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뉴욕주민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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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비트코인이 2만달러 부근에서 15% 조정받은 상황에서, 기관 투자 확대와 제도권 편입 흐름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대체투자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주장. 다만 단기 투기성 투자는 지양하고 포트폴리오 일부(약 1~5%)로 보유하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
다듬은 글
시장 조정과 최근 가격 흐름
안녕하세요. 미국은 지금 추수감사절 연휴인데, 저는 여기 오래 살았어도 남의 나라 명절에는 딱히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고기랑 밥이랑 소고기를 샀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 얘기를 좀 하고 싶었는데, 사실 계속 오를 때 말하는 건 쉽잖아요. 그래서 제가 언제 좀 떨어지나 기다리던 차에, 마침 이번 주에 드디어 조정장이 찾아와서 이번 기회에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번 주에는 16,000달러까지도 떨어졌거든요. 이번 주에 2만 달러를 찍었으니 거의 이틀 만에 15% 이상 떨어진 건데, 이 정도 폭락은 사실 큰 사태라고 할 것도 없고 심지어 매수 기회일 수도 있어요.
2017년과 달라진 점
최근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번에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 광풍 때와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위주로 얘기해 볼게요. 올해 가격 추이를 보면,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꽤 높았던 비트코인 가격이 3월 폭락 때 거의 절반 이상 빠졌고, 4,000달러 부근까지 갔다가 연초에 바닥을 쳤습니다. 그런데 7월 기준으로 1만 1천 달러대까지 바로 회복하더니, 며칠 전에는 2만 달러를 찍었죠. 그러면서 다시 법 얘기가 나오고 최근에 좀 시끄러운데, 또 이게 떨어지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도망가는 이유를 두고 말들이 많아요. 정권 바뀌기 전에 규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그런다, 아니면 이번에도 한 번에 대규모 매도가 나왔다 등 말이 맞긴 한데, 제가 보기에는 비트코인이든 뭐든 두 달 만에 가격이 75% 이상 오르고 3월 저점부터 보면 3배 이상 뛰었으면, 당연히 조정이 올 때가 됐죠.
과거와 다른 자산 성격
그리고 이번 상승이 3년 전 열풍 때와 전혀 다른 양상인 게, 그때와는 정반대로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 같은 거시 환경에서는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안전자산이 없어요. 원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채권, 금, 달러가 안전자산이죠. 그런데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이 셋 다 안전자산은커녕 주식을 뺨치는 변동성과 랠리를 보이기도 하고요. 정부에서 돈을 워낙 많이 푸니까 이런 대체 자산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달러 가치가 흔들리다 보니 금도 얼떨결에 수요를 받고 있어요.
기관 투자자의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기관이 다릅니다. 그동안 비트코인을 싫어하던 기관들이 올해 상반기부터 상당히 공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어요. 현재 비트코인 물량의 약 95%가 보관되어 있고, 2%가 전체 시장 물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다른 자산군에서도 보이는 현상이긴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제도권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려운 시장에서 이 정도면 주목할 만합니다. 또 그동안 굉장히 조심스럽고 망설이던 해외 자본들도 많이 들어와 있어요.
가장 대표적으로, 세계 최고의 퀀트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올해 4월부터 비트코인 관련 상품에 투자해 지금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MSNT라는 펀드도 있는데, 원래는 주로 특정 전략 위주로 시작했던 펀드가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전략을 쓰고 있어요. 이 펀드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니퍼트를 좋은 자는 굉장히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데, 이 아저씨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완전 투기성 자산이라며 사기나 다름없다고 굉장히 비판적이었어요. 그런데 올해 초부터 조용히 입장을 바꾸더니, 결국 비트코인이 희소성이 있는 자산이라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본인 전체 운용 자산의 약 1% 정도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물론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를 보면 변동성이 매우 높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가상자산은 금이나 채권보다도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훨씬 낮아요. 그래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보면, 이걸 포트폴리오의 한 자산으로 넣으라고 권하는 거죠. 포트폴리오 내 자산들의 가격 움직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인데요, 결국 이 자산이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든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한다는 뜻이지, 대박 주식 몇 개 오르고 무엇이 떨어지고 이런 얘기가 아니에요.
이렇게 헤지펀드 같은 큰 기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수급에 영향을 미치니까, 관심이 없어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원래 기관들 중에서도 헤지펀드들이 가장 먼저 움직이죠. 헤지펀드는 아직 규제 대상이 아니라서 규제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고위 운용역들이 자기 마음대로 베팅할 수도 있고, 실제로 시장을 그렇게 움직입니다.
이런 식으로 점차 시장이 정리되고 제도권에 안착하면, 조금 더 보수적인 기관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고, 언젠가는 제도권에 정착하겠죠. 지금만 봐도 비트코인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이 약 85개나 됩니다. 이걸 다른 주요 통화나 상품과 비교해 봐도 수출 기업 비중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그리고 최근에 제도권 진입을 암시하는 소식들도 있었죠. 지난달 페이팔에서 최근 핀테크 기업 등 다른 그룹도 이런 것들을 사용해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발표했죠.
