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SoftdragonSOD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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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CBRS)는 웨이퍼 크기 칩으로 H100 대비 코어 52배, 성능 우위를 주장하며 엔비디아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소개. 다만 쿠다 생태계 해자, 불확실성, 상장 연기 및 막대한 기업가치(약 80억 달러)를 지적. 엔비디아 하락 가능성은 브로드컴 등 다른 경쟁자에 의한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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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보다 20배 뛰어난 칩이 등장했다는 주장
엔비디아보다 20배 뛰어나고 딥시크 성능에 57배를 낸 괴물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라면 안 믿을 것 같아요. 그렇게 대단하다면 벌써 GPT를 깨갱시킨 딥시크 사태처럼 난리가 났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아시는 분은 이미 알고 계신 세레브라스입니다. 이들은 작년 갈 CBRS라는 신호로 나스닥에 상장 신청을 했어요. 언론사들에선 포스트 엔비디아라고 불렸고, 이들도 등록 신고서에 "우리의 경쟁자는 엔비디아"라며 무려 12번이나 엔비디아를 언급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자신감을 보여줬습니다.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5년 동안 다섯 배 정도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슬슬 위협적인 경쟁자가 등장할 때가 되긴 했죠.
세레브라스는 어떤 회사인가
그러면 이 세레브라스는 어떤 회사냐? 그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우리는 AI 훈련 및 추론 반도체를 만듭니다. 복잡한 AI에도 사용하기 쉬운, 업계 최고의 슈퍼컴에서 연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합니다. 우리는 현재 상용 기술로는 얻을 수 없는 속도를 자랑합니다." 사실 제가 두 차례 다룬 적이 있고, 세레브라스의 앤드류 펠드먼 대표님께서 직접 고맙다고 저한테 메일을 보내 주신 걸 제가 두고두고 자랑하고 있거든요. 자, 그러면 정말 세레브라스는 엔비디아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먼저 현재 상황부터 파악해 봅시다.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와 세레브라스의 전략
엔비디아는 현재 AI 가속기 시장을 거의 전부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니 가격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세레브라스 측이 엔비디아에 비해 내세우는 강점은 훨씬 더 저렴한 가격과 더 높은 성능입니다. 그들의 기술은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한데요. 우리 핸드폰 안에 들어 있는 반도체 칩의 트랜지스터는 약 200억 개입니다. 트랜지스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능은 더 좋아집니다. 세레브라스는 "그냥 칩 면적을 크게 만들어 버리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래서 가로 세로 20cm 수준, 거의 웨이퍼 하나만 한 거대한 칩을 만들었습니다. 트랜지스터 수는 약 4조 개 이상이에요. 증권 신고서에 낸 데이터를 보면 엔비디아 H100보다 코어는 52배, 메모리 대역폭은 7배 등 말도 안 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협적인 경쟁자의 등장은 고객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죠.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엔비디아 칩은 비싸도 줄 서서 사야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들도 구형 칩으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칩 하나에 5천만 원씩 하니까요.
기술적으로 정말 뛰어난가
본론으로 돌아와서, 세레브라스가 정말 기술적으로 뛰어난가? 엔비디아를 잡을 만한가? 세레브라스의 웨이퍼 스케일 엔진, 줄여서 WSE-3는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고, 90만 개의 연산 코어와 4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췄습니다. 숫자가 감이 잘 안 오시죠. 몇 조 개씩 하니까요. 극단적인 예를 들면 최신 아이폰 칩의 코어 수는 여섯 개 정도예요. 최신 상용 그래픽카드인 RTX 5090의 CUDA 코어는 제가 기억하기로 2만 개가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거인이 소인보다 강한 것은 당연하죠. 웨이퍼 한 장을 통째로 칩으로 쓰니까 연산 능력이 엄청난 게 당연합니다.
칩 간 통신도 필요 없고, 메모리 병목 현상도 거의 없어요. 데이터 이동 시간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44GB의 온칩 SRAM을 탑재했어요. SRAM은 엄청나게 비쌉니다. SRAM과 DRAM의 차이를 비유하자면, DRAM은 ATM기이고 SRAM은 지갑이에요. 당장 현금이 필요한데 ATM기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SRAM은 지갑이라서 많이 넣을 순 없지만 금방 꺼낼 수 있죠. 대신 엄청 비쌉니다. 이게 44GB나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125 페타플롭스의 성능을 제공하는데, 페타플롭스가 뭐냐면 1초에 1천조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수행한다는 뜻이에요.
