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종훈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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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고점 신호를 점검하며 조정 가능성을 경고. 미국 주식 CAPE(케이프 지수) 38.6으로 역사상 고평가 구간(닷컴·대공항 직전 및 2021년 수준 이상), 버핏지수 210 역대 최고, PBR 5.38 역대 최고 등 전통 지표가 모두 고점 신호. 다만 AI 매매 증폭, 개인 투자자 유입(포모), 내부자 매도 증가로 고점이 위로 밀리는 특이 현상 발생 가능성.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한국은행 유동성 공급 여력 제한,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중반대로 감소해 코스피에 부담. 폭락 시 매도보다 숙면 가능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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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속도는 정말 무서울 정도입니다. 두세 주 전만 해도 코스피가 4천 간다, 5천 간다 하는 분들이 아주 많았죠.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한 연사가 4천 간다고 하니까, 다른 연사가 무슨 소리냐 5천 간다며 더 높게 부른 사람이 더 큰 목소리를 내면서 토론에서 이기는 장면도 봤습니다. 그만큼 5천 간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오늘 아침 기사 제목들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곡소리가 난다, 동학개미 죽게 생겼다는 식으로요.
이렇게 증시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공포나 환호에 휩쓸려 주식을 사고팔면, 자산이 녹아내리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특히 변동성이 커졌을 때 가장 위험한 투자 방식이 무엇이냐면, 폭락할 때 팔고 반등하면 아, 괜히 팔았다 하며 다시 사고, 또 떨어지면 파는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변동성 속에서 주가가 원래대로 돌아오더라도, 사고파는 과정에서 자산이 녹아내리는 경우가 놀랄 만큼 많습니다.
이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단단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기준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푹 주무실 수 있는 포트폴리오, 즉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면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자산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워런 버핏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주식 시장이 문을 닫고 1년 동안 거래가 안 된다 하더라도, 아무런 불안감 없이 가져갈 수 있는 주식이라면 그 주식을 사라. 이것이 바로 버핏의 아주 중요한 교훈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폭락장이 있었지만, 초반의 하락은 언제나 반등했습니다. 왜일까요? 일반적으로 폭락장은 버블의 끝에 찾아오는데, 버블의 끝에서는 제때 주식을 사지 못했다며 언제든 주식을 사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넘쳐나게 됩니다. 그래서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느껴지면 이런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떨어진 주가가 최소 절반, 심지어 두 배까지 회복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폭락장이 내일 올지 모레 올지를 미리 두려워하며 잠 못 이룰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증시가 보내는 고점 신호와 저점 신호는 항상 체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반등이 왔을 때 팔아야 할지, 더 사야 할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훨씬 간단합니다. 다른 것을 볼 필요 없이 원화 환율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화 환율은 7월 중순 1,350원 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7월 말로 가면서 환율이 갑자기 튀어 오르기 시작했고, 이것이 위험 신호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면 주가는 올라갑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바로 원화 환율입니다. 환율이 치솟기 시작하면 더 이상 돈을 풀기 어려워집니다. 7월 말부터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예전처럼 마음 놓고 돈을 풀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700억 달러였지만, 지금은 4,000억 달러를 간신히 넘기는 상황입니다. 외환시장에 더 개입하면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4로 시작하느냐 3으로 시작하느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4,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환율이 위로 오르려 할 때 더 이상 돈을 풀기가 정말 어려워진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환율은 코스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미국 시장은 훨씬 복잡합니다. 금리는 지난번에도 자세히 다뤘으니, 이번에는 금리를 제외하고 전통적으로 미국 증시의 고점 신호로 여겨지는 지표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시장 전체의 주가수익비율(PER), 버핏 지수, VIX 지수가 중요합니다. 오늘은 이 세 가지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PER(주가수익비율)**입니다.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번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0만 원이라면 PER은 10배입니다. 시장 전체의 PER은 시장에 있는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번 돈에 비해 시가총액이 얼마인지를 보여줍니다.
다만 1년 치 수익을 기준으로 하면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렵고, 노이즈도 많습니다. 그래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교수가 더 흥미로운 지표를 만들었는데, 대표적으로 CAPE 지수, 일명 실러 지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수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지를 나타냅니다.
그래프에 있는 것이 S&P 500 지수의 CAPE입니다. 이 그래프가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980년에는 이 지표가 5에 불과했습니다. S&P 500 기업들이 100원을 벌면 주가는 평균 500원이었다는 뜻이니, 주가가 엄청 쌌던 것입니다. 그런데 2025년 8월에는 38.6입니다. 100원을 벌어들이는데 주가는 무려 3,800원인 셈입니다.
이 CAPE가 30을 넘었던 것은 미국 역사상 딱 네 번밖에 없습니다. 대공황 직전, 닷컴 버블 붕괴 직전, 그리고 2021년 11월에 38을 기록했을 때입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5년 8월에 다시 38을 넘어, 2021년의 고점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2021년 11월과 지금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때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1.5%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4.3%입니다. 주식을 사지 않고 미국 10년물 국채를 사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금리가 4.3%입니다. 반면 CAPE가 38.6이라는 것은 S&P 500에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약 2.6%(38분의 1)라는 뜻입니다. 국채 금리가 4.3%인데, 미국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2.6%에 불과한 셈입니다. 그러니 2025년 8월의 38은 정말 높은 수치입니다. 반면 2021년 11월의 38은 기대 수익률이 2.6%였지만, 당시 금리가 1.5%였으므로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았습니다. 같은 38이라도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중요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도 있습니다. 장부가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데, 1.0이면 장부가와 주가가 같다는 뜻이고 5.0이면 장부가의 다섯 배라는 뜻입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때 5.0을 넘었는데, 그 뒤 한동안 훨씬 낮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올라 2025년 8월에 5.38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PBR로 봐도 굉장히 고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장부가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지표가 정말 의미 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습니다.
