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요약 보기
코스피는 490개 종목이 올랐음에도 대형 반도체주(삼성전자 -6.10%, SK하이닉스 -10.01%, SK스퀘어 -12.78%)의 하락으로 4.58% 급락했고, 코스닥은 893개 하락에도 알테오젠(+5.96%) 등 대형주 덕에 소폭 상승했다. 외국인 코스피 현물 3조 3,495억 원 순매도, 선물은 4,889억 원 순매수로 엇갈렸다. 옵션 만기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하락(-1.40%)이 겹치며 대형 반도체주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향후 외국인 현물 매도 지속 여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반등 여부, 변동성지수 추이를 관건으로 제시했다.
다듬은 글
오늘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한 종목은 490개, 하락한 종목은 381개였습니다. 오른 종목이 내린 종목보다 100개 넘게 많았던 하루였는데, 정작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01.90포인트, 4.58% 빠진 6,296.35로 마감했습니다. 같은 시각 코스닥에서는 정반대 그림이 펼쳐졌습니다. 하락 종목이 893개로 상승 종목 736개보다 훨씬 많았는데, 지수는 오히려 2.08포인트, 0.26% 오른 801.67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는 계좌 절반 넘게 웃었는데 지수가 울었고, 코스닥은 계좌 절반 넘게 울었는데 지수가 웃은 셈입니다. 두 시장이 같은 날 정반대 방식으로 숫자를 배신한 것입니다.
화면 맨 위 숫자 하나만 보고 하루를 판단하는 사람과, 그 숫자 아래 늘어선 종목 하나하나를 세어 본 사람은 오늘 완전히 다른 하루를 살게 됩니다. 이 엇갈림은 시소로 이해하면 편합니다. 시소 한쪽에 490명이 나란히 올라타도 반대편에 몸무게가 압도적으로 무거운 선수가 앉으면 시소는 그쪽으로 기웁니다. 오늘 코스피라는 시소의 무거운 쪽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같은 반도체 대형주가 앉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3만 1,000원으로 6.10% 밀렸습니다. 이 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23.91%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몸무게 하나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150만 1,000원으로 10.01% 빠졌고, SK스퀘어는 97만 6,000원으로 12.78% 주저앉았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이 종목들이 한꺼번에 두 자릿수에 가까운 낙폭을 그리면서, 나머지 490개 종목이 아무리 올라도 지수 전체를 끌어내리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지수별로 기울기도 달랐습니다. 대형주 100개로 구성된 코스피 100은 7,662.74로 5.58% 빠졌고, 시장 거래 기준이 되는 코스피 200은 982.92로 5.36% 내렸습니다. 시가총액 100위까지 담는 KRX 100도 1만 5,53.15로 5.51% 밀렸습니다. 반면 우량주 30개로 좁힌 코스피 30은 1만 7,468.38로 3.64% 하락에 그쳤습니다. 대형주를 더 촘촘하게 담을수록 낙폭이 커졌다는 것은, 오늘 하락의 무게 중심이 반도체를 낀 초대형주 몇 종목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서도 같은 무게가 확인됩니다. 코덱스 레버리지는 10.27%, 코덱스 인버스는 5.22% 오르며 지수 하락에 배팅한 자금이 크게 웃었습니다.
이 무거운 쪽 종목들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시소의 균형을 정반대로 잡아주던 주인공이었습니다. 전날 코스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5% 넘게 급등한 소식에 힘입어 반도체 대형주들이 일제히 강세로 돌아서며 지수를 3.76% 끌어올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미국장에서 하루 만에 1.40% 밀려 1만 2,888.88로 마감하자, 어제 지수를 끌어올렸던 반도체 대형주의 손이 오늘은 지수를 끌어내리는 손으로 돌변했습니다. 같은 무게추가 하루 만에 견인차에서 브레이크로 역할을 바꾼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반전은 위클리 옵션 만기에 맞물려 벌어졌습니다. 옵션 만기일은 원래 수급이 얇은 곳에서 큰 진폭이 나오기 쉬운데, 하필 그 지점에 코스피에서 가장 무거운 반도체 대형주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위클리 옵션은 만기가 임박할수록 기초자산의 작은 움직임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라, 기초 지수가 4%대 후반으로 흔들리면 그 출렁임은 옵션 시장에서 몇 배로 증폭됩니다. 어제까지 반도체 대형주를 끌어올리던 힘이 만기 하루 만에 정반대로 뒤집혔다는 것은, 그 힘이 펀더멘털의 완만한 변화보다는 만기를 앞둔 수급 쏠림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수급을 들여다봐도 무게 중심 이동의 흔적은 뚜렷합니다.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에서 3조 3,495억 원을 팔아치우며 오늘 하락의 가장 무거운 축을 담당했습니다. 개인은 반대로 3조 3,387억 원을 사들이며 거의 같은 규모로 그 무게를 떠받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외국인이 코스피 200 선물에서는 4,089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현물 창구에서는 팔고 선물 창구에서는 사는 방향이 통째로 갈린 것인데, 이런 엇갈림은 보통 현물을 팔아 이익을 확정하면서 동시에 선물로 방향성 노출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때 나타납니다. 기관 전체는 1,215억 원 순매도에 그쳤지만, 그 안에서도 결이 갈렸습니다. 금융투자 창구만 따로 보면 6,788억 원을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선 흔적이 뚜렷합니다. 기관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기엔 그 안의 손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습니다.
