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형수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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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은 90년대 닷컴 버블의 재현일 수 있으며, HBM·ABF기판·첨단패키징·테스트장비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전방위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 확대에는 3~4년이 걸려 수요 폭발과 공급 지연이 지속된다. 돈의 흐름은 칩 기업에서 장비·소재(곡괭이·삽) 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주장.
다듬은 글
오늘은 요즘 AI 시장을 보며 20년 전 닷컴 버블이 떠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금의 AI 열풍이 과거의 그 길을 똑같이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듣다 보면 조금 섬뜩하기도 합니다.
이 주장의 핵심은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엄청난 AI 열풍이 사실은 90년대 닷컴 버블의 재방송일 수 있다는 것이죠. 기술 이름만 AI로 바뀌었을 뿐, 돌아가는 판의 구조는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다는 겁니다. 그럼 이 주장이 그냥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지 근거를 찾아 과거로 한번 가 보겠습니다. 닷컴 버블 때와 지금 AI 시대가 얼마나 판박이인지, 그 평행 이론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패턴이 정말 똑같지 않나요?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니까 너도 나도 통신망에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AI가 미래라고 하니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칩으로 돈이 그냥 막 쏠리고 있죠.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시장을 꽉 쥐고 있는 대장주들이었습니다. 역사는 정말 이렇게 반복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이번 AI 버블의 기폭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AI 모델 자체가 완전히 다른 레벨로 진화했다는 점입니다. 똑똑해진 만큼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자원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GPT나 제미나이만 떠올리는데, 최근 나온 클로드 시리즈 같은 모델들은 거의 인간처럼 복잡한 논문을 순식간에 요약하고 추론할 정도로 충격적인 성능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 능력 뒤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겠죠.
AI가 똑똑해졌다는 건 대화를 더 오래, 더 깊게 기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단기 기억 장치, 전문 용어로 KV 캐시라고 하는데, 이걸 어마어마하게 쓰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복잡한 암산을 하려면 머릿속에 더 많은 숫자를 띄워 놔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부담이 특정 고품질 메모리 반도체로 그대로 집중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모리 부족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겁니다. 도미노의 첫 조각처럼 공급망 전체를 무너뜨리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전 반도체 사이클에서는 부족 현상이 기껏해야 점이나 선의 문제였습니다. 디램이 부족하면 디램 공장을 더 짓으면 끝났죠. 그런데 지금은 면의 문제입니다. 특정 부품 하나가 아니라 관련된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에브리씽 쇼티지', 모든 것의 부족 사태입니다.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말할 것도 없고, 이걸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도 부족합니다. 칩이 서 있는 기초 토대인 ABF 기판도 모자랍니다. 이걸 다 연결하는 네트워크 장비도 없고, 심지어 이 거대한 시스템을 24시간 돌릴 전기까지 부족한 상황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병목이 없는 곳이 없는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건 거의 신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것과 맞먹습니다. 지금 당장 삽을 뜬다고 해도 실제 생산까지는 최소 3~4년이 걸립니다. 수요는 지금 폭발하고 있는데, 공급은 2027년, 2028년에나 겨우 따라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든 것이 부족하고 아우성인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디서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답은 언제나 돈의 흐름에 있습니다.
돈은 가장 먼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거대 칩 기업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19세기 미국 골드러시와 똑같습니다.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모두가 금을 캐러 서부로 달려갔죠. 그런데 그때 진짜 큰돈을 번 사람들은 광부들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광부들에게 곡괭이와 삽, 청바지를 판 사람들이었습니다.
AI 시대의 돈의 흐름도 정확히 같습니다. 처음에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금을 캐는 기업'에 돈이 몰리지만, 결국에는 장비와 소재, 즉 곡괭이와 삽을 파는 기업들로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AI 시대의 곡괭이와 삽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새로운 기회가 그려진 보물 지도를 함께 펼쳐 보겠습니다. 특히 세 군데에서 병목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칩이라는 건물을 짓는 땅, 바로 ABF 기판입니다. 둘째, 칩을 옆으로 나란히 까는 게 아니라 아파트처럼 위로 높게 쌓아 올리는 최첨단 건축 기술, 즉 첨단 패키징입니다. 셋째, 복잡하게 지은 건물이 부실 공사는 아닌지 검사하는 안전진단 장비, 즉 테스트 장비입니다.
지금 가장 압박이 심하고 가장 부족한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바로 여기에 가장 큰 기회가 숨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금의 AI 붐은 단순한 거품이나 유행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체의 판을 뒤집는 거대한 공급망 재편 과정입니다. 닷컴 버블이 꺼진 자리에 지금의 인터넷 세상이 남았던 것처럼, 지금의 AI 버블도 미래 시대를 위한 새로운 인프라를 까는 과정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이 버블이 언제 터질까?"가 아니라, "이 거대한 흐름이 지나간 뒤 우리 세상에는 과연 무엇이 남게 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음 병목은 또 어디에서 나타날까?"일 것입니다.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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