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건영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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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에도 증시가 버티는 이유를 금리·환율·물가의 장기 정상화 기대로 설명. 시장은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복귀를 선반영 중이나, 연준의 피벗은 시장 기대보다 늦을 것으로 전망. 연준은 5.5% 금리를 오래 유지하는 쪽(매파·비둘기파 공통 쟁점은 금리 유지 기간)이며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 존재. 중국 수출 둔화와 해외투자 확대로 환율이 과거만큼 내려가기 어렵다는 구조적 시각 제시. 미국 노동시장 여전히 뜨겁고 노조 세력 회복으로 임금 상승 압력 지속 우려. 2023년 8월 영상 기준 과거 발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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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 뉴스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진짜 침체가 온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증시는 2,500~2,600선에서 출렁이면서도 상반기 대비 올라오며 계속 버티고 있죠. 그 이유를 앞으로는 어떻게 보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엉뚱하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최근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4% 정도입니다.
지금 금리가 높고, 물가도 높고, 환율도 높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십니다. 그러니 2~3년 뒤에는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밖에 없고,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열릴 거라고 보는 거죠. 그럼 적정 정기예금 금리는 얼마일까요? 1%는 너무 낮고, 2%는 아쉽고, 3%면 조금 높은 느낌이라고들 하시는데, 대부분 2.5% 정도를 적정하다고 보십니다. 이 2.5%는 연준이 목표로 하는 장기금리 기준선이기도 합니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장기금리 평균이 바로 2.5%였죠. 환율은 1,100원에서 1,200원 사이, 대략 1,150원이 적절하다고들 봅니다.
결국 우리는 코로나 이전 10여 년의 세월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 시절 정상으로 돌아갈 거라고 기대하는 거죠. 그 환경에서 강했던 자산은 성장주, 특히 나스닥 주식들이었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런 자산이 다시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는 거죠. 금리가 지금은 높아도 낮아질 거라면, 아파트 재건축도 지금 주차가 힘들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편해도 견딜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2~3년 뒤 좋아질 거라면 미리 사야죠. 이런 기대가 시장에 꽤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투자는 지금 모습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하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미래를 예상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올해 초 모두가 경기침체를 예상했는데 침체는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미래를 보고 있다면, 그 미래가 그대로 갈까요? 오히려 다른 작용을 일으켜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죠. 생각보다 물가가 빨리 안 잡히고, 금리가 빨리 안 내려가고, 재건축 발표가 늦어지는 시나리오도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10년짜리 국채 금리도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왔습니다. 3~4월에는 3.3%까지 내려갔던 장기국채 금리가 지금은 4%까지 올라와 있고, 한때 4.2%도 찍었습니다.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금리가 내려갈 거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실망감을 줄 수 있죠.
그래서 지금 시장을 볼 때 경기침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고 그 기대를 당겨와 반영하고 있는데, 그 가정이 틀리면 우리 생각보다 의외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리스크라고 봅니다. 그래서 양쪽 관점에서 함께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금리·환율·물가가 모두 높다고 보고 저성장·저금리 쪽으로 간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전 시대는 세계화의 시대였고, 지금은 탈세계화의 시대로 접어들었거나 접어드는 중입니다. 그런데도 저성장·저물가가 똑같이 돌아올 수 있을까요? 중국이 세계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환율만 잠깐 생각해 봅시다. 2000년대부터 2020년대 사이 우리나라는 엄청난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달러가 크게 들어왔습니다. 이것이 원·달러 환율을 계속 밑으로 누르는 요인이었죠. 수출이 잘 됐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특히 대중 수출이 컸습니다. 중국이 미국으로 내보내는 제품의 중간재를 우리가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역흑자가 크게 났고 달러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중국 수출이 옛날만큼 될까요? 최근 데이터는 이미 좋지 않고, 앞으로도 과거 같은 수치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중 수출이 환율을 누르는 힘이었다면, 그만큼 들어오지 않을 때 환율을 누르는 힘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옛날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환율이 익숙하니까요. 구조적 변화를 조금은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중 간 분쟁도 많고, 개인들의 해외 투자가 과거보다 훨씬 활발해졌으며, 미국 IRA 같은 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로 들어왔던 달러를 밖으로 퍼내는 역할을 하죠. 