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태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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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A(실물자산 토큰화)가 미국 주도로 확산되며 부동산·국채·주식이 토큰화되고, 자본 이동성과 미국 자본시장 쏠림을 강화한다고 주장. 비트코인은 6만 달러가 바닥이라 보고 DCA 분할매수를 언급, 이더리움 중심 표준화와 리플은 XRP와 사업 간 연결이 약하다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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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 대학원생들과 함께 『자산 토큰 없는 미래는 없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이 실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자산 토큰화의 현황을 간략히 스케치하고, 그 원리를 철학, 법적 제도, 기업적 차원의 기회까지 차례로 논하고 있습니다.
자산 토큰화는 쉽게 말해 아파트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강남 아파트 한 채가 50억, 60억, 70억 원인데, 내 돈으로 다 살 수 없어서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삽니다. 한국은 여러 의미에서 이것을 막고 있죠. 그런데 현금 50억이 없어도, 노르웨이나 스웨덴 사람들에게 토큰 형태로 투자를 받아 내가 10억만 들고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해 봅시다. 나머지 40억어치 토큰을 가진 노르웨이, 스웨덴 투자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 집에 들어와 나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은 10만 원, 100만 원어치 조각일 뿐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내가 지방에 살고 우리 동네 아파트는 오르지 않을 것 같다면, 나는 아파트는 임대로 살고 대신 매나탄 아파트 토큰을 10만 원어치 사는 식으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그림처럼 원래 온라인에 있던 재산은 이미 NFT라는 이름으로 토큰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실물 자산의 대표적인 사례는 달러 토큰, 즉 우리가 말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입니다. 현실의 1달러짜리 지폐를 맡기면 토큰을 주고, 토큰을 가져오면 지폐를 내주는 구조입니다. 미국 국채, 주식도 같은 방식으로 토큰화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RWA(Real World Asset)는 현실에 있는 자산을 메타버스나 온체인 상태에 미러링해서 토큰으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거래되는 것은 소유권일 수도 있고, 사용권이나 수익권 같은 여러 권리일 수도 있는 디지털 조각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살고 쉬는 곳이자 인플레이션을 막는 가장 확실한 자산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자산을 집에 파킹해 왔죠. 그런데 집은 규모가 커서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자산이 토큰화되면 이것이 훨씬 쉬운 결정이 됩니다. 집 한 채를 통째로 살 필요 없이 시드니 아파트 10만 원어치, 매나탄 아파트 10만 원어치, 강남 아파트 10만 원어치를 사고, 나머지는 주식,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습니다. 옛날처럼 집부터 사고 나머지로 투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비중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 대신 부동산은 투자 가치가 있는 양질의 부동산으로 집중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강남 아파트, 전 세계적으로는 매나탄, 시드니 같은 곳이 집중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강남 아파트가 오르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과, 강남은 특수하니 오르더라도 다른 지역까지 오르지 않는 것이 낫다는 관점이 맞서 있는데, 자산 토큰화는 후자를 지지하는 쪽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거주자에게는 혜택이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사회에 막 진출한 젊은 세대에게 토큰화는 숨 쉴 구멍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RWA는 사실 우연의 산물입니다. 크립토가 게임의 세계에서 온갖 시도를 했습니다. 가상 세계의 부동산을 거래하기도 했고, 그림을 조각 내서 토큰으로 발행하고 원본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도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별 가치 없는 그림 하나를 NFT로 10억 원에 사들였다가 가격이 99% 폭락한 미친 짓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허무맹랑한 것 대신 채권이나 주식, 나아가 유동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을 토큰과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만약 등기소가 토큰을 가져와도 등기를 고쳐 주지 않고, 증권사가 토큰을 가져와도 실물이 아니라며 거부했다면 이 아이디어는 그대로 끝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 아이디어를 덜컥 받아들였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자산 토큰화는 사실상 자본시장의 개방입니다. 미국 국채는 은행의 특수 부서에서나 거래되던 것인데, 나이지리아 청년이 카페에서 X(트위터)를 보다가 미국 국채를 손쉽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에는 더 많은 자본이 모입니다. 미국의 GDP는 전 세계의 약 25%인데, 미국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상장 기업 시가총액의 약 60%입니다. 미국은 GDP 대비 상장 기업 가치가 고평가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규모 있는 나라 가운데 자본의 출입이 가장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투자하기도 어렵고 회수하기는 더 어렵게 만들어 놨지만, 미국은 투자도 쉽고 회수도 쉽습니다. 돈이 빠져나갈 것 같지만 오히려 많이 모입니다. 여기에 토큰화까지 더해지면 많은 돈이 미국의 우량 자산으로 몰리게 됩니다. 미국이 이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밀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제가 만나 본 한국의 전직 금융 관료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자본이 빠르게 이동하는 고속도로가 깔리는 때에, 한국은 자갈밭 비포장도로를 깔아 속도를 늦추고 한 번 들어온 돈이 못 나가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이분들이 게임 세계를 잘 모르시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갈밭을 깔아도 사람들은 그 길을 쓰지 않고, 전 세계에 깔린 고속도로를 끌고 와 안방까지 타고 들어옵니다. 