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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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리먼 브러더스 파산(2008.9.15)을 기점으로 설명. 대마불사 인식 붕괴 → 은행 현금 확보를 위한 대출 축소(신용경색) → 해외자산 매각과 자본 유출로 원/달러 환율 900원대에서 1600원대로 급등, 국제유가 135달러에서 33달러로 급락해 인플레이션 공포가 디플레이션 공포로 전환. 코스피도 2000포인트에서 892포인트(장중)까지 급락. 과거 사건 설명이며 현재 자산에 대한 가격 예측 발언은 없음.
다듬은 글
금융위기는 왜 실물경제를 무너뜨리나
안녕하세요, 오건영입니다. 자, 이제 9강입니다. 지난 8강에서는 닷컴 버블의 형성과 붕괴에 대해 말씀드렸죠. 닷컴 버블 자체보다도, 그 이전에 있었던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설명드리고 있는 겁니다. 오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개 과정을 보기 전에, 이 위기가 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지 먼저 설명드리고, 어느 정도의 충격을 줬기에 미국에서 시작된 문제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대마불사의 붕괴
우리는 이것을 글로벌 금융위기, 글로벌 파이낸셜 크라이시스라고 부르고, 2008년을 떠올립니다.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죠. 2008년 9월 15일입니다. 저도 아직 이날이 기억납니다. 이날 150년 역사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습니다. 사실 그 이전인 2008년 3월에는 세계 5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가 파산했고, 역시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이 은행은 미국 JP모건에 인수됐습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뒤 세계 4위 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으니 파급 효과가 꽤 컸겠죠.
그 이전에는 이런 인식이 있었습니다. 대마불사, 영어로는 'Too Big To Fail'이라고 하죠. 무너뜨리기에는 규모가 너무 큰 겁니다. 이들이 무너지면 충격이 어마어마하니, 누가 인수하든 어떻게든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고 파산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거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습니다. 그런데 리먼은 그냥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시장에 주는 충격이 어땠을까요. '대마가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겠죠. 이런 일들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이번 금융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는 인식이 퍼졌을 겁니다.
은행의 신용경색과 실물경제 침체
그럼 큰 은행도 파산하는데, 비슷한 규모의 다른 은행들은 어떨까요. 은행권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커지게 됩니다. 그러면 은행으로 예금이 들어오지 않겠죠. 그런데 예금이 들어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은행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이 망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금을 쌓아 둬야 하죠. 예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현금을 쌓으려면, 기존에 받은 예금으로 대출을 해주지 말아야 합니다. 동의하시나요. 은행들이 현금을 갖고 있어야 "우리 은행은 불안하지 않습니다, 이만큼 현금이 있으니 괜찮아요"라고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은행들은 대출을 풀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본주의에서 은행은 사람의 몸으로 치면 심장과 같습니다. 심장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역할을 하죠. 만약 심장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혈액을 온몸에 보낼 수 없으니, 몸의 끝자락까지 혈액이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몸이 썩어 들어가면서 쓰러지게 되죠. 여기서 우리 몸의 심장과 같은 은행을 금융경제, 그리고 몸의 다른 기관들을 실물경제라고 해보겠습니다. 금융경제가 마비되어 온몸에 돈이라는 혈액이 전달되지 못하니, 실물경제가 썩어 들어가면서 경기침체가 찾아오는 겁니다.
당시에는 금융위기로 인해 돈이 돌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를 심근경색에 비유하자면 신용경색, 즉 돈이 막히는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돈이 모자라고, 돈이 흘러가지 않는 거죠.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고 묶어 두니, 돈이 흘러 들어가야 할 곳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당연히 경기침체로 이어지죠. 이것이 당시의 분위기였습니다. 주식시장은 급격히 무너졌고, 실물경제도 빠르게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현금 확보를 위한 해외 자산 매각
그러면 은행 입장에서는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출만 줄이면 충분할까요. 그렇지 않죠.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금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예금은 들어오지 않으니, 어떻게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기존에 해준 대출을 회수하거나,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팔아야 하겠죠.
미국의 은행과 투자기관들이 해외에 투자하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투자했다고 해보죠. 해외 투자의 흐름은 간단합니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달러를 가지고 나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삽니다. 그 원화로 우리나라에 투자를 늘렸겠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했을 겁니다. 원화를 사서 들어와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 부동산을 샀으니, 원화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원화 가치가 오른다는 건 달러 가치가 약해진다는 뜻이니 환율이 내려갔죠. 실제로 2007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900원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최근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낮았던 거죠. 또한 2007년 10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돌파했습니다. 채권으로도 돈이 몰려들어 갔죠.
