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춘욱 · 한국인
요약 보기
미국 ISM 제조업지수와 한국 수출의 상관, AI 투자 확대로 미국 기업이익 전망은 상향되나 노동시장·서비스물가는 둔화/상승 혼재. 금리는 10월 FOMC 동결 가능성 높고 12월 인상 우려,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발행으로 금리 상승 압력. 한국 증시는 PBR 기준 역사적으로 고평가, 외국인 매도와 원화 강세로 수급 악화. 본인은 시장에 남아 고평가 자산을 줄이고 저평가 자산(미국 주식·장기국채)으로 리밸런싱 중이라 밝힘.
다듬은 글
안녕하세요,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입니다. 오늘은 지난밤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과 우리 시장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주희 씨. 안녕하세요, 박사님. 9월 ISM 지수가 발표됐는데요, 박사님께서는 이 지표와 경기 흐름을 어떻게 보셨나요?
우리나라 수출을 설명하는 데 가장 잘 맞는 지표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수출을 전망하고 예측하려면 여러 지표를 봐야 하지만, 이 지표가 최고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빨간 선이 우리나라 수출이고, 파란 선은 미국 ISM 제조업 지수입니다. 미국 ISM 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 지수가 50선을 넘어 강하게 상승할 때마다 우리나라 수출이 잘 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작년 연말입니다. 미국 ISM 제조업 지수가 50 아래에 있다가 50선 초반으로 폭등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도 불이 붙었죠.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결국 우리나라 수출의 최대 고객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거기서 완제품을 만들어 선진국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제품이 중국에서 가전제품이 되어 선진국으로 가는 구조도 있지만, 결국은 선진국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핵심입니다. 미국의 구매 담당자 약 400명에게 설문을 해서 "지난달보다 이번 달이 좋아졌는가"라고 묻고,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0을 넘으면 경기 개선을 뜻합니다. 100이면 전원 만장일치인데, 그런 경우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 지수는 55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100명 중 약 55명이 경기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죠. 물가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노동 지표는 최근 부진한 모습입니다. 물가는 여전히 높은데 노동시장은 둔화되는 이런 흐름을 어떻게 해석하고 계신가요?
이번에는 제조업이 아니라 비제조업 지표를 보겠습니다. 제조업은 우리 수출과 연관이 있어 제조업을 봐야 하지만, 미국의 고용 상황을 보려면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비제조업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빨간 선은 미국 비제조업 고용지수인데 계속 50 아래에 있습니다. 기업들이 예전보다 사람을 덜 뽑고 있다는 뜻입니다. 파란 선은 서비스 물가의 상승력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벌써 70을 넘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 이유는 글로벌 경기, 즉 세계 경제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독 AI 쪽만 좋습니다. 미국의 하이퍼스케일러라고 불리는 오라클부터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다섯 개 회사가 올해 약 1,800억 달러, 내년에는 1조 2천억 달러 정도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이 투자가 데이터센터로 들어가면 또 다른 수요를 낳습니다. 요즘 데이터센터는 저주파 소음, 전력 문제, 많은 물 사용 등으로 주민들이 꺼리지 않는 곳, 즉 인구가 드문 지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도로를 만들고 토목 공사를 하고 전력선을 연결해야 하죠. 이렇게 관련 직업은 늘어나지만, 소외되는 직업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로 일해 온 지식노동자,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굳이 공격적으로 사람을 뽑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급하게 필요한 일은 경력이 있는 3, 40대를 경력직으로 뽑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연령대별 실업률 차이를 보면, 20대 실업률은 7~8%까지 올라가는데 40, 50대는 3% 수준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미국의 연령대별 실업률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결국 AI 분야만 엄청난 호황이고, 나머지 경제는 AI로 돈이 빨려 들어가면서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고용지표는 부진하고, AI에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가운데 전쟁까지 겹쳐 물가와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체감 인플레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장률은 잘 나옵니다. 애틀랜타 연준의 GDPNow 같은 실시간 성장률 추정치를 보면 3분기 미국 성장률이 3% 가까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표는 잘 나오는데 사람들은 "나는 지금 미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인기도 바닥을 향하고 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리 방향을 결정할 때는 어떤 요인들을 봐야 할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10월 열리는 FOMC, 즉 중간선거 직전 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는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고용지표가 너무 나빠서 금리를 내려야 할 것 같은데도, 미국 채권금리는 거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10월에 정책금리가 동결되더라도 12월에 다시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고, 내년에는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경제에 인플레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이 언젠가 올 거라고 기대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급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금 조달입니다. 이들은 그동안 번 돈으로 투자를 감당해 왔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회사채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금리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신용등급이 트리플B까지 내려갔는데도 약 8%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AI 혁명 속에서 뒤처지면 끝이라는 조바심에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있고, 현금흐름이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 원금은 몰라도 이자는 낼 수 있다는 판단에 자금을 빌리고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재정적자입니다. 이란 전쟁에 이어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분쟁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 재정적자가 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행될 적자국채 물량도 늘어나니 시장금리가 쉽게 안정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혀 금리와 물가가 진정되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다들 답답해하고 "큰일 난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촬영일 기준 어제 나스닥과 S&P 500이 신고가를 찍었습니다. 금리 부담이 덜하다고 느껴서 이렇게 된 걸까요?
