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다산투자노트진행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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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은 2010년 부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 투자 당시 미국 전력 노후화 수요 예측이 맞았으나 실적은 10년간 정체됐다. 2022년 미국 유타 소형 배전반 업체 인수(77억원) 이후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북미 매출·영업이익이 급증하며 주가가 약 41배 올랐다가 5월 고점 대비 약 절반으로 하락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11.3%로 HD현대일렉트릭(25.1%)보다 낮지만 선행 PER은 39배 이상으로 더 높다. 영상은 이튼과 비교해 LS일렉트릭이 '한국의 이튼'이 될 수 있는지 묻고, 이익률 개선·반복 주문·유타 공장 가동률을 지켜볼 지표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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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1일 부산. LS산전이 2,100억 원을 들인 새 공장을 공개하는 날이었습니다. 초고압 변압기와 대형 강관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그 자리에서 당시 구자균 부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미국의 전력 변압기가 노후화 시기에 들어섰다. 앞으로 20년 동안 수요가 이어질 것이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은 맞았습니다. 미국은 변압기가 모자라서 주문하고 받기까지 2년 반이 넘게 걸립니다.
그런데 이 예언으로 돈을 번 건 그 부산 공장이 아니었습니다. LS 일렉트릭을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건 2022년 미국 유타의 작은 마을에서 77억 원에 산 회사 하나였습니다.
지금 시장은 LS 일렉트릭에 세계 최대 전력기기 회사 중 하나인 이튼보다 더 비싼 값을 매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예언 하나와 빗나간 길, 그리고 우연히 열린 문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끝에서는 이 질문에 답해 보겠습니다. LS 일렉트릭은 이튼이 될 수 있을까?
LS 일렉트릭의 뿌리는 1974년까지 올라갑니다. 금성산전, LG산전을 거쳐 2003년 LG에서 떨어져 나온 LS그룹에 들어왔고, 2005년 LS산전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주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제품들이었습니다. 공장과 빌딩에서 전기를 나누고 끊고 지키는 장비들입니다.
2010년 부산 공장은 이 회사가 더 큰 무대로 나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초고압 변압기, 발전소와 변전소에 들어가는 집채만 한 변압기입니다. 회사는 이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의 9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했고, 목표 시장은 미국이었습니다.
그림은 분명했습니다. 미국 전력망은 늙어가고, 늙은 변압기는 바꿔야 하고, LS산전은 그 변압기를 만들 공장을 먼저 지었다. 문제는 그 그림이 오랫동안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공장을 지은 이듬해인 2011년 11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렇게 평가합니다. "LS산전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해 새로 벌인 사업들, LED, RFID, 태양광 모듈에서만 약 300억 원 적자가 났습니다. 철도 사업도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국내에서도 벽에 부딪혔습니다. 원전에 들어가는 변압기 시장은 30년 넘게 효성과 현대가 지켜온 자리였습니다. 2013년 울진과 월성 원전 입찰에서 효성은 11억 4천만 원을 써냈고, LS산전은 13억 5천만 원을 써냈습니다. LS산전은 졌습니다.
스마트 에너지, 태양광, 에너지 저장 장치를 묶은 융합 사업은 2015년 176억 원, 2016년 668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냅니다. 2017년 초 주가는 장부가 아래로 내려갑니다.
영업 이익을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2011년 1,000억 원대였던 영업 이익은 2016년 44억 원, 2018년 1억 원까지 떨어집니다. 당시로서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2020년 1,337억 원으로 회복했지만, 10년 동안 영업 이익은 1,200억에서 2,000억 원 사이를 맴돌았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은 16% 늘었는데 영업 이익은 제자리였습니다.
주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액면분할을 반영한 가격으로 보면 2019년 6월 약 9,700원, 코로나가 덮친 2020년에는 5,000원 아래까지 내려갑니다. 2010년의 예언은 10년 동안 실적표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2020년 3월, 회사는 이름에서 '산전'을 지우고 LS 일렉트릭이 됩니다.
2022년 3월, LS 일렉트릭의 미국 법인이 회사 하나를 인수합니다. 미국 유타주 남부 시더시티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MCM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입니다. 인수 금액은 630만 달러, 우리 돈 약 77억 원이었습니다. 2010년 부산 공장에 들인 2,100억 원과 비교하면 3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돈입니다. 큰 뉴스도 아니었습니다.
