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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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코스피·코스닥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발동 속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60.5조, 영업이익률 76.3%)을 냈음에도 주가가 급락. 연기금 순매수와 금융투자 레버리지성 매수가 지수를 반등시켰으나 지속성은 불투명. 메모리는 사이클 산업이라 실적 정점에서 주가가 자주 꺾였고(2018년 사례), 추정 PER 4.5배의 '싸다'는 주장은 함정일 수 있음. PBR도 장치산업 특성상 중요. 회복 여부는 이익 전망치 상향 지속과 범용 D램 현물가, 중국 CXMT의 추격 속도에 달림. 명시적 가격 예측은 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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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은 우리나라 증시에서 사상 최악의 날 중 하나였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쪽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 이건 사상 초유의 현상입니다. 더군다나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이익을 냈기 때문에 이 주가 폭락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겠죠.
먼저 7월 29일 코스피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나오자마자 증시는 살짝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6,200까지 반등했던 코스피가 5,200선까지 떨어졌습니다. 단번에 1,000포인트가 내려온 것이니 정말 충격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결국 5,600선으로 마감했습니다.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연기금이 순매수를 한 겁니다. 원래 연기금은 7월부터 주식을 리밸런싱, 즉 주식을 내다 판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3조 원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국민연금만 지수를 올린 게 아니라 금융투자의 순매수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금융투자가 1조 8,000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이쯤 되면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들이 개별 종목 레버리지에 들어와서 그 돈이 금융투자의 순매수로 잡힌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7월 29일의 반등이 과연 건강한 것이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원래 연기금의 순매수는 아주 좋은 신호입니다. 하락장의 마지막에 연기금이 등판해서 주식을 왕창 사 주면 그때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반등했습니다. 그런데 지식한방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서 새로 살 수 있는 여력이 굉장히 약화된 상태입니다. 더구나 금융투자의 순매수가 대부분 단일 종목 레버리지라면 장기간 보유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그 자체로 돈을 잃게 되어 있어서, 기껏해야 사흘 내에 팔아 버려야 하죠. 그러니 이번 반등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의 반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억지로 만든 반등 신고도 6,890에서 5,663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이날도 결국 폭락으로 끝난 셈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겁니다. 증권사 기대치 64조 원보다는 좀 못 미친 60조 원의 실적을 냈는데, 고작 이 정도 때문에 주가가 하루 만에 떨어지고 고점 대비 53%나 하락하는 게 과연 정상일까요? 이 이유를 다뤄 보려고 합니다.
물론 주가를 예측하려는 건 아닙니다. 지금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증시 부양에 나선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여력이 약화돼 있고 레버리지까지 투입됐기 때문에 변동성은 훨씬 커질 겁니다. 사실상 지금은 예측이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에요. 다만 SK하이닉스가 좋은 실적을 내고도 왜 주가가 폭락했는지는 오늘 짚어 보겠습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정말 엄청납니다. 마이크론이 81.2%로 거의 세계 1등인데, 바로 2등이 SK하이닉스로 76.3%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하냐면, 엔비디아의 65%, TSMC의 60%, 그리고 삼성전자의 52%를 월등히 능가하는 수치입니다. 영업이익 60조 원도 대단하지만, 영업이익률 76.3%는 정말 놀라운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7월 2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처음 실적 발표 효과로 156만 원대에서 161만 원대까지 살짝 올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해서 124만 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한 번에 23%가 떨어진 겁니다. 이건 비트코인 같은 게 아니에요. 대한민국 시총 2위 회사가 그렇게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시가총액은 수백조 원대입니다. 장 막판에 연기금이 들어오고 레버리지로 추정되는 자금이 들어오면서 간신히 140만 원대까지 끌어올렸죠.
하루 등락폭이 23%라면 그 돈이 얼마냐? 약 240조 원이 왔다 갔다 한 겁니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이 720조 원인데, 그 3분의 1이 단 한 종목, SK하이닉스에서 한 방에 증발했다가 간신히 회복된 거예요. 대한민국 1년 예산에 맞먹는 시가총액이 한순간에 증발할 수 있는 시장, 그러니 코스피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코스피 전체로 넓히면 7월 29일 하루 동안 무려 700조 원이 넘는 돈이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처음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는 7월 7일 무려 89조 원이 넘는 실적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도 60조 5,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실적을 냈습니다. 증권가에서 64조 원 정도를 기대했는데 약간 못 미쳤다고 해서 당일 6%대 하락, 고점 대비 53%, 즉 반토막 넘게 빠진 겁니다. 이쯤 되면 지금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이 실적 다음을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죠.
