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신사임당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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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프랑스·한국 모두 저금리에 쌓인 부채가 금리 정상화로 청구서가 되고 있으며, 한국은 나라빚보다 가계부채(GDP 대비 85%, 2,000조 원 이상)가 취약점이라는 주장. 프랑스 재정: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4.9%대로 그리스(4.2%)보다 높아졌고, 2022년 이전 그리스보다 2.1%p 높았던 구도가 역전됨. 2024년 성장률 1.1%, 재정적자 GDP 대비 5.8%, 국가부채 GDP 대비 116%. 2026년 성장률 -0.1%~1% 전망, 이자비용 2020년 297억 유로에서 내년 912억 유로로 급증 전망. 전직 재무장관은 IMF 구제금융 가능성 경고. 마크롱 지지율 15%, 의회 불신임 및 대규모 반발. 유럽 중앙은행: 2012년 드라기의 '무엇이든 하겠다' 선언 후 초저금리·대규모 유동성 공급. 2021년 프랑스 국채 평균 발행금리 -0.05%로, 마이너스 금리로 빚을 낸 구조. 이것이 재정 경고 기능을 꺼버렸다는 진단. 일본 사례: 1987~88년 대장상 미야자와가 일본은행에 금리 5차례 인하 압박, 이후 1989년 총재의 금리 인상으로 니케이 1990년 38.7% 급락, 30년 장기침체 시작. 미야자와는 이후 총리에 오른 것으로 언급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금리 인상 총재가 1991년 총리가 된 것으로 서술되어 있어 원자막 설명이 뒤섞임(자막 오류 가능). 한국 가계부채: 정부부채 GDP 대비 45% 수준이나 가계부채 85%. 2020~21년 저금리기 집값 85주 연속 상승, 현재 88주째 상승. 주담대 금리 2.39%에서 4.66%로 상승, 3억 원 20년 만기 기준 월 상환액 157만 원→192만 원(35만 원 증가). 소매판매 7월 -2.6%, 8월 -1.8%. 한미 금리차 한때 2%p, 미국 10년물 한때 5.37%. 반론 및 결론: 한국은 재정이 탄탄하고 반도체 호황(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 107조 원 언급)이 있으나, 빚 주체(가계)와 이익 주체(일부 대기업)가 다르고, 대다수 상장사 영업이익률 2~3%대로 시장금리 대비 낮음. 외국인 삼성전자 지분율 52%→46%. 금 대비 아파트 가치는 2005년 48kg에서 현재 18kg으로 하락. 금리 인상은 제때 해야 하며 늦으면 더 큰 충격. 주시 지표: 한은 인상 속도, 미 10년물 금리, 가계대출 금리·소매판매, AI 인프라 자금조달 비용(코어위브 회사채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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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이슈당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무려 4.9%를 뚫었습니다. 4.2%인 그리스마저 훌쩍 넘어선 건데요. 불과 2022년만 해도 그리스가 프랑스보다 2.1%포인트나 더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렸었거든요. 그런데 딱 3년 만에 이 구도가 완전히 뒤집혀 버린 겁니다. 유럽의 핵심 국가라고 불리는 프랑스가 과거에 재정 위기를 겪었던 나라보다 더 비싼 이자를 물게 된 이 사건은, 저금리의 시기에 잔뜩 불려 놓은 빚이 나중에 금리가 정상화될 때 경제를 어떻게 뒤흔드는지 아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한국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죠. 이렇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바로 마크롱 대통령의 재정 운영에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대규모 구조 조정을 선언했습니다.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률을 올려서 자연스럽게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효율화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그림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국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지출 삭감을 해내지 못했고, 해마다 눈덩이처럼 쌓이는 적자에 허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은 1.1%에 그쳤는데요.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5.8%에 달했습니다.