**둘째, 버핏 지수**입니다. 미국의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값으로, GDP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냅니다. 버핏 지수는 현재 210을 기록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치입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때는 142였는데,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미국에서 보통 135까지는 괜찮고, 135에서 160 사이는 약간 고평가, 160을 넘으면 상당히 고평가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최근 버핏 지수가 이렇게 높아진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버핏 지수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IT와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로 영어 콘텐츠를 보는 것도 그런 예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버핏 지수의 기준선이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입니다.
다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이 등장한 뒤 버핏 지수가 180 정도였는데, 이를 무시하고 210까지 올라갔습니다. 빅테크의 존재를 고려하더라도 210은 지나치게 높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셋째, VIX 지수**입니다. 흔히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지표로,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시장 변동성을 나타냅니다. VIX가 15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굉장히 낙관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낙관이 나쁜 것일까요? 과도한 낙관에 빠지면 결국 시장이 자만심에 빠졌다는 뜻이고, 그러면 더 많은 돈이 몰려 버블이 생기는데, 버블은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VIX가 15 미만일 때는 과열 상태가 아닌지 불안하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VIX가 30을 넘으면 과도한 불안과 공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VIX가 30을 넘었을 때 저점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30 이상이면 무조건 저점이라는 뜻은 아니고, 언젠가 저점이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로 15 이하라고 무조건 버블이 붕괴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에 빠져 주가가 무조건 오를 것이라 믿고 있을 때, 약간의 충격만 가해져도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상태, 그것이 VIX가 15 미만인 상태입니다.
이것만 보면 전통적인 고점 신호는 지금 모두 고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호들을 무시하고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AI 매매**입니다. AI는 증폭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같은 알고리즘의 AI들이 동시에 사고 판다면 추세가 강화됩니다. AI 매매가 생긴 뒤 이 증폭 효과가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오를 때는 좋지만, 하락할 때는 증폭 효과가 하락 방향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매도 스파이럴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AI 매매는 앞으로도 변동성을 크게 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 투자자의 지속적인 참여 확대**입니다. 주가가 오르니까 "나만 주식 안 샀네" 하면서 투자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좋게 보면 투자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 저변이 넓어지면서 예전에 고점이라고 판단했던 지표들이 무시되고, 계속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주가가 더 올라가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것을 나쁘게 말하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벼락거지 되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동안에는 고점이 점점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들어온 사람들은 하락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만 보면 16년 동안 줄곧 상승장이었습니다. 16년 내내 오르는 것만 본 것입니다. 30살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지금 45살이라면, 하락장을 한 번도 겪지 않은 투자자가 아주 많습니다. 이들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을 맞으면, 투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점을 높여 준 장점이 있는 대신, 떨어질 때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단점도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번엔 다르다"는 말**입니다. "AI는 다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는 말은 항상 고점에서 나왔던 말입니다. AI가 과연 다를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일이므로, 지금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전통적인 고점 신호를 살펴봤는데, AI 매매와 투자 대중화로 고점 자체가 위로 올라가는 특이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전통적인 고점 신호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기가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는 비전통적인 고점 신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코스피가 4천, 5천 간다는 말이 언제 가장 많이 나왔는지 기억하시나요? 코스피가 3,200을 돌파하며 기록을 경신할 때, 그때 4천 간다는 얘기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왜일까요? 증권사나 은행 소속 전문가들은 이미 매매를 다 끝내 놓은 뒤에야 하우스 뷰(회사의 공식 전망)를 냅니다. "이제 나가서 코스피 5천이라고 말해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스피 4천, 5천 간다는 제목을 많이 볼수록, 더 많은 증권사가 이미 매수를 끝냈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투자 레전드들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특히 창업자나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현상은 미국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인데, 그때도 미국의 창업자와 대주주들이 주식을 대거 팔았고, 이후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2025년에도 내부자 매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2025년 6월까지 약 1억 9천만 달러, 우리 돈 약 2,700억 원어치를 매도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최대 600만 주를 매도할 계획이라고 하니, 약 1조 3천억 원 가운데 아직 약 1조 원어치가 남은 셈입니다. 메타의 저커버그도 2025년 1분기에 7억 3천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 원어치를 팔았고, 6월부터 8월 사이에도 매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2025년 2분기에만 약 1조 원어치를 팔았고, 5조 원어치를 팔겠다고 이미 예고해 놓았습니다. 다만 이들이 아직 다 판 것은 아닙니다. 젠슨 황이나 제프 베이조스도 지금은 일부만 팔았을 뿐, 팔 주식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참여자가 늘고 이런 현상들이 겹치면서, 지금의 고점이 일시적으로 높아진 버블일 수 있고 언젠가는 주가가 영향을 받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고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먼저 뛰어내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열차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파티가 끝나기 전에는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장에 아직 다들 남아 있는 것입니다.
시장이 과도한 낙관, 즉 유포리아 단계에 들어섰을 때는 현금 비중을 일부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언제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을 전량 매도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전량 매도한 뒤 주가가 반등하면, 반드시 추격 매수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많은 재산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포트폴리오를 잘 짜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시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조금 더 실전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이제 박종훈의 지식한방을 마칠 시간입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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