페타플롭스니 부동소수점이니 어려운 용어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만약 컴퓨터가 원주율을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주율은 3.14159265...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잖아요. 이렇게 소수점이 있는 숫자를 컴퓨터가 계산하는 방식을 부동소수점 연산이라고 합니다. AI는 얼마나 많은 부동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미지 하나를 두고 고양이일 확률이 80.4%, 강아지일 확률이 15.5%, 여우일 확률이 4.1%라고 판단한다면, 이런 소수점 단위를 처리해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AI는 소수점 계산을 해야 되는 거예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엔비디아 H100이 1페타플롭스 정도니까 세레브라스가 125배 성능이 좋겠네, 라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스펙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FP64, FP32 같은 연산 정밀도에 따라 값이 달라지거든요. 중요한 점은, 세레브라스가 기존 GPU보다 57배 더 나은 처리 능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는 거예요. 자기 강점은 높은 수치로, 남의 강점은 낮은 수치로 비교하는 건 흔한 방식이긴 하니까요. 여하튼 저는 개인적으로 이들의 기술적 해자가 이 거대한 칩을 만드는 능력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반도체는 하나만 불량이 들어가도 불량이잖아요. 그런데 이 거대한 칩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근 발표한 수율 문제를 극복한 방법을 보면, 세레브라스는 스페어 코어, 즉 예비 코어를 만들어 고장 난 자리에 투입해서 작동시켰어요.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칩들도 일부 코어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H100의 경우에도 살아 있는 코어는 92% 정도고 8% 정도는 비활성화되어 있어요. 세레브라스는 93%죠. 1% 차이긴 하지만, 이 거대한 웨이퍼에서 이 정도로 코어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 기술적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불확실성과 소프트웨어 장벽
다만 엔비디아를 채울 수 있냐, 상장하면 살 거냐고 묻는다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는 애플 생태계보다 더 강력한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로 고객들을 락인시켰잖아요. AI를 구동하려면 GPU만 딱 꽂는다고 끝이 아니거든요. AI 모델을 GPU가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쿠다입니다. 이미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쿠다에 익숙해져 있는데, 쿠다를 버리고 다른 걸 쓰라면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세레브라스, 텐스토렌트 같은 후발 주자들은 파이토치나 텐서플로 같은 것을 그대로 쓰게 해 준다면서 쿠다 생태계를 모방하거나 우회하는 전략을 쓰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코딩을 다시 할 필요 없이 쓰던 걸 그대로 써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쿠다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생태계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성능 이상으로 넘기 어려운 벽입니다. 이것이 엔비디아가 세계 최강인 이유 중 하나죠.
세레브라스의 상장도 최근 연기됐잖아요. 공식적으로는 국가 안보 심사가 지체됐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건 제 추측인데, 최근 트럼프 리스크부터 요즘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그걸 이유로 상장을 미룬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레브라스는 2023년 매출이 약 7,800만 달러 정도 되고, 2024년 상반기 매출은 1억 3,640만 달러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이익은 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기업 가치는 벌써 80억 달러 수준, 원화로 따지면 11조 원 정도로 LG전자나 KT, SKT 정도의 시가총액이에요. 규모의 경제를 따져 본다면, 세레브라스가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물량을 대고 있는 엔비디아만큼 저렴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웨이퍼 칩 자체의 제조 단가가 높을 테니까요.
왕좌는 언제든 바뀐다
다만 영원한 왕자는 없듯이, 엔비디아 역시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스타트업들의 도전을 계속 받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역사가 늘 그래 왔듯 1등은 세계 2등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엔비디아가 혹시라도 내려가게 된다면, 그건 지금 2등인 브로드컴에게 자리를 빼앗기거나 퀄컴, AMD, 삼성이 아니라 전혀 예상 밖의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경쟁자는 지금 어느 허름한 창고에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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