그런 측면도 있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버블리스크가 덜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예일대 쉴러 교수의 경기조정 PER로 보면 40배가 넘어 역사상 최고 수준의 버블입니다. 그럼에도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전망은 AI 관련 지출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면서 기업 실적 전망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증시는 버티고 있고, 질문을 많이 받는 것이 "미국 증시가 그렇게 좋은데 한국은 왜 힘을 못 쓰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띄워 놓은 MSCI 코리아의 PBR 밴드를 보시면, 역사적인 밸류에이션 밴드에 비해 지금 우리 주식시장이 매우 비쌉니다. 물론 우리 기업들의 이익과 순자산 가치가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6월에서 7월 사이 격렬한 조정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기준 7,000선 이상에서 170조 원 이상 물려 있습니다. 더 나아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200원 가까이 빠졌습니다. 달러 기준으로 보면 주가가 별로 빠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우리 시장이 여전히 비싸다고 보고 팔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은 AI 투자가 꺾일 줄 알았는데 꺾이지 않고 계속 나오고 있고, 특히 11월 앤트로픽 상장 전까지는 시장이 더 불타오를 거라는 기대가 큽니다. 이익 전망 상향과 성장률만 보고 가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한국은 6, 7월에 조정 폭이 너무 컸고,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급이 상당히 나빠져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으로 돈이 빨려 들어가는 환경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금리도 어렵고 우리 증시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사님은 투자를 멈추지 않으시는 편인가요?
계속 투자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계속하냐, 좀 쉬지 그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첫 번째 이유는 타이밍을 제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날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7월 말일입니다. 하루에 15% 이상 올랐습니다. 그 전날 미국의 레오폴드 젠브레너 펀드가 청산되면서, 그 전에 있었던 공매도 공격으로 코스피가 5,000선까지 밀렸다가 급반등한 것이었죠. 이처럼 증시가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시기는 폭락 직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이 안 좋고 수급이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수급이 언제 급반전되어 시장이 강한 탄력을 받을지 타이밍을 판단할 능력이 제게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에 남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리밸런싱이라는 좋은 투자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5월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문제를 걱정했고, 6월에 접어들어서는 미국 스페이스X 관련 자금이 우리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한국 증시보다 미국이 낮다고 보고 있고, 그래서 리밸런싱을 하자고 외쳤습니다. 5, 6월 방송을 보고 한국 주식에서 차익을 실현해 해외나 다른 자산으로 옮기신 분들은, 환율 때문에 환차손이 발생했을 수 있어도 미국 증시의 랠리 속에서 한결 견디기 편하셨을 겁니다. 저 역시 포지션을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올해 5, 6월의 한국처럼 어떤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되면 리밸런싱을 통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자산을 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 주식이나 미국 장기국채에서 리밸런싱 덕분에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미국 장기국채는 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에, 여기에서 리밸런싱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율도 솔직히 저는 잘 모릅니다. 우리 시장이 별로 좋지도 않은데 환율은 왜 내려가는지, 외국인이 팔고 나가는데도 원화가 강세인 이유를 지금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몇 달이나 몇 년 뒤에야 설명이 나오겠죠.
다만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은, 시장이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서는 시기를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고평가된 시장과 저평가된 시장이 존재합니다. 고평가된 시장에서 저평가된 시장으로 리밸런싱하면서 대응해 나가면, 전체 시장 흐름과 상관없이 내 자산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Comments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