이 회사가 만들던 건 배전반이었습니다. 배전반은 집의 두꺼비집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들어온 전기를 방마다 나눠 보내고, 문제가 생기면 끊어 줍니다. 배전반은 그걸 공장이나 빌딩 규모로 키운 철제 캐비닛입니다.
그렇다면 LS 일렉트릭은 왜 이 회사를 샀을까요? 당시 회사가 밝힌 목적은 이랬습니다. "에너지 저장 장치, 송배전,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바탕으로 미국 배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겠다." MCM의 주력도 재생에너지 설비, 항공기 지상 지원 설비, 그리고 배전반이었습니다. 당시 발표 어디에도 데이터 센터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무렵 주가는 지금 기준으로 약 8,000원이었습니다.
전기가 데이터 센터까지 가는 길을 그려 보겠습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송전선을 타고 변전소로 갑니다. 여기서 초고압 변압기가 전압을 낮춥니다. 데이터 센터 담장 안으로 들어온 전기는 다시 배전용 변압기와 배전반을 거쳐 서버 수만 대로 나뉘어 들어갑니다.
담장 밖의 초고압 변압기는 전력회사가 사고, 담장 안의 배전반은 데이터 센터가 삽니다. 2010년 LS산전이 노린 건 담장 밖이었습니다. 전력회사에 초고압 변압기를 파는 길입니다. 그 길은 지금도 효성과 HD현대일렉트릭이 앞서 있습니다.
그런데 AI 데이터 센터 붐이 오자 담장 안이 먼저 터집니다. 빅테크는 데이터 센터를 하루라도 빨리 열어야 했고, 그러려면 담장 안에 들어갈 배전반을 미국 현지에서 빨리 받아야 했습니다. LS 일렉트릭에는 그 현지 공장이 있었습니다. 2년 전 77억 원에 산 공장이었습니다.
2024년 북미 빅테크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에서 약 900억 원 규모의 첫 수주가 확인됩니다. 2025년 3월 같은 프로젝트에서 1,625억 원이 추가됩니다. 올해 6월까지 빅테크 누적 수주는 1조 2,000억 원 수준이 됩니다.
유타 공장은 2025년 초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세 배로 늘렸고, 올해는 이름을 'LS 일렉트릭 유타'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회사는 이 공장에 2,500억 원을 더 넣기로 합니다. 77억 원에 산 공장에 그 32배를 투자하는 겁니다.
여기서 이야기의 뼈대가 드러납니다. 2010년의 예언, 미국 변압기 교체 수요는 맞았습니다. 빗나간 건 그 예언에 건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장치를 보고 산 회사가 데이터 센터 붐으로 터졌습니다. 두 번 모두 돈을 건 이유와 돈을 번 이유가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실적표에 나타났습니다. 북미 매출은 2020년 1,315억 원에서 2022년 3,673억 원, 2024년 약 7,700억 원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습니다. 영업 이익은 2020년 1,337억 원에서 2023년 3,249억 원, 2025년 4,265억 원이 됩니다.
10년 동안 2,000억 원을 넘지 못하던 영업 이익이 5년 만에 세 배가 넘었습니다. 부산 공장도 뒤늦게 빛을 봅니다. 지난 12월 두 번째 생산동을 지어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을 연 단위로 키웠습니다.
주가는 어떨까요. 2022년 MCM을 살 무렵 약 8,000원이던 주가는 올해 5월 초 장중 32만 8,500원까지 올랐습니다. 약 41배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피엔딩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석 달 뒤 주가는 절반이 됩니다.
10월 16일 종가는 15만 9,000원, 5월 고점에서 약 절반입니다. 회사가 나빠진 건 아니었습니다.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은 1,785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였고, 증권사들은 3분기도 작년보다 90% 넘게 늘 거라고 봅니다.
빠진 이유는 바깥에 있었습니다. AI 투자가 정말 돈이 되느냐는 의심이 커지면서 코스피는 6월 고점 9,114에서 10월 15일 5,554까지 내려왔고, 전력기기 업종 전체가 고점에서 절반 안팎으로 빠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LS 일렉트릭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2분기 11.3%입니다. 같은 분기 HD현대일렉트릭은 25.1%였습니다. 같은 호황에서 남기는 몫이 절반도 안 됩니다.
그런데 주가는 반대입니다. 10월 초 기준 앞으로 1년 이익 대비 주가, 선행 PER은 HD현대일렉트릭 19배, 효성중공업 21배, LS 일렉트릭은 39배가 넘었습니다. 덜 남기는 회사가 두 배 비쌉니다.
