블로그에 계속 글을 써 왔습니다. 2005년부터 썼으니 이제 20년째죠. 처음 쓸 때는 조악한 수준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보면 되게 오글거려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쓰면서 점점 내 논리로 정리가 돼야 글로 나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좋고, 기회가 되면 사람들 앞에서 말해 보는 것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경제 공부나 독서 토론을 하는 커뮤니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 같더라고요.
그런 자리에서 내가 공부한 걸 말하게 되면 한두 번씩 계속 되새기게 돼요. 그러면 머릿속에 남거든요. 오늘 신문에서 본 데이터가 제 머리 한구석에 알차게 하나 꽂혀 있는 겁니다. 그걸 20년 쌓으면 큰 재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공부라는 건, 자기의 영역을 발견하고 거기서 깊이가 늘어나면 그 외의 다른 영역들도 계속 보이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학습해 나가는 게 되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에 돈을 조금 태워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나는 돈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실지라도, 부담 없는 금액, 예를 들어 100만 원이라도 괜찮습니다. 그만큼의 돈을 ETF 여러 개에 나눠 투자해 보시면서, 각각의 자산들이 지금의 금융 상황에서 이런 뉴스에는 어떻게 반응하고, 저런 뉴스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니터링해 보시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리하면, 말씀드렸던 것처럼 듣기와 읽기를 통해 꾸준히 루틴을 가져가고, 쓰기와 스피킹을 통해 되새기며 누군가에게 표현해 보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배운 지식이 투자 상품에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는 것. 이렇게 엮어 보시면 실력이 조금 더 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길을 알았으니 경제 기사 읽기에라도 발을 한번 담가 봐야겠습니다. 자, 여러분, 오늘 어떠셨습니까? 여러분께서 거시경제가 조금은 더 친숙해진 시간이 되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건영 단장님과의 더 깊은 대화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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