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요약 보기
11월 자산 동반 급락의 원인을 미국 단기국채 시장 유동성 경색으로 진단. 베센트 재무장관이 장기채 발행을 45%로 줄이고 단기채를 55%로 늘려 10년물 금리를 4.6%→3.9%로 낮췄으나, 단기채 수요(MMF·역레포) 고갈로 SOFR이 급등락. 10/15·10/27·10/30 SOFR 급등이 비트코인·금·한국 증시 외국인 매도로 이어짐. 연준이 10월 말~11월 초 SRF로 610억 달러 공급해 진정, 그러나 단기 불안은 완전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 12월 FOMC와 장기채 금리가 향후 추세 전환의 핵심 변수라고 봄.
다듬은 글
몇 주 전만 해도 모든 자산이 함께 올랐는데, 갑자기 코인이 급락하고, 그다음엔 금값이 떨어지고, 이번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모든 자산이 한꺼번에 조정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해 봤습니다. 지금 비트코인, 금, 주가가 차례로 폭락했는데, 모든 자산이 오르다가 함께 꺾이면 여러분은 제일 먼저 유동성을 의심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느냐? 바로 미국의 단기채 발작 현상입니다. 한국의 주가 하락도 여기에 절반 정도는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큰일이 일어나면 트럼프 대통령을 의심해 봐야 하는데, 이번에는 사실 주범이 베센트 재무장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에브리싱 랠리라고 자산 가격이 올랐다가 갑자기 조정을 받은 것, 이건 전부 베센트 재무장관의 국채 발행 꼼수에서 시작됩니다.
원래 미국 재무부는 재정 준칙을 갖고 있습니다. 단기채는 20%만 발행하고 장기채는 80% 정도 발행해 장기채 비중을 크게 가져가라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3개월짜리 국채만 계속 발행해서 만기마다 차환한다면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금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가장 중요한 금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만 안정시키면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릅니다.
그런데 베센트 장관은 10년물 금리를 억지로 끌어내리기 위해 장기채를 45%만 발행하고 단기채를 55%나 발행했습니다. 재무부 재정 준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셈입니다. 장기채 발행을 줄이니 장기 금리가 내려간 것입니다. 장기채를 많이 발행한다는 것은 정부가 장기 금융시장에서 돈을 많이 빌려간다는 뜻이고, 수요가 늘면 금리가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장기채 발행을 45%로 억제하자 10년물 금리는 4.6%에서 한때 3.9%까지 내려갔습니다. 이것이 에브리싱 랠리를 이끈 아주 중요한 원인이 됐습니다.
문제는 그 대신 단기채를 무려 55%나 발행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단기채를 사 줄 자금이 미국 시장 안에 있어서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기채 발행이 급격히 늘고 계속 누적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단기채를 사 줄 돈이 완전히 말라 버렸습니다. 그러자 단기채 금리가 맥박이 뛰듯 갑자기 솟았다가 안정되고, 다시 솟았다가 안정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단기 금융시장을 보려면 SOFR 금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금융회사가 국채를 담보로 하룻밤 돈을 빌릴 때의 금리로, 초단기 금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SOFR 금리가 맥박처럼 튀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단기 금융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9월 17일 연준이 금리를 낮췄음에도 단기채 시장은 계속 맥박처럼 뛰었습니다.
대표적인 날짜는 다음과 같습니다. - **10월 15일**: SOFR가 4.3%까지 올랐다가 안정 - **10월 27일**: SOFR가 4.31%까지 올랐다가 안정 - **10월 29일**: 연준이 다시 금리를 인하했는데, 다음 날 SOFR가 이전 수준으로 급등해 4.2%를 넘어섰습니다. 최근의 안정은 연준의 개입 덕분이므로 가짜 안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날짜들이 자산 가격과 아주 밀접하게 움직였습니다.