이유는 성장 속도가 아닙니다. 증권사 추정을 보면 LS 일렉트릭의 이익 성장률이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빠르지 않습니다. 시장이 LS 일렉트릭에 프리미엄을 주는 이유는 4장에서 본 그 다른 문, 즉 데이터 센터 담장 안입니다. 효성과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 잔고는 80~90%가 전력회사 몫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LS 일렉트릭은 데이터 센터 담장 안에 들어가는 장비를 빅테크에 직접 공급합니다. 배전반은 주문을 받고 6개월에서 10개월이면 매출이 됩니다. 초고압 변압기는 2년 반이 넘게 걸립니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LS 일렉트릭의 가치를 평가할 때 한국의 변압기 회사보다 미국의 이튼, 버티브, 프랑스의 슈나이더를 나란히 놓습니다. 시장이 매긴 가격은 사실상 이런 뜻입니다. "LS 일렉트릭은 한국의 이튼이다."
그렇다면 물어볼 차례입니다. 이튼은 어떤 회사일까요?
이튼은 1911년 미국에서 트럭 차축을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습니다. 전기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1978년 커틀러해머를 인수하며 전기 사업에 처음 들어갑니다. 1994년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배전 사업을 10억 5천만 달러에 사들입니다. 1997년에는 창업 사업이던 차축 사업을 팔아버립니다. 2012년에는 쿠퍼 인더스트리즈를 인수합니다. 발표 금액은 118억 달러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남은 자동차 사업까지 떼어내겠다고 발표합니다.
전기 사업에 처음 들어간 시점부터 자동차 사업을 완전히 떼어내기까지 50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지금의 이튼은 이렇습니다. 2025년 매출 274억 달러, 사업부 이익률 24.5%입니다. 미주 전기 부문만 따로 계산해 보면 약 30%입니다. LS 일렉트릭이 11%를 남길 때 이튼의 미주 전기 부문은 30% 가까이 남깁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첫째, 깔아 둔 장비입니다. 배전 장비는 한 번 깔리면 수십 년을 씁니다. 그 사이 부품을 갈고, 점검을 받고, 서비스를 삽니다. 이 뒷시장이 이익을 많이 남깁니다.
둘째, 바꾸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정전 한 번의 비용이 큰 곳에서는 검증된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셋째, 그래서 값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튼은 원가가 오르자 올해 4월 가격을 올려 대응했습니다.
지금 시장은 LS 일렉트릭에 이튼보다도 높은 값을 매기기도 합니다. 10월 초 이튼의 선행 PER은 27.6배였습니다. 50년 걸려 지금의 모습이 된 회사보다, 미국의 배전반 공장을 산 지 4년 된 회사가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겁니다.
LS 일렉트릭에게 이튼과 닮은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미국 현지 공장이 있고, 빅테크가 반복해서 주문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배전반 안의 차단기 같은 부품을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 즉 뒷시장의 씨앗을 근거로 듭니다. 이익률이 오를 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한 증권사는 전력 부문 이익률이 2025년 11.3%에서 2027년 16.3%까지 오를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16%도 이튼의 30%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튼이 가진 수십 년치 설치 기반, 미국 전역을 덮은 유통망은 몇 년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지금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지켜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 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익률이 11%대에서 계속 오르는가? 둘째, 반복 주문, 같은 빅테크가 다시 사는가? 부품과 서비스 매출이 생기는가? 셋째, 유타. 2027년 초 여섯 배로 늘린 공장이 제 값에 돌아가는가?
이 세 가지가 맞아 들어가면 지금의 프리미엄은 미래를 먼저 반영한 가격이 됩니다. 반대로 이익률이 10% 초반에 머문다면, 지금의 가격은 다시 한번 깎일 수 있습니다.
2010년 부산. 미국 변압기 수요가 20년 간다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예언은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 예언에 건 공장은 10년 동안 답하지 않았고, 답은 12년 뒤 77억 원짜리 작은 공장에서 다른 이유로 왔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배울 것이 하나 있다면 이것입니다. 기업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은 꼭 가장 크게 건 판돈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은 그 선택이 무엇이었는지를 가장 늦게, 그러나 가장 비싸게 알아본다.
이제 LS 일렉트릭 앞에 놓인 질문은 예언이 맞느냐가 아닙니다. 그 예언 말고 어떤 문을 계속 열어 두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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