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익 · 한국인
요약 보기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다음 국면을 점검. AI 투자 대비 수익화(AI 머니타이제이션) 부족과 공급 증가로 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 제기. 실질금리 상승·연준 정책 불확실성·신용스프레드(현재 안정, 저점 무렵으로 판단) 점검 필요. 반도체 수출 비중 36%로 역대 최고, 반도체 제외 수출 증가율은 둔화. 삼성전자 주가와 반도체 수출 상관계수 0.93, 과거 사이클 존재 강조. 사이클 판단 및 매도 타이밍 관련 서적 소개.
다듬은 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AI 혁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주제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우선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AI 버블이 만드는 부채』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래서 책 소개 때문에 여러 채널에 출연을 했는데요, 일부 채널에서 썸네일을 너무 자극적으로 달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좀 민망할 정도여서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이 책은 인쇄 수익을 전부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책에서 앞으로 이런 신호들을 보시면 좋겠다고 정리해 두었는데, 그 내용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실질 금리입니다. 최근 미국의 10년 국채 수익률, 특히 30년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실질 금리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실질 금리가 오르면 주식에는 부정적입니다.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나중에 그래프로 보여 드리겠지만 아직까지는 안정적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조만간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두 번째는 유동성입니다. 미국 연준 의장이 이번 주부터 바뀌는데, 연준의 통화정책이 과거와는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양적 완화에 부정적이고, 점도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앞으로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해 왔습니다. 반도체 사이클은 없고 AI 사이클만 있다는 이야기였죠. 그런데 최근 월가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사이클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런 경고 신호들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AI 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GPU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늘다 보니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고, 반도체 업종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주가도 급등했습니다. 특히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두 종목이 오르면서 코스피가 한때 8,000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월가의 서사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호황이 다음 불황의 씨앗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나왔는데, 이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단계는 AI 투자로 AI 수요가 폭증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반도체 가격이 급등합니다. 그런데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생산 업체들은 시설 투자를 늘려 공급을 확대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다운사이클에 진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AI 혁명 때문에 반도체 사이클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 그 서사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 측면입니다. 한마디로 "AI monetization", 즉 AI로 돈을 버는가의 문제입니다. AI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그만큼 이익을 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여러분도 AI를 많이 쓰고 계시죠? 저도 강의 자료를 만들 때 AI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서비스가 무료 중심입니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급증하는데 이익은 그만큼 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AI에 투자했던 사모펀드들에 돈을 맡겼던 사람들이 환매를 요구하는데, 펀드가 아직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도 앞으로 둔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반도체 수요도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당장 반도체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수요가 꺾이면, 가격 하락 충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저희가 미국의 세 번의 위기를 연구해 책을 썼습니다. 1929년 대공황, 2000년 닷컴버블, 2008년 미국 금융위기입니다. 이 세 번의 공통점은, 기술은 남아서 세계와 사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생산성을 높였죠. 그러나 마지막에 들어간 자금은 대규모 파괴로 이어졌습니다.
192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자동차와 전기가 발명되었습니다. 전기는 우리를 24시간 일하게 만들었고, 자동차는 거리를 단축시켰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면서 거품이 생겼고, 결국 붕괴했습니다. 1930년대 다우지수는 고점에서 약 90% 하락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은 지금도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 속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렸고, 2000년에 거품이 꺼지면서 나스닥은 거의 80% 하락했습니다. 2008년에는 주택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금융회사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었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자 문제가 터졌습니다.
신용 문제도 드러날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당국은 은행 규제를 강화해 대출을 많이 못 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AI 기업들은 은행 대출 대신 회사채 발행이나 사모펀드를 활용해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투자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환매를 요구하게 되고 금융의 신용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언제든 돈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막히면 신용이 급락합니다. 이런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사가 바뀌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다음에 봐야 할 것이 신용 스프레드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사이트에서 매일 자료가 발표됩니다. 주로 세 가지가 발표되는데, 하이일드 채권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차이, 투자등급 회사채와 국채의 차이, 그리고 BBB 등급 회사채와 국채 수익률의 차이입니다. 이 세 가지가 올라간다는 것은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프에서 어둡게 표시된 부분은 경기 수축, 즉 침체 국면입니다. 스프레드가 올라갔을 때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졌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 세 지표는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입니다. 아직 문제가 없다는 뜻이고, 제 판단으로는 지금이 거의 저점 무렵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도 이 신용 스프레드를 매일 관찰하시면서 미국의 신용 문제가 드러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AI 거품이 붕괴되면서 반도체 경기가 꺾인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반도체 전문가들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전 사장도 이런 우려를 말했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메모리 중심인데 시스템 반도체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 AI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AI 인프라를 정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제들이 현실화된다면 반도체 경기가 다소 꺾이더라도 우리 경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AI 혁명으로 AI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했고, 이에 따라 HBM 등 반도체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올랐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늘면서 주가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내고 있으니, 시차는 있겠지만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AI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했는데 그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니, 투자 계획을 다시 점검할 시기가 온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겹치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도 줄고 반도체 주가도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보면, 작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했습니다. 내수는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고, 특히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와 반도체 수출은 상관계수가 0.93으로 매우 높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늘고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반도체 주가가 오르면서, 코스피도 일시적으로 8,000을 넘었던 것입니다.
우리 수출 추이를 보면, 전반적인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를 제외하면 지난 4월까지 3개월 이동평균 수출 증가율이 약 12% 정도입니다. 월별 수출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3개월 이동평균을 사용했습니다. 과거 수출이 호황이었을 때는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증가율이 20%를 넘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우리 수출 증가세는 과거보다 부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만 수출이 잘되고 있다는 것은 경제 전체로 보면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한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역사적 최고치입니다. 상대적으로 자동차 비중은 줄었고, 다른 업종 비중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주가와 반도체 수출은 방향이 거의 같습니다. 상관계수도 0.93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성장하지만, 중간중간 2년 정도는 반도체 수출이 저점을 보이고 삼성전자 주가도 저점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사이클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장기 추세는 HP 필터로 순환 변동을 제거해 구한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출도 증가했고 삼성전자 주가도 계속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로 보면 분명히 사이클이 있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에는 다르다, 사이클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월가의 서사가 바뀌고 있습니다. 수요가 꺾일 수 있고, 공급이 늘면서 반도체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다, 과거처럼 사이클이 있을 것이다"라는 시각이 최근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제가 읽은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알렉스 강이 쓴 『매도의 기술』입니다. 주식시장에서 매수도 중요하지만, 사실 언제 팔아야 할지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다른 하나는 한규범의 『주도주 사이클의 절대 법칙』입니다. 두 책 모두 사이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앞의 책은 시장을 파도에 비유합니다. 파도를 거슬러 가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죠. 주식시장에도 커다란 파도가 있고, 그 사이클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를 책에서 설명합니다. 제가 늘 말씀드린 버핏지수, 앞서 말씀드린 신용 스프레드, 실러 PER 같은 지표로 파도를 판단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규범의 책은 2차전지의 큰 사이클을 예로 들어, 주도주가 어떻게 큰 사이클을 만들고 확장했으며 또 어떻게 쇠퇴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가 가장 관심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언제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게 가끔 질문하십니다. 주식은 샀는데 언제 팔아야 하느냐는 것이죠. 그것도 여러분이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셔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시각에서 지금 이런 책들을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두 권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