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나연특파원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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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시총 두 달간 약 1조달러 증발. 실적 추정치는 상향되고 서버 GPU 점유율도 95%→97%로 올랐으나 12개월 선행 PER 18배로 2019년 이후 저평가 수준. 자금은 마이크론·AMD 등 HBM·메모리 쪽으로 로테이션되며 엔비디아-반도체지수 상관관계는 2014년 이후 최저. 알파벳·아마존 자체칩과 딥시크 자체칩 개발 소식이 점유율 의심을 자극했으나, 같은 날 중국 당국의 엔비디아 H20 구매 허가 검토(20만개 미만) 보도로 상승. 7월 10일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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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AI뉴스 인하인입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엔비디아 시가총액에서 사라진 금액이 1조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1,500조 원인데, 한국 정부 1년 예산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돈입니다. 왜 이렇게 빠졌을까요? 엔비디아의 실적이 나빴던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엔비디아의 이익 추정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점유율을 빼앗긴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서버 GPU 시장 점유율은 2024년 말 95%에서 2025년 말 97%로 오히려 올랐습니다. 실적 전망은 좋아지고 점유율은 올라갔는데, 시가총액에서 1조 달러가 사라졌습니다.
오늘은 이 돈이 왜 빠졌고, 시장의 돈이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블룸버그가 오늘 낸 기사 제목은 "엔비디아의 1조 달러 하락, 밸류에이션을 AI 붐 수준으로 되돌리다"였습니다. 지금 엔비디아는 12개월 선행 이익 기준 18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2019년 초 이후 가장 싼 수준입니다. 2019년은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거의 4년 전이고, AI 반도체가 월가의 대표 테마로 거래되기 전입니다. 물론 이것은 12개월 선행 이익 기준 PER 하나만 놓고 본 비교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S&P 500 평균은 20배를 넘고, 나스닥 100은 23배에 가깝습니다.
올해 S&P 500 전체에서 네 번째로 빠른 매출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인데도, 이 잣대로 보면 엔비디아는 미국 시장 평균보다 쌉니다. 블룸버그 집계로는 S&P 500 구성 종목의 절반 가까이보다 낮은 배수라고 합니다. 기사에 나온 비교 예시가 눈에 띄는데요. 초콜릿을 만드는 허쉬, 그리고 전력 회사 도미니언 에너지입니다. 같은 PER 잣대에서 AI 시대를 연 대장주가 초콜릿 회사보다 낮은 배수에 거래되고 있다는 겁니다. 높은 성장률과 낮은 밸류에이션의 이런 조합은 S&P 500 안에서 찾기 어려운 희귀한 장면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진단입니다.
그렇다면 나쁜 소식이 있어서 팔았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그런 얘기는 없습니다. 가이던스 하향이 이번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도 아닙니다. 블룸버그 기사가 이 지점을 짚었습니다. 이번 밸류에이션 축소는 전망 악화의 결과가 아니고, 오히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분기 이익 추정치를 상향하는 중입니다. 주가는 빠지는데 이익 추정치는 올라갑니다. 계산상으로는 멀티플만 압축되는 셈입니다. 5월 14일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두 달이 채 안 돼 16% 하락했는데, 그 사이 펀더멘털 지표는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나빠진 게 없습니다. 올해 수익률만 봐도 엔비디아는 5.6%로, S&P 500의 9.6%, 나스닥의 16%에 못 미칩니다.
월가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헌팅턴 은행의 리서치 책임자는 "주가는 결국 이익을 따라간다. 꾸준한 실적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은 저평가"라고 말합니다. 반면 다른 리서치 책임자는 "센티먼트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파는 쪽의 논리가 실적 얘기가 아니라 수급과 자금 흐름 얘기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돈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을까요? 엔비디아에서 사라진 1조 달러가 그대로 메모리로 옮겨 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AI 트레이드 안에서 새로 붙는 돈의 초점이 GPU 하나에서 메모리나 스토리지, 대체 칩 쪽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올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4% 올랐고, 2003년 이후 최고의 해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전체가 역대급 랠리인데, 반도체의 왕은 1조 달러를 잃었습니다.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이 지수 안에서 엔비디아는 뒤에서 세 번째입니다. 2024년에는 이 지수 2위였는데도요. 그럼 올해 1위는 누구일까요? 마이크론입니다. 작년에 239% 올랐고 올해 또 229% 올랐습니다. 2년 연속 지수 1위입니다. 마이크론은 메모리를 만드는데,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AMD와 인텔도 올해 주가가 두 배, 세 배가 됐습니다. 결국 AI 트레이드가 죽은 게 아니라, AI 트레이드 안에서 랠리의 주인공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표현을 빌리면, 엔비디아는 다른 트레이드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는 자금 조달원이 됐습니다.
지난달 엔비디아 주가와 반도체 지수의 상관계수는 2014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반도체가 오르는 날에도 엔비디아는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더 이상 엔비디아를 반도체의 대표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아까 서버 GPU 시장 점유율 97%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숫자는 강세론의 근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이 의심을 시작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점유율이 97%를 유지하더라도 시장 전체가 커지면 엔비디아의 매출은 계속 늘 수 있습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여전히 강합니다. 다만 주식 시장이 좋아하는 건 "지금 좋다"가 아니라 "더 좋아진다"입니다. 95%에서 97%로 올라간 이야기는 있었지만, 97%에서 99%로 가는 건 훨씬 어렵습니다. 점유율 추가 상승이라는 스토리가 약해진 거죠.