겨우 1% 남짓 성장하려고 전체 경제 규모의 6%에 가까운 적자를 끌어다 쓴 셈이죠. 보통은 나라 빚이 이렇게까지 늘어나면, 투자자들이 그 위험을 반영해서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금리가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를 멈춰 세우게 되죠.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시장의 경고 장치가 완전히 꺼져 있었습니다. 그 경고 장치의 스위치를 내린 곳이 바로 유럽중앙은행이었는데요.
시계를 조금 돌려보면, 2010년에서 2012년 남유럽 재정 위기 당시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무려 29%까지 치솟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2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라고 선언하면서 금리를 확 끌어내리고 돈을 대규모로 풀었죠.
그런데 문제는 유로존 19개 회원국이 하나의 기준 금리를 함께 쓴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장 위기에 빠진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맞춘 처방이, 당시 경제가 멀쩡하던 프랑스에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돈이 넘쳐흐르는 환경이 만들어져 버린 겁니다. 당시에 돈을 얼마나 많이 풀었는지는 중앙은행 자산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딱 드러납니다. 미국은 이 비율이 35%였는데요. 유럽은 무려 60%까지 올라갔습니다. 달러 같은 기축 통화도 아닌 유로화를 미국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찍어낸 거죠. 이러니 금리는 0% 아래로 내려갔고요. 시중은행이 유럽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금리는 드라기 총재 임기 말에 -0.5%가 됐습니다.
쉽게 말해, 은행이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대신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는 구조가 된 겁니다. 심지어 덴마크에서는 일반 예금 금리가 -0.1%인 경우까지 나왔는데요. 내가 은행에 1천만 원을 맡기면 1년에 만 원을 떼이는 셈이니까, 돈은 예금을 떠나서 집과 땅으로 몰렸고 결국 유럽 곳곳의 집값이 크게 뛰었습니다.
이런 환경이 프랑스 정부에 무엇을 뜻했는지는 2021년의 숫자가 아주 잘 보여 줍니다. 그해 프랑스는 우리 돈으로 약 430조 원에 달하는 2,851억 유로어치의 국채를 발행했는데요. 놀랍게도 평균 발행 금리가 -0.05%였습니다.
돈을 빌린 정부가 이자를 내는 게 아니라, 돈을 빌려 준 쪽이 오히려 돈을 얹어 준 겁니다. 투자자들이 이렇게 손해가 확정된 국채를 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에 돈을 그냥 맡기면 0.5%를 잃지만, 프랑스 국채를 사면 그 손실을 0.05%로 줄일 수가 있거든요. 게다가 그 막대한 자금을 현금으로만 쌓아둘 수도 없었고, 보험사처럼 제도상 장기 채권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기관도 있었습니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빚을 낼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였던 거죠. 바로 이 같은 시기에 그리스는 채권국의 요구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거쳐 부채를 줄였지만, 프랑스는 반대로 부채를 늘렸습니다.
지금 프랑스 금리가 그리스는 물론이고 3.4%인 독일보다도 한참이나 높아진 건 바로 이때 갈라진 선택의 결과입니다. 사실 빚으로 만든 성장은 한동안 진짜 실력처럼 보였습니다. 2023년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가 됐느냐"는 기사를 냈고요. 그해 12월 독일의 한 경제연구소장은 "프랑스 경제가 독일보다 강해졌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020년 -0.34%였던 프랑스 10년물 금리가 4%대 후반으로 뛰면서, 정부의 연간 이자 비용은 2020년 297억 유로에서 내년에는 무려 912억 유로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당장 이자를 갚으려고 국채를 더 찍고, 그 국채가 다시 이자를 키우는 악순환에 갇히면서 2026년 성장률이 -0.1%~1%로 추락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전직 재무장관은 이대로라면 IMF 구제 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뒤늦게 재정을 조이려던 정부는 의회 불신임에 부딪쳤고요. 부자 감세는 다 해놓고 복지를 줄이느냐는 거센 반발에 고등학생까지 거리로 나오면서, 지난 10월 마크롱의 지지율은 15%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실 마크롱은 연임 제한으로 2027년 대선에 나설 수가 없고,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돼 아직 젊은 만큼 퇴임 후에 유럽연합 요직을 노린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내 임기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는 계산이었겠지만,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오르면서 자기 임기 안에 청구서를 받게 된 거죠.
