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연주 · 한국인
요약 보기
대만이 한국을 1인당 GDP에서 앞섰다(IMF 2026 기준 대만 42,103달러 vs 한국 37,412달러)고 설명. TSMC 순이익 약 75조원, 그중 27% 배당, 해외투자자 지분 70%↑. 그러나 중위소득·물가 체감은 한국 우위, 대만달러 약세(고환율)로 일반인 피해 가능성 제기. TSMC 직원 비중 0.3%, 세금 지출은 국방비 증가. 구체적 주가 예측 발언은 없음.
다듬은 글
어쩌다가 20년 동안 우리보다 뒤처졌던 대만이 갑자기 이렇게 성공했는지, 그리고 그 성공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대만에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그 전에 사전 공부부터 하고 가려고요. 오늘 얘기를 잘 들어 보시면 대만이 우리를 추월했다고 해도 그게 제대로 된 추월인지 아닌지 알게 되실 거예요.
오늘은 색다르게 구독자분을 대신해서 질문할 사람을 한 명 데려왔습니다. 저의 후배 기자 이창준입니다. 애가 착해요. 여러분 궁금한 부분을 대신 긁어 드리겠습니다. 우리 사장님도 궁금해하실 내용일 거예요. 큰 돈을 들여서 우리를 보내 주는 거니까요. 게다가 경쟁사 기자 출신이에요. 구독자이자 저의 후배 이창준 씨, 질문해 보시죠.
질문이 추상적이면서도 굉장히 세속적이네요. 하지만 이게 핵심이죠. 노골적으로 답할게요. 지금 기준으로는 맞습니다. IMF가 올해 한국과 대만의 1인당 GDP 예상치를 내놨는데, 한국은 약 37,412달러, 대만은 42,103달러예요. 차이가 4,700달러쯤 됩니다. 5년 뒤에는 격차가 1만 달러, 한 1천만 원 넘게 벌어진다고 하니 서글픈 일이죠.
2003년부터 2024년까지는 우리가 대만을 앞질렀어요. 20여 년 넘게요. 그러다 대만이 갑자기 치고 나간 건 2001년에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부터입니다.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대만의 IT 기업들이 대거 공장을 옮겼어요. 애플 제품을 만드는 폭스콘도 중국에 공장을 엄청나게 지었죠. 그러다 보니 대만 경제는 쇠락했고, 우리는 잘나갔어요. 그래서 2003년부터 2024년까지는 한국의 황금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벽한 황금기는 아니었지만요.
선배님, 출장 예습하려고 3일 내내 쌀국수만 먹고 있는데 한국 짬뽕 가격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작년에 대만에서 먹었던 것과 비교하면 맛은 좀 거시기한데 가격은 한 1.5배 더 비싼 것 같아요.
딤섬 하면 어디죠? 딘타이펑 아니에요? 메뉴를 한번 봤어요. 샤오롱바오만이 아니라 다른 딤섬까지 포함해서 한국에서 먹으면 7,000원대예요. 한 접시에 요만한 게 두 개 나오는 그런 거요. 이건 7,000원이에요. 되게 비싸죠. 대만은 6,000원이에요. 꽤 차이가 나죠. 그러니까 딤섬을 3일 7끼 먹는 게 맞는 말이네요.
딤섬만 싼 게 아니에요. 대만은 식당도 무지 싸고, 택시비도 싸고, 호텔도 싸요. 왜 이럴까요? 식당과 택시 같은 서비스는 어떤 산업일까요? 전부 내국인을 위한 서비스죠. 대만 국내의 소득과 임금 수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면이 커요. 바로 여기서 1인당 GDP의 함정이 드러납니다.
