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기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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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급락의 핵심 변수는 금리로, 1월 말 케빈 워시 연준의장 지명 이후 금값이 급락했다. 현재 CME 기준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약 50%로 제시된다. 금리 인상기에 금이 대체로 좋았다는 역사적 주장과, 부채 100% 이상 국가의 금리 상승·화폐가치 하락 논리를 펼친다. 거래량은 줄었고 중앙은행 금 매입은 2분기 사상 최고 수준이라 주장한다. 금 장기 보유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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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사람들이 공포에 되게 많이 팔아요. 4월부터 6월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팔러 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매도세가 엄청 강했고, 매도할 때의 표정이나 스탠스도 공포에 질려 있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공포에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습니다. 그렇다고 신규 매수자가 들어오는 시점은 아닌데, 지금은 무관심의 영역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사임당 구독자 여러분. 또 오랜만에 뵙네요. 8년 차 금 투자자이자 금거리에서 운영하는 조기원 작가입니다. 반갑습니다.
다른 시장도 비슷하겠지만, 가장 핵심 변수는 금리가 확실히 큽니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금가격은 금리 하나 때문에 천국과 지옥을 계속 오갔습니다.
작년 말에는 금리를 한두 번 인하했고, 연말에는 돈도 풀면서 2026년에는 금리를 네 번, 심지어 한 번 더 인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컸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작년 한 해 금값은 거의 70% 올랐고, 재작년에도 40%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가 가팔랐습니다. 올해도 1월까지는 괜찮았는데, 1월 30일부터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트럼프가 지명할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Kevin Warsh)가 많이 거론됐습니다. 워시는 기존 파월 의장보다 훨씬 완화적이고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워시가 되면 본격적으로 돈이 풀리는 시기가 오겠다고 시장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월 30일에 막상 지명된 워시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오히려 매파적인 인물로 분류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장이 놀랐고, "어쩌면 금리를 안 내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그날 하루 만에 금값은 무려 10%, 은값은 30%나 폭락했습니다.
이후 7월까지 물가 지표도 좋지 않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를 안 하는 것을 넘어 금리 인상까지 할지도 모른다는 기조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금값 조정을 더 깊게 만들었습니다.
8월쯤 되자 물가 지표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고용 지표도 흔들리면서 사람들이 다시 기대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금값은 한때 4,000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가, 6월 이후 쭉 올라 4,700달러까지 찍었습니다.
최근에는 잭슨홀 미팅과 물가 지표 발표, 그리고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다시 금리 인상 우려가 나왔고, 금값은 4,500달러 부근까지 하락했습니다. 지금 금값을 가장 크게 흔드는 건 역시 금리입니다.
금리를 정확히 맞추는 건 당연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활용하는 게 좋은데, 패드워치툴(CME FedWatch)을 보면 올해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약 50% 정도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계속 바뀌어 왔습니다. 잭슨홀 미팅 전까지는 30%대였고, 미팅 후 60%까지 올랐습니다. 이후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유가가 폭등하자 물가가 오를 테니 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해져 68%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금리 인상에 대해 다소 일축하는 발언을 하면서, 연준 내에서도 인상파와 완화파가 대립하는 모습이 드러났고, 시장은 다시 기대를 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인상 확률은 50%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정리하면,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거의 반반이고, 올해 안에 금리를 안 올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9월에 금리를 올리면 차라리 다행이고, 올리지 않으면 시장이 놀라고 기뻐하면서 금값이 오르겠지만, 12월까지 금리 인상 우려가 나올 때마다 금값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말 온스당 5,300달러 안팎까지 갔던 금값이 9월 들어 물가 지표에 다시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래량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올해 1월이나 작년 말을 떠올려 보면, 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핸드폰을 보는 게 두려울 만큼 전화가 쏟아졌고, 매장에는 줄이 끝까지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래량이 그때의 1/10 정도로 크게 줄었습니다.