많은 증권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해에 주가가 대폭락했던 게 처음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일어났죠. 왜일까요?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 20조 8,000억 원이라는 최고 실적을 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97,700원에서 61,000원으로 떨어지면서 그해에만 38%가 빠졌습니다. 그 뒤로도 더 떨어졌죠. 2026년의 현상과 낯설지 않죠? 분기이익 60조 5,000억 원은 분명 사상 최대인데, 주가는 300만 원 근처에서 140만 원으로 떨어져 53%가 빠졌습니다. 하이닉스에 대해 조금만 연구했다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때 주가가 급락한 적이 정말 많았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오해가 생깁니다. 첫 번째는 "이렇게 싼데 왜 파느냐"는 오해이고, 두 번째는 "과점인데 왜 파느냐"는 오해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주가가 싸다 비싸다를 판단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지표가 PER, 주가수익비율입니다. 지금 주가가 1년 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는 거죠.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1년 동안 100조 원을 벌었는데 시가총액이 450조 원이라면 PER은 4.5배입니다. PER이 낮을수록 싼 주식이라고 보는 거죠.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올해 이익은 약 240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4.5배를 곱하면 1,00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10배에서 20배 정도를 가져가는 걸 생각하면, 4.5배는 정말 싸 보입니다. 올해 이익 240조 원에 PER 10배만 되어도 시가총액은 2,400조 원,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올라도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작년 이익 대비 주가는 13배입니다. 작년에는 실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4.5배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3분기, 4분기 실적을 증권가가 추정해서 계산한 값입니다. 그래서 확정된 PER이 아니라 추정 PER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비밀이 있습니다.
2018년에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추정 PER은 4.6배밖에 안 됐습니다. 그때도 많은 전문가들이 "4.6배밖에 안 되는데 미국 빅테크는 15배, 20배다, 그러니 SK하이닉스도 주가가 세 배는 올라야 한다"고 말하며 투자를 권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주가는 38%가 떨어졌고, 이후 더 떨어져 총 42%가 빠졌습니다. 거의 반토막이었죠. 마이크론도 PER이 5배까지 떨어지면서 싸 보였지만 주가는 56%나 빠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떨어지기 직전은 대개 실적이 엄청 좋았을 때입니다. 실적이 최고조일 때 시장은 미리 주식을 팔아 버립니다. 이게 메모리 반도체의 지난 20년 역사입니다. 그래서 실적이 최고치일 때 PER은 일시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그게 결코 싼 게 아니었다는 게 나중에 드러납니다. 사이클에 따라 실적이 내려오면 결국 주가는 급락합니다. 수십 년 동안 반복된 현상이죠. 그런데도 또 "4.5배니까 15배는 간다"고 말하는 건 단순 무식한 접근입니다.
더 중요한 건 이겁니다. SK하이닉스 고점 298만 원 때 PER은 얼마였을까요? 당시 추정 이익은 주당 31만 5,000원이었습니다. 298만 7,000원을 31만 5,000원으로 나누면 약 9.5배입니다. 미국 빅테크라면 9.5배도 괜찮습니다. 빅테크는 사이클 산업이 아니고, 지금까지 이익이 계속 늘어났으니까요. 그런데 사이클이 큰 산업은 주가 변동폭이 워낙 커서 그 때문에 저평가를 받아 왔던 겁니다. 그러니 호황 사이클에서 9.5배는 과도하게 간 것입니다.
왜 가능했을까요? 국민연금이 무지막지하게 주식을 사 두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주식 비중이 14.4%, 혹은 4%대여야 할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이번에는 31%까지 올라갔습니다. 통상 비중의 두 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주식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PER이 9.5배까지 갈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외국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160조 원어치 주식을 팔고 빠져나갔습니다. 국민연금이 가진 초과 비중이 결국 독이 된 겁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지 않으면서 외국인에게만 돈을 벌게 해 준 셈이죠.