1인당 GDP는 전체 GDP를 인구수로 나눈 값입니다. 굉장히 도식적인 값이죠. 그러니 여기에 무엇이 따라오겠어요? 대기업 하나가 크게 성장해서 엄청나게 끌어올리면, 일반 서민들의 지갑은 그대로인데 평균만 쑥 올라가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래서 이럴 때 봐야 하는 게 중위소득이에요. 사람들을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이죠. 대만의 월 중위소득은 얼마일까요? 4만 5천 대만 달러, 한국 돈으로 약 200만 원입니다. 생각보다 낮죠. 이건 2026년 기준이에요. 한국은 2년 전인 2024년 기준으로 이미 월 중위소득이 288만 원이었습니다. 격차가 거의 100만 원이에요.
결국 타이베이에서 짬뽕 가격이 한국보다 싼 이유가 여기서 드러나는 거예요. 1인당 GDP는 대만이 높아도, 개개인을 따져 보면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TSMC가 그렇게 돈을 많이 번다는데, 그 콩고물이 시민들에게 떨어지지는 않는 걸까요?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이에요. 먼저 TSMC가 대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입니다. 우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서 한국 증시의 50% 정도를 차지하죠. TSMC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이 기업의 콩고물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요? 돈의 흐름을 디테일하게 따라가 봐야 합니다.
TSMC가 2025년에 벌어들인 순이익은 1조 7,178억 대만 달러예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75조 9,600억 원이죠. 어마어마하죠. 영어로 하면 "The number looks staggeringly good", 어마어마하게 좋아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 돈은 어디로 갈까요? 무려 27%가 배당으로 나갑니다. 주주의 몫이라는 얘기예요. 지난해 TSMC가 현금 배당으로 준 돈은 주당 18대만 달러였어요.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으로 27%가 전부 배당으로 빠진 거죠.
그렇다면 배당을 누가 받았을까요? 공시로는 정확히 나오지 않아요. 큰 지배주주 구성만 나오는데, 미국에 상장된 TSMC 주식예탁증서(ADR) 규모가 약 20%입니다. 이것을 포함해서 해외 투자자가 들고 있는 TSMC 주식이 70%를 넘어요. 배당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 돈의 상당 부분이 해외 투자자에게 흘러갔다는 얘기입니다.
순이익의 27%가 배당이라면 나머지 73%는 월급이나 대만 내 재투자에 쓸 수도 있지 않냐고요? 날카로운 질문이에요. 올해 투자하기로 한 규모는 1조 8천억 대만 달러입니다. 지난해 순이익 1조 7천억 대만 달러보다도 많죠. 그럼 이 투자금이 전부 대만으로 들어올까요? 공장을 지으면 건설 노동자 임금으로 퍼져서 낙수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싶으시겠지만, TSMC는 대만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도 설비 투자를 많이 합니다. 1조 8천억 대만 달러가 국내 일자리와 임금에 1대1로 연동되는 돈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래도 임직원 급여는 대만 사람들에게 가는 돈이죠. TSMC는 돈을 많이 주는 회사예요. 지난해 임직원 보상 총액은 3,405억 대만 달러였고, 직원 한 명당으로 계산하면 약 1억 9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성과급까지 더하면 더 늘어나죠. 일반인들의 삶을 바꾼 알짜 효과라고 할 수 있어요.
이 효과는 출산율과 집값에서도 나타납니다. 타이베이에서 차로 40~50분 떨어진 신주에 TSMC 본사가 있는데, 이 지역 부동산이 엄청나게 올랐어요. 돈 있는 사람이 많이 모여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지역의 출산율이 높아요. 대만은 한국 못지않게 출산율이 낮은 나라예요. 2024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0.89입니다. 그런데 신주는 1이 넘어요. 가임기 여성 한 명당 한 명은 낳는다는 뜻이죠. TSMC 직원들의 삶이 확실히 달라진 것은 맞습니다.
다만 전체 노동자 중에서 TSMC 임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해요. 삶이 달라졌다고 해도 전체 인구로 보면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얘기입니다.
