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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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정학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UAE의 달러 유입이 끊겨 디르함 페그제가 위협받고, UAE가 미국에 통화스와프와 미국채 매각 가능성을 압박하는 상황을 설명한다. 이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패권 우려가 커지고, UAE의 OPEC 탈퇴로 에너지 시장이 흔들린다. 호르무즈 프리미엄(해상보험·운임 급등)으로 중동산 원유 실질 가격이 올라 미국산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코스피 급등에 대해서는 과거 잣대로 고평가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언급한다.
다듬은 글
자, 여러분, 매일 아침 쏟아지는 복잡한 시장 뉴스들 때문에 머리 아프신 적 많으시죠? 오늘 자료 해설에서는 그 시끄러운 소음들은 싹 거둬내겠습니다. 대신 저 멀리 아랍에미리트의 통화정책 같은 남의 나라 지정학적 이슈가 대체 어떻게 내 주식 계좌를 쥐락펴락하는 진짜 원동력이 되는지, 그 소름 돋는 도미노 효과를 속시원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요즘 코스피 시장 많이 오르고 있죠. 이 엄청난 랠리를 보면서 솔직히 이거 혹시 거대한 거품 터지기 직전 아니냐고 덜컥 겁부터 나시는 분들 분명 계실 겁니다. 무리도 아니죠.
하지만 무작정 거품을 의심하기 전에, 경제라는 게임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규칙 자체가 완전히 바뀐 건 아닌지 진지하게 따져 봐야 할 때입니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앵커링 편향을 겪거든요. 쉽게 말해 과거의 숫자에 닻을 내리듯 꽉 묶여 있는 현상입니다. 71년에 코스피가 2,200포인트 언저리였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은 지금 지수를 보면 무조건 "이건 너무 고평가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제 쓰던 낡은 잣대로 오늘의 시장을 평가하면, 지금의 진짜 재무적 현실을 파악하는 데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뻔한 국내 주식 테마나 반도체 호재 같은 동네 이야기는 뒤로 밀어두겠습니다. 우리가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할 첫 번째 거대한 글로벌 도미노, 그건 저 멀리 중동에서 지금 조용하지만 펄펄 끓어오르고 있는 금융 위기의 나비입니다.
이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통화스와프라는 개념부터 잡고 가야 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국가 단위로 쓰는 비상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딱 맞습니다. 당장 현금이 모자란다고 장기예금이나 국채를 손해 보면서 깰 수는 없잖아요. 그럴 때 일시적인 자금난을 막아 주는 든든한 안전장치인 셈이죠.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돈이 썩어 넘친다는 아랍에미리트가 왜 갑자기 미국에 이 마이너스 통장 좀 열어 달라고 간절하게 매달렸을까요? 정답은 페그제라는 독특한 시스템 때문입니다.
페그제가 뭐냐면, 자기네 돈인 디르함의 가치를 1달러당 3.67디르함으로 영원히 딱 고정시켜 버리는 겁니다. 엄청나게 섬세하고 아슬아슬한 금융의 저울질이죠. 그런데 요즘처럼 달러가 미친 듯이 강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이 저울의 균형이 와장창 깨집니다.
그럼 아랍에미리트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뛰어들어 금고에 있던 달러를 내다 팔고, 자국 통화인 디르함을 사들여야 해요. 이렇게 억지로 환율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매일같이 반복해야 하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이런 일상적인 시장 개입이 가능하려면 석유를 팔아 벌어들이는 달러의 강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달러의 강물이 하루아침에 똑 말라 버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때문에 석유가 오가는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혀 버린 거예요. 기름값이 하늘을 뚫고 올라가도 배가 나갈 수가 없으니, 아랍에미리트가 페그제를 사수하기 위해 숨통처럼 여겼던 달러 유입이 순식간에 막혀 버린 겁니다.
페그제가 당장 깨지게 생기자, 벼랑 끝에 몰린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을 향해 강수를 둡니다. "당장 통화스와프 열어 주지 않으면, 우리 창고에 쌓아 둔 미국 국채를 시장에 던지겠다. 아니면 앞으로 석유를 위안화로 받겠다." 여기서 우리가 경악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걸프 지역 국부 펀드가 굴리는 돈이 자그마치 2조 달러라는 겁니다.
이들이 쥐고 있는 미국 국채를 조금이라도 시장에 던지면, 글로벌 채권 시장은 그날로 쑥대밭이 됩니다. 이 거대한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전 세계가 페트로 위안화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악몽 앞에서 미국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갑니다. 결국 미국 재무장관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미쳐 날뛰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랍에미리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도미노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번 위기를 겪으며 남의 눈치 보는 것에 질린 아랍에미리트가 폭탄 선언을 합니다. "우리 석유 수익은 우리가 통제한다." 생산량 제한을 피해 기름을 무제한으로 뽑아내기 위해, 막강한 카르텔인 오펙을 전격 탈퇴해 버린 겁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핵폭탄급 충격이 떨어진 거죠.
그럼 당연한 의문이 드실 겁니다. 아랍에미리트가 기름을 저렇게 추가로 뽑아내고 있으면, 전 세계 기름값, 당장 우리 동네 주유소 기름값도 뚝뚝 떨어져야 정상 아닐까요?
하지만 글로벌 물류의 현실은 잔인할 정도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른바 호르무즈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어마어마한 숨겨진 운송 비용 때문입니다. 전쟁터 한복판으로 배를 몰고 들어가야 하니 해상보험료가 폭등하고, 배를 빌리는 용선료와 운임도 치솟습니다. 심지어 목숨 걸고 그 바다를 지나가는 선원들에게는 위험 수당까지 챙겨 줘야 합니다. 싸게 퍼 올린 기름이 배송 과정에서 가격 메리트를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는 겁니다.
중동에서 기름을 사 오는 배송비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니,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구매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산 에너지로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저 멀리 중동 바다에서 터진 분쟁이 전 세계 거시 경제판을 뒤엎고, 결과적으로 가만히 있던 미국 에너지 산업에 엄청난 횡재를 안겨 주는 꼴이 된 겁니다. 진짜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오늘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답답한 봉쇄에서 시작된 작은 날갯짓이, 2조 달러짜리 국부 펀드를 협박하고, 미국 국채 금리를 뒤흔들며, 결국 전 세계 에너지 수급의 판도까지 바꿔 버리는 연쇄 반응을 함께 추적해 봤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밤 주무시기 전에 꼭 곱씹어 보셔야 할 질문을 하나 던지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새롭게 들어설 연준의 수장은, 지금 여러분이 내야 할 대출 이자와 내일 장바구니 물가를 갈림길에 세울 이 아슬아슬한 지정학적 줄타기를, 과연 어떤 묘수를 써서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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