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미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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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의 설립 배경(피터 틸, CIA 투자사 인큐텔)과 온톨로지·목적기반 접근제어 등 제품 구조를 설명. AIP 도입 후 상업 부문 매출 성장률이 정부 부문을 2023년 3분기 이후 계속 상회한다고 언급. 펜타곤과 4억8천만달러 규모 계약 소식을 전하며 다음 실적 발표를 기다리게 된다고 마무리. 투자 방향에 대한 명시적 예측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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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판단을 지켜본다"는 뜻의 팔란티어(Palantír)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의 수정 구슬입니다. 멀리 떨어진 곳이나 과거의 사건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지배하는 자의 의도에 따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죠. 그래서 더 흥미로운 기업이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합해 의사 결정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대중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회사, 반지의 제왕 팬이자 페이팔 마피아인 피터 틸이 설립하고 CIA가 투자한, 시가총액이 80조 원에 달하는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입니다.
팔란티어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페이팔을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이베이에 매각한 뒤인 2003년에 설립되었습니다. 피터 틸은 페이팔용으로 설계된 금융 사기 탐지 소프트웨어를 대테러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고, 911 테러 이후 이 구상에 힘이 실렸습니다. 이후 실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기술을 개발할 공동 창업자를 찾았는데, 스탠포드 로스쿨 동료이자 현 CEO인 알렉스 카프, 페이팔 엔지니어였던 나단 �ettings, 스탠포드 학생이었던 조 론스데일과 스티븐 코엔 등이 참여했습니다.
피터 틸은 페이팔 이후 헤지펀드, 스페이스X,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하고 벤처 캐피털 파운더스 펀드를 설립하며 투자자의 길을 걸었고, 이 펀드는 팔란티어의 초기부터 후기까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팔란티어의 투자자 중 가장 가치 있는 이름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인큐텔입니다.
인큐텔은 1999년 CIA에 의해 설립된 독립 비영리 전략 투자 회사로,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에 민간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투자합니다. 쉽게 말해 CIA의 정보 역량에 도움이 된다면 수익성이 낮더라도 전략적으로 투자한다는 뜻입니다. 인큐텔은 CIA 외에도 FBI, 국가정찰국(NRO), 국가안보국(NSA) 등을 위해서도 투자하며, 이러한 투자는 각 기관에서 쓰이는 기술 개발로 이어집니다. 팔란티어 역시 CIA, NSA, FBI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팔란티어는 설립 초기 인큐텔의 투자를 받으면서 인큐텔의 요청으로 미국 정부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것이 이후 주력 제품인 팔란티어 가더(Gotham)로 이어졌습니다.
팔란티어의 주력 제품은 크게 정부용 **팔란티어 고담**과 상업용 **팔란티어 파운드리**로 나뉩니다. 두 시스템 모두 데이터를 통합·변환하고, 모델링하고, 분석하고, 시각화해 여럿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데이터에 기반해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스마트폰이 다양한 센서와 앱을 운영체제 규칙에 맞춰 연결해 주듯, 팔란티어 시스템은 각종 장치에서 오는 데이터의 흐름을 정돈하고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며, 나아가 사용자를 깨우쳐 줄 만한 분석 결과까지 제시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팔란티어에는 특별한 핵심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정돈할 때 **온톨로지(Ontology)**, 즉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팔란티어는 온톨로지를 데이터를 의미 체계에 체계적으로 매핑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보 시스템에서 온톨로지는 다음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 **클래스**: 사물의 개념이나 카테고리 - **인스턴스**: 개별 사물의 실체 - **속성**: 사물이 가지는 특성 - **릴레이션**: 클래스나 인스턴스 간의 관계
이 요소들로 시스템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이 속한 클래스, 가진 속성, 다른 사물과 맺는 관계를 알면 그 사물이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나타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라운드 트루스 데이터 라벨링'이라는 작업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혈액을 보고 혈액형을 분류하는 것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데이터에 의미를 붙이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같은 혈액 데이터라도 혈액형이 아니라 저산소증을 판별하는 문제에서는 혈액형 분류가 의미가 없습니다. 즉 데이터의 의미는 그것이 속한 세계와 해결하려는 문제에 따라 달라지며, 팔란티어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데이터를 온톨로지와 연결하는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은행 사례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어떤 사람의 적금 계좌는 만기 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CIA가 그 사람의 금융 거래를 조사한다면, 범죄 수익이 적금 계좌에 보관되어 있었는지에 따라 적금 정보가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 구축 단계에서 "만기되면 삭제"라고 정해 버리면, 범죄 수익의 흐름을 영영 추적할 수 없게 됩니다. 