그 의심을 건드리는 신호가 실제로 쌓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짚었듯,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인 알파벳과 아마존이 자체 설계 칩 배치를 늘리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GPU를 가장 많이 사던 회사들이 하나씩 경쟁자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어제 로이터는 중국 딥시크도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어제 코스피가 급락했는데, 한국 시장은 반도체 쏠림, 레버리지, ETF 차익 실현 부담이 겹쳐 있었기 때문에 딥시크 뉴스 하나 때문에 무너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가 시장이 가장 예민하게 보던 질문, "엔비디아 의존 구조가 영원할까?"라는 의심을 다시 건드린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딥시크 칩은 초기 단계이고 수출 통제라는 높은 벽도 있습니다. 시장이 반응한 건 칩의 성능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고객이 경쟁자가 되는 흐름이 미국을 넘어 중국까지 번졌다는 것이죠.
정리하면, 적어도 지금 시장의 일부는 오늘의 97%가 아니라 그 이후 점유율 상승 스토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주가에 묻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전 이 이야기에 반전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같은 중국에서 정반대처럼 보이는 뉴스가 나온 겁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테크 전문 온라인 매체 디인포메이션의 보도를 로이터가 전했는데,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그리고 딥시크에게 엔비디아 H200 구매를 곧 허가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보도에 엔비디아 주가는 3%대 올랐습니다. 어제는 딥시크가 자체 칩을 만든다는 뉴스, 오늘은 그 딥시크가 엔비디아 칩을 사려는 명단에 올라 있다는 뉴스가 나온 겁니다. 저는 이 모순이 지금 AI 반도체 시장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엔비디아 없이 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체 칩을 키웁니다. 하지만 당장의 컴퓨팅 부족은 자체 칩이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결국 자립은 방향이고, 병목은 현실인 겁니다. 숫자를 보면 이 딜레마가 더 선명합니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베이징이 검토 중인 허가 물량은 총 20만 개 미만이고, 기업들이 요청한 양의 절반에도 못 미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승인을 미룬 이유도 자국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중국은 엔비디아를 사고 싶은 만큼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배급하듯 사겠다는 겁니다. 세계 두 번째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에게 문은 열리지만, 천장이 정해진 채로 열린다는 것이죠.
아까 97% 점유율 이야기와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97%는 대단한 숫자지만, 여기서 올라가 봐야 100%입니다. 남은 게 3%포인트뿐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팔 수 있게는 됐지만, 팔 수 있는 개수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둘 다 지금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지금은 좋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느냐인데, 그 한도가 눈에 보인다는 겁니다. 주가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의 이익에 붙는 값이기 때문에, 한도가 보이는 순간 시장은 거기까지만 값을 쳐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뉴스는 양쪽 모두에게 근거가 됩니다. 강세론자는 "중국도 결국 엔비디아가 필요하다"로 읽을 것이고, 신중론자는 "물량은 제한적이고, 방향은 여전히 탈엔비디아다"로 읽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엔비디아는 지금 이익 대비 18배, 2019년 이후 가장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가격은 선물일까요, 함정일까요?
싸다고 보는 쪽의 논리는 단단합니다. S&P 500 매출 성장 최상위권, 점유율 97%, 이익 추정치는 상향 중인데, 가격은 시장 평균 이하입니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점유율은 훼손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가는 이익을 따라간다는 오래된 격언이 이쪽의 결론입니다.
신중한 쪽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첫째, 이번 하락은 실적 이벤트가 아니라, 쏠렸던 자금이 빠져나가는 기계적 로테이션입니다.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것은 매수의 이유는 되지만, 로테이션의 브레이크는 아닙니다. 자금 조달원이 된 주식은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도가 멈추지 않습니다. 둘째, 반도체 역사에서 싸 보이는 대장주는 낯선 장면이 아닙니다. 지배력의 정점에서 실적보다 멀티플이 먼저 꺾이는 패턴은, 우리가 다른 이름들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실적은 한동안 좋았습니다.
오늘 확인한 흐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엔비디아가 끝난 게 아니라, 엔비디아 하나로 AI를 사던 장이 끝나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 붙는 돈의 초점에 메모리가 있습니다. 그 메모리 랠리의 얼굴이 지금까지는 마이크론이었는데요. 7월 10일, HBM 시장에 또 다른 주인공이 뉴욕에 옵니다. SK하이닉스 ADR이 나스닥에 상장합니다. ADR 하나는 원주 10분의 1을 대표합니다. 이날부터 같은 회사의 가치가 국내 증시뿐 아니라 뉴욕 증시에서도 실시간으로 가격이 매겨집니다. 원주와 완전히 별개의 주식은 아니지만, 미국 자금이 한국 메모리를 직접 사는 통로가 열린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그리고 두 시장의 가격이 벌어지는 순간 무슨 일이 생기는지 지켜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월가 AI뉴스 전해드렸습니다. 저는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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