돈이 몰려 들어온다는 건 우리나라에 유동성이 대거 공급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죠. 돈의 공급이 늘어나면 돈의 가격인 금리는 내려갑니다. 또한 부동산을 사려는 수요도 많아져서 부동산 가격이 뛰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2006~2007년에 우리나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랐습니다. 이것이 금융위기 직전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딱 터졌습니다.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면 대출을 멈추는 것뿐 아니라, 해외에 사두었던 자산을 매각하고 돌아와야 합니다. 주식을 팔고, 채권을 팔고, 부동산을 팔겠죠. 그러면 주가는 하락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돈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돈의 공급이 줄어듭니다. 돈의 공급이 줄어들면 돈의 값, 즉 금리가 오르게 되죠.
직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금리가 5%라고 가정해 보죠. 돈이 빠져나가면 우리나라 실물경제는 어려워집니다. 보통 이럴 때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죠. 그런데 금리를 낮추면 어떻게 될까요. 5%였던 금리가 3%가 되면, 돈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어렵습니다. 금리 매력이 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이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면, 실물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금융위기로 우리나라 실물경기가 어려운 와중에 금리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실물경기가 어려운데 금리까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하락하겠죠. 이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도 충격을 받게 됩니다.
환율 급등과 물가 압박
다시 정리하면, 외국인들은 주식, 채권, 부동산을 팔아 원화를 받게 됩니다. 그 원화를 가지고 나갈까요. 아니죠.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나가게 됩니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뛰어오릅니다. 그래서 1달러당 900원 수준이던 환율이 순식간에 1,600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것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모습이죠.
환율이 뛰었을 때 수출이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물건 가격이 싸지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물건을 사 줄 미국 경기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는 겁니다. 미국 경기가 무너져 있으니, 환율이 올라도 우리나라 수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문제가 생깁니다. 미국에서 1달러짜리 물건을 수입할 때, 예전에는 900원이면 되었지만 이제는 1,600원을 줘야 하는 겁니다. 제 첫째 아이가 2008년에 태어났는데, 그때 미국 제품인 해외 유모차를 사주려고 알아봤습니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리먼이 파산하기 두세 달 전에 알아봤을 때는 25만 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딱 세 달 뒤에 물어보니 45만 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충격적이지 않나요.
환율이 올라 물가도 함께 오르고, 금리는 높으며 경기는 좋지 않으니 우리나라 내수경기는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까 2007년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넘었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금융위기 때는 순식간에 장중 892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죠. 어마어마하게 무너진 겁니다. 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분석할 때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가 흐름과 디플레이션 공포
차트를 하나 보시죠. 중국이 2001년에 WTO에 가입하면서 중국 경제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늘어나면서 달러가 많이 유입되었고, 그래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져 2007년에는 1달러당 900원이 일상화되었습니다.
2008년 리먼 파산 이후에는 해외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달러 대출이 많았기 때문에, 이 달러 대출을 모두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핵심은 위기가 모두에게 동시에 닥친다는 겁니다. 너도나도 달러를 사서 대출을 갚으려 하니 달러 값이 치솟았고, 환율이 1,600원까지 솟구쳤던 겁니다. 이때 "우리나라도 IMF를 맞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당연했습니다. 환율이 크게 뛰면서 실물경제와 물가를 압박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국제유가 흐름도 이 시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제조업 원자재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국제유가가 훅 올랐고, 2008년 5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35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맞물린 가격 상승이었죠. 당시 분위기는 모두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쪽이었습니다. 물가가 오를 것 같으니 금리를 높여야 했죠. 그런데 실물경기가 나쁘니 금리를 마음껏 올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리먼이 파산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수요가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유가는 뚝 떨어졌고, 몇 주 만에 배럴당 33달러까지 빠졌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걱정은 사라지고, 어느 순간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찾아왔습니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생기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불과 몇 달 만에 뜨거운 탕에서 차가운 냉탕으로 옮겨 간 것과 같았습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동부전선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디플레이션이 서부전선에서 밀고 들어온 셈이죠.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금리를 제때 과감하게 낮추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커진 면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정리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리먼이 파산하면서 은행들은 현금이 필요해졌고, 그 결과 대출이 줄어들었습니다. 해외 자산을 매각하면서 해외 자본이 빠져나갔고, 환율이 급등했으며 물가가 뛰었습니다. 달러가 부족해지니 실물경제는 침체로 빠져들었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으로 상황이 한순간에 바뀌면서 사람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저도 이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한숨이 나옵니다. 솔직히 굉장히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렇게 많이 무너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당시 미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전 세계 경제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뜻으로 '멜팅 다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빨리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녹아내려 1930년대 대공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가던 때였죠. 1990년대부터 시장을 봐왔지만, 이때의 기억이 가장 생생하고 가장 두려웠던 시기가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은 금융위기가 왜 심각했는지, 리먼 파산 이후의 모습을 묘사하며 설명드렸습니다. 이 금융위기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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