결국 오늘 코스피를 무너뜨린 힘은 외국인 한 주체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 외국인의 현물 매도와 기관 내부의 엇갈린 판단이 같은 시간 같은 방향으로 겹쳐서 만들어낸 무게였습니다.
코스닥의 무게 중심은 코스피와 결이 달랐습니다.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다수가 아니라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 한 종목이었습니다. 알테오젠은 29만 3,500원으로 5.96% 오르며 코스닥 시가총액의 3.57%를 홀로 떠받쳤습니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이 정도 비중을 가진 종목이 6% 가까이 뛰면, 절반 넘는 종목이 내려도 지수를 양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오늘 하루가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반면 반도체 장비주 주성엔지니어링은 1만 3,400원으로 6.65% 밀렸습니다. 코스피를 무너뜨린 반도체 대형주 매도세가 업종을 타고 코스닥의 반도체 장비주까지 번진 흔적으로 읽힙니다. 두 시장 모두 소수의 대형주가 지수 방향을 결정했다는 점에서는 같은 하루였고, 그 소수가 어느 업종에 쏠려 있었느냐만 달랐습니다. 코스피에서는 반도체 대형주가 다수의 상승을 가리는 무게였고, 코스닥에서는 바이오 대형주가 다수의 하락을 가리는 무게였습니다.
금값은 온스당 4,305.20달러로 하루 만에 3.67%, 152.60달러 뛰었습니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는 77.17을 기록하며 시장 전반이 여전히 긴장 상태에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프로그램 매매에서는 비차익거래만 2조 3,280억 원이 순매도로 빠져나갔고, 차익거래를 합친 전체 프로그램 순매도는 2조 1,272억 원에 달했습니다. 전날 지수를 밀어올렸던 자동화된 매수벽이 하루 만에 매도벽으로 바뀐 셈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1,424.50원으로 소폭 올랐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66%로 1.87% 내렸습니다.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려는 힘과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려는 힘이 같은 날 동시에 관측됐습니다. 신용융자 잔고는 27조 4,380억 원으로 전일보다 400억 원 줄었고, 미수금도 1조 2,166억 원으로 3,497억 원 줄었습니다. 반면 고객 예탁금은 110조 4,700억 원으로 오히려 7조 5,815억 원 늘었습니다. 빚을 버티던 자리는 줄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대기 자금은 불어난 하루였습니다. 신용으로 주식을 산 계좌는 급락장에서 가장 먼저 강제 정리되는 자리인 만큼, 신용 잔고가 줄어든 것은 내일 추가 매도 압력이 다소 덜어졌을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다만 오늘 정리되지 못한 신용 물량이 남아 있다면 다음 거래일 초반에 그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확인할 조건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외국인이 코스피 현물에서 오늘 같은 3조 원대 순매도를 다음 거래일에도 반복하는지, 아니면 선물에서 보인 순매수 쪽으로 현물 태도까지 옮겨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만 2,888.88 아래에서 추가로 밀리는지, 아니면 반등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낙폭을 되돌리는 계기를 만드는지가 관건입니다.
셋째, 변동성 지수가 77선 위에서 더 치솟는지, 아니면 오늘처럼 진정 국면으로 방향을 트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 세 조건은 독립된 숫자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사슬에 가깝습니다. 외국인이 현물 매도를 계속하면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은 다시 벌어지기 쉽고, 그러면 변동성 지수도 다시 치솟기 쉬우며, 변동성이 커지면 프로그램 매도 물량도 다시 늘어나기 쉽습니다. 반대로 이 사슬의 한 고리만 먼저 끊어져도, 예컨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반등하는 것만으로 나머지 고리가 순서대로 풀릴 여지가 있습니다. 이 세 조건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지금 코스피라는 시소의 무거운 쪽에 앉은 반도체 대형주들이 자리를 바꿀지 그대로 주저앉을지가 갈릴 것입니다.
오늘 코스피에서는 490개 종목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코스피 지수는 4.58% 빠졌습니다. 이 두 문장은 동시에 참입니다. 지수 맨 위의 등락률 하나만 보고 하루를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아래 줄줄이 늘어선 490개와 893개라는 숫자는 조용히 화면 밖으로 밀려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