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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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르키예는 최근 13년간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과도한 통화 발행, 리라화 폭락, 물가 급등으로 경제가 망가졌고, 외국인 이탈 후 개미 유입으로 주가가 지탱됨. 리라 기준 상승은 달러·금 기준으로 보면 실질 수익이 낮고 중산층이 붕괴됨. 한국 주가 상승이 실적 기반인지 유동성·화폐불신 기반인지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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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종훈입니다. 최근 OECD 국가 가운데 지난 10여 년간 주가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어디일까요? 아마 미국을 떠올리신 분들이 많을 것 같고, 최근 많이 오른 한국이 아닐까 기대하신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주가지수가 OECD 국가 중 상승률 1위를 차지했고, 개인 투자자가 2년 만에 네 배로 늘었으며, 연기금의 주식 투자 의무 비중이 세 배로 올라간 나라가 있습니다. 과연 어떤 나라일까요?
경제가 잘 나가는 나라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경제가 망가져서 가장 힘든 나라가 바로 정답입니다. 튀르키예입니다. 튀르키예는 지난 10여 년간 주가지수가 계속 올랐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230만 명에서 930만 명으로 늘었는데,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단 2년 만에 이 정도 속도로 늘어난 겁니다. 그리고 국가가 연기금에 직접 지시를 내렸습니다. 주식 투자 의무 비중을 10%에서 30%로 늘리라는 명령을 2023년에 내린 겁니다. 그러자 주가는 한도 끝도 없이 올랐습니다. 문제는 경제가 망가졌다는 점입니다.
튀르키예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3년부터 따져보겠습니다. 튀르키예 주가지수 BIST100은 지난 13년 동안 1,795% 올랐습니다. 19배가 된 셈입니다. 헝가리가 680%로 2위, 일본 닛케이는 410%, 미국은 366%, 한국은 332%입니다. 한국도 최근 2~3년 많이 올랐지만, 튀르키예는 그 어느 나라보다 훨씬 많이 오른 겁니다. 그런데 주가는 이렇게 오르는데 경제는 왜 이렇게 엉망일까요? 이 상승의 비밀과 튀르키예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파헤쳐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모든 이상 현상은 돈을 너무 많이 찍었기 때문입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에게 계속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돈을 더 찍고, 훨씬 더 찍으라고요. 중앙은행 총재가 "이 상황에서 돈을 더 찍으면 물가만 오르고 경제는 망가진다, 더 이상 찍을 수 없다"고 반기를 들자, 에르도안은 총재를 해임했습니다. 새로 임명된 총재도 "더 이상 금리를 내리면 튀르키예가 망한다"며 맞서자 또 잘라버렸습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들은 정말 강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1년에 이르러서는 끊임없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주가와 부동산을 부양했습니다.
돈을 찍으면 자산 가격이 먼저 오르고 물가는 한두 해 뒤에 오릅니다. 그래서 처음엔 국민들이 신나죠. 튀르키예도 그 속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다시 이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을 이렇게 많이 풀면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뛴다는 겁니다. 경제가 박살 난 겁니다.
그 결과 환율을 보면 2013년에는 1달러를 사는 데 2리라만 있으면 됐는데, 지금은 46리라가 있어야 1달러를 살 수 있습니다. 리라화 가치는 96% 추락했습니다. 이걸 한국에 대입하면 지금 1달러 1,500원이 37,500원이 된 셈입니다. 튀르키예 국민 전체가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된 겁니다. 리라화를 들고 있던 사람들은 돈이 휴지조각이 된 상황을 13년 동안 겪은 겁니다.
튀르키예에서 말도 안 되는 저금리가 이어진 건 2022년이 핵심입니다. 당시 기준금리는 9%였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5.5%에 달했습니다. 기준금리는 반드시 물가보다 높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가 상승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연필이 100원인데 내년에 200원이 된다고 해봅시다. 금리가 9%라면 은행에 맡긴 100원은 1년 뒤 109원이 되지만, 연필값은 200원이 됩니다. 그러면 지금 연필을 사두는 게 현명하겠죠. 그래서 물가가 더 오르게 됩니다. 물가가 85% 올랐다는 건 돈의 가치가 거의 반으로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예금 탈출이 일어났습니다. 리라화 예금을 들고 있으면 바보가 되니까, 사람들은 달러 예금으로 옮겨 갔습니다. 2012년 35%였던 달러 예금 비중이 2021년에는 68%가 됐습니다. 리라화 가치가 날마다 떨어지니 모두가 달러를 확보하려고 난리가 난 겁니다. 리라화를 현금으로 들고 있는 건 바보짓이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뭔가 실물을 사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됩니다.