또 디스코 같은 다른 테크 기업들도 비트코인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부터는 블랙록 같은 곳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뮤추얼 펀드를 만들어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이것도 기관을 통한 간접투자의 일종이죠. 참고로 미국에서는 아직 비트코인 ETF가 없어요. 독일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ETP가 거래되고 있긴 합니다. 8월부터 거래가 시작됐는데 벌써 운용자산 규모가 커졌고, 수수료가 2%나 되는데도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가치 논쟁과 월가의 태도 변화
이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 말이 많은데, 사실 이것도 결국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거잖아요. 사실 비트코인에 내재가치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웃겨요. 비트코인에 무슨 가치가 있나요? 그냥 거래 가격이 있을 뿐이죠. 금도 그렇잖아요. 금이라고 해서 특별한 쓸모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노란색 돌멩이인데, 그에 대한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중요한 건 월가 투자은행들의 본격적인 셀링이 있다는 거예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투자은행들은 비트코인 같은 것을 도박 상품이라며 트레이더들이 쓰면 다 잘라 버리겠다고 했죠.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조용히 가상자산 전담 팀을 만들어서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아예 대놓고 주식 애널리스트들이 이 투자은행 이름을 걸고 대외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발표하고 있어요. 최근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가 내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20% 이상 하락하고, 21세기형 금이라면서 내년 12월까지 32만 달러까지 간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 리포트를 굉장히 보고 싶은데, 제가 그쪽과 거래 관계가 아니라서 받아볼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일단 지금 월가에서 가장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증권사가 씨티 쪽이고, 제이피모건 같은 곳도 내년까지 3배 이상 오른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이건 좀 예상이 틀릴 수도 있어요. 어쨌든 피델리티 같은 경우는 아예 100명 정도 되는 가상자산 전문 팀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기들이 따로 만든 코인도 있어요. 제이피 코인이라고 이름이 좀 창의력이 떨어지는 이름인데요. 그리고 몇 주 전에는 대형 IT 기업 중 하나인 스퀘어가 제이피 코인을 사용해서 대규모 국제 결제를 했다고 합니다.
이게 자기들 코인을 홍보하려고 언론에 일부러 흘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핵심은 이런 대형 기관들이 비트코인이든 자기 코인이든 가상자산을 국제 결제 수단으로 밀고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에서 영향력이 생기기 때문에 눈여겨볼 포인트죠. 페이팔만 봐도 하루에 움직이는 금액이 약 6조 달러 규모라고 하니까요. 이동 거래량이 있는 은행들이 가상자산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어찌 됐든 호재가 되는 거죠. 미국 증시를 규제하는 SEC도 결국 강제로라도 리뷰를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 비트코인 ETF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사실 비트코인 ETF는 2013년부터 SEC에 계속 승인해 달라고 사람들이 요구하고 있던 상황인데, 어쨌든 그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정책 환경과 반대 의견
마지막으로, 이 자산은 정책의 순풍도 있습니다. 인생은 항상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하죠. 내년 새 정부의 재무장관 등이 추구하는 정책이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유지인데, 이는 유동성 측면에서 가상자산에 긍정적이에요. 게다가 미국은 내년부터 자본이득세를 최대 한두 배까지 올릴 거라고 하니, 대체 투자 자산으로서 비트코인 수요는 더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비트코인에 회의적인 투자자들도 분명 있죠.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은 얼마 전 본인 SNS에 "비트코인이 정말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가는데 누가 설명 좀 해줘라"라고 트위터에 올렸어요. 제가 봤는데, 이 사람이 주장하는 건 우선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 전통적인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 수요에 의해 시장이 더 커지고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기존 화폐를 위협하게 되면,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통해 통화로서의 기능을 아예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거죠. 그러니 미래가 없다는 거예요. 또 안전자산으로 쓰인다는 비교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금은 중앙은행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있는데, 비트코인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없고, 앞으로도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살 일이 없다는 것이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의 이유들입니다.
이 사람이 트위터에 그런 얘기를 했다가 온갖 비트코인 추종자들이 몰려와서 거의 문자 테러를 당했거든요. "왜 니가 뭘 안다고 헛소리냐, 경제 공부 좀 더하고 와라" 이런 댓글들을 보면 참 가관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 사람과 반대 입장이지만, 왜 이렇게 주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요. 마지막 몇 개 포인트는 동의할 수는 없지만요.
정리
정리하자면, 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는 가상자산은 언젠가는 독립적인 자산으로 분명히 입증될 거라는 겁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가 타이밍의 문제이지, 될지 말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화폐로서의 가치보다는 대체 투자 자산으로서 가치를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에 금처럼 계속 존재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걸 투기성으로 단기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식으로 투자하는 건 지양해야 하지만, 내 총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비중을 방어 자산으로 갖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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