다만 최근 금액이 다시 탄탄하게 올라가고 있고, 올해 2분기에는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이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습니다. 수요 증가가 확인되면서 문의는 늘었습니다. 문의가 늘었다는 것이지, 거래는 아직 과거만큼 많지 않습니다.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느껴지지만, 아직은 시장이 조심스러워하는 상태입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문의하거나 거래했던 사람들의 데이터를 뽑아 보면, 최근 문의와 거래는 신규 고객이 거의 없습니다. 이전에 이미 금 투자를 해 왔고 꾸준히 해 온 사람들만 사고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지점입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코인이든 금이든, 자산 가격은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는 파동 형식으로 움직입니다. 횡보나 조정기에는 처음에 사람들이 공포에 많이 팔아요. 올해도 4월부터 6월까지 제가 금거래소를 차린 이후 이만큼 매도가 많았던 적이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6월을 지나 7월쯤 되면서 매도세가 서서히 줄었고, 지금은 그때만큼의 매도세가 없습니다. 공포에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습니다. 신규 매수자가 들어오지는 않는 시점이고, 지금은 관심조차 없는 무관심의 영역입니다.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존 템플턴은 보통 사람들이 크게 공포에 떨 때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공포가 만연해 사람들이 시장을 떠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가 가장 저평가된 시점이며, 그때 비로소 상승이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업계에 있으면서 느끼기에, 지금이 바로 그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저도 6월 22일, 회사의 유보금이 많이 쌓여 있던 터라 현금을 금으로 많이 바꿔 두었습니다. 가격이 충분히 저렴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단기 예측은 잘 못 맞추는 편이라 사고 다음 날 바로 떨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4,150달러였던 금값이 지금 4,500달러까지 올라온 걸 보면, 당시와 지금의 시장 상황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지금도 금 사기 좋은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금값이 4,000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다가 4,500달러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1,550원대에서 1,380원 밑으로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국내 금값은 예전만큼, 아니 예전 4,100달러 수준일 때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해외 금값이 오른 만큼 국내 금값은 아직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를 저평가이자 싸게 살 기회로 보고, 누군가는 금값이 아직 안 올랐으니 관심이 끌리지 않는 자산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건 금리입니다. 금리가 올라갈지 내려갈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어렵고, 확신이 섰을 때는 이미 가격에 반영된 뒤입니다. 그래서 예측해서 투자하기보다는, 금리 인상이라는 것의 본질을 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금리 인상 자체가 금값에 나쁠 거라고 많이 착각합니다. 일반인뿐 아니라 시장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금리 인상 우려가 나올 때마다 금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 데이터를 200년 가까이 뽑아 금값과 겹쳐 보면, 압도적으로 대부분의 금리 인상기에 금값은 좋았습니다. (정확히는 정책금리 이전의 콜금리 등 초단기 금리를 이어서 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금리 인상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기존 경제학의 설명 때문입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으니, 금리가 오르면 예금이나 채권의 매력이 커져서 금을 살 이유가 줄어든다는 논리입니다. 이 논리 자체는 틀린 게 없습니다. 문제는 금리를 올리는 주체, 즉 중앙은행을 빼놓고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금리는 중앙은행이 올립니다. 올해 한국은행은 금리를 두 번 올렸고, 미국은 연준, 일본은 일본은행이 올립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언제 금리를 올릴까요?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의 최종 목표는 물가 안정이고, 구체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2%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리를 올린다는 건 물가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중앙은행이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도 금리를 올렸던 시기를 보면, 경제가 너무 좋아서 올린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제는 그저 그런데 인플레이션만 치솟아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올린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경제가 탄탄한데 물가가 조금 올라서 금리를 올리는 걸까요, 아니면 지정학 문제, 관세, 공급망 재편 같은 비효율이 이어지면서 비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일까요? 후자는 역사적인 금 상승장과 가장 닮아 있습니다. 1930년대, 1970년대, 그리고 미국이 패권국이 아니었던 영국의 1780년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금리 인상 이슈가 나올 때마다 단기적으로 금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금값은 본격적인 회복과 랠리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 두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달러지수도 많이 떨어졌고, 특히 엔화가 엄청나게 떨어졌습니다. 1달러에 155엔대까지 가서 40년 만에 가장 싼 수준이 됐습니다. 일본은 왜 금리를 못 올릴까요, 그리고 올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지금 화폐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국가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미국, 일본,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재정이 좋지 않고, 특히 국가부채가 많습니다.
