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익 · 한국인
요약 보기
연준 0.5%p 빅컷 단행은 적정금리(4.12%) 대비 현 금리가 높고 내년 상반기 경기침체 우려 때문으로 봄. 소비 둔화(GDP 69%)와 저축률 하락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은 약함. 한국은 물가 2% 하회 가능성, 10월 금리인하 가능성 높게 봄. 부동산은 대출규제로 안정·하락 전망, 대출이 금리보다 집값에 더 영향. 코스피는 명목GDP·유동성 대비 약 15% 저평가, 외국인 환율 측면으로 4분기 재매수 예상.
다듬은 글
밤 사이 세계 경제에 큰 뉴스가 하나 나왔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새벽 3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를 발표했는데, 금리 인하 자체는 예상했습니다. 다만 0.25%포인트 인하냐, 0.5%포인트 인하냐에 주목이 쏠렸고, 결국 한 번에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을 택했습니다. 이번 금리 인하와 인하 폭이 의미하는 것,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서강대 경제대학원의 김영익 교수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예, 그렇게 예상했습니다. 우선 미국 물가 상승이 안정되고 있고, 내년 상반기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봤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미국의 적정 금리를 추정해 보니 4.12% 정도가 나왔습니다. 현재 금리가 적정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빅컷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징후가 아주 분명하지도 않은데 0.5%포인트나 크게 내리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오히려 그 때문에 시장이 출렁이고 침체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런 우려는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미국 주가는 장중에 오르다가 종가는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금리를 0.5%포인트나 내렸다는 건 연준이 앞으로 경기 침체를 우려했다는 뜻으로 읽혔고,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 수익이 떨어지고 주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시장에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가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결정됩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인데, 미국 소비자들이 그동안 돈을 많이 써서 저축률이 낮아졌고, 실질 소득은 정체된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 중심으로 성장이 둔화되니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은 크지 않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최근 유가가 많이 안정됐지만,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유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또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수입품의 약 48%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물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내년으로 갈수록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연준을 압박해 돈을 풀려고 빅컷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어제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들 질문에 정치와 관계없다고 답했습니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최대화라는 통화정책 목표를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한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미국 연준은 독립적입니다.
정리하면, 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를 미리 내다보고 돈을 풀어야겠다고 판단해 이번에 빅컷을 단행했다는 것입니다. 연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에서 2.0%로 보고 있고, 파월 의장도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년 상반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기 침체로 보는데, 내년 1분기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침체에 빠질 것으로 봅니다. 깊은 침체는 아닐 것이라고 보지만, 침체에 빠질 확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미국 경제가 잘 나간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요? 그동안 미국 사람들이 소비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소비가 많아 경제가 좋았지만, 저축률이 낮아져 쓸 돈이 별로 없습니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 기업 매출과 이익도 줄어듭니다. 미국 고용은 탄력적입니다. 2020년 3~4월 코로나19로 소비가 줄자 미국 기업들은 두 달 사이에 약 280만 개의 일자리를 줄였습니다. 거의 10년 동안 늘렸던 일자리를 두 달 만에 없앤 것입니다. 그만큼 미국은 고용이 탄력적이어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빠른 시간 안에 급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어제 연준 의장에게도 고용 전망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은 아직은 괜찮지만 데이터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7월 고용 지표가 좋지 않게 나왔는데, 이 고용 통계를 미리 알았다면 7월에 금리를 인하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올겨울 연준 회의가 두 번 더 예정돼 있는데, 11월과 12월 모두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적정 금리의 중간값은 4.4%이고, 지금 상한선은 5.0%입니다. 앞으로 0.25%포인트씩 두 번 인하할 것이라고 위원들이 전망해 놓았습니다. 저는 물가와 고용 데이터를 더 봐야 하겠지만, 그 이상의 인하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11월에는 0.25%포인트 인하가 예상되고, 12월에는 고용과 물가 데이터에 따라 0.5%포인트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고용이 그만큼 많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우리 금융당국도 금리 인하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와 금융안정입니다. 우리 물가가 8월에 2%였고, 추석 이후에는 9~10월에 2%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가 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다만 금융안정, 특히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집값이 오르고 있어 그동안 금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이 안정되면, 우리도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실제로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미리 반영했습니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최근 2.9%로 떨어졌는데, 2010년 이후 보면 국고채 3년 수익률이 기준금리보다 0.4%포인트 높았습니다. 시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가 될 것으로 미리 반영한 것입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부동산 이슈가 있습니다. 최근 서울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가계부채도 상당히 높습니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하하면 돈이 더 풀리고 부동산이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도 있지만, 금리보다는 대출 금액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도 금리를 올렸는데 집값이 올랐고, 우리도 금리를 올리는 동안 집값이 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지고 내리면 오른다고 하지만, 집값은 금리뿐 아니라 대출 금액과 경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됩니다. 그래서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력하게 다시 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금리 인하를 위한 준비 작업, 즉 빌드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소득에 비해서도, 임대료에 비해서도 우리 집값은 여전히 고평가 상태입니다. 서울 아파트는 15~20% 정도 아직 고평가돼 있습니다. 집값이 고평가됐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많이 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장이 금리 인하를 이미 반영했다는 말씀도 그런 의미입니다. 대출 규제가 세게 들어가니 집값이 더 오르지 않고 안정되거나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은 오를 수 있지만, 서울 전체로는 안정되거나 조금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우리 주식시장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13만 전자를 간다던 삼성전자가 6만 전자로 떨어질 정도입니다. 외국인들이 돈을 다 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가면 우리 시장은 어떻게 반영될까요? 저는 우리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봅니다. 주가는 적정 수준에 비해 15% 이상 고평가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명목 GDP, 유동성, 통화량 등에 비해 코스피가 15% 이상 저평가돼 있습니다. 금리가 인하되고 4분기에는 우리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거의 바닥 무렵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은 7월까지 우리 주식을 많이 샀다가 8~9월에 팔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환율이 1,390원 안팎까지 올랐다가 최근 1,330원대로 떨어지면서 일부 외국인들은 환차익을 누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높다고 봅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거나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4분기에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다시 살 것 같습니다.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 영향을 워낙 많이 받기 때문에 외국인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그 결정적인 요인은 금리보다 환율 쪽이라고 봅니다.
우리 경제는 올해 2.5% 정도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상반기에는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지만, 내수는 지금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하반기에는 소비가 상반기보다 조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체감적으로 크게 개선될 정도는 아니지만, 기대를 좀 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을 듣겠습니다. 김영익 교수님, 고맙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