그런데 역사를 돌아보면 이렇게 제 임기 중에 심판받는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금리를 억지로 눌러 거품을 키운 장관이 훗날 총리에 올랐고, 반대로 그 거품을 끄려고 금리를 올린 중앙은행 총재가 불황의 책임을 전부 떠안았습니다.
당시에 일본의 거품을 키운 인물은 1987년과 1988년 경제 정책을 총괄하던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이었습니다. 그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압력을 넣어서 기준 금리를 무려 다섯 차례나 내리게 했는데, 2001년 일본은행 금융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당시의 금리 인하는 중앙은행의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라 대장상의 지시였다는 사실이 아주 뚜렷하게 명시돼 있습니다.
정치인이 중앙은행을 이렇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바로 법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1998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일본은행법은 중앙은행이 국가 정책에 순응하도록 규정했고요. 대장상에게 업무 명령권은 물론 임원을 해임할 권한까지 줬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총재는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었으니, 금리의 실질적인 결정권은 대장상 손에 있었던 셈이죠. 그 결과 일본의 기준 금리는 2.5%라는 낮은 수준에서 무려 27개월 동안이나 묶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싼 돈을 기업과 개인이 앞다퉈 빌려 땅과 주식을 사들이면서, 1987년 한 해에만 도쿄 집값이 폭등했죠.
서울 면적 정도인 도쿄 23구의 땅을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돌았고, 니케이 지수는 두세 배로 훌쩍 뛰었습니다. 그런데 이 거품을 만든 미야자와는 1988년 6월 터진 리크루트 사건에서 뇌물성 주식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그해 12월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1년 남짓 지난 1989년 새로 취임한 미에노 야스시 일본은행 총재가 이대로 두면 일본 경제가 무너진다고 판단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습니다. 그러자 니케이 지수는 1990년 한 해에만 38.7% 급락했고요. 결국 주택 가격이 80% 가까이 주저앉으며 30년 장기 불황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는 금리를 올린 총재에게 향했습니다. 정작 거품을 만든 장관은 사퇴해 자리에 없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미야자와 시절에 경기가 좋았다는 인상만 남았던 거죠. 그 호황의 기억 덕분에 그는 1991년 당당히 총리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 결말이 정책 결정에 남긴 교훈은 아주 뚜렷합니다. 금리를 억지로 누르고 빚을 늘리면, 임기 안에는 호황을 누리고 뒤따르는 청구서는 후임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임기만 넘기면 된다는 정치적 계산을 가리켜 '미티(Mit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마크롱은 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오르는 바람에 제 임기 안에 청구서를 받았지만, 저금리로 문제를 덮으려 했다는 점에서 미야자와와 출발점이 완전히 같았습니다.
프랑스는 정부가, 그리고 일본은 기업과 개인이 빚으로 거품을 만들었습니다. 돈을 빌린 주체는 서로 달랐지만 작동 원리는 똑같았죠. 기준 금리가 경제 체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지자 너도 나도 빚을 늘렸고,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불어난 이자에 짓눌렸습니다.
이 잣대를 우리 한국 경제에 그대로 대 보면, 지금 우리의 빚이 어디에 또 어떻게 쌓여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국의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의 45% 수준으로, 116%에 달하는 프랑스와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한국은 가계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보면 프랑스가 59%인데 한국은 무려 85%에 이르고, 전체 규모는 2,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나라 빚 대신 가계 빚이 잔뜩 부풀어 오른 구조라 금리 상승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이죠.