일본은 한때 돈을 무한정 찍어내도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제로금리였고, 그렇게 많은 돈을 뿌려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진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경제학의 거장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을 많이 뿌리면 화폐 가치가 낮아지고, 그 반작용으로 물가가 오르는 것은 필연이라는 뜻입니다. 시간이 걸릴 뿐, 뿌려진 만큼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미국, 프랑스, 유럽, 일본 모두 엄청나게 많은 화폐를 발행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 빚도 많아졌습니다. 여기서 금리를 올리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없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일본 국채를 사면 금리가 -0.1%입니다.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떼어 가는 셈입니다. 그런데 1년에 인플레이션이 1%라면, 1억 원을 넣어 두면 내년에는 돈은 줄고 물가는 오릅니다. 누가 일본에 돈을 빌려주고 싶겠습니까?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보다 더 높은 금리로 보상하지 않는 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며 금리가 강제로 올라갑니다. 이를 막는 방법이 있는데, 일본이 과거에 썼던 YCC(일드 커브 컨트롤)입니다. 중앙은행이 채권 금리의 상한을 0% 근처로 정해두고,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무한정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이건 일본만 한 게 아니고 1930년대 미국도 같은 방식을 썼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이미 발생한 상태에서 국채를 더 사들이는 것은 돈을 더 풀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꼴입니다. 결국 모든 문제가 인플레이션에서 시작되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습니다. 일본, 미국, 프랑스처럼 국가부채가 많은 나라에게 국채 금리 상승은 최악입니다.
개인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빚이 1천만 원이고 금리가 3%에서 4%로 오르면 기분은 나쁘지만 1년에 10만 원 더 내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빚이 10억이고 금리가 1%p 오르면, 이자 부담이 엄청나게 커져서 삶 자체가 크게 흔들립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국가부채 비율은 미국이 120%대로 2차 세계대전 직후보다 높고, 일본은 무려 250%, 프랑스도 100%를 넘었습니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도 100%를 넘었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주요국의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디폴트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서 디폴트는 꼭 "돈 못 갚겠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돈을 갚더라도 실질 가치가 크게 떨어져 받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10년 뒤에 갚기로 했는데, 그 사이 짜장면 가격이 만 원에서 10억 원이 된다면 돈을 갚았어도 받는 사람은 엄청난 손실을 본 셈입니다. 이것도 일종의 디폴트입니다.