결국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요? 사이클 산업에 대한 두려움이 살아나면서 PER은 9.5배에서 4.5배까지 다시 낮아졌습니다. 물론 저도 HBM이 더 이상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 미국 빅테크처럼 계속 성장하는 산업으로 바뀌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시장은 수십 년 동안 사이클 산업이었기 때문에 "사이클이 또 작동하면 어떡하나"라는 공포를 갖고 있습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탈출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한 거죠.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HBM은 디램과 달리 사이클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희망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닙니다. 다만 외국인들은 지금 비쌀 때 팔고 일단 수익을 챙긴 뒤, HBM이 진짜 성장 산업이라는 게 증명되면 싸진 주식을 다시 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이클 산업에 투자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가장 싸 보일 때, 즉 PER이 낮을 때가 오히려 정점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생각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바닥은 언제일까요? 가장 비싸 보일 때가 바닥인 경우가 많습니다. 2019년 SK하이닉스의 PER은 22배였습니다. 주가가 너무 비싸 보였죠. 그런데 이때가 저점이었습니다. 이후 주가는 계속 올라 66%가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은 PER만 보면 안 됩니다. PBR, 즉 주가순자산비율도 함께 봐야 합니다. 많은 증권 전문가들이 "미국 기업들은 PBR을 쓰지 않는다, 아직도 옛날 지표를 보느냐"고 말합니다. PBR은 주가를 장부가치로 나눈 지표라서 원시적으로 보이기는 하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PBR이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유는 대한민국 주력 산업이 자본이 엄청나게 투입되는 장치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해 계속 돈을 넣어야 하고, 자본 투입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경쟁에서 뒤처집니다. 그래서 장부가 대비 주가가 얼마인지를 보는 PBR이 중요한 지표입니다.
미국에서 PBR이 덜 중요해진 이유는 빅테크 산업이 장치에 크게 투자하지 않고도 막대한 이익을 냈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독점 기업이라 새 설비에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되었죠. 그래서 "PBR 따위 보지 않는다"는 말이 미국 빅테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은행이나 자동차처럼 전통 산업은 여전히 PBR을 봅니다.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장치 산업이기 때문에 PBR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주가가 크게 오르면 PBR도 높아지니까, 증권 전문가들이 "언제 적 PBR을 보느냐, PER만 보면 된다, 주가는 무조건 오른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이렇게 확증 편향을 자극해서 주가가 가장 비쌀 때 주식을 사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최근에는 미국도 AI 산업에 데이터센터 등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고 있어서, 미국 빅테크도 PBR을 봐야 하는 세상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수십 년 동안 반복된 현상을 무시하고 "무조건 새로운 세상이 왔다"고 보기보다는, 순환이 여전히 작동할 수도 있고 새로운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식으로 시각을 넓히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회사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 세 곳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과거엔 회사가 많았지만, 삼성전자가 잘하면서 경쟁자를 몰아냈고, 이제 과점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과점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확 떨어진 적이 없어서 주가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건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다만 중국 창신(CXMT)이 시장 점유율을 8%까지 늘리고 있다는 점은 과점이 계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가 놀라운 실적을 내고도 왜 주가가 떨어졌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분명 PER 4.5배로 그 어느 때보다 낮은 때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분모입니다. 주가는 결국 분모, 즉 이익이 커져야 정당화됩니다. 회복 신호가 나오려면 이익 전망치 상향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꽤 많이 올라가면서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났다는 걸 증명해야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험 신호는 이익 전망치가 하락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익 전망치가 끝없이 올라가고 있는지를 보는 게 앞으로 SK하이닉스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겁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범용 디램의 현물 가격을 계속 지켜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 다룰 중국 창신(CXMT)의 추격 속도도 굉장히 중요할 겁니다.
"PER이 낮으니 싸다"는 말은 매번 정점에서 나왔던 말입니다. 이번에는 다르기를 저도 바랍니다. 특히 지금까지 반도체 주가에 물리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진짜 달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사이클을 충분히 공부해서, 2018년에 어떤 일이 있었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대조하고 비교하는 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박종훈의 지식한방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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