- **비트코인**: 10월 6일 12만 4,00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7일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10월 15일 SOFR가 튀어 오를 때 10만 8,00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SOFR 급등은 은행들이 단기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돈의 씨가 마르자 그에 가장 민감한 비트코인이 먼저 급락했습니다. - **금**: 10월 19일 금 가격은 4,356달러였습니다. 당시 SOFR는 4.16%로 맥박이 뛰다 안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10월 27일 SOFR가 다시 튀자 금값이 폭락해 10월 29일 3,900달러를 찍었습니다. - **주식**: SOFR가 세 번째로 상단을 친 날은 10월 27일입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13~14시간 늦게 움직이므로, 외국인들은 27일 미국의 모습을 보고 28일 아침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대량 매도했습니다. 10월 28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았고, 11월 4일부터 6일까지도 연거푸 대량 매도가 이어졌습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투매할 때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주식을 팔고 원화를 계속 들고 있는 경우에는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면 그 돈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가 버리는 경우에는 환율이 급등하는데, 최근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돈을 빼 나갑니다. 한국 코스피 시장은 규모가 꽤 크지만 완전한 선진국은 아니어서, 위기 때 먼저 자금을 빼기 좋은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자본시장을 '현금 인출기'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장기 투자자는 미국 단기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겨도 포지션을 정리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단기 자금으로 투자하는 외국인 헤지펀드입니다. 이들은 당장 오늘의 금리와 자금 시장에 돈이 넘치는지 부족한지가 가장 중요하므로, 당장 현금이 필요해 한국에서 돈을 빼 갑니다. 이런 자금은 한국 시장의 장기 전망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이들의 대규모 이탈로 코스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꺾이면 하락세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단기 자금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투심이 꺾이지 않으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적도 적지 않습니다.
연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SOFR가 맥박처럼 연거푸 튀어 오르자, 이대로 두면 단기 금융시장에 발작이 일어나겠다고 판단해 조용히 돈을 풀었습니다. 10월 30일부터 11월 4일까지 SRF를 통해 610억 달러를 주입했습니다. SRF는 연준이 운영하는 국채담보 초단기 대출 창구입니다. 연준이 돈을 대량으로 빌려주자 자금 부족 문제가 해소되었고, 최근 SOFR가 대폭 하락하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준이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SRF는 2021년에 처음 도입된 제도입니다. 2020년 팬데믹 위기 때 연준의 개입 수단이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만들어졌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어서 실제로 쓰인 사례는 거의 없었고, 쓰더라도 10억~20억 달러 정도의 극소량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에는 두 차례나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9월 15일 62억 달러, 10월 말부터 11월 4일까지 610억 달러입니다.
연준이 이렇게 발벗고 나서게 만든 환경을 만든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재무장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베센트 장관이 처음부터 연준의 개입을 염두에 두고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원래 단기채는 20%만 발행해야 하는데 55%나 발행해 10년물 금리는 낮췄지만, 단기채 시장에서 돈의 씨가 말라 미국 금융시장이 발작 직전까지 갔기 때문입니다.
단기채를 사 주던 돈은 MMF와 역레포 시장에서 나왔습니다. 역레포 잔고는 한때 2조 5,000억 달러나 쌓여 있었지만 최근 100억 달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MMF도 거의 말라서 이제는 단기채를 아무리 발행해도 사 줄 주체가 없습니다. 장기채를 발행하면 파월 연준이 사 주지 않겠지만, 단기채 발작이 일어나면 금융시장 자체가 녹아내릴 수 있어 연준이 두 손 놓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단기채 55%, 장기채 45%로 발행했다고 저는 추정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베센트가 유도한 대로 된 상황입니다. 단기 자금 투매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웠지만, 연준이 뜨거움에 놀라 적극적으로 진정시킨 것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이벤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12월 1일 양적 긴축(QT)을 공식 종료한다는 계획이 8월 연준 의장에 의해 공표되었습니다. 둘째, 12월 10일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지 동결할지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모든 자산이 함께 오르던 상승 추세가 하락세로 꺾일지 궁금하실 텐데, 그 관건은 단기 금융시장이 아닙니다.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은 연준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장기 추세를 꺾는 중요한 변수는 장기채 금리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베센트가 장기채 발행을 억제하고 단기채만 발행하는 꼼수를 쓴 것입니다. 또 하나, 12월 금리 인하냐 동결이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여부입니다. 이 부분은 전편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세계 경제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미국 단기채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한국 주식시장과 환율이 큰 영향을 받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변동성에 휘둘리지 말고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박종훈의 지식 한방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