최근 레이 달리오도 미국이 3년 안에 부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미국, 프랑스 등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고, 재정이 악화되고, 다시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최근 엔화, 달러, 주요국 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프랑스가 빚을 갚지 않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소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인류 역사에서 부채 비율이 100%를 넘은 이후 제대로 빚을 갚은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이 28년 만에 일본 국채를 사 주는 것이 화제가 됐는데, 자기 돈도 아닌 남의 나라 돈을 미국이 왜 사 줄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달러 시스템을 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영국이 패권국이었고,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올 때 가장 쉽게 패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금을 많이 모아 두고 "우리 화폐를 기축통화로 쓰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스페인에서 네덜란드로,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갈 때도, 그 이전 중세와 고대 로마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미국도 기축통화로 달러를 쓰면서 점점 달러를 많이 발행했습니다. 결국 미국이 발행한 달러를 금으로 다 바꿔 줄 수 없게 되자,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것이 닉슨 쇼크입니다. 사실 그때 미국은 거의 디폴트 상태였고 패권을 빼앗길 뻔했습니다. 하지만 대체할 국가가 없었고, 페트로달러 시스템으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지금까지 패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두 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첫째는 원유입니다. 금으로 바꿔 줄 수 없게 됐어도 석유는 달러로만 살 수 있도록 강제하면서, 강제적인 달러 수요가 생겼습니다. 둘째는 신용화폐 시스템, 즉 신뢰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공격할지언정 달러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달러 가치가 유지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물가가 20~30% 오르는데 금리가 10%라면 아무도 미국 국채를 사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기축통화국의 특징이 나옵니다. 기축통화국은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봅니다. 세상에 달러가 부족해지면 기축통화로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은 적자를 보면서도 다른 나라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 주고 달러를 세상에 뿌립니다. 그래서 "미국의 최대 수출품은 달러"라는 말이 나옵니다. 다른 나라들은 번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 주는 선순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환이 막히고 있습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데, 이를 감당할 만큼 금리를 올릴 경제 체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하고, 그 국채 이자를 적대국에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다른 나라들은 달러도 믿지 못하고 미국 국채도 매력이 없어 사지 않게 됐습니다.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지금의 화폐 시스템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임계점을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프렌드쇼어링이 나타납니다. 세계화 시대에는 효율을 우선해서 인건비가 싼 나라에 공장을 짓고 원자재가 싼 나라와 무역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보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동맹국끼리 뭉치고, 적국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많은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은 과거부터 미국과 통화정책을 많이 공조해 왔습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기 전에 일본이 2000년에 먼저 썼고, 이후 YCC나 주식·부동산 매입 같은 극단적인 정책, 마이너스 금리까지 먼저 실험했습니다. 미국이 쓰지 않았던 정책들을 일본이 먼저 써 보면서 미국과 일본은 끝까지 통화정책을 같이 갈 나라로 보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엔화를 사 주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엔화가 싸다는 게 일본 여행이 싸진다는 것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과거라면 일본 수출이 유리해져서 한국에 부정적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그 정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싸도 적국이면 사 주지 않고,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되면 싸도 살 수 없습니다. 러시아를 보면, 금과 가스가 싼데도 스위프트에서 배제돼 사고 싶어도 못 삽니다. 또 옛날 스팀 게임 플랫폼에서 러시아 루블로 결제하면 싸다고 해서 결제하려 했더니 결제가 되지 않았던 경험처럼, 결제 시스템이 다르거나 이해관계 때문에 거래가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보호무역주의로 관세를 150%씩 매기기도 해서, 가격은 싼데 실제로 살 때는 더 비싸게 느껴지는 괴리가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환율 전쟁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이웃 거지 만들기' 정책이 있었고,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만 오르고, 일본처럼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하고, 재정이 악화되고, 다시 환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엔화 저평가가 한국에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그 안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를 하고 있으며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이렇게 통화 가치가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까요? 보통 이런 시기에는 여러 대안이 있습니다. 금도 있고, 과거에는 없었지만 암호화폐 같은 새로운 자산도 떠오르고, 주식이나 부동산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대부분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금은 특히 좋은 편이고, 다른 자산군들도 대체로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최악의 투자는 보통 현금입니다.
지금 진행되는 프렌드쇼어링이나 리쇼어링, 즉 다른 나라에 지었던 공장을 자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흐름은 사실 모든 것을 비효율로 몰아갑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과거는 효율의 시대였습니다. 효율만 좋다면 원수의 나라에서도 공장을 짓고 원자재를 사올 수 있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이 잘 이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호무역주의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효율 덕분에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제 정반대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물건을 만들어도 가격이 더 비싸지거나, 똑같은 돈을 쓰고도 제품의 품질이 낮아지는 상황이 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하고,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의 부채 문제,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탈세계화의 흐름, 기축통화국이 흔들리는 탈달러 흐름은 하나하나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큰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내 자산을 온전히 지켜줄 수 있는 자산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봐야 합니다. 5천 년 동안 최고의 대안이었던 금도 한 번쯤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을 생각해 볼 만한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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