도메인 지식을 섣불리 고정해 시스템을 짜는 것의 위험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따라서 팔란티어는 데이터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며, 어떤 알고리즘에 쓰이고, 누가 어떤 경로와 권한으로 접근하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하고, 그 설계를 도메인 지식을 가진 실제 사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고객을 일일이 파악하고 도메인 지식을 쌓아 맞춤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방식은 B2B 기업에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팔란티어는 효과적인 온톨로지 구축을 위해 다음 요구 사항을 제시합니다. 1. 데이터 계층과 애플리케이션 계층을 분리하고, 새 데이터는 한 곳에만 매핑해 여러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하게 한다. 2. 온톨로지 요소를 생성·정의·수정·폐기할 수 있는 동적 메타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해, 한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를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쓰게 한다. 3. 검색, 필터, 집계 등으로 개체를 그룹화해 의미를 더 적극적으로 알아낼 수 있게 한다. 4. 고객이 쓰는 보안 아키텍처 및 데이터 소스 권한 부여 체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팔란티어는 스스로를 데이터 기반 운영 의사 결정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로 소개합니다. 의사 결정은 신뢰할 수 있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내려야 하므로, 단순히 정보만 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 팔란티어는 **목적 기반 접근 제어(Purpose-Based Access Control)**를 고안했습니다.
이는 데이터 권한을 단순히 사람이나 계정에 매핑하는 대신,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목적과 근거를 기록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팀이 이를 검토해 권한을 부여하며, 그 결정 근거까지 남겨 감사인이 누가, 어떤 데이터에, 어떤 이유로 접근했는지 전 과정을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고담은 정부 영역에서 쓰이며,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도 쓰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정보, 국방 등 민감한 영역이라 명확히 확인된 프로젝트는 많지 않습니다.
파운드리는 기업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통합 환경입니다. 비개발 직군과 개발 직군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온톨로지를 구현했습니다. 에어버스, 아마존, AT&T 등 유수의 기업과 여러 국가 정부 기관이 도입해 사용 중입니다. 특히 최근 주목받은 사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안전한 숙박 정보를 제공한 **Homes for Ukraine** 작전입니다. 숙박 시설을 게스트, 호스트 같은 직관적인 실물 개념으로 모델링하고, 목적 기반 접근 제어로 승인된 사용자에게만 특정 기간의 정보를 제공해 난민에게 더 안전하게 숙박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23년 도입된 **팔란티어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파운드리 사용자가 온톨로지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탐색·가공하며 겪는 어려움을 자연어 요청과 AI로 해결하도록 돕는 기능입니다. 팔란티어 시스템은 비밀스러워서 구글링으로는 사용법을 알기 어려웠는데, AIP를 통해 GPT, 라마, 미스트랄 같은 LLM을 연동하고, 사용자는 자연어로 요청하면 시스템이 가능한 작업 옵션 안에서 실행하게 됩니다. 선택한 작업은 이벤트 트리거에 따라 자동 실행되는 매크로처럼 자동화할 수도 있습니다.
AIP는 이 밖에도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정합성·무결성·품질 검증, 워크플로 디버깅과 개선, 작업별 AI 모델의 성능과 비용 모니터링 및 최적화 등에 쓰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LLM의 쓰임새를 찾고 있는 지금, 팔란티어는 LLM을 가장 강력한 도구로 만들어 사람에게 제공한 셈입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주가 상승을 AIP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의 결과로 평가하는 시각도 나옵니다. 실제로 AIP가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된 2023년 2분기 이후, 상업 부문 매출 성장률이 처음으로 정부 부문을 앞질렀고, 3분기 이후 계속 앞서고 있습니다. 상업 부문 매출은 아직 정부 부문 매출 규모보다 작지만, 성장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정부 부문 전망도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미 국방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펜타곤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 프로토타입 구축을 위한 4억 8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실제 수령 방식은 더 확인해야 하지만, 다음 실적 발표를 기다릴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
팔란티어 시스템은 온톨로지로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고, 목적 기반 접근 제어로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지원하며, AIP로 LLM을 실무에 연결합니다. 그럼에도 주가를 보며 언제 살지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온톨로지 기반의 의사 결정이 아니라 순수한 휴먼 의사 결정에 머물러 있는 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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