TSMC가 돈을 많이 벌면 세금도 많이 낼 테니, 그 세금으로 인프라를 깔고 복지 지출을 늘려서 시민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이창준 기자는 저 다음으로 기획재정부를 출입했던 기자라서, 재정과 세금 흐름에 예민한 사람이에요. TSMC가 지난해 세전이익에서 세금으로 낸 비중은 16%입니다. 실제 납부한 소득세는 2,676억 대만 달러예요. 많이 낸 것은 사실입니다.
이 돈이 의료보험, 교육, 교통 같은 곳에 쓰이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지출이 줄어들어 혜택이 늘어날 수 있죠. 대만 중앙정부 예산을 찾아봤더니, 사회복지가 최근 5년 내 가장 큰 지출 항목이긴 해요. 27.4%입니다. 그런데 절대 비중보다 중요한 건 증가 추이입니다. 어디에 돈이 더 늘었는지를 봐야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랬더니 사회복지가 늘어난 게 아니라 국방비가 늘었습니다. 국방비 비중은 2022년 14.6%에서 2026년 18.1%까지 올랐어요. TSMC가 최근 몇 년간 벌어들인 수익을 세금으로 냈다고 해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예요.
TSMC가 성공했지만 TSMC에 다니지 않는 일반인에게는 득이 될 게 없어 보이는데,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을까요?
굉장히 날카로운 가설이에요. 일반 시민들이 겪고 있는 희생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환율이에요. 이코노미스트가 2026년 7월 기준 빅맥 지수를 발표했는데, 대만 달러가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통화로 나왔어요. 무려 61% 저평가됐다고 합니다. 빅맥 지수는 같은 햄버거를 나라마다 얼마에 파는지 비교하는 지표예요. 미국에서 10달러 하는 빅맥이 대만에서는 훨씬 싸다는 뜻이죠.
대만 달러가 약세인 상황은 TSMC에 도움이 됩니다. 달러로 100달러를 벌어서 대만 달러로 환전하면 더 많은 돈이 들어오니까요. TSMC 공시에도 대만 달러가 달러 대비 1% 약세일 때 영업이익률이 0.3%포인트 오른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대만 달러로 월급을 받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해외 직구나 해외여행이 비싸지는 셈이에요.
그렇다면 대만 달러가 왜 이렇게 약세일까요? 정부가 유도한 걸까요? 미국이 대만의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로 지목할 만큼 환율 관리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 환율 관찰대상국에 대만이 올라와 있어요. 정부가 환율로 TSMC를 밀어 주고 싶어도 대놓고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대만 달러 강세를 억누르는 큰 힘이 하나 작동합니다. 생명보험사예요. 대만 생보사가 굴리는 자산 규모는 대만 GDP의 약 1.4배나 됩니다. 한국은 생보사와 손보사를 모두 합쳐도 GDP의 49% 정도예요. 대만 생보사는 굴릴 자산이 엄청나게 많은데, 대만 내에서 마땅히 수익을 낼 곳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해외 자산을 대거 사들입니다.
생보사가 대만 달러를 팔고 해외 자산을 사는 과정에서 대만 달러는 자꾸 약세가 되고, 달러 수요는 높아집니다. 이 흐름이 고착화되면서 고환율이 만들어지고, 그 부담을 일반인이 떠안게 되는 거죠.
오늘 대만 얘기를 쭉 들어 보셨는데 어떠셨나요? 1인당 GDP로 시작해서 TSMC, 고환율, 생보사까지 많이 훑어봤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TSMC의 엄청난 성공이 일반 서민들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세계적인 기업 하나가 성공하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지만, 그것이 개인의 삶을 바꾸는 데까지 가기에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만 출장에서는 저와 이창준 씨, 그리고 PD 두 명이 함께 대만의 완벽한 성공만 보고 오려는 게 아닙니다. TSMC의 명과 암을 둘 다 훑어보고 오려고 해요. 우리나라도 용인과 광주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잖아요. 이것이 어떤 모습으로 가야 하는지, 대만에서 취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여러분 오늘 보신 소감도 댓글로 많이 알려 주세요.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