그래서 주식 투자자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2021년 230만 명에서 2023년 930만 명이 됐습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주식이 좋아서 투자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리라화 가치가 해마다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 그나마 주식이 가치를 지켜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완벽하게 보존된 건 아니지만, 리라화를 들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겨 매달 40만 명씩 주식 투자자가 늘어난 겁니다. 돈 가치가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 이게 튀르키예 사람들이 지난 13년간 내몰렸던 상황입니다.
주식보다 더 인기가 있었던 건 금입니다. 이스탄불 귀금속 상회나 월드골드카운슬의 데이터를 보면 튀르키예 개인이 보유한 금은 무려 5,000톤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장롱 속에 숨겨둔 것이라 완벽한 통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입한 금의 양에서 유출된 양을 빼는 방식으로 간접 추정해 보면 이 정도가 나옵니다. 그 가치는 무려 500억 달러입니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이 104톤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1인당 GDP가 우리보다 훨씬 낮은 나라인데도 말입니다. 사람들이 리라화보다 금이 낫다고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정부는 금 수입을 규제했습니다. 그래서 튀르키예 금값은 세계 금값보다 훨씬 더 올랐습니다. 리라화로 평가한 금값은 지난 13년간 83배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주가 상승에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금 제도까지 건드렸습니다. 튀르키예 연금은 정부가 매칭해서 보태주는 돈이 따로 있는데, 이 매칭 부분에 대해 의무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을 2023년 주가가 떨어지자 10%에서 30%로 강제로 올려버렸습니다. 그 결과 연금 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은 15%에서 29%까지 올라갔습니다. 2021년에서 2023년 사이 연금 자산의 주식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가 된 겁니다.
주가는 올랐지만 경제에 좋았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물가입니다. 돈을 마구 찍고 뿌렸으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2026년 2월 발표된 공식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32%입니다. 그런데 튀르키예 경제학자들이 모여 정부 통계를 못 믿겠다며 자체 계산을 했더니 54%가 나왔습니다. 정부 발표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자 통계청은 이 경제학자들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승인받지 않은 통계를 처벌하겠다는 입법도 진행 중입니다. 품목별 물가도 정부가 절대 발표하지 않아서, 국민들은 어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법원이 품목별로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도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돈 가치가 날마다 떨어지니 금은 유일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2023년 8월에 금 수입 쿼터제를 도입해 수입량 자체를 정해버렸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주얼리 형태로 금을 들여오거나 밀수를 하고, 장롱에 넣어두면 절대 꺼내지 않게 됐습니다. 국민과 국가 사이에 금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진 겁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자 결국 기준금리를 50%까지 올렸습니다. 2026년 현재 10년물 국채 금리는 31.5%,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6.6%에 이릅니다. 이렇게 금리가 높으니 가게와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납니다. 금리가 36.6%라면 빚이 2~3년마다 두 배, 네 배, 여덟 배로 불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 법정관리 기업은 전년 대비 76% 증가해 사상 최대를 경신했고, 은행의 부실채권도 48% 늘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대기업 중 좀비 기업 비중도 18%에 달합니다. 이런 금리에서 누가 돈을 빌려 장사를 하겠습니까. 경제가 파탄 날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1,790% 올랐다는 건 19배가 됐다는 뜻입니다. 2013년에 100을 넣었다면 지금 1,890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주식 투자자가 때돈을 벌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라화 가치가 완전히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100을 넣었을 때 78밖에 안 됩니다. 금으로 환산하면 금값이 8배 넘게 올랐으니, 튀르키예 BIST 지수는 사실상 23%로 떨어진 겁니다. 결국 OECD 1위의 주가 상승률이라는 건 글로벌 통화나 금을 기준으로 보면 형편없는 수익률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튀르키예에서 누가 승자였을까요? 금에 투자했다면 8배, 달러를 보유했다면 24배가 됐습니다. 현금을 달러로 갖고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주식보다 나았을 겁니다. 주식에 투자했다면 19배, 물가는 16배 올랐습니다. 다만 이 물가는 정부 발표 지수이니, 경제학자들 말대로라면 실제로는 30배 이상 올랐을 수도 있습니다. 리라화 예금을 따박따박 저축한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벼락거지가 된 겁니다.
