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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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양적긴축을 멈추고 단기자금시장에 돈을 푸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며, 금리 인하는 시장 기대보다 완만하거나 지연되는 패턴이 될 것으로 봄. 한국은 성장 개선·물가 상승·가계부채·환율 부담으로 추가 금리인하는 쉽지 않다는 입장. 지정학 리스크와 미국 재정적자 확대 및 화폐 발행 가능성을 근거로 장기적으로 금 보유 비중 확보를 권고하나, 단기 금 가격 방향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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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많이 낮춰 줄 줄 알고 시장이 뜨거워지면, 연준은 그만큼 달려가지 않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많이 줄 것처럼 말하면 아이가 웃고, 웃는 모습을 보면 사탕을 주기 싫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죠. 저는 전쟁이 난다는 말씀보다는, 자잘한 지정학적 분쟁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된 것 같다고 봅니다.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때 그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제로 터질 확률이 있다면, 그 확률만큼은 대비를 해야 하죠. 그것이 금입니다. 그럴 확률이 높다면 포트폴리오에 금을 담아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원화 환율은 달러를 기준으로 얘기하니, 원화 약세 요인을 말씀드렸지만 결국 달러가 움직이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달러 방향성을 예상하려면 연준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핵심인데, 금리를 내려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죠. 제가 연준을 20년 가까이 봐 왔지만, 이 정도로 의견이 갈리고 위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큰 경우는 드뭅니다. 12월 FOMC 결과를 단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 단기 자금 시장에서는 자금이 모자라는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QT로 돈을 빨아들이는 것을 멈추고, 다시 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무제한 돈 풀기가 시작됐다"고 기대하기도 하죠. 금리도 계속 내리면서 양적 완화까지 같이 하면 난리가 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고요.
제 생각에 첫 번째, 단기 자금 시장에 돈을 푸는 건 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미국의 지급준비금은 한때 4.5조 달러 정도였는데, 양적 긴축으로 계속 줄어서 지금은 3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3.5조 달러 정도 내려왔을 때부터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시작했죠. 어느 수준에서 경색이 터질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어두운 길을 걸어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10미터 앞에 얼마나 많은 암초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천천히 걸어야 하죠. 실제로 연준은 작년 말부터 QT 규모를 900억 달러에서 600억, 450억 달러로 계속 줄여 왔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줄였는데도 조금씩만 내리고 있어요. 어디가 한계선인지 모르니 슬슬 밀고 가는 거죠. 그러다 어딘가를 건드려서 소리가 났고, 그래서 양적 긴축을 긴급하게 멈춘 겁니다.
이미 발에서 피가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으니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다만 문제는 어디까지 물러나느냐인데, 원위치까지 확 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발에서 피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만 조금 끌어올리는 쪽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런데 돈을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중 롤리 로건과 존 윌리엄스가 있습니다. 이들이 이상한 점은, 돈은 풀되 금리 인하는 하지 말라고 한다는 거예요. 돈을 풀면서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얘기는, 결국 돈을 회수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습니다. 3년 전 영국의 리즈 트러스 모멘트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영국은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있었는데, 국채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로 그 혼란을 메웠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동시에 엑셀을 밟은 셈이죠.
그때 나온 설명이 "금리 인상은 물가에 대한 대응이고, 양적 완화는 금융 시스템 불안에 대한 대응이다. 두 가지는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금융 시스템 불안이 가라앉자 양적 완화는 한 달 만에 멈췄고, 금리 인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당시 중앙은행은 이것이 통화정책의 전환이 아니라고 했죠.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저는 지금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돈 풀기 페스티벌이 시작됐다"며 뒤로 확 물러서는 것보다는, 선이 어딘지 모르니 그 선 안에서 영점을 조절하는 느낌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군대에서 영점 조절하듯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평행 주차를 할 때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요.
돈 풀기 관련 얘기는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절대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요.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살아 있지만, 문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쉽지 않습니다. 수능 시험 문제를 한번 떠올려 보시죠. A국은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치를 4년째 초과하고 있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에서 살짝 올라온 자연실업률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사상 최고치입니다. 이때 A국은 어떤 통화정책을 써야 할까요?
보기 1번이 "금리를 낮춘다"라면, 과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제외할 겁니다. "금리를 대폭 인상한다"는 것도 고민하겠지만, 어쨌든 1번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금리 인하를 크게 기대하고 있죠. 트럼프는 금리를 1.5%까지 내리라고 하고 있고요. 1.5%까지 내린다는 건 과한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금리를 내릴 것 같다는 기대가 큽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과서가 틀린 건가요? 애매하지 않으세요?