성인 콘텐츠를 막아도 VPN으로 다 보는 것과 같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같은 토큰은 데이터량이 이메일보다도 작아서 아무리 방화벽을 세워도 흘러다닙니다. 이것을 막으려면 북한처럼 인터넷망을 완전히 분리하고 위성 수신까지 막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가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기업에 한 일을, 로빈후드 같은 미국 증권 앱이 한국 증권사에 하게 될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을 만든 것은 한국인이지만 돈을 번 것은 넷플릭스였습니다. 유통 채널이 넷플릭스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 우량 자산을 전부 토큰화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진 누군가가 그것을 토큰으로 바꾸고, 그 토큰은 로빈후드 같은 앱에서 거래됩니다. 나이지리아 청년도 거래하겠지만, 한국인도 그것을 거래하게 됩니다. 한국 규제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의 토큰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은 국내 앱이 아니라 로빈후드를 통해 그것을 사게 됩니다. 한국 금융당국이 로빈후드에게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으면, 사람들은 위성 인터넷으로 접속하는 방식으로 국경을 건너뛸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 삼성전자 토큰 주식을 해외 앱으로 거래하는 해프닝이 조만간 벌어질 것입니다. 발상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지금 큰일 날 수 있습니다.
리플은 기업 블록체인의 선두 주자입니다. 비트코인은 창시자가 사라졌고, 이더리움은 플랫폼이 되기로 했으며, 리플은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사업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큰 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더리움도 사용량이 많은데 가격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리플도 마찬가지로 사업적으로는 좋은 소식이 많은데 리플 가격과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옵니다. 이 상관관계가 언제까지 없을지는 확정해서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XRP 투자자라면 리플 회사의 사업 확장과 XRP 가격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관계를 맺으려면 사용할 때마다 XRP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것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기회와 위험이 함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온도 파이낸스는 토큰화 국채 분야의 선두 주자입니다. 체인링크는 오라클 문제를 해결하면서 RWA 시대에 꼭 필요한 미들웨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주요 금융 기업들의 모든 온체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표준 플랫폼입니다. 이들은 독자 플랫폼을 쓰더라도 이더리움과 호환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더리움은 이 시대 크립토 세계의 인터넷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빅테크를 포함해 다른 곳이 이더리움의 지위를 빼앗기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이더리움이 축소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올해 1월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비트코인이 9만 달러일 때 6만 달러를 터치하면 바로 회복할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미래를 내다본 것이 아니라 모형으로 본 것입니다. 6만 달러는 최고점의 50% 수준인데, 하락폭이 50%라면 많이 떨어진 것입니다. 보통은 7, 80% 떨어져야 하는데, 많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면 상당히 빠진 것입니다. 비트코인에 펀더멘털이 있다면 그 가격에서 공포에 파는 사람도 있지만, 사고 싶어 하는 수요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8만 달러지만 6만 달러가 바닥이라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횡보할 수도 있으니, 특히 젊은 분들은 조금씩 나눠 사는 DCA 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권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가장 좋은 자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알트코인은 지금 좋지 않은 시기입니다. 비트코인이 그 시즌에 가장 좋은 종목보다 낫냐고 묻는다면 아닙니다. 제2의 삼성전자나 제2의 하이닉스를 구별할 선구안이 있다면, 불안하고 겁나는 비트코인보다 그쪽에 투자하시면 됩니다. 선구안이 없고 5년 동안 투자해서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싶은 분에게는 비트코인 60%, 이더리움 30~40%, 나머지 알트 정도를 권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것도 조심스럽습니다. 빨리 달리고 싶은 욕심에 알트를 많이 담기보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중심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이미 충분히 빨리 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다시 상승 파도를 타기 시작하면 무섭게 오르는 자산입니다.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고 여유 자금이 있는 분이라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적절히 섞어 지금부터 나눠 사 모으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많이 내려왔지만 더 내려갈 수 있고, 6만 달러가 바닥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6만 달러가 바닥이라고 보고 지금부터 조금씩 모아 가시면 좋은 때가 올 것입니다.
신사임당 구독자 여러분, 오랜만에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국내외 정세가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크립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미국이 이 시장과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만 보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보이고, 반도체나 AI에 비해 덜 중요한 시장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게 크립토는 AI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지정학적 전략입니다. 반드시 한 번은 풀고 가야 할 숙제입니다. 계속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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