그 사이 외국인 투자자는 떠났습니다. 2011년 튀르키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65%였습니다. 그런데 2023년에는 29%, 2025년에는 17%로 줄었습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튀르키예 지수는 떨어졌으니, 외국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돈을 찍어 주가를 끌어올리면 결국 통화 가치가 휴지가 된다는 사실을요. 외국인이 떠난 자리는 930만 명의 튀르키예 개미들이 채웠습니다. 이들이 주식을 사주면서 주가가 올랐지만, 달러로 따지면 떨어진 것이니 이 개미들이 승자인지도 애매합니다. 그래도 주식을 안 사고 현금만 쥐고 있던 사람보다는 훨씬 많이 벌었습니다.
결국 튀르키예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갈렸습니다. 자산을 가진 쪽은 완전한 승자였습니다. 주가는 19배, 집값은 20배쯤 올랐으니, 집이나 주식을 가진 사람은 대박이 났습니다. UBS 조사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개인 자산 증가율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혜택은 상위 1%에게만 돌아갔습니다. 리라화 기준 100만 장자는 1년 새 49% 늘었지만, 중산층은 완전히 붕괴했습니다. 중위 자산의 실질 가치는 21% 떨어졌는데, 이는 유럽에서 유일한 감소 현상입니다. 최저임금이 기하선보다 낮은 이상한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상위 10%가 부의 68%를 갖고 있고, 하위 50%는 순자산의 고작 2.6%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 하위층은 생계형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오를 때 튀르키예 경제는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2021년까지 11.4%였던 성장률은 2024년 3.2%로 떨어졌습니다. 3.2%면 높아 보이지만, 전보다 낮아지면 체감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2026년 3월 발표된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습니다. 2026년 5월 중동연구소는 "2018년부터 이어진 침체가 2026년에 최악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산 가격이 폭등했으니 사람들이 부자가 됐다고 느껴 돈을 써야 하는데, 오히려 경제는 얼어붙었습니다.
튀르키예 GDP의 약 1에 해당하는 금이 장롱 속에 잠자고 있습니다. 500억 달러에 이르는 금이 한 번 장롱에 들어가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은행 시스템 밖으로 돈이 빠져나가면 금리를 잡기도 어려워집니다. 2023년 한때는 총수입의 20%가 금이었습니다.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10년이 왔습니다. 1인당 GDP는 2013년 정점을 기록한 뒤 23년이 지나서야 회복됐습니다. 10년간 1인당 GDP가 늘기는커녕 제자리걸음을 한 겁니다.
출산율도 급락했습니다. 2001년 2.38이던 합계출산율은 2025년 1.42로 떨어졌습니다. 무슬림 세계 평균이 2.9인 것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청년들이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3년간 집값은 20배나 올랐는데 월급은 그대로였습니다. 자산 가격만 폭등하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 경제에서, 청년들이 꿈을 갖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무슬림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게 된 겁니다.
주가가 오르는 방식은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익이 늘어나 실적이 좋아지면서 오르는 가장 건강한 상승입니다. 둘째, 유동성에 의한 상승입니다. 정부가 돈을 엄청나게 뿌리거나 중앙은행이 새 돈을 마구 찍어내면서 생기는 상승입니다. 셋째, 탈출에 의한 상승입니다. 돈 가치가 날마다 떨어지니 "이 화폐는 못 믿겠다, 주식이나 달러를 사자"며 몰려가는 상승이죠. 이게 제일 무섭습니다. 튀르키예는 지금 첫째가 아니라 둘째와 셋째에 의한 상승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다행히 한국의 경우 HBM 업체들의 주가 상승은 실적으로 충분히 설명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주가 상승이 유동성이나 화폐 불신 때문인지, 아니면 HBM 등 우리 기업들의 실적 덕분인지 구별해 볼 질문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달러나 금으로 환산해도 주가가 여전히 오르고 있는가? 둘째, 이 상승이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나타난 것은 아닌가? 셋째, 외국인이 떠난 자리를 누가 채우고 있는가? 이 질문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주가 상승은 지금까지는 튀르키예와 달리 HBM 기업들과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잘하고 실제로 돈을 잘 벌어서 일어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것이 유동성에 의한 억지 상승이 아니라 실적에 의한 진짜 상승이 되려면, 증시만 오르는 게 아니라 금리와 환율도 안정돼야 합니다. 금리와 환율은 불안한데 주가만 오른다면, 그건 좋은 상승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주가가 우리 경제가 실제로 좋아진 것을 착실하게 반영해서 오르는 그런 경제가 되기를 기원하며 오늘 지식한방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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