그러면 환율이 옛날만큼 내려갈 수 있을까요? 2010년대의 익숙한 환율을 떠올리지만, 그때와 여건이 바뀌었다면 그만큼 될 수 있을지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디플레이션이 찾아왔다는 데 대해 많은 해석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1970년대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왔다가 40년 동안 물가를 눌렀습니다. 80년대 초 볼커가 금리를 크게 올려 물가를 잡았고, 이후 40년간 물가가 안정됐으니 연준이 승리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어쩌면 연준이 운이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로 넘어가며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세계화로 전 세계에서 생산 경쟁력이 있는 나라들이 각자 강점이 있는 제품을 만들었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쏟아졌습니다. 자동차도 가장 싸게, 가장 좋게 만들어 수출하니 수요가 늘었고,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도 늘어 성장이 만들어졌는데 물가는 생각보다 덜 오르는 구조가 된 거죠. 또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동유럽의 노동력이 유럽으로 퍼졌고,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개혁개방을 하면서 중국 노동력이 전 세계로 나왔습니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가장 많이 본 단어가 '메이드 인 차이나'였죠. 저가 제품이 쏟아지며 물가 상승을 근본적으로 억눌렀습니다. 제조업도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서 싼 나라로 옮겨갔습니다. 지금은 세계가 분절되면서 제조업이 다시 미국으로 모여야 하는 상황이죠. 찰스 굿하트의 『인구 대역전』 같은 책은 인구 구조 변화가 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연준이 너무 잘해서 물가가 잡혔다는 해석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보면 그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저물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3% 정도의 물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세상이 바뀐 뒤의 정상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물가를 떨어뜨리지 못해 3%로 타협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까요?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잭슨홀 미팅에서는 구조적인 세상, 경제 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주제로 논의한다고 하고, 8월 파월 의장 연설에서 어떤 주제가 다뤄지는지도 중요합니다. 물가 목표 자체에 대한 논의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고, 금리 쪽 논의도 있을 것입니다. 중장기적 얘기가 나올 테니, 눈앞의 시장뿐 아니라 먼 미래에 우리가 깔고 있는 전제가 어떻게 될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미국 고용은 여전히 뜨거운 편입니다. 일자리 수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빈 일자리가 많습니다. 구직자 대비 일자리가 950만 개 정도 있는데, 일하지 않는 노동자는 600만 명 정도입니다. 일자리가 많다는 것은 임금이 오를 거라는 기대를 줘서 사람들이 취업을 천천히 하려 할 수 있고, 교섭력이 강해지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노동조합 관련 뉴스도 많이 나옵니다. 노조는 70년대 이후 힘을 많이 잃었는데, 일자리가 넘치던 시기에는 힘을 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역전되면서 노조가 힘을 쓰기 시작했고, 오르지 않던 임금이 조금씩 오르는 이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인플레이션과 만날 수 있습니다.
미국 임금 상승률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면, 3%까지 내려온 물가가 여기서 버벅거릴 수 있습니다.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조금씩 반등했다가 떨어지는 그림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연준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렸습니다. 앞으로 몇 번 더 올릴지, 이번에 끝낼지 보시나요? 9월, 11월, 12월이 남았는데, 7월 이후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매파 쪽에서는 지금 금리가 높다고 하지만, 높다는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5.5%면 높다고 하지만, 긴축적이라는 정의는 높은 물가를 잡아내릴 만큼 강하다는 뜻이죠. 만약 5.5%에서도 물가가 내려가지 않으면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어로 추가 인상을 'increase'라 하지 않고 'increases'라고 복수로 말하기도 합니다. 금리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올릴 수 있다는 뜻이죠.
반면 비둘기파는 이렇게 말합니다. 금리 인상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으니 시간을 두고 봐야 하고, 현재의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요. 연준은 긴축을 세 가지 단계로 나눠 봅니다. 얼마나 빨리 올릴지, 얼마나 높게 올릴지, 얼마나 오래 높은 금리를 유지할지입니다. 지금 매파와 비둘기파 모두 '얼마나 빨리 올릴지'는 끝났다고 보고, 이제 '얼마나 높게 올릴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를 두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는 연준이 사전에 차단하고 있죠.
금리를 인상한다면 속도에 초점이 맞춰질 텐데, 6월을 건너뛰고 7월에 올렸으니 9월을 건너뛰고 11월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반기 전체로 보면 금리 인상이 있다면 한두 차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전제 조건 중 하나는 물가 상승률이 꼬리를 말아 올리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긴축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매파에게 힘이 실릴 수 있죠. 그래서 물가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연준은 모든 회의가 라이브 데이터를 보고 움직인다고 하지만, 시장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연준이 완화로 돌아가는 피벗 타이밍이 시장의 기대보다 늦게 올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시장의 기대는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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