한국의 가계를 이렇게 대규모 빚으로 이끈 건 부동산이었고, 그 집값을 움직인 핵심 동력은 바로 금리였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아파트 가격 변동을 설명하는 요인을 분석했더니, 기준 금리의 영향력이 60.7%로 가장 컸습니다. 강남 같은 핵심 지역의 주택 공급은 1년에 겨우 0.7% 늘까 말까 한 수준인데, 시중 통화량인 M2는 해마다 3%에서 많게는 10%까지 불어납니다. 이처럼 실물 주택보다 시중의 돈이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에서 금리까지 내려가면, 예금 이자는 매력을 잃고 대출 부담은 가벼워져 풀린 돈이 일제히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실제로 기준 금리가 0%대였던 2020년과 2021년 가계 신용은 역대 최대폭으로 늘었고, 집값은 무려 85주 연속 올랐습니다. 이전 최장 상승 기록이던 59주를 훌쩍 넘긴 숫자였는데요. 그리고 지금 집값은 88주째 오르며 당시 기록마저 다시 갈아치웠습니다. 둔촌주공 사태를 거치면서 집값이 흔들리면 결국 정부와 한국은행이 나서서 받쳐 준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졌고, 미국보다 낮은 금리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서 한국 경제를 옥죄는 제약은, 우리가 금리를 혼자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축 통화국이 아닌 한국은 미국과 금리 차이가 너무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1%포인트 안쪽으로 묶어 두려 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 격차가 한때 2%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그 사이 바깥의 돈값은 다시 비싸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3년 만에 금리를 다시 올렸고요. 글로벌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5.37%를 찍었습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며 수천억 달러를 빌려 쓰고, 미국 정부도 대규모 국채를 쏟아내면서 시장의 자금 자체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계 금융 시장의 금리가 오르면 한국도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고, 그 인상 압력은 2,000조 원 넘는 빚을 진 가계로 곧장 넘어옵니다.
물론 여기에는 충분히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정부 재정이 프랑스의 절반 이하로 탄탄하고, 반도체 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경제를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저금리 시기에 집값이 오른 만큼 가계 자산 가치도 함께 커졌으니 늘어난 빚을 감당할 체력이 충분하지 않냐는 의문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놓고 보면 충분히 나올 법한 반론입니다.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프랑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삼성전자는 107조 원이라는 전례 없는 이익 전망치를 내놨으니까요.
하지만 이 낙관론에는 돈을 빌린 주체와 돈을 버는 주체가 서로 다르다는 냉정한 현실이 빠져 있습니다. 정부 곳간이 아무리 넉넉하다고 해서 나라가 개인의 대출 이자를 대신 갚아 주지는 않거든요. 2020년 8월 2.39%까지 내려갔던 가계 대출 금리는 최근 4.66%까지 치솟았습니다. 만약 3억 원을 20년 만기로 빌렸다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157만 원에서 192만 원으로 35만 원 늘어납니다. 월 실수령액이 300만 원 수준인 중산층 가구라면 소득의 10%가 넘는 돈이 고스란히 추가 이자로 빠져나가는 셈이고, 그만큼 당장 쓸 수 있는 생활비가 줄어듭니다.
HBM을 앞세워 반도체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와중에도 소매 판매가 지난 7월 2.6%, 8월 1.8% 연달아 줄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도 경제 전체로 고르게 퍼지지가 않습니다. 코스피가 크게 오를 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만 50%대 후반까지 치솟았을 뿐, 대다수 상장사는 주가가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졌습니다. 기업이 빚을 내서 경영을 이어가려면 적어도 시장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하죠. 글로벌 기준점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나드는 지금, 국내 기업 대다수는 영업이익률이 2%에서 3%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역대 최대 실적을 앞둔 삼성전자마저 외국인 지분율이 연초 52%에서 46%로 빠져나갔을 만큼, 바깥 자본의 시선은 아주 냉정합니다. 집값이 오른 덕분에 가계 자산도 불어났다는 계산 역시 한 꺼풀 벗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남의 한 아파트 가격은 2005년 7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뛰었는데요. 액면상 숫자는 분명 네 배 넘게 커졌지만, 같은 기간 금값과 견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2005년에는 이 아파트 한 채로 금 48kg을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18kg 어치밖에 되지 않습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진 결과일 뿐, 다른 실물 자산과 비교한 가치는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무엇보다 집값은 팔기 전까지는 장부상의 숫자에 불과하지만, 대출 이자는 매달 통장에서 현금으로 빠져나갑니다. 집값이 올랐다고 다음 달에 갚을 원리금이 줄어들지는 않으니까요.