교과서가 주는 부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자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 그것이 만드는 금융 시스템 불안,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 이 두 가지를 안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실업률이 아주 낮지는 않지만 앞으로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보험성 금리 인하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진짜 보험이 필요하냐"는 강한 반론이 존재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입니다. 금리를 내리면 자산 시장이 더 뜨거워지고, 뜨거워질수록 인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강해집니다. 그러면 시장이 많이 내릴 줄 알고 뜨거워질수록 연준은 그만큼 달려가지 않게 됩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적게, 혹은 원하는 것보다 늦게 금리를 내리는 패턴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내린다고 시장 금리가 확 내려갔다가, 아니라는 말에 다시 금리가 되돌아 올라오는 모습이 내년에도 수시로 나타날 겁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물 경제 성장이 좋지 않아서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었죠. 올해 초에는 기준금리가 1.75%, 1.5%까지도 내려갈 거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2.5%입니다. 한국은행은 성장, 물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환율 네 가지를 봅니다. 올해 초에는 성장이 크게 위축됐고 물가는 2% 아래로 안정돼 1.9% 정도였습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이 부담이었지만, 환율도 1,370원까지 갔다 보니 금리를 내릴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환율이 1,470원대라 불안합니다. 이 상황에서 과감하게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계부채 때문에 15대책도 나왔고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올라 중앙은행 목표치를 넘었습니다. 성장률도 이번에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상반기 추경으로 내수를 부양했고, 반도체가 생각보다 좋아서 내년 성장률 전망이 1.8%까지 올라올 수 있다고 합니다.
성장은 양호해졌고 물가는 높아졌습니다. 가계부채와 환율 불안도 같이 있죠. 이 네 가지 요인을 보면 금리 인하를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수능 시험이라면 "하지 말라"고 답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한국도 1.5%, 1.7%까지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빠르게 되감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인하 사이클은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금리 해석은 이런 관점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서 환율 얘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이 가장 흥미를 가지시는 건 아마 금일 겁니다. 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질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보통 "금 가격이 내일 오를지 떨어질지 모르는데 어떻게 사냐"고 물으시죠. 저도 내일 금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수가 워낙 많으니까요.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꿔 보셨으면 합니다. 내일 가격을 맞히는 게 아니라, 금이라는 자산이 장기적으로 어떤 가치를 가질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10대의 축구 선수에게 투자한다고 해 보죠. 내일 골을 넣을지는 모르지만, 미래에 크게 성장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그 선수에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선수의 특성을 깊이 봐야 하죠.
금 가격이 내일 오를지보다는, 금이 가진 특성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금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자잘한 전쟁이 나면 금은 튀어 오르죠. 트럼프 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을 늘리기보다 본토 방위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미국만 챙기겠다는 것이죠. 경찰이 없어진 세상은 무법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헤지펀드들이 요즘 금을 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둘째, 금은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 반대급부로 작용합니다. 최근 금 가격이 세게 올랐다가 되돌리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트럼프가 1인당 2,000달러씩 준다는 얘기를 들으셨을 겁니다. 그 지원금을 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주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더 커지겠죠. 그것은 달러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 부채가 많으면 결국 그 빚을 해결해야 합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강력한 긴축으로 부채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채를 줄이면 성장이 위축되고,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성장이 꺾이면 금융 시스템 문제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긴축과 성장 사이에서 선택하기가 굉장히 어렵죠. 그래서 보통은 돈을 풀어서 갚는 방식을 택하게 됩니다. 물론 돈을 풀면 화폐 가치가 폭락할 수 있어서 함부로 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제발 풀어 달라"고 원할 때는 풀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코로나 때처럼요.
금 가격을 보면 종이화폐가 풀려 나올 때 금이 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에 한 번 급등하고, 한동안 조정을 받다가, 코로나 이후에 또 한 번 급등했죠. 금은 공급이 제한돼 있지만, 종이 화폐는 찍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금 1온스가 35달러였는데 지금은 4,100달러를 넘습니다. 그만큼 달러가 찍혀 나왔다는 뜻이죠.
미래에 벌어서 갚을지, 찍어서 갚을지 생각해 보면, 빚이 너무 많으면 벌어서 갚기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럼 찍을 수 있는 유인이 생기죠. 그러면 "언제 찍습니까?"라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을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언제일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럴 확률이 높다면 우리 포트폴리오에 금을 담아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찍기 전에 알려 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긴 관점에서 종이화폐를 찍을 수 있는 시나리오, 자잘한 지정학적 분쟁이 커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포트폴리오에 금을 일정 부분 담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금 가격이 내일 오를 테니 지금 사라는 얘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금을 자극할 이슈가 나타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얘기입니다. 단기 가격 방향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장기적으로 세상이 어디로 흘러갈지,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 공급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늘 단장님과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환율과 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지금,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시면서 생각을 정리하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한 문장을 꼽는다면 어떤 문장을 뽑아 주실 수 있을까요?
책 418페이지 마지막 부분에 이런 문장을 적어 두었습니다. "환율의 대전환은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긴 추세 속에서 서서히 형성됩니다. 독자분들이 이번 책을 통해 외환 투자 혹은 금 투자에 있어서 큰 추세를 읽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대화에서도 그 큰 추세 얘기를 충분히 드린 것 같습니다. 옛날과 달라진 해외 투자라는 추세도 함께 고민해 보시면,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출연하신 소감도 부탁드립니다. 대표님과 얘기를 나누면 저 혼자 신나서 떠들게 되는데, 대표님이 잘 받아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책에 대해서도 같이 말씀을 나누니 더 유연하게, 깊이 있는 질문들을 주셔서 흥미롭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자리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영감이 큰 수익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투자영감 이효석이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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