자, 이제 앞으로의 경로는 기준 금리를 언제, 또 얼마나 일관되게 정상 궤도로 돌려 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고요. 지난 10월 10일 국정감사에서 총재가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인상 폭보다 타이밍입니다. 제때 올렸다면 한 번으로 충분했을 금리 인상이 타이밍을 놓치면 세 번을 올려도 모자란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미 88주 연속 상승으로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기대가 굳어졌고, 이 믿음을 꺾으려면 더 큰 충격이 필요합니다. 당장 고통스럽다고 해도 인상을 미루면, 눈앞의 숨통은 트여도 빚은 계속 불어나게 됩니다.
프랑스는 마이너스 금리에 기대 재정 구조 조정을 미뤘다가 훨씬 비싼 이자로 대가를 치르고 있고요. 일본은 거품이 끝까지 부풀어 오른 뒤에야 금리를 올렸다가 30년 장기 침체에 빠졌습니다. 물론 금리를 끝까지 올리지 않고 억누른 채 물가를 끌어올려 빚의 실질 가치를 녹여 버리는 길도 존재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막대한 전쟁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장기 국채 금리를 2.5%로 강제로 묶어 뒀는데요. 그 여파로 1947년 한 해에만 물가가 무려 14% 폭등했습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나라 빚의 무게는 가벼워졌지만, 그 비용은 은행에 예금을 넣어 둔 평범한 시민들의 구매력 손실로 전가됐습니다. 빚이 사라진 게 아니라, 부담이 성실하게 저축한 사람들의 주머니로 옮겨 간 겁니다.
이처럼 어느 경로로 가든 경제 주체들 사이의 득실은 날카롭게 엇갈립니다. 국채 금리보다 높은 이익을 내는 소수 기업과 자산을 쥔 쪽은 비교적 덜 흔들립니다. 반면 변동 금리 대출로 집을 산 가계, 이자율만큼의 수익도 내지 못하는 기업, 그리고 쪼그라든 소비를 정면으로 맞는 자영업 업종이 무거운 짐을 집니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자가 비용을 치르고, 반대로 금리를 누르면 예금자가 물가 상승이라는 형태로 비용을 치르는 구조입니다.
이 흐름이 앞으로 어디로 향하는지 미리 읽으려면 세 가지 지표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첫째는 한국은행의 추가 인상 속도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움직임입니다. 둘째는 시중 가계 대출 금리와 매달 집계되는 소매 판매 추이인데요. 이자 부담이 가계 소비를 얼마나 위축시키는지 가장 먼저 드러내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셋째는 미국 금리를 끌어올린 인공지능 투자의 자금 조달 비용입니다. 최근 데이터센터 기업인 코어위브의 회사채 발행 금리가 9%에서 15%로 치솟았죠. 창업자 세 명이 약 5조 원어치의 주식을 대차 거래에 맡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돈값을 밀어 올린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비싸진 이자 비용을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2021년만 해도 국채를 찍어 돈을 빌리면서 오히려 웃돈을 받던 프랑스는, 불과 4년 만에 그리스보다 비싼 이자를 무는 나라가 됐습니다. 저금리 시대가 영원할 거라고 믿고 빚을 늘린 대가입니다. 지금 한국은 그 빚의 주인이 정부가 아니라 가계라는 점만 다를 뿐, 똑같은 청구서 앞에 서 있습니다. 다만 아직 우리의 결말까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금리 정상화를 얼마나 제때, 흔들림 없이 해내느냐가 프랑스와 일본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게 될 겁니다. 오늘 짚어 본 금리와 부채의 흐름이 경제의 큰 그림을 읽는 데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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